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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제: 초등학생은 학원에 가지 말아야 한다. |
“자, 먼저 무엇을 살펴야하죠?”
“초등학생요.”
“그래요. 지난 일기 논제를 할 때도 초등학생에 대해 살폈는데 한 번 더 보도록 해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초등학생이 하는 것’을 찾으니 가지가 여럿이 나온다. ‘놀기’, ‘성장-몸과 마음’, ‘공부’로 나온다. 논제인 학원과 모두 관련이 있다. 학원에 다니면 놀아야 하는 것과 맞지 않다. 몸과 마음이 제대로 커야 하는데 학원이 그럴 수 있을까도 고민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공부는 가지가 더 뻗는다. ‘하는 곳-학교, 학원’으로 나온다. 먼저 학교에서 하는 공부 이야기를 조금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학원으로 넘어간다.
“자, 학원으로 넘어가 봐요. 학원이면 어떤 학원이 있죠?”
“수학이요.” “영어요.” “전 태권도 학원이요.” “피아노요.”
여러 학원이 다 나온다.
“자, 그럼 여기서 우리 학원을 조금 더 좁혀보자. 어떤 학원으로 할까요?”
“공부하는 학원요.”
“그래요. 공부하는 학원으로 해요. 그럼 어떤 학원으로 가죠?”
영어와 수학, 논술 학원이 나온다. 그것과 함께 현진이를 힘들게 했던 사회와 과학까지 배우는데 종합반도 나온다. 수학과 영어만 함께 배우는 학원도 많다. 논술 학원은 미처 다 말하지 않아도 될 만큼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 참고 2013년 3월 27일 화요일 날씨: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딱! 좋은 날씨 제목: 학원 숙제 20장, 너무 힘들다 오늘 학원에 4시에까지 갔다. 우리가 오늘 할 양은 사회 2단원까지 외우고, 2단원까지 풀고, 틀린 거 고치는 것이다. 일단 저번에 하고 틀린 거 외우는데 1시간이 걸리고, 1-3단원부터 2단원까지 외우는데 2시간까지 걸리고, 학원선생님이 하루에 1개씩 달걀 먹으면 좋다그래서 달걀 먹는데 10분, 사회 틀린 거 답 쓰는데 1시간, 틀린 거 고치는데 50분, 해서 정확히 9시에 끝났다. 그리고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시는 순간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아이 학원 싫다.’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선생님이 숙제 20장을 내주시고 “못해오면 1쪽 당 매 한 대로 한다.” 해서 꼭 해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와, 5시간을 하고, 숙제 20장 슬프다. 흑 ~흑. (군포양정초 5-3 정현진) |
“그럼 수학은 몇 시간 배우지?”
보통 2시간에서 3시간을 한다. 그런데 시작하는 시간이 꼭 밤이 아닌 경우도 많다. 그래서 논제를 조금 바꾼다.
“자, 그럼 여기 논제에서 ‘밤은’ 빼고 하자.”
논제- 초등학생은 밤에 학원에 가지 말아야 한다. |
“그럼 수학학원에서 우리 교실에서 배우는 것을 복습하는 사람?”
셋이 손을 든다.
“그럼 수학학원에서 예습을 하는 사람?” 하니 스물 정도 손을 든다. 그런데 그 다음 말이 놀랍니다.
“선생님, 우리 학원에서는 복습도 하고 예습도 해요.”
“그래? 그럼 복습과 예습을 하는 사람?” 하니 여덟 정도다.
영어도 이야기 나눈다. 영어도 1시간 30분에서 3시간은 한단다. 보통 원어민과 이야기, 문법, 읽기, 단어 외우기를 한단다. 그 가운데 원어민과 이야기가 가장 어렵고, 단어 쓰고 외우는 숙제가 가장 힘들단다. 단어 쓰는데 30분에서 1시간이 걸린단다. 영어는 학교 진도로 복습하는 학원은 없고 모두가 학교와 다른 내용으로 한다.
“자, 그럼 우리 학원비도 말해 보자.”
“영어 학원 한 달에 25만 원요.” 아이들이 말하는 학원비가 과목에 18만 원에서 25만 원 정도다. 그리고 자기가 다니는 학원에 드는 돈이 얼마인지 모르는 아이도 많다.
“한 과목만으로 해서 1년으로 해 볼게요. 그럼 25만 원 곱하기 12이니까 300만 원이네요.”
“우와.” 그제서야 학원에 내는 돈이 적지 않음에 놀란다.
“그럼 학원 안 다니는 사람?” 여섯이 손을 든다.
“그럼 여러분은 공부를 어떻게 하죠?”
“그냥 혼자서 해요.” 소희다. “어떻게?” “그냥 문제집 사서 풀어요.” “돈은 얼마나 드니?” “문제집 값이요.”
너무 돈으로 가는 것 같아 방향을 다시 돌린다.
“그럼 학원에 가는 사람들은 왜 가죠? 이게 찬성 편의 근거일 거잖아요.”
“엄마가 가라해서요.” 한목소리다. 안타까움이 크다.
“그래? 그럼 어머니는 여러분을 왜 학원에 보낼까요?”
“공부요.”
“그렇겠죠. 그럼 공부는 학교에서도 하는데 왜 학원까지 보내죠?”
“올백 받으라구요.” 웃음이 나는 이야기인데 안타깝기도 하다.
“그래? 올백이라, 학원 가면 올백 받을 수 있나요? 지금 우리 반에도 25명이 학원에 다니는데 모두가 올백 받을 수 있을까요? 학원 가서 내 공부가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사람?”
넷이 손을 든다.
“어떻게 좋아졌죠?”
“성적이 올랐어요.” 말에 거침이 없다.
“성적이 올랐다는 건 성적이 낮았거나 오르지 않았을 때가 있었다는 건데 그럼 **는 언제보다 성적이 올랐다는 거죠?”
“…….”
그래. 점수가 조금은 오르겠지. 학원을 하면. 그런데 그게 처음 잠깐일 건데.
“그럼 학원을 다니면서 좋지 않은 점은 뭐가 있을까?”
“못 놀아요.” 그래. 못 놀지. 다섯 시간을 잡고 있는데 어떻게 놀아.
“제가 배우고 싶은 것, 배우던 것을 끊어야 해요.”
“피곤해요.”
“숙제가 너무 많아요.”
“때리기도 해요.”
듣고만 있는데 한숨이 난다. 정말 이렇게 힘든 우리 아이들이다.
“그런데 학원에서는 어떻게 때리니?”
“매로 맞아요.”
“그럼 왜 학원에서는 맞고 있지?”
“틀리면 때리는데요.”
왜 맞아야 하는지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그럼 학교에서도 틀리면 때리면 되니?”
“…….”
“그럼 학원에서도 때리지 말라고 해.”
물론 이게 아이들에게 요구할 것인가는 나도 헷갈린다. 자기 돈 내고 다니면서 맞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걸 아이도 부모도 인정한다. 목적이 ‘어떻게라도 공부 많이 시켜 좋은 점수 내고, 그래서 좋은 대학 가는 것’이지 싶다. 그러니 맞아도 되고, 5학년을 놀 시간도 없이 공부시켜도 된다는 거겠지. 답답하다.
“그럼 이번 논제를 보세요. 찬성은 ‘가지 말아야 한다.’이고, 반대는 ‘가야 한다.’인데, 여러분 생각이 어떤지 알아볼게요. 찬성인 사람?”
대부분이 손을 든다. 아니 모두다.
“그럼 반대인 사람?”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자, 그럼 지금부터 이 논제로 주장하는 글을 써 보도록 할게요. 자기 경험으로, 자기 이야기를 써 주세요.”
(토론까지 할 필요는 없겠다 싶다.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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