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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자의 마음 – 석대목장 김현희집사
수요일 오전에 익숙한 목녀님의 문자가 왔다.
‘이번주 목장은 연휴관계로 내일 목요일 모이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직 감기몸살인지라, 00 식당에서 7시에 뵐게요.’ 잠깐 고민하다가, 목녀님께 '저희집에서 목장모이면 어떨까요?'
목녀님 답장, '지난주에도 집사님댁에서 했는데…, 자꾸 폐를 끼치면 안돼요. 그냥 식당에서 해요.' 제 고집, '목녀님, 제 솜씨? 아시잖아요. 진짜 밥만 하고, 반찬은 주문해서….'
그래서 2월의 마지막날 목장 모임을 우리집에서 열게 되었다.
모임 시각은 7시. 6시쯤 목녀님 문자, '어린 아기들에게 감기를 옮길까봐 저는 가지 않는 게 좋겠어요.', 비슷한 시각, 심집사님 문자, '영애 서울 출장, 구미에 도착하는 대로 같이 갈게요. 조금 늦을 예정.' 6시 반, 목녀님 문자, '방금 미정집사님 연락이 왔는데, 정훈이가 열이 나서 목장에 못 온대요.' 6시 40분 목녀님께 답장, '목녀님, 정훈이 못오니까 목녀님 오셔도 될 것 같은데…, 우리 애들은 이미 감기라서요. 오셔서 뜨거운 미역국 한 그릇 드시고 가시면 좋겠어요. 무리는 하지 마시고요.^^*' 7시 다 되어, '경행집사님도 감기가 심해 못오신다고 해요. 목자님도 아직 현장이라 하시고. 현희집사님, 죄송해서 어떡해요?'
결국은 7시 정각, 우리 집에는 큰 상만 덩그러니 두개 놓여있었다. 음식하느라 바빠서?! 사진도 못 찍었다. (여기서 음식이란, 압력솥에 밥 짓는 것과, 미역국을 끓이는 것, 그리고 호0이, 두 마리 치킨과 찜닭 주문하는 것. 에고, 힘들어.ㅋ) 시간은 자꾸 가고, 밥상이 점점 더 크게 보인다. 목녀님의 문자가 시간마다 쏙쏙 들어온다. 늦어서 미안하다시며….
사실 우리 목장에 최고 지각생은 바로 우리 가정이다. 목자님 댁에서 제일 가까운데, 대구에서 목장오시는 심집사님 보다 매번 늦다. ‘애 둘 챙겨서 나오느라 그렇지.’ 하며 스스로 합리화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 목장에 새식구, 미정집사님이 오신 이후로 나의 이 빈약한 변명은 완전 무색해졌다. 미정집사님은 남편 임집사님이 퇴근이 늦으신 이유로 혼자서 자주 목장에 참석하신다. 미정집사님의 자동차 안에는 카시트 3개가 장착 되어있다. 정은(7), 정민(5), 정훈(2)이를 위한 것이었다. 얼굴도 고운 미정집사님, 부지런하기까지 하셔서 세 명을 건사하여 데리고 오는 와중에, 늘 먹을거리까지 챙겨 오신다. 아이들을 위한, 목장 식구들을 위한…! 미정집사님 앞에서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더 이상 핑계거리가 없어졌으니 지각을 그만할 만도 하다마는, 그 버릇이 쉬이 고쳐지지 않았다.
7시 반, 여전히 우리식구 뿐이었다. 난 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벌써 30분전에 도착한 치킨냄새에 애들은 배고프다고 성화이고, 찜닭 안에 당면은 퉁퉁 불어가고 있었다. 미역국을 데우고 또 데웠다. 전기 압력밥솥이 아니라, 가스불에 올려서 직접 밥을 짓는 '그냥' 압력솥에 해 놓은 밥은 이미 식어가고 있었다. 따뜻한 밥을 지어놓고, 세상에 시달리다가 지쳐 돌아오는 목원들에게 맛있게 먹이고 싶어하시는 목녀님 마음, 비어있는 자리를 바라보시며 '언제쯤 오시느냐?' 조심스레 문자를 주시던, 기다리시는 목자님의 마음…. 그것은 그 옛날 디베랴 바닷가에서 예수님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제자됨을 잊어버리고, 낙심하여 낙향하여, 고기 잡으러 갔던 베드로와 제자들…, 그들을 찾아오신 예수님. 밤새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하고, 캄캄한 바다에서 밤새 씨름하여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제자들을 위해, 불을 피우시고 고기와 떡을 구워두시고, 제자들을 기다리시던 예수님의 마음…, 바로 그것이었다.
8시가 다 되어, 서울 출장 갔던 영애집사님과 심집사님 내외분이 입성하셨다. 곧이어 목자목녀님이 들어오셨다...! 이미 식어버린 밥이었고, 여러 번 졸여져서? 짜지기 시작한 미역국, 나름 동네 맛집이라 생각하고 주문한 찜닭은, 당면이 퉁퉁 불어 국물을 다 잡아먹어, 보기에도 심히 맛없어 보였고, 아이들을 위해 마련한 치킨이라 어른들 입맛과는 상관없는, 내가 생각해도 빈약하기 이를 데 없는 밥상이었다. 그러나 그 밥상 앞에서 서둘러 둘러앉아 머리를 조아리고 함께 드리는 식사기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감사가 넘쳤다.
(사진1)
참으로 부끄러운 밥상이다. 그리고 참으로 부끄러운 내모습이다. 목자 목녀님을 많이도 애태우게 했던, 우리 예수님을 너무 오래, 너무 자주 기다리게 했던 내 철없는 신앙 여정에 대한 부끄러움. 그러나 그 부끄러움을 덮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잠잠히 내 영혼에, 그리고 목장모임가운데 임하시는 걸 느꼈다. 참으로 놀라웠다. 생각만 해도 맛없는 그 밥을 어찌나 달게 드시는지…! 별것도 아닌 미역국을 맛있다하시며 두 그릇씩 드시고 드실 반찬이 없어서이겠지만, 밥상에 아직 먹히지 못한 닭들?은 수북한데 밥을 두 그릇씩 드셨으니, 참으로 '놀라운'은혜가 아닌가! ^^*
설거지, No! 설거지 하려고 들이대시는 영애집사님을 밀치고(내가 좀 힘이 쎄서.ㅋ) 과일과 차만 챙겨 서둘러 예배를 시작하였다. 9시가 좀 넘은 시각이었고, 대구까지 돌아가야 하는 심집사님 내외가 있으니 설거지가 문제가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일찍 마쳐야 장거리, 고속도로 운전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왠걸, 나눔은 깊어졌고, 길~~어졌다. 이제 더 이상 누구도 시계를 보지 않는다. ## 집사님 나눔에, 모두 함께 걱정한다. 억울한 사연에 함께 분개하고 안타까운 눈물에 함께 운다. 함께 탄식하고 어찌할까. 고민하며 결론은 ‘더욱 기도하자…!’ 한다.
(사진2)
초저녁잠을 즐기는 내가 조금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느꼈을 때, 화들짝 놀라며 목녀님 말씀 하셨다. "12시가 넘었어요. 목자님, 얼른 마쳐요! 심집사님 대구까지 가시려면…." "네, 그럼 마지막으로 ** 집사님, 나눔하세요~" ** 집사님 나눔에 또 모두 한마디씩 거든다. 제 일처럼 걱정하고 고민하고 나름 해결책을 제시하고 비슷한 사례를 소개하고…, 또 다시 모두 몰입, 시간을 잊어버린다. 결국, 마침기도를 올린 시각은 새벽 1시 반,
(사진3)
어둔 밤길 짚어 돌아가시는 목자목녀님, 그리고 목원집사님들을 배웅하고 돌아오며 그들의 발걸음을 절로 축복하게 된다. 중보의 기도가 절로 나온다. 이것 또한 목자의 마음이리라. 목자목녀님의 마음, 그리고 우리의 목자장되신 예수님의 마음. 베란다 문을 열고 찬공기를 마신다. 칠흙같이 어둔 밤이다. 가장 어둡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가장 어두울 그 때가 바로 새벽이 올 때임을….
영혼의 새벽 오기를, 영혼의 새벽 깨우기를, 주님 만나는 밝고 환한 새벽, 속히 오기를...!
사진 1
사진 2
사진3
사진4
사진5
사진6
첫댓글 사진은 1~3 외에 여분으로 몇 개 더 올렸는데,
적당히 편집해서 쓰시면 될 것 같아요.
이 날 사진을 잘 못찍어서 별로 건질게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