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미차 >
-2002. 7. 2. 화. 신형호-
비안개가 낮게 깔리는
7월의 새아침은
회색빛으로 세상을
물들이고 있구나.
주말 잘 지냈느냐?
여긴 월드컵 공휴일로
하루를 덤으로
즐긴다고 느긋하다마는
아이들은 학기말고사 기간이라
안절부절못하고 있네.
비가 자욱히
깔리는 날의 산행은
무어라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또 다른 색깔의
매력을 가지고 있더라.
푸른 향기가
산 아래서부터 솔솔
나그네들의 후각을 마비시키고
한껏 펼쳐진
수채화 속에
한 개의 점으로 꿈틀거리는
한 방울의 물감이 되어버린 기쁨.
허옇게 벗은 몸매
푸름 속에 던져 놓고
비스듬히 누워 있는 자작나무의 裸身
이따금 쉬어 가는 산새의 속삭임이
잎새를 간질이는 바람과 화답하네.
월드컵의 후유증이
좀 오래 가지 싶다.
햇볕정책인지 무언지
불쌍한 우리의 자식들만
정치인의 논리에 희생되고.
겨우 신명에 불을 붙인
한민족의 정서에
찬물만 들어붓는 현실이
오늘을 슬프게 한단다.
연신 입으로는
국민의 뜻에 의해
국민을 위한다는
세치 혀끝의 말장난만
일삼는 정치인의 작태에
내일이라는 미래가
전혀 보이지 않을 때가 많구나.
하지만
이름 없고 말없는
대다수의 선량한 소시민의
성실과 땀방울과 피눈물로
어렵게 어렵게 지탱해 나가는 것이
우리 조국의 현실이구나.
오후엔
팔조령을 넘고
청도 운문댐을 지그시 감고 돌아
국도를 따라 감포로 여행을 떠났다.
불국사 석굴암 오르는 길로
굽이굽이 돌아 대왕암을 거쳐
비안개 속에서 하루를 헤매었었다.
칠월이 오는 소리를
들으려
산과 들을 넘어
바다로 물어 물어 왔건만
나의 칠월은
아직 어디서 꿈을 꾸고 있는지.
장미야!
지금 내가 마시는 차가
무슨 차인지 아니?
장미차란다.
중국에서 자생하는 식용 장미로
새끼손톱 만한
반쯤 핀 장미 송이를
알맞게 말려서
직접 물에 넣어
우려내어 먹는 차란다.
옆 학년의 예쁜 여선생이
맛보라고 주네.
말린 무화과 같은
맛과 향이 은은히 풍겨 나오네.
네 한테도 맛을 보여 주고 싶지만
너 자신이 장미인데...
싱그러운 칠월 또 잘 가꾸어야지.
< 새 소리가 정겹다 >
-2002. 7. 3. 수. 000-
어젠
어쩌다 낙후 된
흰장미 한 송이를 찍었노라며
친구가 사진을 보내 왔다.
철모르는 나처럼
꽃도 철 지난 줄 모르는지
눈부시게 아름답네.
철쭉도 다 지고
여긴
35 도 이상을 오르내리는
대단한 기온 때문에
오늘은
밖에 나가지 말라고
주의보가 나온다.
그래도
궁금해서
난
공원을 갈 테지만
돌아오는 길에 쏟은
비 같은 땀이
신통찮은 내 몸무게에
그리 좋은 영향은 없을 것 같다.
더운 줄 모르는 새는
포롱포롱 울고
내 가슴에 싱싱한
사랑이 넘치는 이 기운을
새 날개에 실어
어디론가 떠나 보낸다.
아직도 철이 없어도
아직도 한심해도
내 모습이기에
그냥 이대로 즐기련다.
정적만 가득한
바깥 세상이
이제 퇴근의 홍수처럼
따가운 볕 아래
신경전이나 안 펴려나
조심하며
한 줄기 소나기를 기대 해보지만
어림없는 하늘은
소리만 요란했고
잔디만 타 들어간다.
내 맘이 타 들어가기 전에
난
얼른 물 속으로 풍덩 들어가
상한 마음 미운 마음
다 씻고 나와
솔솔 부는 나무숲으로
떠날 채비나 해야겠다.
원님 덕에 나발 불어
잘 놀았으니
한 주는 잘 가겠다.
너도 사물놀이 가봐라
아님 그 옆에서
唱 이나 한자락 하든지...
< 허전함 >
-2002. 7. 3. 수. 신형호-
모처럼 그리운 친구를
만날 기대로
잔뜩 부풀어 있다가
갑자기 일이 생겼다나?
허전함과 섭섭함이
물결쳐 오더라.
일상사를
초탈할 나이도 지났건만
아쉬움이 남는 건
아직도 생에 대한
미련과 집착이 강한 탓일까?
내일부터
강력한 태풍이
온다고 그런지
날씨가 너무 덥다.
습도도 높고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 줄 흐르네.
아름다운 흰장미
사진을 볼 때마다
네 얼굴이 겹쳐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
넌
영원히
살아 숨쉬는 장미이니까.
기말고사기간이라
교정은 조용하다.
창밖에는
매일 아침마다 새로 핀
무궁화가 함초로이
분홍빛으로 여름을 노래하고.
느긋하게
낮잠이나 즐길까
건강관리에 신경을 쓴다고 해도
쉽지는 않고.
봉우 사물놀이팀
아주 좋은 발상이구나
세월이 갈수록
우리 음악이 주는
신명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우리를 더욱 더
돈독하게 묶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거야.
나도 마음의 빗장을 풀고
참석하고 싶지만
마음과 현실의 여건이
아직은 잘 맞지 않는구나.
소리나 꾸준히 연습해야지.
내일부터는
비가 온다는데
비오는 날이 기대된다.
살아보니
마음의 변화가 전에 없이
자주 오네.
다 비슷한 삶을
살고 있겠지만
무언가 아쉬움이 자꾸
남는 것은
나만이 갖고 있는
생의 조바심일까?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생각해봐도
뾰족한 좋은 일도 없다마는
가슴속의 열기는
잘 식지를 않는구나.
푹 잠이나 자고 나면
평온이 찾아올까?
< 시간 속에서 >
-2002. 7. 4. 목. 000-
40 도가 되는
살인적인 더위로
방송은 땀을 흘리고
전기는 쉴새 없이 돌아가는데
내일이
미국 독립기념일 이라고
고속 도로가 꽉 메워졌다.
각종 행사와
왕창 세일이 기다리는 내일도
이 엄청난 더위 때문에
모두들 집에서 휴식 할 것 같아
백화점이 울상이다.
하긴
오전 근무만 하고
모두 돌아가는 발걸음이
어디 시원한데 찾아
발이나 뻗고
아이스크림이라도 빨면
가장 행복하겠단 표정이라
너도 나도
슈퍼로 향해
슈퍼만 동이 났다.
시간 속에 내가 있어
내 잃어 가는 시간을
그냥 흘려 보내기가 싫어서
뭔가 꿈을 꾸어 보지만
더위 속을 나가는 것조차 힘들어
나도
여느 사람처럼
콜라나 마시며 있어야 할 것 같네.
하늘은
소리만 요란해
쳐다보기가 민망하고
무슨 일이 곧 터진다고
조마조마한 사람들의 마음엔
공공 장소 접근이
점점 눈치를 본다.
아무래도
미치광이처럼
살기 힘들고
욱 하는 누군가에 의해
한번은 큰일이 날 것 같지만
우선
날씨라도 도움이 되면 좋으련만
하늘은 타기만 한다.
마을의 누군가가
우체통 밑에 성조기를 꽂아놓고 갔다.
자기네 나라 독립이지만
실은
노는 마음이 우선이라
누구도 눈여겨보진 않더니
작년 그 사건 후에
사람들의 마음이 뭉쳐진다.
내가 있는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더니
지금의 나는
그야말로 덤덤하기만 하여
스물에는 삼십을 바라고
삼십에는 아이 다 크는 사십을 바라더니
이젠 스물로 다시 가서
잘못된 모든 것을 수정하고 싶네.
불만이 아니라
돌아보니
엇갈리고 실수하고
잘못 선택한 게 너무 많아
타령은커녕
입이 다물어진다.
그래도
이 시간 속에서
더 나이 들면 그리워 할 이 순간을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네.
그래..
이렇게 라도
목표가 있으면
사십의 답답함도
오십의 한심함도
조금은 벗어나려나?
그야말로
무한하던 세상이
점점 작게만 다가오고
졸아드는 마음 때문에
모두들 외로워지나 보다.
더위에 먹는 것 조심하고
충실하게 시간을 채워 보자.
끝나는 날에
만족은 못해도
안도의 숨은 쉴 테지.
< 더위를 즐겨볼까 >
-2002. 7. 4. 목. 신형호-
여기도 오늘 수은주는
35도를 넘는단다.
아침부터 아이들은
물먹은 종이 마냥
척척 갈아 앉는구나.
뉴스를 보니
너희 나라는 곧
무슨 일이 일어 날 것 같은
두려움에 사람들의 마음이
무척 움츠려 있는 것 같네.
오늘이
독립기념일이라
연휴가 계속 이어지겠지만
작년에 한번 겪은
테러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온 나라에
가득 차 있는 모양이네.
그래
지나온 날은
지겨워
하루하루가 如三秋이더니
돌아보니
그래도 그 때 그 시절이
새삼 그리운 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심정일까?
수년 후에 돌아보면
그 때도
지금이 좋은 시절이라고
생각이 되겠지.
과거 지향적인 인간이
아니더라도
지나간 날은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니겠지.
답답한 열기가
확 풍겨오는구나.
마흔 명의 선 머슴아들이
내 뿜는 체온은
고작 선풍기
몇 개 털털거리며
돌아가는 교실 안 열정을
식히기에는 너무도 미약하구나.
시험공부 한다고
늘 잠이 부족한 둘째 놈은
아침마다 뒷좌석에서
잠시 케오 당한 선수 마냥
너부러져 있고
정작 공부해야 할 대학생인
첫째 놈은
허구한날
MT다 뭐다 놀 궁리 만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실정이다.
아득한 옛날부터
역사책을 읽어보면
늘 말세라고 하더라마는
앞으로 다음 세대들이
살아갈 미래도
내가 보기에는 비전이
자꾸 사라지는 것 같구나.
미약한 소시민의 노파심으로
끝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마는.
덥지만
더위를 즐기려고 노력하면
너나 나나
이번 여름은 행복하겠지.
언제
어디서나
한 번 밖에 없는
우리의 생을
느긋하게 즐기면서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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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보관방
20여년전 이메일을 펼쳐보며 45
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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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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