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번개산행기
2005-12-15 00:33:04
[번외] 민주지산 산행후기 (2부)
2005년 2월 서울 구덕산우회 정기산행 후기
2005. 2. 21. / 한효용
[편집자 주 : 컴퓨터 사정으로 1/2부로 나누어 다시 싣습니다. (박광용)]
1. 일시 : 2005. 02. 19. ~ 20. ( 19일 : 눈 오고 바람, 20일 : 맑음)
2. 대상산 : 민주지산
3. 인원 : 이성원(22), 이영재, 이충덕,(23), 이승원(25), 한효용(30), 옥정원(38), 총 6명
4. 산행코스 : 물한계곡-황룡사-음주암골-석기봉-민주지산-무인대피소박-각호산-각호골-황룔사
5. 후기
-. 2월 20일
우리는 출발준비를 하는데 저쪽 팀에서 리더격으로 보이는 양반이 어느 방향으로 가느냔다. 각호산 코스로 하산 하려 한다 하니 대뜸 그 쪽은 엄청 위험하니 바로 내려가는 게 안전할 거란다. 일부 대원은 약간 솔깃하는 것 같았으나 대장으로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어제 삼도봉을 생략한 것도 찝찝한데 하산코스를 또 줄인다는 건 용납이 안 된다. 아직 아무런 상황도 벌어진 건 없으니 무조건 계획대로 가다가 그때 가서 현장조치 하기로 마음 먹고 무조건 각호봉까지의 2.9km, 출발이다. (10:30)
각호산으로 가는 길은 주로 능선길이나 설화가 녹고 얼음을 반복하여 빙화가 되어 머리와 배낭에 걸려서 자주 머리위로 눈을 뒤집어 써서 그때마다 뒷덜미가 시원해진다. 한참을 가다 눈 위로 삐죽이 나온 산죽 길에서 쉬기로 한다.(11:20) 쉬는 시간에 눈꽃을 배경으로 한 장씩 찰칵.
출발하여 얼마 안가니 우측으로 탈출할 수 있는 삼거리 하산로가 있으나 경사가 너무 급함과 아무도 올라오지를 않아 전혀 러셀이 안된 이유로 30분 거리의 각호산으로 가서 원안대로 하산하자는데 아무도 반대가 없다. 작전은 성공이다. 삼거리 조금 전부터 각호산 방향으로 올라온 안내등반 인원들이 30~40명씩 무리 지어 거슬러 오는 바람에 자꾸 속력이 떨어진다. 이제까지는 진짜로 좋았는데. 게다가 각호산 올라가는 급경사면은 남쪽을 보고 있어 눈이 녹아 매우 미끄럽다. 안내등반 온 아줌마 아저씨들은 전부 아이젠을 착용했던데 우리는 아무도 착용 안 했으니 이런 길은 좀 미끄러울 수밖에.
각호산이라는 표지판에 도착(12:30), 앞서간 정원이, 충덕 형님, 성원 형님을 소리쳐서 부르나 대답이 없어 정상으로 가지않고 바로 내려갔나 보다 하고 좋은 경치 사진 몇 장 찍고는 바로 하산하다 보니 위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다시 올라갈 수는 없고 일행을 기다리다가 다시 한 컷씩 찍고는 빙화를 따서 목도 축인다. 3명이 합류하여 들어본 사연인즉 당연히 우리도 오겠거니 하고 각호산 정상서 끝내주는 경치에 감탄을 연발하다가 우리가 내려가는 것 같아 불러 세웠다는 거다. 대열을 정비 후 다시 하산(12:30)하는데 올라오던 아줌마부대 속에서! 하는 한마디 "이 아저씨들은 와 빤쮸를 바지 위에다 입었노" 하면서 배를 잡고 웃는다. ‘쪼매 기다리이소, 와 그런지 보여 줄께요’ 하고 대열이 끝나기를 기다리는데 무지하게 길다. 대열이 끝나고 우리는 즐겁게 글리세이딩을 하면서 괴성을 지르며 내려가는데 정작 그 아줌마들은 우리를 못 봤을 거다. 내가 선두로 내려가면서 왠만한 경사는 무조건 썰매를 타니 각호산서 내려가는 초입의 급경사는 금방 끝나버린 것 같다. 고도가 바로 350m 나 떨어졌다. 급경사 끝 지점서 우측으로 방향을 꺾으니 경사는 완만해지면서 남남동향이라 따뜻함을 느낀다.
정상의 온도계가 가리키는 기온이 영하 12도였는데 여기는 영하 4도 정도이다. 양지바른 곳에 마침 처음으로 얼지 않아 물도 흐르는 계곡입구서 휴식하며 후미를 기다린다.(13:40) 정원이가 흐르는 물을 받아와 한 모금 하니 무척 달다. 아침 출발 후 처음 마시는 물이라 그렇단다. 대피소서 끓여서 마시다 남은 인품회장님의 커피도 한잔씩 한다. 임도가 나타나는가 싶었는데 돌아가니 금방 우리가 차를 박아논 황룡사 입구! 다리가 나온다.(14:20)
차에 시동을 걸고 복장과 배낭을 갈무리하는데 다리 건너 형님들이 천막 안에서 부르신다. 가보니 직접 담근 오가피주 한 잔에 천원, 어묵 4개 천원이다. 산골의 순박한 인심이 느껴지는 가격이다. 앞으로는 좀 비싸게 받아도 된다는 우리들 말에 주인아저씨는 그저 묵묵하게 서있기만 하다.
미리 봐둔 황간 시내의 비취모텔 목욕탕서 몸을 덥히고 점심 겸 저녁으로 무얼 먹느냐를 고민하다가 목욕탕서 만난 주민께 물어보니 김천 방향으로 추풍령시내를 지나서 좌측에 할매고추장갈비집이 3대째 한다는데 무지하게 맛있단다. 한번의 실패 후에 드디어 도착해보니 과연 주차장이 어마어마하게 넓다. 관광 철에는 버스로 온다는 주민의 말대로 버스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넓게 자리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니 오후 4시가 지났는데 자리가 없어 10여분을 기다리다가 앉아서 주문을 했다.
일인분에 6천원, 밑반찬은 따로 없고 양파조림, 야채, 막장이 전부이다. 약한 숯불에 구워 한입 시식을 한 조사형님 왈, 맛이 담백하고 독특하다 하신다. 즉 잘된 선택이었다!는 말씀. 6명이 12인분 먹고 잔치국수 한 그릇 했는데 잔치국수는 면발이 별로였는데 간장양념은 학격점이다. 구덕산우회 맛집 리스트에 올 릴만 하다.
추풍령할매갈비, 경북 김천시 봉산면 광천동 593-2, 054)439-0150.
주변에서 물어보면 쉽게 알 수 있음.
식사 후 목적지에 따라 2대에 분승 후 고속도로정보를 점검, 안 막히는 중부를 타고 귀가. 집에 도착하니 10시가 안되었다. 설경을 빨리 보려는 급한 마음에 사진기를 찾았는데 없다.
20여분간 사진기 찾기 작전에 동원된 영재 형님, 보살 형님, 정원이한테 죄송! 트렁크 안 배낭 아래 깔려서 아사 직전에 구출된 카메라에서 이틀간 찍은 소중한 화면을 확인하다가 빨리 대원들에게 보여줘야겠다는 일념에서 바로 10장의 사진을 올린다. 내일 아침에는 임플란트 수술을 해야 하니 수술 후 2~3일 괴로울 거라 빨리 올리는 게 상책이다. (지금 수술 3일짼데 아직 부기는 있으나 상태는 양호 함. )
민주지산은 백두대간과도 접해있는데도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각 자료마다 지도상의 거리, 등산로, 지명들이 많은 차이가 있어 인도아 클라이밍에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산 아래의 등산 안내도 역시 마찬가지. 더군다나 우리가 간 코스는 일반인들이 가는 방향의 역순이라 자료 준비에 어려움이 많았다.
죽집 개업과 연이어 새벽부터 밤까지 자리잡는다고 시간을 빼앗겨서 알찬 준비를 못한 대장을 믿고 따라준 대원 여러분께 고맙고 절경을 보여준 민주지산에 감사합니다. 아울러 19일 저녁에 우리가 무인대피소에 도착할 시간에 소백산에서 조난사 당한 여성 등산객에게 삼가 명복을 빌며, 산에는 항상 만반의 준비 만이 최선의 대비책 임을 다시 한번 되 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