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차 소리산 정기산행기 - 서상국
[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10)
2010-05-09 12:20:35
1. 일시 : 2010. 5. 8(토)
2. 곳 : 양평 소리산(479m)
3. 참가 : 상국(대장), 웅식, 문수, 진운, 가오리 상욱, 뱅욱이, 택술, 한음(8명) + 은수(뒷풀이)
지난 1월 초에 산에 간 것을 끝으로 산 근처에도 못 갔었는데 지지난 주 100일 만에 청계산 번개 산행에 참가했다. 꼭 한 차, 5명. 판교에서 1시간 올라가서 잠시 막걸리 한 모금 한다는 게 준비해 간 멸치회를 본 친구들이 아예 퍼질러 앉아 1시간 30분 동안 배낭에 든 술을 모두 다 해치워버린다. 막걸리 3통에 4홉들이 소주 한 병이다. 말로만 듣던 멸치회를 산에서 먹어보는 친구들은 맛있게 잘 먹어놓고는 나중에 진작 이야기를 안 해주어 술 조절을 못했다고 나에게 핀잔을 쏟아낸다. 뭐 주고 뺨 맞는다더니 완전 그 꼴이다. 괘씸해서 멸치회 파티를 언제 한 번 더 해야겠다.
그 날, 겨우 국사봉까지만 다녀왔는데도 며칠간 다리가 뭉쳐있었다.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굴리며 책상 앞에만 있다 보니 배는 임신 9개월이고 다리가 완전 풀어진 것이 몸이 완전 망가진 모양이다. 산에 자주 다녀야겠다고 마음먹고 올해 처음해보는 산행대장, 말이 대장이지 하나 제대로 챙긴 게 없다. 6공 대장 곰식이가 나더러 야채를 준비해 오란다.
금요일 밤 퇴근길에 산 야채를 아침에 씻어 봉다리에 넣는데 시간이 제법 걸린다. 미금역에 나갔다가 지난 번 술이 모자라 핀잔 들었던 게 생각나 혹시나 싶어 마트에서 소주 두병을 더 샀다. 4,100원이라니.... 무슨 소주가 이리 비싸나하고 바가지 쓴 것 같았는데 나중에 산에서 마시려고 꺼내보니 500ml 짜리다. 이런 술도 있었네? 모르는 게 이리 많나? 많이 배워야겠다.
우교수가 모는 차에 곰식이가 계속 이야기를 하는 통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눈을 뜨니 어느 새 설약면이다. 동네가 복잡하다. 우교수가 커피를 타는 사이에 곰식이는 자기 먹을 큰 콜라를 두 병이나 산다. 거기부터 경치가 좋다. 10시 40분에 도착, 먼저 온 친구들과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10시 45분 산행을 시작한다. 제법 가파른 길이다. 300미터쯤 되는 낭떠러지인 부엉이 바위에서 경기 소금강이라는 저 아래 풍광을 내려다보며 감탄, 사진 몇 장 찍고 정상에 도착하니 1시간 20분 걸렸다. 사진 찍고 조금 내려와 막걸리 두통과 소주 반 병을 마시고 하산하니 산행시작한 지 꼭 2시간 40분 걸렸다.
하산하는 길, 지난 청계산 번개산행 마치고 가오리가 전복회 때문에 결혼하게 된 사연을 말했는데, 이번에는 가오리가 뱅욱이를 물고 늘어진다. “니는 우예 그런 미인하고 결혼하게 됐노?”
뱅욱이가 여차저차해서 부산에서 졸팅을 하게 되었는데 그 파트너가 바로 지금 와이프. 긴머리에 마음에 쏙드는 이상형인데 말을 제대로 못하고 속으로 짝사랑만 했는데 정말 우연히 명동에서 마주쳤다카네. 둘이서 서로 “어! 어!” 그랬단다.
그래가꼬 끊어졌다고 생각했던 연이 이어졌단 말에 아까부터 관심을 많이 보이던 권박, “아...나도 그 여자... 정말 우연히 그 여자가 횡단보도에 서 있는 기라. 내가 택시타고 가고 있는데 말이야. 일행이 있어서 못 내린 기라.”
“권박 니 그 택시에 다른 여자하고 같이 탄 거 맞제? 남자끼리 있었으몬 차 세웠을 낀데.”
“크. 지금 생각하몬 마음이 아푸다.”
문수가 봐 둔 좋은 자리로 옮겼다.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는 조용한 그곳에서 준비해 온 불판과 닭고기, 오리고기 파티가 열렸다. 얼마나 재밌게 놀았는지 모른다.
요즘이 가오리 철이가? 용문산 가오리 상욱이 입에 물이 한껏 올랐다.
며칠 전 어버이날을 때울 겸 장모님을 모시고 7명이서 잠실에 있는 무슨 고급 뷔페에 갔단다. 일인당 4만원 정도로 알고 갔는데 그새 얼마나 올랐는지 일인분에 68,000원을 하더라나. 그 것 보다 더 놀란 것은 소주 한 병에 30,000원! 가오리 얼마나 놀랐는지 턱이 다 빠져 지금도 입이 제대로 닫히질 않는다. 그런데, 뷔페 음식 그게, 술이 없으면 좀... 그렇잖아?
간 큰 가오리, 옆에 앉은 마님에게 “소주가 너무 비싼데 밖에 나가 소주 두 병만 몰래 사오소.”
무서운 마님, 인상을 팍 쓰면서 “또 술! 마~ 참으소! 당신이 가든지!”
점잖은 가오리, 목소리 낮게 깔고 “그래? 그럼... 소주 두어병 시켜라!”
착한 마님, 그 말에 놀라 잽싸게 밖에 나가 소주 두 병을 사왔다는데, 거기까지는 좋았다.
맥주잔 같은 글라스 물잔에 몰래 소주를 가득 부어놓고 홀짝홀짝, 3만원짜리 소주라 생각하고 아껴가며 마셨는데 반 쯤 남았나? 잠시 한 눈 파는 사이에 써빙하던 아가씨가 가오리 물잔에 물을 리필해 버려, 마~ 물 탄 소주가 되어서 묵지도 못하고 입맛을 버렸단다.
박식한 가오리, 한 번 입을 여니 친한 친구 몇 놈을 잡는다. 우리는 넘어가고...
“x헌이, 글마는 같이 술 마시면, 글마 옆에 휴지가 산더미같이 쌓여 추접어서 같이 술 마시기 힘든다.”
“휴지는 와?”
“글마 그거는 술 마시면서 코 푸는 게 취민지 무슨 알레르기가 있는지 하이튼 두루마리 휴지 하나를 거의 다 쓴다. 글마, 진짜 희안한 거는 지캉내캉 대낮부터 순대국을 놓고 소주를 4뱅이나 묵었는데, 글마 그거 처음에는 국물만 국물만 묵는 기라. 그래 내가 아, 일마 어제 과음을 핸 모양이구나, 속이 씨린 모양인 줄 알았다 아이가.”
“속 푸는 기 아이고?”
“어, 글마 지가 그라는데 지는 본래부터 국물을 전부 다 묵고 맨 나중에 껀데기만 따로 묵는 단다. 그 참. 또 글마하고 빼때기하고 같이 술 마시면 쫒겨난다카네? 한 놈은 코 풀고 한 놈은 침을 뱉고... 그 장면 함 생각해 봐라. 얼마나 가관이겠노? 크크.”
“내 군기 잡는다고 애쓰는 뱅욱이 절마하고 통화하면 전화비가 두 배는 넘게 나오는 거 같애. 머를 지대로 말하는 기 없어. 그 머더라, 그 머꼬? 머가 먼~지 꼭 찝어 말을 못 하니까 내가 땁땁해서... 그건 그렇고 와 내 밑에는 쫄이 하나 안 들어오노? 이거 맨날 쓰레기나 치우고 영 미치겠네.”
“크크, 어~름한 놈으로 한 놈 잡아온나. 이름도 지어놓고. 가오리 밑에 머가 좋겠노?”
“도다리, 가오리.... 그 밑에 사는 기.... 머가 있노? 납새미?”
이런 실없는 소릴 이어가는 와중에 고기는 익고 술은 많고, 공기 상쾌하고 물소리 좋고, 강원도 인제에 펜션공사를 맡아 현장소장으로 나가있는 5공대장 은수가 차를 몰고 달려와 합세, 반가웠는데 운전 땜에 아쉽게 술을 못한단다. 우교수가 협찬한 중국술까지, 옆에 앉은 뱅욱이는 조금만 방심하면 내 잔에 폭탄주를 만들어 버리고, 우리가 저만큼 마셨나?
나중에 취해서 우찌 왔는지도 모르겠다. 집에 오니 어버이날이라고 병원에 있는 장모님 뵈러 마산에서 올라온 처제가 생선회를 가져왔다. 거기서 또 소주 한 병을 보탰더니 내가 산에 갔다오기는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오늘 사진을 보니 산에 가기는 했던 모양이다.
소리산, 좋았다. 산도, 그보다 친구들이. 자주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