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18)
2018-12-02 07:02:20
12월 첫날.
w 두발 염색약 헤나 두 봉지를 못 찾아 온집을 뒤집는다. 분명 어제 아침에 내가 치웠는데 어디 뒀는지 기억이 없다.
w가 자꾸 채근댄다. 말랑씨가 이것 찾으러 올건데 못찾으면 2만원 주고 가란다. 강원도 있을 땐 돈 나갈 일이 거의 없었는데 도시에 오니 그야말로 돈이 줄줄 샌다. 생각지 못한 염색약 변상비라니, 그보다 치매가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
눈에 불을 켜 방마다 찾고, 내방 책장, 신발장, 베란다, 나중에는 냉장고까지 뒤져도 안 나온다. 결국 속은 다 상할대로 상한 뒤에, 밥 먹다가 갑자기 뛰어가 안방 침대 밑에서 발견했다.
'치맨가?'심각하다.
청계산역 2번 출구, 원터골 고속도로 아래 굴다리에서 산행 시작한다. 호주에서 온 용성이가 온다는 말에, 돌아가서 인디언 스타일의 화려한 옷을 입은 河, 입에 담배까지 꼬나물고 세상 급할 일 없다는 듯 천천히 걸어오는 용성이를 모셔온다.
河는 우리의 걱정, 염려도 상관치 않았다. 20년도 더 된 얘기를 한다."내가 청계산에 두 번이나 올라봤다. 40살 때, 택술이랑 같이."
매봉까지 우리는 열심히 걸었고, 내려오다가 땀범벅으로 올라오는 河를 이산가족 만난듯 반갑게 맞이한다.
횡성표 도토리묵 안주로 막걸리 한 잔 하고 다시 갈라진다.
둘이 식당 정하러 내려간 사이, 나는 30분 뒤 河를 오늘 3번째 만나 '닭 한 마리'로 모셔가니, 부산 사투리 주인장의 내공이 대단하다. 심마니 출신으로 온갖 약초를 다 구비해 두었다.
"제발, 말 좀 못하게, 입이 쫙 붙어버리는 약초를 넣어달라."고 부탁하니, 주인장이 무슨 뜻인 줄 금방 알아채곤 병욱이 앞의 湯그릇에 듬뿍 잡초(?)를 넣어준다.
자전거 몰고 재봉, 학희가 오고, 산에 갔던 길래, 허유까지 총 8명.
얼마나 즐겁게 웃으며 마셨는지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주인장이 우리 단체사진을 찍어주고는 머릴 갸우뚱거리며 한 마디 한다.
"이상하네? 이분 얼굴이 억수로 크게 나왔는데 와 이런지 모르겠슴다. 내가 사진 쫌 찍는데..."
사진을 보니 비타민 전도사 겸 88정 예찬론자 許氏다.
許가 맨날 입에 달고다니는, '얼굴이 ㅈ같이 생긴 사람 그약 먹고 생기는 부작용'임에 틀림없다며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약초 술 중에 뭐 좋은 것 없냐며 무슨 얘기 끝에 내가 경험해 본 까마중 술 효능에 대해 얘기했더니 몇몇 귀와 눈이 번쩍한다.
설명해줬다. 거짓말 아닌 임상실험 결과라고.
그자리에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더니 내말에 믿음이 더해지고, 아까 그 몇몇에 또 몇몇을 더 보탠 친구들은 놀람과 희망에 벅찬 얼굴이 된다.
그것 좀 맹글어 줄 수 있냐는 주문도 들어왔다.
내년에 강원도 까마중 찾아 다니려면 고생 좀 하겠다.
머리가 중처럼 반들반들, 까맣게 빛나는 까마중.
소문나기 시작하면 무서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