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된 부담"
“하느님께 가까이 가십시오. 그러면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가까이 오실 것 입니다.”
( 야보고서 4장 8절 )
-대구교구 상인본당, 프란치스코 반 김숙명 이사벨라-
성서 백주간을 하면서 저 자신이 야고보서의 말씀처럼(1,22), 말씀을 듣고 실행하지 않고 듣기만하고 잊어버리며 내 자신을 속이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았는지, 늘 한 발짝을 빼고 물러나 먼 발치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깨닫고 뉘우치게 되는 기회였다.
어르신 성경 대학 봉사를 하면서 성경 강의를 듣고 나눔을 인도할 때면, 봉사자로 그분들의 삶의 연륜 속에서 하느님께 어떻게 다가가며 함께하고 계시는지 배울 점이 더 많은 시간들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기회가 되면 성서 공부를 해야겠다‘ 갈망을 느껴 통독을 하였지만 단순한 방법의 통독만으론 갈망이 차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수녀님께서 복습과 묵상으로 이루어진 성서 백주간 프로그램을 봉사자들이하면 좋겠다고 하셔서 시작은 하였지만 처음해보는 묵상이 쉽지만은 않았다.
가끔은 묵상을 위한 공부인지? 숙제를 위한 묵상인지? ‘주객전도’로 한주를 보낼 때도 있었지만 한주한주 시간이 지나면서 내 생활에 자연스럽게 젖어들게 하기 위해선 나를 먼저 내려놓고, 내 안의 욕심을 내려놓아야 했다. 마음 속 기쁨과 슬픔 속상함을 나눌 땐 웃음과 눈물 속에서, 나 자신이 스스로 힐링이 되는 시간으로 다가왔다. 2년 반이란 시간 동안 매주 묵상을 하면서, 기쁠 때도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가정에 슬프고 힘든 일이 있어, 지치고 힘들다는 핑계로 백 주간을 포기하고 싶은 유혹이 들었을 때, 봉사를 하면서 힘겹다 느낄 때마다, 천만다행으로 마음에 와 닿는 하느님 말씀에서 힘을 얻고 위로가 되었기에 백주간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연휴나 개인적 사정으로 한주 쉴 때 처음엔 공부의 부담에서 해방되는 기쁨이 컸다면, 묵상 없이 쉬고 난 뒤엔 더 허전하고 맘이 편치 않았기에, 부담 너머에 있는 매주 말씀 속에서 얼마나 행복한 시간으로 채워졌는지 느낄 수 있었다. 복습과 묵상 이외에 매주 시간을 정해 놓고 기도문 작성에 앞서 주님께 기댈 수 있는 시간이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늘 미사 중에 ‘주님께 봉사하며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해주십시오’ 하고 기도 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성경 말씀엔 귀 기울이지 않음을 후회하면서 조금 편리하게 살아가기보다, 좀 불편하더라도 하느님 말씀에 가깝게 살아가려 노력하는 자녀가 되어야겠다. 처음 시작할 때 수녀님께서 ‘익숙하지 않아 부담스럽긴 해도 복된 부담이 될 것입니다.’라고 하셔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복된 부담’이 어떤 것 인지 차츰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만 해도 큰 은총이라 생각한다. 내 주변에 하느님의 빛과 향기를 퍼뜨릴 수 있게 저를 보지 말고 제 안의 당신을 볼 수 있어 제 주변이 성경 말씀으로 가득 하길 소원해본다.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 (루카 6,45)고 말씀하셨다. 백주간 프로그램이 나에게 행복한 시간이었고 도움이 많이 되는 공부 방법이었기에 주변분들 에게도 자연스럽게 권하게 된다. 틀에 맞춘 방법에 따라가는 수동적 공부가 아니라, 각자의 개성대로 스스로 하는 공부이기에 가슴에 남는 공부가 되었고 반원들과도 서로서로 도움 되고 배우는 시간들 이었기에 고맙고 끝까지 함께함에 감사드리며, 반원들과 가정에도 평화와 은총 가득하길 빕니다.
늘 우리 곁에 함께하시는 하느님!
당신 말씀 안에서 함께한 백주간의 시간들이 기쁨으로 다가온 시간이었기에 찬미와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성경 공부 게을리 하지 않게 도와주시어 주님께 가까운 삶이 부담으로만 여기지 않도록 힘과 용기로 이끌어 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