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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갈구하라, 바보짓을 두려워 말라." / 스티브 잡스
Stay hungry! Stay foolish! -스티브 잡스
2005년 6월 12일
스탠퍼드대 졸업식장 연단에 스티브 잡스가 등장했다.
뜨거운 6월의 뙤약볕아래 사각모를 쓴 졸업생들은
한 위대한 도전의 화신이 어떤 연설을 할지 주목하고 있었다.
워낙 유명한 연설이라 그간 많은 언론들이 내용을 다뤘다.
일본은 이 연설을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었다.
젊은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데
이 연설만큼 좋은 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2005년 6월 12일 스탠퍼드대 졸업식장 연단에서 연설하는 스티브 잡스
15분 동안 계속된 이 연설에서 잡스는 크게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첫째는 ‘점의 연결’에 관한 이야기이다.
둘째는 ‘사랑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이다.
셋째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나씩 요점을 정리해보자.
먼저 ‘점의 연결’을 통해 잡스는 뭘 말하려 했을까?
한마디로 인생의 모든 과정은 점의 연결이라는 이야기이다.
하나의 점으로 보이는 순간들이 결국 거대한 섭리에 의해 연결되어
중요한 의미로 작용하고 매우 의미 있는 결과물로 귀착된다는 것이다.
잡스의 경우 태어나 창업하기까지의 삶은 참으로 척박했다.
생모는 미혼의 대학원생으로 아이를 양육할 능력이 없었다.
아이를 대학에 보낼 능력 있는 양부모에게 입양시키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다 사전에 섭외된 집에서
딸을 원하는 바람에 대기 순위에 있던 양부모에게 넘어가게 되었다.
생모는 그들이 대학도, 고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한
사람들이란 걸 알고 입양을 취소하려 했다가
'아기가 자라면 꼭 대학에 보내겠다.'는 약속을 받고 아들을 떠나보냈다.
형편이 넉넉지 못한 양부모 아래서 잡스는 척박한 소년기를 보내야 했다.
먹을 게 없어 콜라병을 모아 빈병 하나에 5센트를 받고 팔아야 했다.
일요일 밤마다 살던 시내를 가로질러 10킬로미터를 걸어서
괜찮은 밥을 제공하는 템플로 가곤 했다.
굶주림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삶이란,
그것도 청년기에 그런 일을 감당해야하는 일이란
쉬운 게 아니었지만 잡스는 그때의 경험들이
참으로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리드 칼리지에 진학한 잡스는 자신의 양부모가 버는
모든 돈이 오직 대학 등록금으로 쓰인다는 걸 알고는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 비싼 돈을 내고 수업을 들을 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방 그만 둔 대학생활이었지만 잡스는 서체를 공부하는 과목을 청강했다.
그게 도움이 되어 그로부터 10년 뒤 매킨토시 컴퓨터 첫 제품을 멋지게 디자인했다.
스탠포드 졸업생들에게 잡스는 "그렇게 힘든 인생의 점들이
결국 후일 플러스의 연결을 통해 자신에게 희망과 용기,
자신감을 심어준 언덕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둘째, ‘사랑과 상실’이라는 주제를 통해 잡스는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
잡스는 스스로를 운이 좋은 사람이라 말했다.
일찍부터 무엇을 사랑해야 하는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스무 살 때 5살 많은 친구 워즈(스티브 워즈니악 Steve Wozniak)를
만나 부모님 차고에서 애플을 창업했고 열심히 일했다.
불과 10년 후 직원 4천명을 거느린 20억 달러 가치의 회사로 성장했다.
대학 교육보다 자신이 무엇을 사랑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던 행운은 바로 잡스의 것이었다.
스티브 잡스(오른 쪽)와 스티브 워즈니악, 이들은 함께 애플을 창업했다.
그렇다면 상실은 무엇인가?
최고의 작품인 매킨토시를 내놓은 이듬해 잡스가
애플로부터 해고되는 사건을 말한다.
그 해고의 상실이 결과적으로 잡스에겐 최상의 일이었다고 고백했다.
쫓겨났지만 여전히 그는 혁신을 사랑했다.
해고 후 5년 동안 ‘넥스트(Next)’라는 회사를 창업했고
‘픽사(Pixar)’라는 이름의 회사도 운영했다.
픽사는 세계 최초의 극장배급용 컴퓨터 애니메이션 영화인
<토이스토리>를 만들어냈고 지금은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성장했다.
또한 넥스트가 개발한 기술이 워낙 출중해
결국 자신이 창업했다가 해고됐던 회사 애플로 화려한 컴백을 하게 된다.
잡스는 스탠포드 졸업생들에게 누구나 시련과 상실의
고통을 겪게 되지만 그 때문에 좌절해서는 안 되며
새로운 도전과 재충전의 모멘텀으로 삼으라고 충고한 것이다.
셋째,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졸업식 연설을 통해 잡스는 자신이 17세 때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라.
그러면 언젠가는 제대로 될 것이다.”라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말이 워낙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고
이후 33년 동안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자신에게 물었다고 털어놓았다.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인데도 오늘 하려고 했던 일을 하겠느냐?”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여러 번 연이어 “No”로 나왔을 때
잡스는 스스로 무엇인가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자신이 곧 죽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다른 사람들의 기대, 자존심, 실패할까 두려워하는 마음 등
어떤 결정을 함에 있어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들은
사실 함정일 뿐이라는 것이다. 곧 죽는다는 생각을 하면
두려울 것도, 스스로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댈 필요도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결국 살아있는 날의 마지막 날인 지금
당신의 마음이 진정 내키는 것을 따르라고
잡스는 막 사회로 떠나는 졸업생들에게 강조했다.
잡스는 사실 2004년 봄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의료계에선 췌장암으로 확진되면 6개월 이내
사망하는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잡스의 경우 수술로 치유를 기대해볼 수 있는
드문 경우에 해당되었다. 그리고 수술을 받았다.
그때가 잡스 스스로 죽음의 경계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던 순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암을 이겨냈다고 생각했지만
그러나 결국 잡스는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연설을 한 6년 뒤에
생을 마감해야만 했다.
잡스는 졸업생들에게 자신이 암을 극복했다고 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자신이 어쩌면 오래 살 수 없다는 직감을 가졌고
‘살아 숨 쉬는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철학을 다시 새겼을 것이다.
러시아의 문호이자 후세인들에게 오랜 세월
영혼의 연금술사로 남아 있는 톨스토이는
많은 가르침을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그 중에서도 ‘죽음’에 대한 톨스토이의 명언은
탐욕과 방탕으로 점철되는 보통사람들에게 횃불 같은 가르침을 준다.
바로 ‘늘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라는 말이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말 속에
톨스토이는 인간에게 삶이 있는 한, 숨을 쉴 수 있는 한
‘신에게 부끄러움 없는 영혼’을 소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라.
그러면 뜻대로 이뤄질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17세 때 읽었다는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라.
그러면 뜻대로 이뤄질 것이다.”라는 말은 유대인의 탈무드에 나오는 구절이다.
탈무드는 또한 말의 가치를 줄곧 강조한다.
톨스토이 또한 탈무드가 강조한 한번 뱉은 말의 무게와
살아있다는 것의 참 의미를 가장 소중하게 여긴 사람이다.
탈무드와 톨스토이의 가르침을 자신의 일상의 삶에서 실천한 잡스.
그는 세상의 나이로 만 56세에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그가 ‘메멘토 모리’를 삶의 거울로 삼으며
산 40년의 생은 그의 동시대인은 물론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후세인들에게 삶의 기준점을 제시했고 또 제시할 것이다.
이렇게 세 가지 이야기를 끝낸 뒤 스티브 잡스는
연설의 결론이 될 이야기를 던진다.
자신이 어렸을 때 <전 지구 카탈로그(Whole Earth Catalog)>라는
멋진 책을 읽은 이야기를 소개했다.
1960년대 후반 개인 컴퓨터가 나오기 전,
그리고 ‘구글 지구(Google Earth)’가 등장하기 35년 전에
팔로 알토(스탠포드 대학이 위치한 지역)의 멘로파크에 살던
스튜어트 브랜드 Stewart Brand가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만든 책이 바로
<전 지구 카탈로그>였다. 여러 차례 증보판을 낸 끝에
1970년대 중반에 나온 최종판 표지에는
이른 아침의 시골길 사진이 있었다고 잡스는 기억했다.
그리고 그 사진 밑에 이런 구절이 쓰여 있었다고 소개했다.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경구였다.“
배고픈 채 있어라. 어리석은 채 있어라!”라고 직역할 수 있겠다.
톨스토이가 ‘메멘토 모리’라는 금언을 던져준 책은
서양에서는 많은 지식인들이 성경 다음으로 삶의 멘토로 삼는
잠언집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이다.
톨스토이는 그 책에서 인간이 마실 수 있는 최고의 음료수는
바로 ‘막 내뱉으려고 했던 말을 혀끝에서 입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도로 거둬들여 삼키는 것’이라고 했다.
인간이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지 않아서 생기는
수많은 갈등과 오해 그리고 증오를 만들어내는 주범이
바로 세 치 혀라고 톨스토이는 강조했다.
필자도 조언이랍시고 가까운 지인에게 어떤 말을 솔직하게 했다가
그로부터 미움을 사서 상당 기간 힘든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아마도 누구나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만큼 하고 싶은 말, 혀끝에서 뱅뱅 도는 말조차
상대에게 비수가 될 수 있다.
또한 자칫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하는 인간 사이의
불편과 화의 근원이 될 수 있다.
톨스토이는 그래서 우리 인간이 마셔야 할
최고의 음료수는 침묵이라고 표현했는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톨스토이가 또 하나 강조한 것은
바로 ‘과식과 과음을 경계하라.’는 경구이다.
과식을 해서 배가 부르면 인간은 근본적으로 게을러지고
영혼이 흐려진다고 경고한다.
또한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영혼 자체가 파멸되고
판단력이 무너져 인간의 그 귀한 가치를 스스로 무너뜨린다고 경고한다.
여기서 출발한 가치, 바로 ‘굶주린 채 남아있는 상태’를
스티브 잡스는 멋진 도전 정신으로 연결했다.
나태해지고 영혼이 흐려지는 상태보다
허기 진 상태에서 정신은 맑게 반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그 아름다운 허기를 힘줘 말함으로써
막 사회로 진출하는 대학생들에게
‘항상 갈구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오늘이 마지막인 각오로 살아가는데
뭐 실패할 것을 두려워하느냐면서
‘바보 상태로 남아있어도 좋다.’는 멋진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바보짓을 두려워 말라!(Stay foolish!)’야말로
막 대학 문을 나서 사회로 진출하려는 젊은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가치, 즉 ‘도전이 있는 삶’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을 심어주는
최고의 잠언이라고 잡스는 본 것이다.
물론 <잡스>라는 영화나 책을 본 사람들이라면
그의 삶 자체가 구도자의 길이었거나 정신적 지도자의
그것과는 거리가 있음을 느꼈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잡스의 딸과 관련된 이야기는 워낙 유명하다.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오래 연인으로 지냈던
크리스 앤이라는 여성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리사라는 딸 이야기이다.
그는 자신이 친부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유전자 검사를 통한 친자 확인 소송에서 패소한 뒤에야
리사를 딸로 받아들였다.
냉정한 성격의 소유자임을 드러낸 이야기였다.
또한 일에 임하는 정열과 인간적 정 사이에 괴리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오늘 ‘아이폰(i-Phone)’이라는 발명품을 통해
그전까지 간간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됐던
‘스마트폰’의 세계를 열어준 선각자이자 영원한 도전자,
영원한 바보가 바로 스티브 잡스임을.
직접 신제품을 발표하는 스티브 잡스는
늘 리바이스 청바지와 이세 미야케의 터틀넥 티셔츠 차림이었다.
신제품 발표 장소에서 잡스가 단골로 입는 복장은
바로 리바이스 청바지와 검은색 이세이 미야케 터틀넥 셔츠이다.
잡스는 청바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리바이스 진은 생활 속에 녹아 있기에 별로 의식하지 않죠.
그러나 새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디자인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제품이 주는 영감도 있죠. 품질은 사람의 감성을 통해 다가옵니다.
사람들은 제품의 디자인 속에 많은 감정과 생각이 담겨있음을
은연 중에 알게 됩니다.” 바로 그런 정신으로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을 디자인했다.
이세이 미야케 터틀넥 셔츠는 하도 좋아서
한꺼번에 수 십 벌을 주문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은 다음 이런 표현을 썼다.
‘전화를 영원불멸의 존재로 바꾼 전화
(The phones that have changed the phones forever)’.
사람의 감성과 생각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전화
‘스마트폰’, 바로 영원한 변화, 영원한 존재를
인간의 삶에 던져준 사람이
바로 스티브 잡스인지도 모른다는 느낌이다.
‘무덤 속에 누워있는 갑부 따위엔 관심이 없소.
(Being the richest man in the cemetery does not matter to me.)’
잡스의 연봉이 1달러였다는 사실은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다.
잡스 스스로 “나는 회사에 얼굴 비추는 것으로 50센트,
나머지 50센트는 능력급으로 받고 있다.”고 농담조로 말했다.
잡스는 연봉보다 ‘세상을 바꾼다.’라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4년 전인 2007년 <월스트리트 저널>이 주최한
‘All Things Digital’ 행사에서 과거로 돌아가
다시 하고 싶은 게 없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잡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처음 애플에 있을 당시 좀 더 잘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죠. 또 애플을 떠난 뒤에 일어난 일 가운데도
방향성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일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 이제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옛날 일은 잊어버려야지요.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바로 여기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앞을 보고 걸어가려 합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간 일. 단지 지난 세월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삼아야 할 참고서일 뿐.
그러므로 과거에 얽매인 삶은 무의미하다는 게 잡스 철학의 정수이다.
잡스는 그 철학을 이 문장을 통해 설파했다.
“함께 내일을 만들어 나가자.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 Let’s go inventing tomorrow rather than
worrying about what happened yesterday. )
황헌 (경기대 특임교수, 컬럼리스트)
출처 : 컬처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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