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위론 넘어설 구체성·현실성 공방 | |
사회개혁위기 대안모델을 찾는다 지식쟁점 토론회 지상중계 | |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생태·평화 사회민주주의 국가론),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노동중심 통일경제연방론),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투자국가론), 조진한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 상임연구위원(사회연대국가론)이 발제·토론자로 참여했다. 경제정책 등 몇가지 범주로 나눠 토론 내용을 정리했다. 노동중심 통일경제연방론에 대하여…
경제정책=똑똑한 지식 노동자(smart worker)의 적극적인 구실을 부각시킨 사회연대국가론과 노동 중심으로 경제 시스템을 재편할 것을 제안한 노동중심 통일 경제연방론이 새 경제정책 대안모델로 집중 조명을 받았다. 두 담론에 대해 김 교수는 “똑똑하거나 협동적이고 지식 창조적인 노동자가 기업을 혁신하거나 또는 자본가라는 계층 없이도 실제 무엇을 해서 대안적 모델을 만들어 냈다는 그림이 보이지 않아 감을 잡기 힘들다”며 당위론을 넘어선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그는 또 “지식노동자 창조가 중요하다고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추상적 수준을 넘어 공교육 시스템의 변화를 이뤄낼 혁신적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고 논박했다. 이에 대해 조 연구위원은 “지식노동자라는 개념은 10년 전 ‘지식경제’와 함께 나왔다”면서 “합리적 노조와 자본 그리고 최고경영자가 주도권을 다투지 않고 공유해 간다면 국민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독일과 스웨덴의 노동자 경영참가 모델은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있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방향으로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동중심 경제론은 양극화 심화에 대한 분석이 빠져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조 교수는 “독일과 스웨덴도 신자유주의·금융세계화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면서 “노동 주도 하나로 양극화 등 모든 문제가 다 해소될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도 “한국의 고용구조가 20~25%만 대기업·공공부문에 속해 있고 나머지는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에 속한 상황에서 창의적인 노동중심 경제 구조가 가능하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손 원장은 “양극화는 복지정책을 만드는 것보다 원천적인 차단이 중요하다”면서 “노동중심 경제론이 입법화됐을 때 이런 차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또 노동자가 경영에 직접 참여할 경우 제품을 훨씬 다양하고 잘 만들 수 있다고도 했다. 새 성장산업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사회연대론에선 재생에너지·환경산업을 제시했으나, 노동중심론에선 정보기술(IT) 등 이른바 첨단 6T 산업을 꼽았다. 복지=복지를 투자개념으로 보는 사회투자국가론이나 ‘누진부담 동등급여’를 통한 복지동맹을 강조한 사회연대론은 바로 증세 논란으로 이어졌다. 손 원장은 사회투자정책의 재원을 (기존) 소득보장정책과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시킬지를 물었다. 조 교수도 사회투자국가론은 예산제약의 문제와 만날 수밖에 없다면서 예산확대를 위한 세수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연대론의 ‘사회연대적 조세’는 좋은 개념이라면서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생산적 복지를 위한 생산적 증세를 관철시켜야 한다고 했다.
사회연대론은 ‘지식 노동자’ 양성·역할 추상적
통일 경제=통일민족 경제를 통해 경제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노동중심 통일 경제연방론에 대해선 북한의 노동력과 인권을 착취하는 남한 기업이나, 경제성장의 관점에 선 우파적 편견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조 위원). 조 교수도 동북아 경제체제 확대에서 인권의 가치 확보가 강조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손 원장은 “(통일 민족경제는) 양쪽 기업가와 북한 정권이 야합하는 형태가 아니라 통일민족기업이나 통일펀드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생태·평화·사회·민주주의에 대하여…
생태=급진적 생태주의를 제기한 생태·평화 사회민주주의 국가론과 환경산업에 대한 투자적 관점을 보인 사회연대론의 논의는 사회개혁 담론과 생태의 유관성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켰다. 조 교수는 사회적 좌파가 환경운동을 끌어들이지 않을 경우 ‘신성장주의’로 기울게 된다면서 사회적 좌파와 생태적 좌파가 어떻게 만날 수 있는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손 원장은 생태민주주의 실현에 대한 경제적 밑그림 논의가 생략된 채 적·녹의 생태연대만 강조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한국 사회는 아직 선진국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자본 축적이 되어 있지 않다”면서 현실성에 의문부호를 찍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제기된 대안모델들
생태·평화 뼈대로 한 사회민주주의 생태·평화 사회 민주주의 국가론=조희연·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와 김호기 연세대 교수 등이 펼치고 있는 담론으로, 20세기 서구 사회민주주의가 왜곡됐다는 관점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20세기 사민주의는 서·동유럽에서 모두 국가권력의 담지 세력으로 존재하면서 생동력을 상실하게 됐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급진적 변혁 전망을 품은 19세기의 사민주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새 사민주의 논의의 핵심 뼈대는 생태주의와 평화주의이다. 반환경적 성장 논리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진보주의가 급진적인 생태적 전환을 선도해야 한다는 주장한다. 또 20세기 사민주의와 군사주의의 결합도 해체되어야 한다. 대안적 국가모델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조건 때문에 일국적 차원을 넘어설 수밖에 없다.
창조적 노동을 중심축 삼아 통일경제로 노동중심 통일 경제연방론=‘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이 내놓은 이 모델은 ‘노동중심 국민경제론’과 ‘통일 경제연방론’으로 이루어져 있다. 20세기 중반의 소품종 대량생산 시대까지 생산성을 좌우하는 요소는 기계였다. 하지만 제품의 차별화 및 다양화 즉 창조성이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결정적 요소가 되고 있는 현 단계에선 노동의 창조성이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경제의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해서라도 자본에서 노동주도형 경제로의 이행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노동자의 기업경영 참가를 통한 기업 소유-지배구조의 개편 △국제투기자본 통제 △노동자 고용의 국가책임제 등을 제시한다. 노동중심 국민경제는 통일 민족경제를 이뤄낼 때 완결성을 갖춘다. 통일 민족경제는 자립경제 자원 확보 등으로 경제 도약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대외경제협력의 외연도 확장시켜 준다는 게 이들의 평가다.
복지에 투자해 인적자본을 육성 사회투자국가론=진보 개혁진영에서 널리 거론되는 대안 모델이며,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천정배 의원,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등도 주창하고 있다. 이 담론은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가 1998년 처음 내놓았다. 전통적 복지국가의 위기와 이에 따른 신자유주의적 재편기를 거치면서 새로 등장한 경제사회 정책적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다. 이 담론의 핵심은 복지를 투자로 본다는 것이다. 결과의 평등보다 기회의 평등을 중시한다. 신자유주의의 무한경쟁과 지식기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는 인적자본이라고 본다. 한국 사회도 △노동시장 양극화와 빈곤층 배제 △급속한 저출산과 고령화 △여성경제활동의 변화 등 새로운 사회적 위험 구조가 출현하고 있어 사회정책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 경제가 혁신과 생산성 향상이 우선하는 성장단계로 가기 위해서라도 인적자본의 향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식노동자가 국민경제 성장 주도 사회연대국가론=민주노동당 두뇌집단인 진보정치연구소가 마련한 대안모델이다. 한국사회가 1997년 구제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노동·자본의 구조조정’과 ‘급속한 시장개방’에 따라 ‘저성장 구조’에 갇혀버렸다는 진단에서 출발한다. 800만명의 비정규직 중심 고용과 620만명의 영세자영업자 구조는 이를 잘 보여준다. 지식노동자가 국민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하이로드(high road)’형 성장 전략을 제시한다. 성장엔진을 지식 노동자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4대 핵심전략은 △똑똑한 노동자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주도해야 하고 △‘교육복지’ 강화로 미래의 성장잠재력을 육성하고 △재생에너지와 환경산업 육성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부유세, 사회복지세 등 ‘사회연대적’ 조세를 신설하는 것이다. 사회보험료를 돈 많은 이는 많이, 적은 이는 적게 부담시키되, 혜택은 똑같이 주는 ‘누진부담, 균등급여’를 통한 ‘복지동맹’ 구축을 내세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