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수도꼭지와 끼워놓은 분무꼭지 사이에
틈이 생겨
설거지를 할 때마다
옆으로 그 물길이 새어나왔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틈이어서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으나
점점 물이 튀어 더 이상은 그대로 사용할 수가 없게 되었다.
분무꼭지를 빼내고 사용하려고 하니 불편해서 설거지에 집중할 수가 없도록 되었다.
'수도꼭지 전체를 갈아야 하나 ?'하다가
분무꼭지의 고무바킹이 헐거워진 것을 알았다.
이미 늘어져서 탄성을 잃은 그 고무바킹은
다시 사용할 수가 없게 되어 있었는데도
여러번 다시 끼워 보다가 실패만 거듭했다.
집에 사 놓은, 바지가 헐거워질 때 갈아 끼우는, 노란 고무줄을 가지고
수도꼭지의 홈에 온 힘을 모아 감고 다시 꼭지를 끼우니
예전보다 더 단단히 수도꼭지의 몸체와 분무꼭지가 결합되고
물은 더 이상 새어나오지 않았다.
다시 설거지를 하면서..
요 며칠 동안 내가 그로 인해 설거지 할 때마다 매우 불편해 하느라
힘이 소모되었음을 발견했는데,
장애 없이 설거지를 하는 일이 매우 놀랍고 낯설게 여겨지기까지 한 것이었다.
영적인 일도 이와 마찬가지로
무엇인가 틈이 생겨 새어나가기 시작한다면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지만
창조적인 삶을 사는 데 필요한 힘이 소모되고
낭비된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그럴 때는 그냥 참고 나아갈 것이 아니라
그 헐거워진 틈을 단단히 막아
원몸체와 단단히 결합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었다.
원몸체와의 결합이란 그리스도와의 결합일 것이고,
그것은 교회의 심장인 그리스도의 사랑일 것이다.
사랑에서 관상과 사도직의 참된 소명을 찾은 성녀 소화 데레사처럼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참된 사랑으로 행한다면 위대한 업적이나 성과보다
주님 앞에는 위대한 가치가 되는 것이다.
사랑의 정신에 입각하여
물줄기가 새어나가도록
내 인생에 틈이 무엇인가를 살펴 보았을 때
판단하는 일이었다.
입으로는 판단하지 않드라도
마음으로 판단하는 일이었다.
사랑을 실천하는 첫 번째는
다른 사람을 부정적으로 절대 판단하지 않음으로 시작되어야 하는데
나의 어려움이 오면 나는 쉽게 판단하는 사고 구조를 지니고 있었고
이 시점에서 가장 먼저 그런 사고 구조를 철저히 변화시키는 일이 중요함을 알게 된다.
남을 판단하면 그로 인해 나도 판단받지 않을 수 없다.
그리스도는 모두의 구원과 성장과 완성을 바라시며
나의 창조적 삶을 살아감에도,
비방과 판단받음은 힘을 얻기보다는 의기소침에 빠지게 했듯이
내가 부정적이고 신랄한 시선을 가지고 남을 평가하고 판단할 때
이미 사랑할 바탕을 없애버리는 일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것이 중요하다
이웃에 대한 비우호적인 판단을 절대로 하지 않도록 되어야 한다.
대화 속에서 이웃을 절대로 비평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마음 속에서부터 판단하지 않도록 되어야 한다.
이웃을 불리하게 판단하기를 삼감으로써 나 자신도 그분의 관용을 얻게된다.
애정어린 생각을 갖는다는 것은, 판단하기를 삼감으로부터 시작된다.
수도꼭지의 물이 새어나가듯이
뭔몸체인 그리스도와의 결합을 단단히 하도록 해 주는 고무줄은
역시 사랑어린 마음 뿐이다.
"순수한 사랑에서 나온 가장 작은 행동이
다른 모든 업적을 합한 것보다
훨씬 더 교회에 유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