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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를 2003-2004 겨울리그 때부터 주욱 봐 왔습니다.
물론 국방의 의무 때문에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2007년 겨울리그가 시작하기 전까지 농구를 잠시간 못 보긴 했지만 여자농구에 대한 나름대로의 애정은 여전했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 사회에 있을 때는 겨울철에 경기장 가는 것을 절대 귀찮아 하지 않았고(공부나 다른 일에는 귀차니즘을 먼저 강조하는 저입니다.ㅋ) 어설프게나마 관전기랍시고 글을 써대는 것도 왠만하면 잊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지난 시즌까지의 이야기였습니다. 어김없이 2010-2011 여자프로농구 시즌이 다가왔지만 저는 나름 조금(!) 나이가 들면서 여자농구 분야에까지 덥쳐 온 귀차니즘과 올해 처음 맡는 교직에 관련된, 학기말에 밀려드는 교무업무 때문에 예전만큼 경기장도 잘 못 가고, 관전기 쓰기도 조금은 힘이 듭니다.
이런 저를 다잡고자 간만에 구리시체육관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갔다와서 한참이 흐른 지금 키보드에 손을 대어 글을 쓸려 합니다. 간만에, 그리고 예전과는 달라진 마음가짐으로 글을 쓸려니 왠지 글이 '허접'이 될까봐 겁부터 납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욕 먹기 전문인 접니다. 많은 분들의 욕과 거센 항의와 지적을 무릅쓰고 관전기 시작하겠습니다.
Come Back 'Upgrade 이경은'
이경은 선수가 3라운드 들어 코트로 돌아오기 전, 아시안게임 중국전을 봤습니다. 결승전 말이죠. 이경은 선수는 한 쿼터 가량 출전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실력이 뛰어난 중국 포인트가드(이름이 생각이 안 나는군요..ㅠㅠ)를 상대로 주눅들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경기를 보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응원소리를 높였습니다.
무엇보다 아시안게임에서 눈에 띈 것은 이경은 선수에 대해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있는, 턴오버 작렬의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아직까지 이경은 선수에게 이미선 선수같은 안정의 극을 달리는 운영을 국제대회에서 장시간 기대한다는 것은 조금 무리인 것 같습니다만, 아시안게임에서의 이경은 선수의 모습은 국내 프로리그에서 무언가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기대하게 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았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이번 경기에서 이경은 선수는 홈팬들 앞에서 그 기대에 대해 200프로의 모습을 보이며 부응했습니다.
1쿼터부터 이경은 선수의 득점은 팡팡 터졌습니다. 국민은행에서 맨 처음 이경은 선수를 막은 선수는 박세미 선수였는데, 이경은 선수는 신장의 차를 이용한 포스트 업을 써서 득점포를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박세미 선수도 힘이나 수비력에서는 달리지 않는 좋은 가드지만 이경은 선수의 다소 큰 신장에 대적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미선 선수한테 배웠구나.'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이미선 선수의 경기를 주욱 지켜보신 팬들이라면 이미선 선수가 포스트업을 적지 않게 써서 일대일 공격을 한다는 것을 잘 아실 겁니다. 이에 비해 이전의 이경은 선수는 주로 외곽슛이나 페넌트레이션(돌파)에 의한 공격으로 득점을 많이 올렸습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이후 이미선 선수에게 아시안게임 훈련 과정에서 '한 수 배운' 이경은 선수는 달라졌습니다.
이경은 선수는 포인트가드 포지션에서 나름 장신을 자랑하는 선수이기도 합니다. 각 팀의 포인트가드 중 이경은 선수보다 신장이 큰 선수는 우리은행의 박혜진 선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포스트 업 공격이 적지 않게 요구되곤 했었지만 본격적으로 선을 보인 것은 제 기억이 맞다면 아시안게임 이후부터일 것입니다.
장신 포인트가드가 포스트 업에 능할 때 효과는 호랑이에게 날개를 다는 효과입니다. 포인트가드 선수는 기본적으로 시야가 다른 선수에 비해 넓습니다. 그래서, 포스트 업을 하다 수비가 순간적으로 자신한테 몰리는 것을 놓치지 않고 동료 선수에게 킥 아웃하여 와이드 오픈 찬스를 손쉽게, 단번에 만들 수 있습니다. 비교적 확실한 일대일 공격루트에다가 어시스트률 상승 효과까지 오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경은 선수 포스트 업 공격 활발히 해서 득점과 동시에 어시스트 개수도 좀 늘렸으면 좋겠습니다.
박세미 선수로는 안 되겠다 싶어 정 감독님은 김영옥 선수를 내보내 이경은 선수를 봉쇄케 했습니다. 김영옥 선수는 비록 신장은 작지만, 수비 스피드 면에서는 박세미 선수와 비교가 안 되는 손 빠르고 발 빠른 선수입니다. 특히, 앞 선에서의 핸드 체킹이 이경은 선수를 매우 귀찮게 하더군요.
김영옥 선수가 이경은 선수의 발을 묶으니 국민은행의 수비 조직력이 살아났습니다. 특히 코트 사이드 부근에서 갑작스레 들어가는 여러 번의 변형 더블팀은 KDB생명 공격수들을 당황케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약팀은 턴오버가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KDB생명은 턴오버를 아주 적게 하더군요.
이경은 선수의 클라이맥스는 4쿼터 때였습니다.
자기한테 집중되는 대인 마크와 경기의 중요성 때문에 경기 중 단 1분도 쉬지 못한 탓에 지친 기색이 보였지만 결정적인 득점을 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특히, 두세명을 제끼고 레이업을 올리는 장면과 넘어지면서 성공시켰던 오른쪽 60도 3점은 구리시체육관에 모인 홈팬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지게 했습니다.
게다가 이 득점들은 국민은행의 추격세가 거세질 때 성공시킨 것이라 질적으로도 매우 평가할 만합니다. 강아정 - 김영옥 선수의 3점으로 국민은행은 치열한 승부를 끝까지 몰고 가려 했지만 이경은 선수를 경기 막판 막는 데 실패함으로써 승리를 내어 주게 되었습니다.
아마 정 감독님 숙소에 가셔서 비디오로 이경은 선수 플레이를 집중 탐구하실 것 같습니다.
중계 중에 차 위원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이경은 선수는 이번 시즌, 특히 아시안게임 이후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분명히 보이며 팀의 에이스 가드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선수의 팬이기도 하지만 만약 이 선수의 팬이 아니더라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많은 분들이 인정하실 것이라 확신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다음 경기에서 기대하는 것은 '득점보다는 게임의 묘수 찾기와 어시스트'입니다. 포인트가드가 최다 득점을 올린다는 것은 팬들을 즐겁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포워드 진의 득점이 안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가장 바람직한 스토리는 포워드 진의 고른 득점과 가드 진의 안정된 운영 그리고 센터 진의 상대를 압도하는 리바운드가 조화를 이루는 스토리입니다.
아마 오늘 수많은 득점을 올린 이경은 선수도 기쁘겠지만 한켠으로는 '내가 많이 넣는 것 보다는 포워드 언니들이 많이 넣었어야 더욱 좋았는데'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경은 선수의 마인드는 '득점 마인드'가 아니라 '포인트가드 마인드'이니까요.
조직력 넘쳐도 '에이스' 없이는...
이번 경기는 국민은행이 큰 것을 잠시(?) 잃은 경기이기도 합니다.
변연하 선수가 2쿼터 말 한채진 선수와의 충돌로 팔 부상을 당했습니다. 정 감독님은 당황한 모습을 겉으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어이쿠야' 했을 것입니다. 장기로 봐서 변연하 선수의 부재는 '차'를 뗀 것과 같습니다.
국민은행은 정 감독님의 취임 이후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줄곧 보여 왔습니다. 특히 조직력 부분에서 확실히 높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방금 말씀드렸지만 상대를 괴롭히는 더블팀 수비 기획 능력에서는 정 감독님을 따라잡을 감독님은 많지 않습니다. 공격에서도 예전에 변연하 선수만 찾던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지고 시야가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조직력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만들어가고, 이것에 결정력을 안겨주는 에이스의 존재도 중요합니다. 이번 경기 상황을 보아도, 변연하 선수가 끝까지 있었다면 정말 모를 경기였습니다. 1라운드 경기 때 구리시체육관에서 변연하 선수의 킬러 본능은 국민은행에게 승리를 가져다 주었고 이 모습이 이번 경기에서 안 나오리라는 법은 절대 없으니깐요.
여기까지는 많은 분들이 아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변연하 선수에 대해 개인적으로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수비에 있어서도 핵심 선수라는 것입니다. '아니 그렇게 공격력이 좋은 선수가, 국대 에이스 공격수 선수가 무슨 수비?'라는 분들도 있겠지만 변연하 선수가 코트 위에 있을 때와 없을 때의 팀 리바운드나 수비 조직력은 차이가 납니다.
변연하 선수의 퇴장 이후 강아정 선수가 주로 변연하 선수의 역할을 했습니다. 물론 힘도 좋고 슛 타이밍도 빠르고 이번 국대에서 좋은 것을 많이 배워 온 뜨는 별인 강아정 선수지만 변연하 선수에 비해 수비력이 달립니다. 특히나, 조은주 선수를 막을 때 팀 디펜스를 잘 이용못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변연하 선수보다 발이 느려 공수 전환에서 팀 조직력에 다소 못 따라간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김영옥 선수는 이번 경기에서 역시나 공수에서 많은 활약을 펼쳤지만 변연하 선수 없이는 힘에 부쳤습니다. 4쿼터에 국민은행에게 필요했던 것은 변연하 선수나 김영옥 선수의 폭발적인 득점력이었습니다. 이는 두 선수가 모두 코트에 있을 때 이루어지기 쉬운 법인데 한 명이 빠져버리니 이루어지기가 힘들었습니다.
오늘 기사를 보니 국민은행은 이런 힘든 일정을 6주 이상 계속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전술과 조직력에 능한 정 감독님이라 크게 걱정은 되지 않지만 결정적일 때 쓸 확실한 카드가 없어진 이상 고전이 예상됩니다. 특히, 상위권 팀들과의 대결에서 고전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입니다. 왜냐하면 상위권 팀이 상대일수록, 상대가 어려워질수록 잘하는 선수가 바로 변연하 선수였기 때문입니다.
두 팀 맴버들 흠 '함부로' 잡아보기
홍현희 선수는 KDB생명으로의 이적 이후 분명 우리은행 시절과는 180도 달라지며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눈여겨 볼 부분은 수비 부분인데 리바운드가 매우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자신감이 붙어 부상후유증에서 벗어나 주어진 시간동안 자신의 몫을 확실히 해내고 들어옵니다. 그래서인지 신세계로 간 강지숙 선수의 빈 자리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흠도 한 가지 있습니다. 포스트 수비 부분에서인데요. 홍현희 선수는 김계령 선수와 더불어 190 이상되는 국내 장신 센터입니다. 그러기에 팔을 위로 벌이면 상대 센터가 득점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팔을 위로 벌이는 홍현희 선수의 모습은 이번 경기에서 너무 드물게 나왔습니다.
정선화 선수나, 김수연 선수를 수비할 때 한 팔로는 등을 받치고 다른 한 손은 높이 들어 슛 코스를 차단해야 합니다. 물론 파워에서 다소 밀리겠지만 밀려도 팔을 높이 벌리면 자리를 어느 정도 이 선수들이 차지한다 해도 득점하기 쉽지 않습니다. 다음 경기부터는 자주 팔을 높이 드는 홍현희 선수를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김보미 선수의 예전같지 않은 외곽슛 능력도 조금은 맘에 걸립니다. 지난 두 시즌동안 김보미 선수는 엄청난 발전을 하여 결국 국대까지 가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이에는 허슬 플레이도 많은 몫을 했겠지만 더 결정적인 부분은 확 늘어난 외곽 득점입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 김보미 선수의 폭발적인 모습을 저는 거의 보지 못했으며(경기를 너무 적게 보아서 그런가요..;;) 기사에서도 김보미 선수에 대한 글은 거의 눈에 띄지 않습니다.
슬럼프?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경기에 임하는 김보미 선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입니다. 특유의 이 마인드로 하루빨리 지난 시즌같은 폭발적인 득점력 많이 기대합니다.
아...한채진 선수도 이번 경기에서 슛이 저조했네요...
박세미 선수와 장선형 선수의 이번 경기에서의 모습도 아쉬웠습니다.
박세미 선수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차후에 국대 서브 가드로 뽑힐 만한 재원입니다. 작은 신장이지만 밀리지 않은 파워와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득점력, 그리고 넓은 시야와 넓은 가슴(자신감)을 가진 박세미 선수인데 이번 경기에서의 주눅 든 모습은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물론 포스트 업 상황에서 실점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한 만큼 충분히 갚아낼 수 있는 선수가 박세미 선수입니다. 특유의 파워넘치고 스피드넘치는 페넌트레이션이, 투지넘치는 게임운영이 박세미 선수에게 너무나 그립습니다. 자신을 바라는, 자신이 바라던 좋은 팀으로 이적했으니 이런 모습 앞으로 많이 기대합니다.
'시드니의 영웅' 중 한 명인 장선형 선수의 모습도 이번 경기에서 못내 아쉬웠습니다. 팀의 정신적 지주, 팀의 성실한 기둥이 바로 국민은행의 장선형 선수입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몇 번의 와이드 오픈 찬스에서 번번히 링을 외면하는 장선형 선수의 슛에 저와 여러 분들은 '세월의 무서움'을 지금 논해야 할까요.
가끔 나와 노련한 플레이와 결정적인 슛 감각으로 많은 득점은 아니더라도 팀의 '쏠쏠한 기둥'으로 거듭나는 '시드니의 영웅', '기네스펠트로' 장선형 선수의 모습이, 국민은행 팬들 뿐 아니라 많은 여자농구 팬들에게는 간절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무리 세대 교체의 시기라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셔도 이렇게 성실한 선수가 빛이 나야 세대 교체의 대상인 젋은 선수들이 많이 보고 많이 배울 수 있습니다.
KDB생명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수건을 응원도구로 관중들에게 주더군요. 오늘 처음 수건을 받았는데 '나이스'했습니다.ㅋ 종이에 싸인을 받는 것보다는, 수건에 싸인을 받는 것이 보관하기에 용이하고, 가치도 더욱 높아지기 때문입니다.(제 개인적인 생각엔 말이죠) 고급스럽지 않습니까. 종이보다는요...
세 선수에게 싸인을 받았습니다. 2008년도부터 나름 '충실한' 팬으로 활동하고 있는 동갑내기 김진영 선수(뛰는 거 보고 싶었는데..;;). 언제나 팬들에게 매너좋고 친절한 김보미 선수, 그리고 저에게 이번 경기에서 많은 볼거리를 제공해 준 이경은 선수, 깔끔한 수건에 KDB생명팀에서 가장 좋아하는 세 선수에게 싸인을 받으니 홍천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지더군요.^^ 감사합니다.
오늘 관전기는 예전 관전기에 비해 주관적인 감정이 많이 들어간, 흠이 많은 관전기입니다. 앞에서 말한 대로 '허접대기'에 가까운 것 같네요. 이제 겨울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ㅋㅋ 앞으로 방학 동안은 조금 한가하니 오늘 구리시체육관에서 다시 찾은, 예전 몇 년 간의 여자농구에 대한 나름의 애정과 관심을 바탕으로 훨씬 좋은 글 쓸 것을 약속드리며 글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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