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한(안재모)을 만난 하야시(이창훈)가 앞으로 잘지내보자고 제안하자 두한은 일본 사람이라면 이가 갈린다며 종로를 넘보지 말라고 경고한다. 하야시는 두한이 자신의 호의를 무시하자 생각보다 그릇이 작다며 안타까워한다. 두한을 만나고 돌아온 하야시는 김두한을 완벽히 제압할 수 있는 인물을 찾다 일본 유도대회에서 7연패를 한 마루오까(최재성) 경부를 생각해낸다.
김무옥(이혁재)은 와싱턴(김세준) 문제로 시바루(이세창)와 대결하지만 처참하게 무너진다. 이를 뒤늦게 안 나미꼬(이세은)는 경솔했다며 시바루를 나무라고 두한을 찾아가 사과한다. 두한이 당장 종로를 떠나라고 단호히 말하자 나미꼬는 떠날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선다.
두한은 박인애(정소영)에게 금반지를 건네며 정식으로 청혼한다. 인애 부(김기현)는 딸이 두한을 계속 만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외출금지령을 내린다. 박인애는 아버지한테 두한이 우미관의 주먹패 오야봉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는다.
한편 종로 떠나는 문제를 놓고 시바루는 김두한과 의견 일치를 보지못하자 대결을 신청하는데….
씬 1 사쿠라
지난 회와 연결된다. 하야시가 두한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일순 당황한 기색을 보였던 두한은 이내 평정을 되찾고 덤덤한 표정으로 하야시를 보고 있다.
하야시 우리가 정말 처음 만나는 것이 맞소?
두한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거요?
하야시가 계속해 의문스러운 눈으로 두한을 본다.
하야시 (E)만난 적이 있어, 분명히... 한데.. 도무지 기억이 나지가 않아.. 기억이....
두한 (나직하지만 강하게) 이보시오, 하야시 오야붕...
하야시 아, 아니오. 미안하게 됐소.
두한 ...
하야시 내가 다른 사람과 잠시 착각을 한 모양이오. 결례를 용서하구려. 허허허.
두한 ...
하야시 아사히마찌 일은 참으로 유감이오. 서로 좋게 해결할 수도 있었던 일이었는데.. 하지만 어차피 다 지난 일이겠고...
두한 종로를 침범한 건 당신들이었소.
하야시 (빙긋 웃고)다 지난 일이라 하지 않았소? 그 일을 따지려고 보자고 한 것이 아니요. 서로 이웃해 있는 처지에 인사도 없이 지낼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소? 앞으로 잘 지내봅시다.
두한 난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하야시 ...?
두한 당신과 우리는 적이오.
하야시 적이라...(사이)그럴 수도 있겠지. 허나 마음만 달리 먹으면 하루 아침에 적이 동지가 되기도 하는 법이요.
두한 난 일본 사람이라면 이가 갈리는 사람이오.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요. 그리고 경고하건대 종로를 넘보지 마시오. 난 구마적 형님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명심하시오
하야시 허허... 생각보다 그릇이 작은 사람이구만. 호의를 어찌 그렇게 받는단 말인가?
두한 언젠가는 혼마찌에서 당신들을 몰아낼 거요. 혼마찌 역시 조선땅이니까.
나미꼬...?
하야시 용감한 건가... 아니면 생각이 모자란 건가? 그런 일이 과연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하하하.
하야시가 웃자 일본패들도 따라서 웃는다. 종로패들의 눈에서는 불꽃이 튄다.
김무옥 쩌것들을 그냥...
문영철... (주먹을 불끈 쥔다)
두한 난 할 말을 다했소. 더 할 이야기가 없다면 그만 일어나 보겠소. (일어서려 하는데)
하야시 잠깐...
두한 ....?
하야시 저 문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그야말로 적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곧 종로패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나미꼬 ...!
두한 (미소) 누구 맘대로..?
하야시 잘 생각해라 김두한.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다.
두한 이야기는 끝난 것 같은데... 도전은 언제든 받아주지. 기다리겠다, 하야시.
두한이 일어나 나간다. 두한의 부하들이 눈을 부라리며 하야시들을 노려보고 그 뒤를 따라 나간다.
가미소리저, 저런 무례한 자를 모았는가? 감히 누구에게...?
하야시...
가미소리 오야붕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당장 저 자들을 쓸어버리겠습니다.
하야시 흥분하지 마라, 가미소리. 종로는 이제 우리 손에 들어온 거나 다름이 없다.
가미소리 ...예...?
모두들 놀라는 표정이다.
하야시 생각보다 김두한은 대단한 자가 아니었어. 강하면 부러지기가 쉬운 법이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겠어.
나미꼬 ...?
하야시의 의미심장한 미소에서...
씬 그 밖 (밤)
두한을 필두로 종로패의 사내들이 몰려나오고 있다.
김무옥 워매 속이 다 시원하다 잉.. 두한아 참말로 끝내줘 부렀다.
문영철 그래, 정말 통쾌했다, 두한아.. 역시 넌 우리 오야붕이야..
두한 ...
개코 대단할 줄 알았는데 별거 아니더라. 하야시 말이야.. 꼭 기생오래비 같이 생겨가지구서... 킥킥...
번개 맞아요. 가까이서 보니까 샌님두 그런 샌님이 없더라니까요.
김무옥 근데... 한 주먹거리도 안될 것 같은 놈이 아니 어떻게 오야붕이 됐을까잉?
김영태 그래서 더 두려운 거다. 주먹도 없이 그 자리에 올랐다는 건 다른 뭔가가 있다는 것이야. 아주 대단한 뭔가가 말이야...
두한 ...?
씬 아사히마찌 사무실 안
두목 다나까가 초조한 듯 연신 담배를 빨아대고 있다. 잠시 후 노크소리가 들려온다.
다나까 들어와..
야쿠자1이 들어와 고개를 숙인다.
다나까 어떻게 됐나?협상은?
야쿠자1 그게... 안타깝게도 결렬되고 말았습니다.
다나까 뭐, 겨, 결렬? 그게 무슨 소리야, 결렬이라니? 그럼 아편은, 아편은 어찌 되는 것인가?
야쿠자1 아편은 종로패 놈들이 이미... 불태워버렸다고 합니다.
다나까 태, 태워? 아편을 태웠어? (넋이 나간 듯) 이런 미친 자들을 보았나? 그게 얼마짜린데.. 황금보다 귀한 아편을 태우다니... 김두한 이 놈을...! (분을 억제하며) 하야시, 하야시는 이제 어떻게 하겠다고 하던가?
야쿠자1 그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질도 없었습니다.
다나까 뭐야?
야쿠자1 아무래도... 이번 일을 조용히 덮어버릴 작정인 것 같습니다.
다나까 덮다니.. 누구 맘대로?
야쿠자1 하야시는 애초부터 우리 일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저 마지못해 돕는 시늉만 했을 뿐입니다.
다나까 ...(이를 갈며) 하야시... 쥐새끼 같은...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친다.
다나까 좋아.. 그렇다면 우리 힘으로 응징할 수밖에.. 지금 당장 부하들을 소집해라.단 한 놈도 빠짐없이 말이다!
야쿠자1 고정하십쇼, 오야붕. 지금 우리의 조직력으로 종로패와 맞서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더구나 김두한은...
다나까 필요없어. 닥치고 시키는대로 해!
야쿠자1 오야붕, 지금 우리에게 다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종로패를 응징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일에 대한 본토의 문책을 어떻게 피하느냐가 아니겠습니까?
다나까 ...?
야쿠자1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을 하야시에게 떠넘기셔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조직이 살 수 있습니다. 하야시가 이번 일에 소극적인 것이 오히려 우리에게는 잘됐습니다. 책임을 덮어씌울 수 있는 좋은 구실이 아니겠습니까?
다나까 음... 듣고 보니 그렇구만... 일리가 있어...
야쿠자1 ...
다나까 내가 중요한 문제를 잊고 있었어. 그래 지금은 중요한 것은 복수가 아니지. 내가 하야시를 직접 만나야겠구만... 만나서 책임의 소재를 확실히 해둬야겠어.
다나까가 고개를 끄덕이며 의미심장하게 웃는다.
씬 혼마지깡 외경 (밤)
정적이 감돈다. 야쿠자들이 곳곳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씬 동 욕실
햐얀 수증기가 가득하다. 하야시가 알몸으로 나무로 된 욕조에 앉아 지그시 눈을 감고 있다. 그의 부인 사야꼬가 곁에서 천천히 하야시의 등에 뜨거운 물을 끼얹어 주고 있다.
하야시 (E)이상한 일이야.. 김두한을 만난것은 오늘이 처음인데 왠지 낯설지가 않다니... 언제, 어디에서 마주쳤을까...? 어쨌든 느낌이 좋지가 않았어. 그 눈빛 말이야. 분명히 좋은 만남은 아니었던 것 같아...
고개를 저으며 다시 눈을 감는다.
사야꼬 종로는 정말 오랜만이셨죠?
하야시 ...앞으로는 자주가게 될 거요.
사야꼬 가신 일은 잘 되셨나요?
하야시 ... 당신이 바깥일도 다 묻고.. 웬일이오?
사야꼬 (미소) 나미꼬가 오늘 만나신 그 분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아서요. 어떤 사람이예요?
하야시 ....?
씬 동 침실
차를 따르는 사야꼬. 그녀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사야꼬 나미꼬는... 사내답고 순수한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당신이 보기에도 그랬나요?
하야시 (차를 마시며) 처제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오. 당신 가문에 조선 사람은 나 하나로도 충분하오.
사야꼬 저도 그게 마음에 걸리긴 했어요. 하지만 당신처럼 훌륭한 사람이라면 아버지도 허락을 하실거예요.
하야시 ...
사야꼬 당신을 만나고부터 조선인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조선 사람이면 다 불령선인들인 줄만 알았거든요. 바보같이 말이에요.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요. 제가 만난 조선 사람들은 다들 순진하고 착한 사람들이었어요. 물론 (금고에 시선이 가며) 그렇지 않은 사람도 더러 있었지만요.
하야시도 금고를 보다가 찻잔을 내려놓는다.
하야시 피곤하구만.. 그만 자야겠소...
하야시가 일어나 곁에 깔려 있는 이불로 간다. 사야꼬가 그런 하야시를 잠시 보다가 찻상을 밖으로 내간다. 하야시는 잠을 청하려는 듯 눈을 감고 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사야꼬 (E)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더러 있었지만요..
갑자기 하야시가 눈을 번쩍 뜬다. 그리고 다시 벌떡 일어나 앉는다. 하야시가 고개를 홱 돌리면 그의 시선에 금고가 들어온다.
씬 인써트
연이어 짧게 스쳐가는 복면을 한 김두한의 눈빛. 금고에서 돈을 꺼네 건네던 사야꼬. 그리고 사쿠라에서 만난 김두한의 모습들...
씬 다시 방안
하야시의 눈빛이 예리하게 빛나고 있다.
하야시 그래... 바로 그 자였어...김두한...네놈이었구나..
사야꼬 (안으로 들어와 의아하게 본다)...?
하야시 (실소를 터뜨리고는)그래서 낯이 익었던게야.. 그래서...
사야꼬 ...무슨 일이세요...?
하야시 참으로 맹랑한 자가 아닌가? 감히 이 하야시의 집을 털다니... 하긴 그만한 배짱이 있었으니까 종로의 오야붕이 됐겠지. 어쨌든 아주 재미있게 됐구만..
사야꼬 ...?
하야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다.
씬 고노예의 집 거실
고노예와 나미꼬가 마주 앉아 차를 들고 있다.
고노예 그래... 그 일은 할만 한 게냐?
나미꼬 예. 아주 재미있어요.
고노예 쯧쯧쯧. 일을 재미로 하다니... 이제 좀 철이 드는가 싶었더니 아직 멀었구나...
나미꼬 재미가 있어야 일도 잘되는 거 아닌가요?
고노예 (웃으며)하여간 말은 잘하는구나. (사이) 한데 웬 일이냐? 요즘 통 집에 오지 않던 녀석이...?
나미꼬 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왔죠. 아버지는 제가 안보고 싶으셨어요?
고노예 그런 거 말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냐?
나미꼬 ...
고노예 네 얼굴에 다 쓰여 있어.. 어서 말해봐.
나미꼬 아버지께 부탁드릴 말씀이 있어요. 들어 주실 거죠?
고노예 허허허.. 이렇다니까.. 무슨 일인지 이야기는 들어봐야지..
나미꼬 오늘... 형부가 종로의 오야붕을 만나셨어요.
고노예 ....?
나미꼬 형부는 종로와 협상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깨끗하게 거절을 당하고 말았어요. 그런데 형부는 오늘의 만남이 종로에 대한 마지막 배려라고 하셨어요.
고노예 그래서?
나미꼬 아버지께서 형부를 만나주세요. 종로와 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아버지께서도 예전에 대남의 포부로 종로를 대하라고 형부에게 말씀하셨잖아요?
고노예 네 형부는 인내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렇게 까지 가게 된 데에는 뭔가 까닭이 있을 게야.
나미꼬 피를 흘리면서까지 종로에 진출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고노예 나는 늘 종로 진출에 관한 일은 신중을 기하라고 했다. 네 형부도 그것을 잘 알고 있고... 물론 싸우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허나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는 것이야.
나미꼬 하지만 아버지...
고노예 나는 네 형부를 믿는다. 절대로 경솔하게 일을 그르칠 사람이 아니야.
나미꼬 ...
고노예 어쨌거나... 네 형부가 하는 일에 필요 이상으로 나서지 말거라. 너는 네가 맡은 일에만 충실하면 되는 것이야. 알았느냐?
나미꼬 ...
나미꼬의 심각한 표정에서 디졸브되면...
씬 잡지사 외경 (아침)
씬 동 잡지사 안
최동열이 원고들을 훑어보고 있다. 직원1이 그 옆에 서 있다. 최동열이 한숨을 쉬며 원고를 덮는다. 겉장에는 '아리랑' 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최동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야.. 우리 영화계에 없어서는 안 될 천재가 요절을 했어.
직원1 그렇습니다. 서른 다섯의 나이에 정말 아깝게 갔습니다. 얼마전에 '아리랑'을 발성영화로 다시 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갈 줄은 몰랐습니다.
최동열 나운규의 작품세계를 조명해 보려고 한 기획이 졸지에 추모글이 되어버렸구만.. (원고를 건에주며)오늘 중으로 인쇄소에 넘겨야 하니까 빨리 교열을 보도록 하게.
직원1 예.
최동열 (직원2에게)그리고... 만해 스님의 글은 어떻게 됐나?
직원2 예, 다 끝냈습니다. 우리 불교가 일본화 되는 것을 아주 통열하게 꾸짖으셨던데요.
최동열 그런가? 자..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았네. 모두들 서두르자고...
직원들 예.
씬 우미관 외경
씬 동 안
두한과 김영태, 정진영이 모여있다.
김영태 이제 올 데까지 온 것 같네. 하야시가 직접 나선 것은 최종적으로 두한이의 의중을 확인하려고 한 것일세.
두한 그럼 이제 내 생각을 확실히 알겠군요.
김영태 뭔가 후속조치가 있을 거야. 그런데 그게 뭔지 모르겠단 말이야. 전면전은 아직 아닌 것 같고...
두한 뭐가 됐든 상관없습니다.
김영태 하야시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되네.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었어.
정진영 저도 그렇게 보았습니다. 이전에 두한이가 싸웠던 구마적이나 신마적 형님들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영태 형님 말씀대로 그래서 더욱 두려운 사람인 것 같습니다.
두한 그래봤자 쪽바리패 두목일 뿐이야. 걱정할 것 없어. 그건 그렇고 영태 형님...
김영태 ...?
두한 오후에 특별한 일이 있습니까?
김영태 뭐... 특별한 일은 없지. 한데 그건 왜 묻나?
두한 가볼 데가 좀 있어서요. (일어나며)그럼 일어나시죠. 한바퀴 돌아봐야겠습니다. 근데 애들은 다 어디 갔습니까?
김영태 글쎄... 다방에라도 간 것이겠지. 아이들에게 찾아보라고 하겠네.
두한 아닙니다. 됐습니다. 그냥 우리끼리 돌아보죠. 가시죠.
그들 그렇게 나간다.
씬 당구장
담배 연기가 가득한 그곳에서 김무옥과 문영철이 당구를 치고 있다. 그리고 그 한쪽에서는 번개와 개코가 당구를 치고 있다. 문영철의 뒤에는 후배인 성식이 굳은 자세로 서있다. 그런 성식의 모습이 거슬리는 듯 김무옥이 힐끔힐끔 보다가...
김무옥 야...아그야..
성식 (무표정하게) 저 말씀이십니까?
김무옥 그려... 자세 좀 풀고 편히 좀 앙거 있어라. 어디 숨 막혀서 다마치겄냐?
성식 (더욱 자세가 굳으며) 괜찮습니다. 전 이게 편합니다.
김무옥 누가 너 땜시 그러냐? 나가 답답혀서 그러제.
문영철 내버려둬.. 원래 그런 녀석이야.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녀석이라구. 나도 그런 점이 좋아서 부른 거지만...
김무옥 허긴... 영철이 니 종로에 처음 왔을 때하고 판박이랑께..
문영철 근데... 너 쫓아다니는 그 녀석은 왜 안 보여?
김무옥 아... 영근이... 심부름 쪼까 보냈는디.. 이 자슥이 영 함흥차사구만..
말이 무섭게 무옥의 후배인 영근이 담배를 들고 들어온다.
영근 (담배 건네며) 여기... 사왔습니다, 형님.
김무옥 (심드렁하게)그려.. 수고혔다.
영근 수고는요... 뭘...헤헤헤.
영근은 느물거리며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는다. 김무옥의 눈에는 영근과 성식이 대조되어 보인다.
김무옥 아야... 누가 앙그라고 혔냐?
영근 예...?
김무옥 (성식을 가리키며) 너도 쟈처럼 자세 잡고 똑바로 서 있으란 말이여.
영근 예? (김무옥의 옆으로 흐물거리며 다가와) 에이, 형님두... 갑자기 왜 그러세요.
김무옥 어이구... 차라리 괭이새끼한테 체조를 시키제.
씬 그 다른 쪽
번개가 개코에게 당구를 가르치고 있다. 처음 치는 당구라서 개코의 폼은 무척이나 서툴고 우스꽝스럽다. 번개가 곁에 붙어서 지도하지만 개코는 계속 실수 연발이다.
번개 아.. 정말 답답하네.. 아 큐걸이를 여기 다이에 딱 붙이란 말이요. 이렇게... 그리고 가볍게 손목으로 툭 치는 거여. 툭..
번개는 능숙하게 시범을 보인다. 개코는 그저 놀랍다는 표정이다.
번개 봤수..? 이제 알았수?
개코 아, 알았어..(다시 자세를 잡으며)이렇게..?
번개가 당구공을 쉽게 놓아준다. 그러나 개코는 여전하다. 또다시 소위 말하는 '삑사리'가 나서 당구공이 맥없이 옆으로 데굴데굴 구른다. 문영철도 웃으며 안되겠다는 듯 도리질을 친다.
번개 정말 둔해도 너무 둔하네. 아.. 이게 그렇게 안되나?
개코 (큣대 팽개치며) 나 안쳐! 안친다구. 야... 다 그런거지. 처음부터 잘 치는 놈이 어딨어? 새끼가... 다마 좀 친다구 뻐기기는...
번개 누가 뭐랬어요? 괜히 삐져가지구선...
개코 뭐 임마!
김무옥 그만들 혀라. 그러다 싸우겄다.
그때 와싱턴이 당구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다. 문영철이 그 모습을 보았다.
문영철 와싱턴 형님 아니야?
모두들 돌아보면... 와싱턴이 그 쪽으로 다가온다.
와싱턴 다들 여기에 있었구만...?여기 아니면 요 앞 다방이라고 생각했는데 딱 맞췄구만...
김무옥 아 방구석에서 낮잠이나 자랑께 뭣땀시 또 나와부렀소?
와싱턴 좀이 쑤셔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나두 좀 쳐볼까?
와싱턴이 콧노래를 부르며 큣대를 고르다가 맘에 드는 것을 집어든다.
와싱턴 요놈이 괜찮겠구만...
문영철 괜찮겠소?
와싱턴 이제 다 나았네.. (초크를 칠하며) 그래 다마들은 좀 치나...?
김무옥 그러는 성님은 얼매나 치시오?
와싱턴 조금 치는 정도지 뭐. 그럼 한번 쳐볼까?
와싱턴이 자세를 잡고 큐를 쭉 뻗어본다.그 모습에서 장면 전환되면... 와싱턴의 신묘한 당구솜씨가 계속해 펼쳐진다. 김무옥은 이게 아닌데 하는 표정이고, 개코는 그저 경탄스러운 표정으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문영철과 번개도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나 당구를 치는 와싱턴의 모습은 진지하기만 하다. 드디어 마지막 쿠션을 성공시키도 와싱턴이 비로소 미소를 짓는다.
와싱턴 오늘 따라 운이 참 좋구만...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김무옥이 벌레 씹은 표정을 지으며 마지 못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당구대에 놓는다. 문영철도 마찬가지다.
문영철 잘쳤수.. 오늘 아주 좋은 구경했소.
와싱턴 고맙네..
그 돈을 주워 입맞춤하는 와싱턴의 모습에서...
씬 다방 외경
김무옥 (E)고것이 운이요? 사기다마제..
씬 동 다방 안
와싱턴과 김무옥들이 모여 차를 마시고 있다. 김무옥은 여전히 뽀로퉁해 있다.
김무옥 아 안그렇소? 고것이 어디 3백 다마요? 오백, 아니 천은 놓고 쳐
야 맞을 거요. 안 그냐, 영철아?
문영철 그건 무옥이 말이 맞는 것 같수. 나두 어지간한 실력은 아닌데 몇 번 쳐보지도 못하고 끝나지 않았소?
와싱턴 허허허... 이거 왜들 이러시나. 그저 운이 좋아 잘 맞았을 뿐이라니까...
김무옥 끝까지 우릴 속일 생각이요? 솔직히 말해 보씨요. 딱 까놓고 다마수가 맻이요?
와싱턴 허허허 이거야.. 알았네. 이 커피값은 내가 내겠네.. 아니 이럴게 아니라 어디 가서 술이나 한 잔 하는 게 어떻겠나? 내가 근사한 곳에서 한 잔 사겠네.. 그럼 되겠지?
김무옥 그 돈이야 우덜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고.. 나가 궁금한 것은...
문영철 그만 해라, 무옥아.. 앞으로는 좀 더 놓고 치시겠지. 그러실 거죠, 형님?
와싱턴 아우님들이 정 그렇다면야 뭐... 허허허..
김무옥 ...
번개 솔직히 아까는 정말 놀랬어요.그렇게 잘치는 다마는 처음 봤거든요. 지금까지 당구만 치고 살았어요?
와싱턴 허허.. 아우님들이 진짜 고수들이 치는 걸 못봤구만.. 상하이에는 그야말로 다마의 신들이 즐비한데 말이야..
개코 정말이요? 그럼 와싱턴 형님보다 더 잘 치는 사람도 있어요?
와싱턴 물론이지.. 나는 그에 비하면 새발의 피일세.
개코 우와.. 그럼 얼마나 잘치는 거야.. 상하이라는 곳이 대단하긴 대단한 모양이네요.?
와싱턴 그럼.. 상하이는 정말 매력적인 도시일세.. 그곳엔 낭만이 있고, 아름다운 여인들이 거리에 넘쳐난다네..여기 종로는 댈 것도 아니지..
거기까지 말하고 와싱턴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개코는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이다.
와싱턴 내가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줄까?
개코 (바싹 다가 앉으며)뭔데요?
와싱턴 내가 상하이에 있을적의 일인데... 그게 언제였더라... 아무튼 내가 댄스에 미쳐가지고 돌아다닐 때였던것 같네..
김무옥 때, 땐스라고라우? 춤 말이요? 하여간 골고루 하셨구만..
와싱턴 이래뵈두 내가 싸움 빼놓고는 못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 아닌가? 뭐, 그건 그렇고... 하루는 말일세, 그 날도 난 여지없이 상하이에서 제일 잘나가는 댄스홀에 가서 춤을 추고 있었네. 그런데 어떤 여자 하나가 자꾸만 내 주위를 돌면서 추파를 던지는 것이 아니겠나?
개코 그래서요?
개코는 물론이고 김무옥도 와싱턴의 얘기에 슬슬 빠져드는 눈치다. 그 모습들을 확인하고는...
와싱턴 가슴이 아주 볼만한 로스케 여자였네. 벌써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만.. 이름이 아마... 나타샤였을거야. 아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여자가 말일세..
문영철 난 그만 일어나봐야겠다. (일어난다)
김무옥 으딜 갈라고?
문영철 애란이한테 간다. 그래도 명색이 내가 애인인데 달래주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김무옥 그려..욕보드라고.. (영철이와 성식이 나가면) 그려서, 알고보니 그 여자가 어쨋다는 거요? 계속해보씨요..
씬 장충단 공원
여기저기 연인들이 걷고 있다. 애란이 토라진 듯 앞서가고 문영철은 슬슬 뒤를 따른다. 그리고 저만큼 떨어져서 성식이 서성거리고 있다.
문영철 언제까지 이렇게 숨바꼭질만 할 거야?
애란 흥...누가 뭐 따라오랬나?
문영철 이럴 거면 뭐하러 나왔어?
애란 부르니까 나왔죠.
문영철 ....(헛웃음만) 이제 그만 좀 해라.. 니 일도 아닌데 왜 니가 더 난리냐?
애란 뭐라구요?
문영철 사실이 그렇잖냐? 화를 내도 낼 사람은 설향인데...
애란 설향이가 남이예요? 나한테는 친동기간 같은 애라구요. 그리고 영철씨도 이제 못믿겠다구요.
문영철 도대체 뭘?
애란 몰라서 물어요?
문영철 난 너 밖에 없다. 알면서 왜 그래?
애란 말이야 무슨 말을 못해?
문영철 너 정말 이럴 거야? 계속 그러면 나 화난다.
애란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구 했어요. 두한 오라버니가 그러고도 잘 될 것 같아요?
문영철 그 이야기는 그만하라고 했잖아!
애란 어떻게 그만 해요? 설향이 마음이 어떨지 생각이나 해봤어요? 봐요, 영철씨도 남자라고 두한오라버니 역성만 들고 있잖아요. 그래서 영철씨도 못믿겠다는 거예요.
문영철 됐다. 그만 두자.. 너하고 이런 얘기나 하고 있는 내가 한심하다.
문영철이 돌아서 가버린다. 그렇게 토라져 서 있던 애란이 돌아본다.
애란 영철씨...영철씨...?
그러나 문영철은 돌아보지도 않고 간다.
애란 야 문영철...그렇다고 그냥 가면 어떻게 해?
씬 권번 뒤뜰
따사로운 햇살이 내려쬐는 그곳에 설향이 넋이 나간 듯 앉아 있다. 그녀의 시선은 아주 먼 곳을 향해 있다. 잠시 후, 권번선생이 조용히 나타나 그런 설향을 잠시 동안 보고 있다가 다가온다.
설향 어... 어머니...?
권번선생 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게냐?
설향 볕이... 너무 좋아서요.
권번선생 ...설향이 네가 진짜 기생이 되려는가 보구나.
설향 ...?
권번선생 가슴 속에 한이 쌓이지 않고서야 어찌 제대로 된 기생이라 하겠느냐?
설향 ...
권번선생 (편지를 건네며) 네 앞으로 왔더구나.
설향이 받으면, 권번선생은 말없이 사라진다. 설향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편지를 본다. 일본에서 정운경이 보내온 것이다. 설행은 편지를 뜯어 볼 생각도 안하고 그렇게 멍하니 편지를 보고만 있다.
씬 일본 어느 호텔 방안
정운경이 책상에 앉아 편지를 쓰고 있다.
정운경 (E)불현듯 설향씨가 떠올라 몇 자 적어 봅니다. 자신에게 가까운 것으로 부터 멀리 떠나와 보면 진정 무엇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이 생각나는구려.. 나는 지금 그 말을 실감하고 있소. 얼마 되지 않았지만 조선의 산천과 경성땅이 무척 보고싶소. 부모님이 그러하고 절친한 벗들이 또한 그렇소. 그리고... 설향씨가 사무치게 그립구려. 귀국을 얼마 남겨 두지 않았는데도 조급해지기만 하는 이 마음을 진정할 수가 없구려...
거기까지 쓰고 뭔가 생각에 잠기는 정운경. 미소를 짓는다.
씬 설향의 방
설향이 서랍을 열고 뜯지 않은 편지를 넣어둔다.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쓸쓸하기만 한데...
씬 이화여전
두한이 정문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밖으로 나오다가 두한을 보고 저희들끼리 뭔가 수군거리며 지나쳐간다. 여학교 앞에 서 있는 두한의 사정이 알만하다는 표정들이다. 두한도 왠지 머쓱해진다. 그리고 잠시 후 이윽고 박인애와 숙향이 나온다. 두한의 표정이 환해지며 그 앞으로 다가간다.
박인애 (놀라며) 두한씨...?
숙향 어머 김두한씨 아니세요?
두한 예, 안녕하셨습니까?
숙향 인애를 만나러 오셨나봐요.. 인애야, 부럽다.
박인애 얘는...
숙향 그럼 난 먼저 가볼게..데이트 잘해.. 저 그럼..
두한에게 인사하고 그렇게 자나쳐간다. 두한도 숙향에게 목례를 한다. 숙향이 사라지고 단둘이 되자 조금은 어색해지는 두남녀.
박인애 여긴 어떻게...오셨어요? 언제부터 기다리신 거예요?
두한 인애씨 오라버니께 연락을 해봤습니다. 많이 기다리진 않았습니다.
박인애 예...그러셨군요. 오늘은 별로 바쁘지 않으신가봐요?
두한 그렇게 됐습니다. 가시죠. 오늘은 제가 근사한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들 그렇게 가면...
씬 우미관 사무실
김영태와 정진영이 마주해 있다. 정진영이 놀라 되묻는다.
정진영 두한이가.. 결혼을요?
김영태 그렇다는구만.. 나도 그 말을 듣고 얼떨떨했네.. 너무나 느닷없
는 얘기라서 말이야..
정진영 상대는요? 혹시 그 설향이라고 하는...
김영태 아닐세.. 박인애라는 양가집 아가씨일세.
정진영 ...?
김영태 축하할 일이지.. 허나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일인 것 같아서
말이야. 왠지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네..
정진영 글세요. 너무나 갑작스런 일이라서...
김영태 아무래도 자네는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이야기하는 것일세.
나중에 두한이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보게.
정진영 예
김영태 당분간 애들한테는 알리지 않는 게 좋을것 같네. 자네와 나 둘만 알고 있는 게 지금으로서는 좋을 것 같아.
정진영 예, 알겠습니다.
뭔가 생각하는 정진영의 표정에서...
씬 종로거리
서서히 어둠이 내리고 있다. 와싱턴이 김무옥, 개코, 번개들이 번화한 그 거리를 지나쳐 오고 있다. 사쿠라로 가는 길이다.
김무옥 으딜 가는 거요? 종로회관은 저작인디...
와싱턴 따라만 오게. 내가 잘 아는 술집이 있네..
김무옥 혹시 사쿠라로 가는 건 아니겄제라우?
와싱턴 ...? 어떻게 알았나? 거기 사장이 여잔데 말이야... 아주 끝내주는 미인이라네.
와싱턴 ...(뭔가) 가만.. 그러니까 그 여자가 하야시의 처제란 말이지... (사이) 그래, 바로 그것들이야!
김무옥 ...그게 뭔 뚱딴지 겉은 소리요?
와싱턴 내가 왜 그 놈들한테 걸렸는지 이제야 알겠네. 바로 거기서 들통이 난 거야.
번개 ....?
김무옥 뭐시요? 아니 그럼...?
와싱턴 (미소) 그래.. 날 그렇게 만들었다 이거지?
김무옥 그러고 보께... 그 작것들이 하야시패 정탐꾼들이로구만.. 잉 그려.. 가십시다. 나가 혼을 좀 내줘야겄소. 그런 싸가지 읎는 것들을
번개 잠깐만요.. 아직 확실한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그런 일이라면 두한형님한테 먼저 알려야죠..
김무옥 ...? 그런가?
영근 그래요 형님.. 일단 우미관으로 가시죠..
김무옥 ... 아니여. 번개 니 말대로 확실한 건 아적 모르니께 일단 알아는 봐야제.. 그게 순서가 아니겄냐? 가십시다, 성님.
김무옥이 와싱턴과 함께 사쿠라로 향한다. 개코와 번개, 성식이 그 뒤를 따른다.
씬 사쿠라
김무옥들이 거칠게 문을 열고 들어와 테이블에 가 앉는다. 그 한쪽에서 시바루가 그들의 모습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웨이터 주문 하시겠습니까?
김무옥 주문은 됐고. 여그 사장 쪼까 만나봤으면 싶은디...?
웨이터 사장님 말씀이십니까? 사장님께선 지금 여기에 안계십니다.
김무옥 그려? 그럼 찾아서 데꼬와.
웨이터 예?
김무옥 아 자식이 귓구멍이 맥혔나? 느그 사장 찾아서 데꼬 오란 말이여?
시바루가 저 쪽에서 보다가 다가온다.
시바루 무슨 일이십니까? 저희 사장님은 왜 찾으십니까?
김무옥 잉 니구만. 니 나가 누군지 알제?
시바루 ...
와싱턴 오랜만이구만..
김무옥 이 성님을 모른다고는 허지 않겄제..? 어떤 쥐새끼 같은 것들 땜시 이 성님이 얼마전에 고생을 허벌나게 허셨는디... 자네는 혹시 그 쥐새끼가 누군지 알고 있는가?
시바루 ...
김무옥 잘 모르겄으면 언능 느그 사장님 모셔오니라. 나가 그 여시 같은 느그 사장 낯바닥을 쪼까 봐야 쓰겄다.
시바루 사장님은 안 계시다고 말씀드린 것 같은데요.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저한테 하십시오.
김무옥 (버럭) 데꼬 오라면 데꼬 오지 뭔 말이 많어?
시바루 여긴 장사를 하는 영업장입니다. 다른 손님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소리를 낮춰주십쇼.
김무옥 뭐여?
벌떡 일어나 시바루 앞에 다가선다.
김무옥 다시 한 번 말혀봐라.. 뭐가 어쩌구 어쪄?
시바루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좋게 말씀드릴 때 조용히 돌아가십시오.
김무옥 허 이런 건방진 자식 좀 보소.. 좋게 말할 때 꺼지라 이거냐? (피식 웃고 시바루의 뺨을 툭툭 때린다) 아야, 니가 참말로 살고 잡지 않은 모양인디.. 그래두 글면 안되제..
그러자 시바루가 번개처럼 김무옥의 손목을 나꿔채 비틀어 버린다.
영근 혀, 형님?
시바루 조용히 나가라고 하지 않았나? 말귀를 그렇게 못 알아 듣나?
김무옥 이거 못놔. 엉!
시바루 다시 말하지만 여긴 영업장이다. 여기서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않겠다고 약속을 해라.
김무옥 놓으라 그랬다 잉...
시바루 (더욱 비틀며) 약속해라.. 나에게 볼 일이 있다면 밖에서는 얼마든지 상대해 주겠다.
김무옥 (고통스럽다)...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어서 노란 말이여.
시바루가 김무옥을 놓아준다. 영근이와 와싱턴들이 김무옥에게 다가간다.
영근 형님, 괜찮으십니까, 형님?
개코 저런 싸가지 읎는...
번개 가만 있어요. 얻어터지기 전에..
김무옥 (손목을 몇 번 쓰다듬고는) 니가 힘 쪼까 쓰는 모양인디.. 그
려.. 사나이로서 약속을 했은께 나가자고.. 따라와라잉..
김무옥이 뒤돌아 밖으로 나간다. 와싱턴과 번개, 개코들도 눈치를 보다가 따라나간다.
시바루 (손님들에게) 죄송합니다. 별 일 아니니 이제 편안히 드십쇼.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간다.
씬 동 밖 골목
인적이 드믄 골목에 김무옥들이 기다리고 서 있다. 시바루가 천천히 다가오자 김무옥이 천천히 겉옷을 벗어 개코에게 건네고는 몇 발자국 다가선다.
개코 무옥아, 한 방에 날려버려.. 알았지?
김무옥 ...
시바루 한 가지 분명히 해둬야 할 것이 있다. 이 상황은 절대 내가 원한 것이 아니다. 맞나?
김무옥 잔말 말고 덤벼라잉.. 오늘이 니 제삿날이 될 것이니께..
시바루 ...
도리질을 치다가 어쩔 수 없이 겉옷을 벗어 던진다. 그리고 두 사내가 더욱 가까이 마주선다. 잠시 탐색전이 펼쳐지다가 어느 순간 김무옥이 고함을 지르며 시바루에게 달려든다. 그러나 시바루의 발차기가 더 빨랐다. 김무옥이 비틀거리는 순간 시바루의 연속 공격이 이어진다. 김무옥이 콰당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난다. 김무옥의 표정이 무섭도록 일그러져 있다. 개코와 와싱턴은 전전긍긍이다.
와싱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되어 가는 거야? 저 거구가 당하다니..
개코 그러게 말이예요..
김무옥 제법인디.. 허지만 이 정도에 쓰러질 이 김무옥이가 아니여..
김무옥이 다시 달려들며 무섭게 주먹을 휘두른다. 그러나 시바루의 몸놀림은 비호처럼 빠르다. 비교하자면 두한보다도 몸놀림에 있어서 만큼은 더 빠르다. 시바루의 반격이 시작되고, 마지막으로 시바루의 돌려차기가 김무옥의 턱에 작렬하자 김무옥은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 시바루가 무표정하게 보다가 돌아선다.
개코 무옥아... 무옥아, 정신차려..
영근 혀... 형님...괜찮으십니까?
개코 임마... 괜찮긴 뭐가 괜찮아? 무옥이가 당하다니... 이게 왠 날벼락
이야?
번개 형님...
김무옥 (신음)...
와싱턴 (일으키려다가) 안되겠네. 일단 두한 오야붕한테 알리도록 하게. 어서...
번개 알았어요.
그렇게 번개가 달려가는데...
씬 고궁 돌담길 (밤)
두한과 박인애가 한적한 그 길을 천천히 거닐고 있다.
박인애 정말 깜짝 놀랐어요. 학교에까지 찾아오실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두한 내가 그러는 게 이상합니까?
박인애 아, 아니요.. 이상한 건 아니구요... 그런 뜻이 아니라...
두한 이상한 게 맞습니다. 나두 이런 내가 이상하니까요.
박인애 아니에요. 솔직히 말하면... 너무 반가웠어요.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거 너무 행복한 일이잖아요. 그리고 그 사람이 바로 두한씨라서 더 그랬어요...
두한 ...?
박인애 ....
두한 갑자기... 인애씨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왠지 오늘이 아니면 다시 못 만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서 무작정 찾아가 본 겁니다.
박인애 ...?
두한 그런데 막상 학교 앞에 가보니 후회가 되더군요. 다들 날 이상한 사람으로 쳐다보는데, 얼굴이 화끈거려 혼났습니다.
박인애 ...(미소)
두한 하지만 인애씨를 보는 순간 후회 같은 건 싹 달아났습니다. 뭐랄까.. 그냥 기분이 좋았습니다.
박인애 저희 아버지 때문에 많이 언잖으셨죠? 죄송해요, 두한씨..
두한 괜찮습니다. 인애씨 아버지하고 결혼할 것두 아니잖습니까?
박인애 ...
두한은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천천히 뭔가를 꺼내 박인애에게 건넨다.
두한 받아요.
박인애 이게...뭐죠?
두한이 아무 말이 없자 박인애는 천천히 그것을 열어본다. 작은 함안에는 금반지가 들어있다. 박인애가 물끄러미 두한을 본다.
두한 정식으로 청혼을 다시 하는 겁니다. 받아주실 거죠?
박인애 두한씨..?
두한 ..(미소)...
씬 우미관 사무실 외경(밤)
김영태(E) 도대체 너희들 뭐하는 놈들이야? 엉?
씬 동 안
김영태가 호통을 치고 있다. 입술이 터진 김무옥과 와싱턴, 개코가 와 있고, 정진영과 문영철, 번개도 보인다.
김영태 이게 무슨 꼴이냐?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고 다니면서 말썽을 부리는 거야?
김무옥 ...죄송합니다, 성님.
와싱턴 다 나 때문일세.. 여기 무옥 아우는 아무 잘못이없네.
김영태 듣기 싫어!... 한심한 녀석들...
김무옥들 ....
김영태 번개한테 이야기 다 들었다. 설령 의심가는 일이 있더라도 일단은 오야붕에게 보고를 했어야지. 그리고 사쿠라가 어떤 곳이냐? 하야시의 처제가 영업을 하는 곳이야. 지금 혼마찌패와 우리 사이가 어떤 상황이라는 거 몰라서 그런 경솔한 짓을 한 게야?
김무옥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구만이라우.
김영태 ...마음 같아선 당장 요절을 내버리고 싶지만 이번만은 조용히 넘어가겠다. 앞으로 근신하도록 해.
김무옥 ...예, 성님..
김영태 그리고 두한이한테는 절대 비밀로 해라. 두한이 성격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알겠나?
문영철 하지만 형님, 무옥이가 이렇게 당했는데...
김영태 그렇게 해.. 지금은 문제를 일으킬 때가 아니야.
그들 ...
그 때 두한이 들어온다. 모두들 일어나 두한을 맞는다.
김영태 어서 오게..
두한 무슨 일... 있습니까? 왜 분위기가 이렇습니까?
김영태 아무것도 아닐세.. 내가 애들한테 주위를 좀 주고 있었네...
두한 (자리에 앉으며) 무옥이 넌 왜 그래? 싸웠어?
김무옥 아, 아니여.. 계단에서 굴렀구만..
두한 계단에서...?
와싱턴 그럼 우린 나가보자구..
와싱턴과 김무옥, 개코들이 밖으로 나간다.
두한 이상하네.. 정말 아무일도 없었습니까?
김영태 ...
두한의 의아한 표정에서...
씬 사쿠라
나미꼬와 시바루가 마주해 있다.
나미꼬 뭐예요? 그 김무옥이라 사람하고 싸웠단 말이예요?
시바루 죄송합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싸움이었스빈다.
나미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손님하고 싸울 수가 있어요? 그것도 우미관 사람들하고...
시바루 ...
나미꼬 이유야 있었겠지만 그건 분명히 경솔한 행동이었어요.
시바루 죄송합니다.
나미꼬 ...어차피 엎지러진 물이니 어떡하겠어요? 내가 우미관에 가서 사과를 하겠어요.
시바루 그건 안됩니다. 제가 한 일이니 제가 매듭을 짓겠습니다.
나미꼬 어떻게요? 또 싸우려고요? 아니면 그 사람들에게 무릎이라도 꿇겠어요?
시바루 ...
나미꼬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거 잘 알아요. 그리고 그렇게 해서도 안되는 것이구요. 내가 알아서 해결을 할 테니 시바루상은 당분간 혼마찌에 가 계세요.
시바루 사장님...?
나미꼬 그렇게 하세요. 이건 명령이에요.
시바루 ...
씬 혼마찌깡 외경(밤)
씬 동 거실
하야시와 다나까가 마주해 있다. 다나까의 뒤에는 그의 심복 두 사람이 앉아 있다.
다나까 김두한이를 어떻게 할 생각이시오? 본토에 뭔가 납득할 만한 보고를 올려야 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야시 ...
다나까 하야시 오야붕...?
하야시 글쎄...
다나까 글쎄라니요? 하야시 오야붕께서 좀더 적극적이었다면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었을 거요.
하야시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오?
다나까 이대로 끝을 낸다면 본토의 문책을 면할 길이 없소. 종로를 쳐서 명예를 회복하고 싶소.
하야시 종로를 치겠다?
다나까 내게 혼마찌의 힘을 빌려준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오. (사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하야시 오야붕?
하야시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하야시 좋소. 김두한 문제는 우리가 책임을 지고 해결을 하겠소. 대신 아사히마찌는 지금 이 순간부터 이 일에서 손을 떼도록 하시오.
다나까 ...(미소 스쳐가고)
하야시 본토에도 그렇게 보고를 올리시오. 그러면 되겠소?
다나까 (잠시 생각하는 척) 하야시 오야붕의 뜻이 정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구려. 좋소이다. 나 역시 혼마찌와 종로의 관계를 잘 알고 있고.. 굳이 개입하고 싶지는 않소.
하야시 ...
다나까 알겠소. 그럼 그렇게 알고 가보겠소이다.
다나까가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가미소리 참으로 배은망덕한 자들이 아닙니까? 모든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려고 하는 술책이 아니겠습니까?
하야시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미우라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김두한의 종로패 말입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전면전을 벌이면 승산을 우리에게 있습니다.
하야시 아직은 아니야.. 전면전은 손실이 너무 커. 문제는 김두한이다. 김두한 하나만 사라지면 다 끝나는 일이 아닌가?
미우라 하지만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습니까? (문득) 혹시.. 시바루를 염두에 두시고...?
하야시 시바루라... 그래, 시바루라면 한번 해볼만 하겠지.. 하지만 시바루는 무도인이다. 과연 싸움판에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그건 아직 의문이다. 확신이 서지 않는 승부에 무책임하게 부하를 내몰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미우라 그렇다면...?
하야시 보다 확률이 높은 확실한 카드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김두한을 완벽히 제압할 수 있는 그런 사무라이 말이야.
미우라 하지만 지금 우리 조직엔 지바루를 능가하는 사무라이는 없습니다.
하야시 ...(의미심장하게) 없다면 만들어야겠지..
미우라 ...?
가미소리 ...?
생각이 많은 하야시의 표정에서...
씬 우미관 앞(밤)
나미꼬가 홀로 그 곳으로 다가오고 있다. 삼수와 기도들이 나선다.
나미꼬 김두한 오야붕 안에 계시나요?
삼수 예.. 그런데요?
나미꼬 ...(우미관 사무실 쪽을 보면)...
씬 동 사무실 안
나미꼬가 와 있다. 두한과 김영태, 정진영이 앉아 있다.
두한 뭐요?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오? 영태 형님, 그게 사실입니까?
김영태 ...
나미꼬 제가 대신 사과를 하겠어요. (조아리며)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두한 ...
나미꼬 야쿠자 세계에선 그런 일이 다반사라고 알고 있어요. 오야붕께서 너그럽게 용서해 주십시오.
두한 그럴 수 없소.
나미꼬 ...?
두한 당장 종로를 떠나시오. 당신들이 거기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
진 것이 아니오?
나미꼬 그건 우발적인 일이 었어요. 그리고...
두한 (단호히)떠나시오. 떠나라고 했소.
나미꼬안돼요. 다른 건 다 들어드려도 그것만은 안되겠어요.
두한 더나게 될 거요.
나미꼬 ...?
씬 박인애의 집 외경(밤)
씬 동 안
박인애가 거실로 나와 쇼파에 앉아 있는 부친에게 다가간다. 모친과 미스터박도 함께 있다.
인애부 거기 좀 앉아 보거라.
박인애 ..(자리에 앉으면)..
인애부 너 설마 아직도 그 김두한이라는 청년을 만나고 다니는 것은 아니
겠지?
박인애 ...
인애부 왜 대답이 없어?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이 애비하고 약속을 하지 않았느냐?
박인애 그런 말씀... 드린 적 없어요.
인애부 뭐.. 뭐야...?
박인애 계속 만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구요.
인애모 인애야...?
박인애 그 사람 부친께서 독립운동을 하셨다는 것이 죄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아니 오히려 존경을 받아야 마땅한 일이 아닌가요?
인애부 닥치거라...그자가 어떤 사람인 줄이나 알고 하는 소리냐?
박인애 ...
인애부 그 녀석은 우미관의 주먹패 오야붕이야. 불량배라는 말이다.
박인애 ...(놀라)...?
미스터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버지?
인애부 내가 경찰을 통해 다 알아봤어. 너희들을 구해줬다고 했을때 뭔가 이상하더라니...
박인애 ...?
인애부 이제 알겠냐? 애비가 왜 그녀석을 그토록 싫어하는지.. 집안을 보면 그 자식들의 됨됨이도 알수 있는 것이다.
인애모 아니 어떻게... 그런 사람이..
인애부 오늘 이 시간 이후로는 절대 바깥출입을 금하거라. 학교도 휴학을 하고... 너에게 무슨 해꼬지를 할지 모르는 일이다. 알았느냐? 곧 이군과 결혼식을 올려야 할 테니까 네 어머니에게 신부 수업이나 받도록 해.
박인애 ...
박인애의 충격적인 그 표정에서 디졸브..
씬 사쿠라 앞(낮)
나미꼬를 태운 승용차가 사쿠라 앞에 와 선다. 그러나 그 곳은 종로패들이 진을 치고 있다. 문영철과 성식, 번개들이다. 나미꼬와 시바루가 차에서 내려 다가간다.
나미꼬 무슨 일이죠? 왜 이러는 거예요?
문영철 여긴 오늘부터 장사를 할 수가 없소. 김두한 오야붕의 명령이오.
나미꼬 뭐예요?
시바루 비켜라.. 여긴 우리 영업장이다.
문영철 옳아.. 네가 바로 그 시바루라는 놈이구나?
시바루 ...?
나미꼬 그만 무러나요. 어서요. (문영철에게) 좋아요. 오늘은 이만 돌아가죠. 하지만 절대 이 곳을 포기하지는 않을 거예요. 당신들 오야붕에게 그렇게 전하세요.
문영철 ...(비웃듯)...
나미꼬 가요..
나미꼬가 다시 차에 올라타면 시바루가 문영철을 뚫어져 보다가 차에 오른다. 그 차가 출발을 하면...
씬 우미관 사무실
두한과 김영태, 정진영, 김무옥, 개코, 와싱턴 등이 모여 있다.
김무옥 면목이 읎다, 두한아..나가 경솔허게 처신을 허는 바람에..
두한 됐어. 넌 잘못한 거 없어.. 그럴 수도 있는 거야.
김무옥 ...
김영태 이렇게 앉아 있을 때가 아닌 것 같네.. 사쿠라를 패쇄했다는 건 저들에게는 선전 포고나 다름이 없을 것일세.. 우리도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
두한 ...(끄덕인다)
개코 그러면 하야시패랑 한판 붙는 겁니까?
정진영 아직은 잘 몰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니까 일단 준비를 해두자는 거야.
두한 ....(그 어떤 결의 같은)..
씬 혼마찌깡 거실
미우라가 수화기를 하야시에게 건네고 있다.
미우라 오야붕, 종로서장과 연결됐습니다.
하야시 (받으며)하야십니다.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서장님? 일전에 부탁드린 그 일은 어찌 되어 가는지 궁금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씬 종로서 서장실
서장이 전화를 받고 있다.
서장 그렇지 않아도 연락을 드리려던 참이었소이다. 본토에서 방금 전에 전보가 도착했어요. 마루오까 경부가 수일내에 우리 종로서로 부임을 하게 될 거요. (사이) 하하하 무슨 말씀을...
씬 혼마찌깡
하야시 고맙습니다, 서장님.. 일간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 이번 일에 대한 답례도 드릴 겸, 겸사겸사 해서 말입니다. 하하하.. 예, 그럼...
미우라가 수화기를 받아서 내려 놓는다. 미우라는 의문이다.
하야시 일이 잘 풀렸다. 이제 김두한이 종로에서 사라질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미우라 무슨... 말슴이십니까,오야붕?
하야시 김두한을 데려갈 저승사자가 조선으로 오고 있다는구나.
미우라 예...?
하야시 ...
씬 종로서 고등계
미와와 오무라, 문달영이 쇼파에 앉아 가볍게 담소를 나누고 있다.
미와 마루오까? 그 자가 누군데...?
오무라 천황폐하배 어전 유도대회에서 7연패를 한 괴물이랍니다. 외근계가 벌써부터 떠들썩합니다.
미와 그래?
문달영 떠도는 소문에는 우리 서장님께서 직접 데려오는 거라고 합니다만..
미와 서장님께서..?
꺄우뚱하는데 전화가 온다. 김태서가 전화를 받는다.
김태서 모시모시... 어 그래 나야... (사이) 무, 우미관에서..? 알았다.. 곧 그 쪽으로 가겠다.
미와 무슨 일인가?
김태서 우미관에서 뭔가 사고가 터질 것 같다는 보곱니다.
미와 그래?긴또깡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
김태서 그런 것 같습니다.
미와 다녀와.
김태서가 대답하고 나간다.
문달영 무슨 일일까요?
미와 보나마나 또 싸움이 난 것이겠지..
오무라 긴또깡 이 녀석.. 요즘 너무 풀어주는 게 아닐까요?
미와 나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어. 그래서 김형사에게 주의 깊게 지켜보라고 했지.. 우리 종로서에 다녀간 지가 너무 오래된 것 같아서 말이야. 그 만큼 자유를 누렸으니 이제 그 대가를 치러야겠지...
씬 우미관 앞
시바루가 그 앞에 와 있다. 종로패 기도들이 살벌한 눈빛으로 그런 시바루를 보고있다. 여차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태세다. 고등계 사복 형사(김태서의 부하) 들이 한쪽에서 지켜보고 서 있다. 잠시 후 두한이 부하들과 함께 나온다.
두한 나를 보자고 했나?
시바루 (잠시 보다가) 김두한씨.. 나는 이제껏 당신이 사무라인 줄 알았소. 그래서 내심 존경하는 마음도 있었소.
두한 그런데..? 하고 싶은 얘기가 뭔가?
시바루 사쿠라를 폐쇄한 건 옹졸한 처사요. 졸장부들이나 하는 짓이 아니겠소?
두한 ...?
개코 뭐, 졸장부...?
시바루 잘못은 당신 부하에게 있었소. 그리고 정당한 사내들끼리의 싸움이었소. 안 그런가, 김무옥..
김무옥 ...
두한 단지 그 일 대문이 아니라고 이야기 했을 텐데.. 너희들이 종로에 있으면 계속해서 그와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시바루 그건 이유가 되지 않소.
두한 이미 너희 사장하고 끝난 얘기야. 돌아가라.
두한이 돌아선다.
시바루 이봐 김두한! 나는 아직 납득할 만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두한 (천천히 돌아보며) 그래서...?
시바루 말로서 안 된다면 싸우는 수밖에...
시바루가 외투를 벗어 던진다. 두한이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두한 좋아. 그런 거라면 기꺼이 받아 주지.
두한이 그 시바루 앞으로 천천히 다가가 선다. 어느새 군중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한과 시바루의 모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