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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11일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파키스탄 은거지인 아보타가드 자택에서 미해군특수부대인 네이비씰에게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사살됐다. 이 장면은 버락 오바마대통령이 참모들과 함께 백악관에서 위성생중계를 통해 지켜보았다. 전세계 TV뉴스에도 생생히 보도됐다. 누구나 알고있는 최근의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려는 감독의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그 의도는 영화 ‘제로 다크 서티’에 성공적으로 반영된듯 하다.
자정에서 30분이 지난 시각을 뜻하는 군사용어인 영화 ‘제로 다크 서티’는 선이 굵은 남성적인 영화다. 그러나 감독은 여성이다. 감독 캐서린 비글로우는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CIA요원이 된 이후 12년간 오로지 오사마 빈 라덴에 추격에 인생을 건 실존인물 마야(제시카 차스테인)에 초점을 맞춰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파워도 때로는 국가적인 시스템이 아니라 개인의 의지를 통해 더 강력해 질 수 있다는 것을 매우 사실이면서도 흡입력있게 보여준다.
미국경제의 심장부인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를 하이재킹(비행기납치)으로 박살내고 3천여명의 무고한 희생자를 낸 9.11테러의 주역 ‘오사 마 빈라덴’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미국은 매년 수천만달러를 쏟아부었다. 그에 대한 정보를 빼내기 위해 첨단장비를 동원하고 교도소에 수감된 테러범에게 잔혹한 고문도 서슴치않았으나 단서조차 캐내기 어려웠다.
그 과정에서 마야의 선배 CIA요원들이 알카에다 자폭테러로 살해되고 파키스탄 이슬라마바 지부에 근무하는 마야조차 출근길에 테러리스트들에게 총격을 당하기도 했다. 마야에겐 오사마 빈 라덴 추격이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가 아니라 ‘사명’이 된 것이다.
감독 캐서린 비글로우는 인터뷰에서 “거대한 스토리의 조각들을 어떻게 통일된 톤으로 묶어내느냐가 가장 큰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그 도전은 상당부분 결실을 맺었다. 자칫 산만하게 전개될 수 있는 타켓 검거작전과 워싱턴의 정치적인 결정이 서로 겉돌지 않고 자연스럽게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마지막 작전수행과정에서 폭발적인 힘을 보여준다.
오사마 빈 라덴의 허름한 저택에서 미국 네이비씰 요원들에게 공격당할 때 부녀자와 아이들이 울부짓는 모습에선 영화 도입부 9.11테러 희생자들의 최후순간 육성녹음과 오버랩되며 테러와 복수전의 악순환과 비극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4년전 3D영화의 전설이된 ‘아바타’의 감독이자 전남편인 ‘제임스 카메론’을 밀어내고 전쟁영화인 ‘허트 로커’로 아카데미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던 캐서린 비글로우는 이 작품으로 또다시 범상치않은 필모그라피를 추가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