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도가 자리해 있는 전남 여수시 삼삼면 일원 남해바다는 여수에서 통영까지 200여리의 물길로 이어진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깨끗한 바닷물과 아름다운 절경으로 유명한 한려해상국립공원이지만 섬들만 놓고 보면 거문도와 백도의 아름다움에 비견할 수 없다. 그래서 거문도와 백도는 ‘남해의 보석’이다.
하지만 거문도는 낭만의 섬이 아니다. 항상 그 자리에서 수많은 관광객과 섬 사람들을 끌어안으며 자리해 있지만 거문도는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거문도는 19세기 말 러시아의 남하정책을 견제하려는 영국의 무단 점령으로 열강의 각축장이 되기도 했다. 1885년 4월 이 섬에 상륙한 영국 태평양함대 소속 900여명의 해병은 방파제를 쌓고 포대를 만들어 주둔했다. 영국군은 이후 1887년 2월까지 사실상 거문도를 점령했다. 지금도 섬안에 자리한 영국군 무덤은 지나간 역사의 순간들을 웅변하고 있다.
거문도는 동도와 서도, 고도의 3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섬 전체가 울창한 동백숲과 암석지대로 구성돼 풍광이 독특하며 배가 드나드는 고도를 중심으로 서도 쪽에 볼거리가 많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서도 끝에는 유명한 거문도 등대가 우뚝 서 있다.
거문도 등대는 남해안에 생긴 최초 등대로 역사성과 상징성이 깊다. 1905년 4월 12일 세워진 후 100여년간 남해바다의 뱃길을 밝혀오다, 현재는 노후된 시설을 대신해 바로 옆 절벽에 33m 높의의 새로운 등대가 신축, 2006년 1월부터 밤바다의 길잡이 역활을 하고 있다. 2006년 완공된거문도 등대는 관광객들을 위해 무료로 숙소를 빌려주는데 한달 전에 예약해야할 만큼 인기가 많다 등대 절벽 끝에는 관광객들이 바다 경치를 마음껏 볼 수 있는 ‘관백정’이 서 있다.
거문도에 와서 백도를 들르지 않았다면 거문도에 온 이유나 의미는 어디에도 없다. 거문도에서 동쪽으로 30km 가량 떨어진 백도는 거문도항에서 1시간 가량 배를 타고가면 다다른다. 푸른 망망대해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외로운 섬이다. 바닷물 위로 솟아난 바위섬 서른여섯개가 바로 백도다. 백도는 사람들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곳으로 신비로운 원시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다양한 풀과 나무, 어부들에게 향으로 길을 알려주는 풍란과 석란, 섬 곳곳에 둥지를 튼 바다새들은 이곳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임을 말해준다.
백도는 지난 79년 명승지 7호로 지정됐다. 이 섬에는 천연기념물인 흑비둘기를 비롯, 30여종의 조류들과 동백, 후박나무 등 아열대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는 생태의 보고다. 또 350여종의 식물 분포는 물론 연평균 기온이 16.3도로 꽃 산호 등 170여종의 해양식물이 다양하게 분포, 수중 경관이 매우 아름다워 사람들의 혀를 내두르게 한다.
또한 낚시터로 인기 좋은 삼부도·대삼부도가 위치해 있다. 숙박 및 편의시설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무인도이지만 섬에 올라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거문항 내에 위치한 낚시 대여점에 문의하면 배편과 식사를 마련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