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원색이 풍겨주는 본능
- 블라맹크Maurice de Vlaminck의 그림들
블라맹크의 그림은 이른바 야수파 계열의 그림에 들어간다. 그러나 그는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등 다른 야수파 작가들의 그림보다 훨씬 더 강렬한 색채를 구사하고 있다. 그가 그린 풍경화를 보면 실제 풍경보다 훨씬 더 강조된 선(線)과 색(色)의 마력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 그의 마음 속 내면에 잠재돼 있는 강한 본능의 체취를 맡을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역시 원색의 화가이다. 원색이 주는 동물적인 느낌과 자연의 풋풋한 냄새가 그의 화면에는 즉흥적으로 나타난다. 블라맹크는 결코 그림을 꼼꼼하게 그린 화가가 아니다. 붓을 한번 잡으면 그야말로 ‘일필휘지’로 단숨에 그려낸 선천적 재능을 그의 그림에서 감지할 수 있다. 나 역시 서양화에 동양적 문인화를 접목시켜 일필휘지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는데, 나의 그림 기법은 블라맹크의 그림기법과 많이 닮아있다.
은근한 색보다는 강렬한 색이 훨씬 야하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야한 여자’의 이미지를 시로, 소설로 그리고 그림으로 내뱉어 호응도 얻고 욕도 얻어먹었다. 야한 여자는 은은한 화장보다 색기(色氣)를 강렬하게 띠고 있는 원색적 색조화장에 주력한다. 그리고 성적 행동도 원색적으로 한다. 그래서 본능에 당당하고 정직하다.
블라맹크의 그림에서 나는 ‘야한 여자’의 이미지를 본다. 그녀가 하고 있는 원색적 화장과 원색적 옷차림을 상기한다. 자연은 평화롭거나 은은하지 않다. 자연은 원시적 열정과 본능이 꿈틀대는 투쟁의 장(場)이다. 블라맹크는 그의 그림을 자연스럽게 야한 이미지로 부각시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