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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사(正陽寺)
 
 
 
카페 게시글
자유게시판(열린글) 스크랩 옮겨온 글 내 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은 변화들
상적광토(常寂光土) 추천 0 조회 34 09.09.15 13:2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내 몸은 우주다.

내 몸은 지구다.

내 몸은 과학이다.

 

지난 7월 12일, 나는 지금까지의 식습관을 버리고 채식주의자의 길로 들어섰다. 순전히 혈압 때문이었다. 반전이고 혁명이었다.

 

나는 한번 해병이면 영원히 해병이듯, 한 번 혈압 약을 먹기 시작하면 죽을 때까지 먹어야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mbc ‘스페셜’ 이 내 머릿속을 바꾸었다. 대구의 외과의사인 황 박사가 그 주인공이었다. 그는 생식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병원에 입원해 있는 고혈압 환자들에게 혈압 약을 먹지 못하게 했다. 그는 말했다.

 

“혈압약을 먹는 것은 혈관이 좁아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좁아진 혈관을 넓혀주면 혈압약을 안 먹어도 된다. 좁아진 혈관을 넓혀주는 것은 약이 아니라 음식이다.”

 

내과의사가 들으면 뿔이 돋을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는 말했다. 지금부터 ▲현미밥 ▲채소와 야채 ▲콩 종류 ▲고구마 ▲과일을 드십시오. 그 대신 ▲고기 ▲생선 ▲우유 ▲계란 ▲멸치는 먹지 마십시오.

 

고기를 먹지 마라. 생선을 먹지 마라. 우유와 계란과 멸치를 먹지 마라.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것들을 먹지 마라는 것이었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당신, 오늘부터 삼겹살을 먹지 마십시오!”

“당신 가족, 오늘부터 횡성쇠고기를 먹지 마십시오!”

“당신, 오늘부터 속초 앞 바다에서 잡아온 우럭과 제주도에서 잡아온 갈치를 먹지 마십시오!”

“당신 가족, 오늘부터 문어와 낙지 그리고 잘 삭은 홍어도 먹지 마십시오!”

 

그 말을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입에 넣으면 살살 녹는 횡성쇠고기를 먹지 마라니! 이게 말이 되나? 카! 소주 한 잔 털어 넣고 노릇노릇 잘 구운 도톰한 삼겹살 두세 점 상추에 싸 볼때기가 터지도록 씹는 그 기분 때문에 오늘도 태산같이 밀려오는 그 망할 스트레스를 참고 견디는데, 소주와 삼겹살을 먹지 마라니! 여보시오 황박사 나리! 차라리 이놈을 죽여주십시오!

 

만약 이 땅에 녹색바람이 불어 채식주의자들로 도배가 되면 쌈지창을 들고 쿠테타를 일으킬 무리들이 엄청 많을 것이다.

 

여보시오 황박사니임~ 이 무슨 청천벽력이오~ 같은 동업자덜 끼리 왜 이렇게 싸워야 된단 말이오~ 황박사니임~ 당신도 잘 아시다시피~ 우리 내과가 먹고 사는 게~ 다 혈압과 당뇨가 아닙니까~ 특히나 한국은 자고 나면 혈압이 치솟고~ 자고 나면 혈압이 치솟는~ 나라가아~ 아닙니까~ 신문을 봐도~ 혈압이 오르고~ 방송을 봐도~ 혈압이 오르고~ 청와대를 봐도~ 혈압이 오르고~가는 총리를 봐도~ 혈압이 오르고~ 오는 총리를 봐도~ 혈압이 오르지 않소이까~ 그 바람에 우리 내과팀덜이 밥을 잘 묵고 산다는 걸~ 황박사니임도~ 잘 알고 있지 않소이~까~ 그런데 황박사니임이 뜬금없이 어느날 ~전국을 상대로 그렇게 나발을 불면~ 우리덜은 어떻게 됩니까~ 황박사니임~ 막말로 우리가 손 뿌아지고 다리 뿌아진 사람덜에게~ 정형외과에 가지덜 말고~ 헝겊에 된장 발라 한 달만~ 칭칭 감아 있으면 말짱하게 다 낫습니다~ 하고 나발을 불면~ 황박사팀덜 속이 씨원~하겄소~ 아이고, 황박사니임~ 우리덜 끼리는 그러지 맙시다~ 다 같이 묵고 살아야 하지 않소~ 안 글소 황박사아님~

 

여보시오 황박사 나리~ 우리덜은 어떻게 살라고~ 당신이 그래 설레~발을 치십니까~

우리들 선주협회와 선원들~ 그리고 바다를 끼고 사는 사람덜~ 워째 살아라고 그래 선전포고를 대대적으로 때리십니까~

 

여보시오 황박사 나리~ 소 키우고 돼지 키우고 닭 키우고~ 오리 키우는 우리덜은 어떻게 살라고~ 당신이 녹색깃발을 하늘 높이 흔들면서 그렇게 약을 파시오~ 오~

 

여보시오 황박사 나리~ 뭐시라, 계란도 먹지 말고, 우유도 먹지 말고, 멸치까정 먹지 마라고요~ 이게 되는 소리요 안 되는 소리요~ 우리덜은 워?게 먹고 살고, 그라고 자석들 교육은 어?게 시키라고~ 그렇게 바보 정운 거시기 전 농수산부장관보다 더 약발 받는 메시지를 보내는 거십니까!~ 

 

여보시오 바다와 육지팀 여러분들~ 들어보고 들어보고 들어봐도~ 우리 황박사 나리 말씀이 천 번 만 번 맞는구료~ 아, 국민들 건강을 위해 곡물 마~이 묵고~ 야채 마~이 묵고~ 고구마 마~이 묵고~ 그라고 과일 마~이 묵아라 카는 말씸이 뭐가 그렇게 나쁘다안 말~ 이~이요~ 

 

그러거나 말거나 그날 밤, 나는 이상하게 황 박사의 그 말에 신뢰가 갔고 믿음이 갔다.

 

“좁아진 혈관을 넓게 만들어주면 혈압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

 

 

 

 

 

아멘! 은 아니다.

그 말이 내 가슴 한가운데 대못 같이 와 박혔다. 오오! 저 것이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라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말했다. 길이 보이면 그 다음은 실천이다. 12년 전, 담배를 끊을 때도 그랬다. 제일 좋아하는 독한 담배 다섯 갑을 다 피우고는 무 자르듯 끊었다. 남들은 서서히 줄여 나가면서 끊어야지 한다. 그렇게 해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끊을 때는 독하게 끊어야 한다. 하루에 소주 한 병씩 십 년 마신 그 술을, 어느 해 어느 날 나는 잔을 탁자에 거꾸로 엎고는 끊어버렸다. 십 년 간.

 

옆지기가 그날 밤 인터넷으로 현미와 검정콩 그리고 흰콩을 주문했다. 며칠 후 현미와 콩들이 도착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실천에 들어갔다. 반 달 치의 혈압약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다음날부터 나는 현미밥을 먹었고, 그리고 점심은 삶은 고구마와 삶은 흰콩을 믹서에 간 것을 먹기 시작했다. 저녁은 다시 현미밥과 채소. 혈압 약은 노!

 

지금까지 나는 살아 있다. 두 달 가까이 혈압 약을 먹지 않고 잘 버티고 있다. 아니 버티는 게 아니라 무엇인가가 천천히 내 몸 안에 돌고 있는 기운을 느끼고 있다. 그동안 약을 먹어도 머릿속이 거미줄 같이 얽히고 설케 있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면서 그 복잡했던 머릿속의 안개가 서서히 걷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O형에다 단순무식형인 내 정신세계가 나를 튼튼한 인간으로 업그레이드를 시켰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중구조였으면 나는 실패했을 것이다. 믿음에 금이 갔으면 나는 실패했을 것이다. 신뢰에 회의가 있었으면 나는 실패했을 것이다.

 

요즘 내 몸에 녹색 혁명이 조용히 일어나고 있다. 12년 동안 내 목을 옥죄어 왔던 그 증세가 사라진 것이었다. 담배를 끊고부터 찾아온 그 증세. 담배를 끊고부터 이상하게 침이 넘어가지 않았다. 담배를 피울 때는 침이 목구멍 안으로 잘 넘어 갔는데 담배를 끊고부터는 침이 넘어가지 않았다. 원래 나는 가래가 없었다. 그런 내가 침을 삼킬 때마다 등신불의 그 얼굴이었다. 침을 삼킬 때마다 오랏줄에 묶인 개 모양 ?! ?! 거리며 죽을상을 하는 것이었다. 그 답답함.

 

예외가 있었다. 서울을 벗어나면 그 증세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가령 설악산이나 시골에 내려가면 막혀 있던 목구멍이 뚫리는 것이었다. 그러다 서울에 돌아오면 목은 다시 잠기고. 가끔씩 텔레비전에서 나와 닮은 사람을 볼 때가 있다. 침이 넘어가지 않아 목을 실룩거리는 사람을 볼 때마다 나는 미소를 짓곤 했다.

 

“저 친구도 나하고 같네.”

“문명병이구나.”

 

 

 

 

 

그 고질병이 나은 것이었다. 채식주의자로 돌아서고 나서 제일 먼저 내 몸 안에서 일어난 작은 변화. 막혀 있던 하수구가 뚫리듯 내 목도 그렇게 뚫린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본래의 목으로 돌아간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우리 인간은 원래 곡물과 채식이 식이었다. 그러다 문명화 된 세상에 살면서 소득이 늘어나기 시작하자 고기를 취하기 시작했다. 보릿고개 시절 일 년에 쇠고기를 먹을 수 있는 날은 한두 번 정도였다. 설과 추석. 일 년 열두 달 보리와 채소가 우리가 일용할 양식이었다. 짜장면만 먹어도 잠깐씩 혼절을 하곤 한 그 시절, 고기는 천상의 음식이었다. 그만큼 고기는 맛이 뛰어났다. 그리고 기름에 튀긴 온갖 고기와 인스턴트식품 또한 그 맛이 탁월하다. 채소와 곡물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먹은 만큼 고통도 따르는 법. 세계에서 고기 소비량이 가장 많은 미국 국민들을 보아라. 지금 넘쳐나는 비계 때문에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 체력이 국력이라면 미국은 미안하지만 이제 세계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만약 미국이 음식으로 망한다면 이 두 가지 때문일 것이다.

 

햄버거와 코카콜라

 

분명한 사실은 고기는 아니다. 튀김식품도 아니다. 인스턴트식품도 아니다. 있다면 땅에서 나는 곡류와 채소, 야채, 그리고 과일인 것이다. 요즘 내 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은 변화에서 그 답을 읽고 있다.

 

 

뒷이야기- 21세기 우리 인간이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면 무지와 탐욕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이 두 가지에서 해방이 안 되면 우리는 우리가 쳐놓은 구렁텅이에 빠져 멸망의 길로 들어선다. 신에 의한 멸망이 아닌 우리 인간의 무지와 탐욕이 우리를 멸망케 할 것이다. 이제 진실로 우리 인간이 살아 남으려면 의식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제일 먼저 우리가 먹는 음식에서 녹색바람이 불어야 한다. 물질이 아닌 가치 있는 삶을 위해 우리의 의식은 변해야 한다. 농약 덩어리인 채소, 항생제 덩어리인 바다 고기와 육식동물들. 땅에서도 바다에서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며칠 전 kbs의 소비자고발에서 농약 덩어리인 쌈 채소를 보고 몸을 떨었다. 중개인들이 원하고 소비자들도 원한단다. 색깔 좋고 튼튼한 채소를. 먹으면 안 되는 중국 농약으로 도배가 된 그 채소들을 소비자들은 원하고 있단다. 이제부터라도 농부들도 변하고 소비자들도 변해야 한다. 물질과 돈이 아닌 우리 인간의 몸과 정신건강을 위해. 200999도노강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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