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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가수' 장윤정의 '어머나'란 노랫말에 마음이 찡했다. 이럴 줄은 정말로 몰랐다. 처음 만난 한국 장애학생들이 일본에서 몸을 부대끼며 부른 사랑의 노래 '어머나'. 소설이나 영화 속 멋진 주인공들은 아니었지만 이들은 서로 거짓말처럼 사랑하게 되었다. 장애학생 일본체험학습 3박 4일 전체 일정 가운데 셋째 날인 지난 2월 21일 오전 10시 30분. 우리는 키요타케·미야자키미나미 양호학교(한국의 특수학교) 학생 180명 앞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키요타케 양호학교의 젊은 남교사는 이 노랫가락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한국과 일본 최초로 장애학생 교류회를 벌인 것이다. "한꺼번에 일본 가기는 이번이 처음" 전교조신문인 주간 <교육희망>과 일본전문여행사 '여행박사'가 장애학생 10명과 이들을 지도한 교사 9명을 뽑은 때는 지난해 12월. 절절한 사연 응모작 126개를 고르고 고른 결과였다. 일본 미야자기현과 가고시마현도 이번 여행을 공동 주최했다. 그리고 드디어 19일 오전 9시 55분 우리는 가고시마 행 비행기(KE785)를 탔다. 동행한 한정제 장애인단체총연맹 대외협력부장은 "장애학생과 교사들이 한꺼번에 일본을 방문하기는 한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반겼다.
가고시마 공항 도착 시간은 이날 오후 12시 30분. 빨간색 리프트 버스가 장애학생들을 기다렸다. 유일하게 교사가 아닌 가족이 보호자로 참여한 창경이 아버지 유춘식씨는 "창경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졌다"고 말했다. 너무나도 가벼운 고교 2년생 창경이(전북 남원고)는 여행 내내 버스에서는 의자에 바로 누워 천장을 보고 있어야 했다. 히라가와 동물원으로 가는 동안 비가 한두 방울 내렸다. 마음 속 먼지도 함께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휠체어를 탄 미리(대전 송강초 6년)는 연신 기린과 코알라를 폰카(핸드폰 사진기)에 옮겨 담았다. 고향에 돌아가 엄마와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리라. 우리 잠자리는 가고시마 시내 산꼭대기에 있는 시로야마 관광호텔. 저녁 6시에 도착한 이 호텔은 층마다 장애인용 널찍한 객실이 있었다. 영준이가 묵은 곳은 이 호텔 6층 601호 장애인용 특실이었다. 일반 객실 두 배 크기에 화장실도 갑절은 커보였다. 전동휠체어로 방과 화장실을 오고 간 영준이는 연신 "상쾌하다"는 말을 하면서 노래를 흥얼거렸다. 아이들은 서로 휠체어를 밀어주었다
이날 안내를 위해 수족관 관장과 직원 3명이 따라나섰다. 하루 전 동물원 방문 때는 동물원장이 안내를 맡았다. 이처럼 일본의 장애인들에 대한 대우는 남달랐다. 청중 앞에서 발랄한 목소리와 몸짓으로 고래쇼를 설명하는 일본 여자 안내원이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그저 단순한 몸짓이 아니라 수화를 하고 있었다. 다음 방문지는 활화산으로 유명한 사쿠라지마. 인애(충남 광천여중)와 하룻밤을 보낸 박신자 교사는 다음처럼 귀띔한다. "인애 얼굴이 너무 밝아졌어요. 어젯밤엔 얼마나 심각한 얘기를 하는지 저도 놀랐어요." 셋째 날 21일 아침엔 우리 일행은 전날 묵은 아오시마 팜비치호텔 앞뜰을 걸었다. 태평양이 바로 옆에 있었다. 여기저기서 숨을 크게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다. 오전 10시, 버스에 올랐다. 이번 행사의 클라이맥스인 한일 장애학생의 만남의 장소로 가기 위해서다. 한국과 일본 장애학생들이 서로 손잡던 날
이날 오전 10시 30분, 한일 장애학습 만남의 장이 양국 최초로 펼쳐졌다. 연단 뒤 무대엔 학생들이 색종이 조각을 오려붙인 가로 60cm 크기의 태극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걸려 있었다. 파란색 일본 전통 옷을 입은 30명의 일본 학생들이 박자에 맞추어 북을 세게 쳤다. 모두 자폐학생, 정신지체 학생들이었다. 사사키이츠오 교장은 인사말에서 "비 온 뒤 하늘에 뜬 태양도 우리의 만남을 환영한다. 양국 장애학생들의 교류를 하게 되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일본학생들은 이웃나라에서 온 친구들을 맞이하기 위해 한 달 전부터 한국말도 배우도 선물도 직접 만들었다고 키이사오리 교사가 전했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소아마비 일본 아이들도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저는 ○○이노므니다" 하고 말을 더듬거리면서 인사를 했다. 우리 쪽은 일본 학생들 앞에서 윤도현의 노래 '아리랑'과 장윤정의 노래 '어머나'를 신나게 불렀다. 침대에 누워있는 일본 학생도 온몸의 힘을 살려 내 손뼉을 쳤다. 박신자 교사(충남 광천여중)는 "우리나라 같으면 여기 있는 중증 학생들 학교에 오지 못하고 집에 누워있어야 한다"고 부러워했다. 이곳 일본 양호학교의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단 한 명. 학교 복도 또한 우리나라보다 1.5배 정도 넓었다. 한일 장애학생들의 잔치를 끝마친 우리는 오후엔 일곱 개의 거대 석상 '모아이'가 있는 산멧세 니치난을 방문했다. 휠체어를 탄 5명의 학생을 위해 전기자동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처럼 일본은 장애인 천국이었다. 어느새 휠체어를 타지않은 장애학생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휠체어를 탄 학생들을 밀어주고 있었다. 일본 규슈관광추진기구 이와키리씨는 "정말로 한국에서 처음 만나 일본에 온 학생들이 맞느냐"고 되물을 정도로 아이들은 형제가 되었다. 창경이 아버지 유춘식씨도 "자기 자식도 제대로 못 키우는 부모가 많은데 선생님들이 부모처럼 아이들을 돌볼 때 감동을 하였다. 고향에 가서 이 모습을 꼭 전하겠다"고 했다. 이날 밤 묵은 미야자키 돔 근처에 있는 시가이아 호텔 또한 장애인 시설과 객실이 돋보였다. 스위치를 누르면 침대와 소파가 움직였다. 휠체어 통행 최대의 적, '둔턱'은 아예 없었다. 자유를 위한 몸부림은 시작됐다 마지막 날인 22일 아침, 호텔 밖 해안선으로 붉은 태양이 솟아올랐다. 한국으로 귀향해야 할 시간,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얼굴 또한 밝게 빛났다. 이들은 여행소감을 다음처럼 밝혔다. "마음이 열린 것 같아 아주 좋았어요." (광순이) "선생님 더 사랑하게 되었어요. 재미있는 시간 많이 보냈어요."(인애)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선생님 너무 예뻐요."(민지) "아버지 보살펴줘서 고맙고 여행 너무 즐거웠어요."(창경이) "김치 너무 먹고 싶고요. 선생님 감사해요."(민구) 몸과 마음, 어느 한쪽에라도 휠체어 없는 사람 어디 있을까. 하지만 마이크 앞에서 도란도란 소감을 밝히는 이날 아이들은 '마음의 휠체어'를 벗어던진 것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이번 일본체험학습은 대중가요 '어머나'란 노랫말이 가볍게 느껴지기는커녕 마음에 '짠'하게 와닿는 그런 이상한 여행이었다. "오늘 처음 만난 당신이지만…. 소설 속에 영화 속에 멋진 주인공은 아니지만 괜찮아요 말해 봐요. 당신 위해서라면 다 줄게요." 그렇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장애학생'에게 여행과 교육의 자유를 선물하기 위한 몸부림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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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알록달록 푸우 휠체어, 키티 휠체어, 신데렐라 휠체어 너무 귀여운 것이 많더라구요.. 아이들의 감성배양에도 도움이 되는 휠체어 인 것 같습니다. 정말 부러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