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광고 문구가 있었다. 광고를 본 몇몇 아이들은 ‘다음 중 가구가 아닌 것은?’이라는 시험문제에서, ‘침대’를 답으로 적었다. 왜 그렇게 했냐고 묻자 ‘침대가 왜 가구예요? 과학이잖아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꽤 많았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참 난감한 상황…….
<사진 : mbc드라마 커피프린스1호점 홈페이지>
은찬, 커피유학을 권유받다 최근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커피프린스1호점’. 드라마 속의 여 주인공 은찬은 진정한 바리스타가 되기를 갈망한다. 매번 커피에 대해 공부하고, 매일 콩을 볶는 작업과 핸드 드립에 여념이 없다. 한결의 할머니는 ‘이왕 공부를 시작한 것, 이탈리아로 가라’고 하고, 은찬은 이탈리아 유학을 준비한다. 매체에서는 몇 개월 아르바이트를 하던 주인공이 ‘진짜 바리스타가 되고 싶어요.’하면 2년 이라는 세월이 금세 흘러, ‘짜잔!’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한다. 외국에서 공부하고 다녀온 은찬은 커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전문성, 그리고 깊은 경영철학을 가지게 될 것이다. 드라마 구성상 이탈리아 커피 유학이 탁월한 선택이었을 터. 드라마연출진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꿈에서 깨어나야 하는 시기이다. 바리스타는 소위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점차 경력을 쌓아갈 수 있는 직업이다. 그것은 외국도 마찬가지다.
보여지는 바리스타와 현실 속 바리스타 오늘도 전화가 걸려온다. “유학 좀 연결해 주실래요?” “은찬이가 보는 책은 어디서 구하죠?” “그곳에서 커피 볶는 것도 가르쳐 주나요?” 매체에서 보이는 직업은 시청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고 동기를 부여한다.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바리스타에 대한 관심은 관심 이상의 강한 애정으로 이어진다. 중학생이 바리스타 교육학원을 다니겠다고 한다. 처음 커피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이 같은 모습은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라는 답을 찍었던 어린아이의 답안지와도 같다.
실제의 바리스타의 모습으로 들어가 보자. 서울 도심의 바쁜 매장들, 분주하게 돌아가는 동선, 끊임없이 카페의 문을 여닫으며 오가는 손님들, 주문한 음료가 조금이라도 더디면 짜증을 내는 고객들도 있다. 틈날 때마다 주변 정리를 해야 하고 하루 종일 서 있어서 다리가 퉁퉁 붓는다. 극중 드라마 주인공처럼 한가로이 주전자를 돌릴 수도 없으며 콩을 볶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커피를 좋아하지만 허리가 아파서 이 일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커피를 만들면서 등 뒤로 흐르는 땀방울들은 드라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콩을 볶는 모습은 얼핏 고상하게 비춰진다. 하지만 그것은 어려운 작업이다. 전문적으로 그 일만을 하는 로스터라는 직업이 따로 존재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스몰로스터를 찾아보기도 힘들다.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대형 커피회사들이 즐비해 있기 때문이다. 바리스타는 커피만 만들지 않는다. 틈나는 대로 주변정리와 청소, 재고파악 등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은찬, 유학을 떠나다 이제는 주인공이 유학을 떠난다. 에스프레소의 본고장 이탈리아로! 하지만 이탈리아의 스페셜티 커피협회(certified specilaty coffee) 회장은 커피를 배울만한 곳이 극히 없다며, 커피유학을 권하지 않는다. 심지어 무엇을 공부하러 오겠냐고 반문한다. 오히려 이탈리아에서 유학중인 학생들은 한국에서 커피를 공부하는 편이 낫다고까지 말한다.
커피는 공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드라마에서 유학을 선택하여 멋지게 돌아온다는 것은, 잘못된 사대주의와 다를 바 없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드라마 속 주인공은 실망하면서 돌아와야 하는지도 모른다.
매체가 주는 효과와 환상, 그리고 오해 매체는 대중에게 커피에 대한 관심을 이끌었다. 분명히 그것은 긍정적인 효과다. 하지만 매체 속 바리스타의 단면을 보고 직업에 대한 오해를 갖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실제로 막연한 기대감으로 들어섰다가 실망하고 돌아서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은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외국에 나간다. 그래서 잠깐 공부를 하고 돌아와 멋진 모습으로 일을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이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하며 꿈을 갖기도 한다. 현업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커피 한 잔에 열정을 쏟는 바리스타들은 이런 장면을 얼마나 공감할까?
글/전용
|
첫댓글 그렇군요... 맘속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입니다. ^^
맞아요 맞아 ...끝없는 잔업들......항상 지켜야 하는것들이 많죠,,,,,,,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