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우는 여자
/서현호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그러나 어쩌다 여자에게 담배를 가르친 적이 있다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 대신해 태워 줄 나는 없었으므로
기꺼이 그녀 손가락 사이의 여윈 인연을 탓하지는 않았다
담배를 피던 그녀 곁에서 800도쯤의 슬픔이
무수히 피고 진다는 걸 알았을 때 그녀는 이미
대신 할 나보다 담배에 중독 돼 있었다
지금 그녀는 내 곁에 없다
때로 무료(無聊)의 도넛을 푱푱푱 그려내며 한없이 가벼워지던 그녀
첫 숨처럼 슈, 하고 내뱉던 담배 연기 속에
너무 일찍 알아버린 허무의 냄새를 그리워하곤 하던 여자
담배갑만큼 조그만 여자
박제된 시간으로 그 속에 웅크려 있곤 하던 여자
제 몸 태우는 상처마저 사랑 할 줄 알던 여자
그녀는 떠났고
그 사랑만 재처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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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서처럼 나는 담배를 피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굳이 간접 흡연의 폐해를 들어
담배 피우는 사람을 경원시는 않는다.
오히려 몸에는 좀 해롭다해도, 담배 태우는 사람에게서
한 정신의 고뇌를 품고 살려는 의지 같은 걸
엿보는 것 같아 묘한 매력을 느낀 적이 더러 있다.
그 사람이 여자 건, 남자 건. <현호>
첫댓글 담배 나도 안피는데 담배는 왜피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