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대 시골밥상
한웅구
검게 그을린 시뻘건 아궁이속
배고파 피워낸 흰 연기가
굴뚝을 지나 담 너머로
낮게 가라앉아
코끝을 자극할 때
어미가 담은
붉은 고추장과
한가득 동동 뜬
간장속 내 꿈처럼
진하게 우러난
장독대
어미의 손맛…….
정겨운 그 밥상을
마주한
그대들 모습이
참으로 그립습니다.
어서 오세요.
당신의 추억과
당신의 손길과
당신의 뜨거운 입맛이
가마솥 그 향을 타고
그리운 맛 돋게 할
정겨운 장독대 시골밥상
당신의 다정한 발길을
환영합니다.
길에서 길을 만나다
미루나무 나란히
울퉁불퉁
꽃 먼지 피우는
그 길이 좋아
마냥 걸었네.
세월의 주름이
청년기를 지나
아스팔트
꽃단장한
그 길이 좋아
마냥 걸었네.
인생 사십 줄
아플 수도 없는
삶의 무게가
짓누르는 지금
공허함과 외로움에 선
그 길에서
빛 된 당신을 만나
모든 짐 훨훨
내려놓고
설렌 발길 옮기는
그 길이 좋아
난 하염없이
그 길을 걷고 있네.
인간과 물고기
빙하를 타고 도는
청어 떼의 반짝임도
독수리가 된
인간의 탐욕에 걸려
한 번의 손놀림에 300톤이
알래스카 빙산처럼
사라져간다.
아무도 찾지 않던
호주 남부 죄인들의 땅
포스링컨 드넓은 앞바다에
꿈을 쫓아 찾아든 금빛 다랑어는
본능에 그만 눈이 멀어
독도 옆 생살을 탐하는
섬나라로 공수되어 간다.
인도차이나 반도의 젖줄인 메콩강 상류
불타오르는 물결사이로
외줄에 생명 건 어부의 발걸음은
희망을 담아 흙빛 물결사이로
한 발자국 뿌연 흰 연기를 밟으며
232 한국신춘문예 삶의 투망으로 급류를 뚫고
가둘 수 없는 자연에
인간과 물고기는
소통하며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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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웅구 프로필
경기도 안성 출생 / 한국문단 낭만시인 공모전 등단 /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원 / 월간 서울시인들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