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그녀를 볼 때마다
나도 어느새... .
그녀처럼 평안해졌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강풀 글 그림 [26년], 문학세계사 2007.5.15 초판 1쇄, 90면
그는 매해 아버지의 묘비 앞에 앉아서 중얼거렸었다.
-같은 책 95면
인기 만화가 강풀의 작품 [26년]은 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이후 26년을 그린 만화다.
광주에서 시위대에 참가한 부모를 잃은 아기, 공수부대원으로 시위대 청년을 쏘아 죽인 젊은이 들이 상처를 안고 26년 뒤 광주의 학살을 일으킨 주범을 제거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얽히고설킨다.
그리하여 과연 역사는 바로 세워졌는가, 상흔을 치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다시 묻고 있다.
위 지문을 보면 '매해'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어색한 표현이다.
매년/매월/매주/매일은 한자어이고
해마다/달마다/날마다는 고유어다. 주(週)는 한자어밖에 없다.
우리말의 결합은 매우 미묘하다.
매년/매월/매주/매일은 어색하지 않은 한자 단어이고,
'매달'은 많이 쓰고 어색하지 않은데, '매해'는 어색하고, '매날'이라고는 쓰지 않는다.
'주마다'는 어색하지 않고 많이 쓰는데, '연(년)마다' '월마다' '일마다'는 쓰지 않는다.
따라서
해마다/달마다/주마다/날마다로 쓰는 것이 일반적으로 좋은 우리말 표현이고,
문체에 따라서, 글의 분위기에 따라서 매년/매월(매달)/매주/매일을 써도 좋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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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을 검색해보니
매-해 (每-)
[매ː-]
「I」「명」한 해 한 해. ≒매년『I』˙비년(比年)〔2〕˙빈년(頻年)『I』˙연년01(年年)『I』. ¶입학 정원이 매해마다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II」「부」해마다. ≒매년『II』˙빈년『II』˙연년01『II』. ¶우리 학교는 매해 12월에 송년 음악회를 연다.§
라고 되어 있다.
이는 굳이 사전에 등록할 말인지 의심스럽다. 그리고 예문에서
입학 정원이 매해마다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는 좋지 않은 사례이다.
'매해마다'는 중복 표현으로 잘못 쓰인 말이다. '매년'이나 '해마다'를 써야 하는데, '매해마다'라고 잘못 쓴 것을 예문으로 뽑았으니, 이런 경우 사전이 우리말 가꾸는 데 걸림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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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편집하는 잡지에 들어온 독자 소감을 읽는데, '매호마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매호마다'도 '역전 앞'처럼 의미 중복이 있는 말이다.
'매호' 또는 '호마다'라고 쓰면 된다.
매년마다, 매달마다, 매분기마다, 이런 식으로 쓰는 말버릇을 가진 분들이 있는데, 좋은 습관이 아닌다.
중복표현이 언어습관상 불가피할 경우도 있지만, 중복하지 않고 자주 쓰면 그 표현이 더 깔끔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매호'보다는 '호마다', '매분기'보다는 '분기마다'를 쓰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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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중복이 있는 말로 '피해를 입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사고나 자연재해 때 이런 말을 많이 쓰는데, '해를 입다'나 '피해가 있다' 등으로 쓰는 게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언어는 습관이기 때문에 '해를 입다'를 자주 쓰면 어색한 표현이 아니게 된다. '큰 피해를 입었다'는 '큰 해를 입었다' '피해가 컸다' 등으로 쓰는 게 좋은 문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