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산행은 남덕유산이 목적지입니다.
원래는 영각사 - 남덕유 - 삿갓재 지나 무룡산, 동엽령으로 해서 안성 칠연계곡으로 내려가고자 했으나 산행시간이 좀 늦어져 삿갓재에서 황점(거창군 북상면)마을로 하산하였습니다. 아쉬웠지만 이곳 아름다운 계곡이 길게 펼쳐져 있음을 알게되어 자그마한 수확의 기쁨도 있었습니다. 어제 일요일 하루의 산행스케치를 간략하게 정리해서 보고드리겠습니다.
9월 11일 새벽4시30분, 어슴프레 잠이 깬다. 이른 산행을 계획하는 날에는 항시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잠을 설치는 경향이다. 긴장하고 있다는 것인가? 그래도 침대에서 좀 버티다가 아침 먹을거리 준비하는 소리에 겨우 일어난다. 수프와 떡으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배낭을 꾸린다. 밤새 얼린 막걸리 3병과 홍어, 신김치, 초장까지 완벽하게 안주를 준비한다. 추석선물로 들어온 홍어인데 어젯밤 맛을 봤더니 너무 좋아서 우리 산사모 식구들과 나누고자 한 접시를 준비했다.
6시10분, 집앞에서 예병락 원장님을 만난다. 간만에 참석하시는 예원장님, 반갑습니다.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88고속도로(이 도로 이름이 광주-대구간 고속도로로 바뀌었다)를 타고 동진하다가 함양나들목에서 무주방면으로 갈아탄다. 아침식사를 제대로 못하신 예원장님을 위해 함양휴게소에 잠시하차, 우리는 커피를 마시고 예원장님은 쵸코파이와 음료수를 사드렸다. 그전에 함양휴게소에서 식사를 맛있게 했던 기억이 있다. 휴게소 음식이라고 다 어설픈것은 아니다. 그래서 난 함양휴게소를 만나면 반갑다.
8시 정각 영각사 주차장에 도착한다.(사찰 주차장이라 일반인들은 원래 주차를 금한다. 하지만 오늘은 한가한 시간이라 주차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와서 한마디 한다. 어떻게 오셨냐고? 보면 몰라, 물론 등산객이지. ㅎㅎ 암튼 우리는 걍 주차를 하고 산행준비를 한다) 잠시후 전주팀 차량이 도착한다. 참석자는 회장님, 김권희원장 부부, 일수 부대장 달랑 넷이다. 우리 광주팀 3명포함 모두 7명이다. 서로 반갑게들 인사를 나누고 산행준비를 한다. 주차장에서 아래로 약간 내려가 등산로로 접어들어 400미터정도에 영각탐방지원센터가 있다. 여기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오전8시 30분, 산행 시작이다. 산행초반부는 그리 힘들지 않게 진행된다. 어젯저녁에 비가 왔는지 숲 속에 습기가 많다. 그로 인해 숲의 향기는 더욱 진하고 공기는 서늘하다. 도토리가 많이 떨어져 있다. 산에는 벌써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등산객들도 별로 없고 호젓한 산행이 예상된다. 1시간쯤 오르다 잠시 휴식, 커피도 마시고 물도 마시며 더위를 식힌다. 점퍼와 긴바지를 벗고 반바지, 반팔로 본격적인 산행차림으로 바꾼다. 오늘은 다들 몸 컨디션이 좋아보여 다행이다. 하지만 산행은 아직 멀었다.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는 후반부에 결정되는 것이니까~
영각사에서 남덕유 정상까지 보통 1시간 30분을 잡는다. 하지만 여기에 휴식시간 20~30분 정도를 더해야 맞는다. 남덕유 정상에 오르려면 3개의 암봉을 거쳐야 하는데 약 700여개 이상의 계단이 놓여있다. 지리산 죽음의계단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경관은 멋지다. 암봉위에 올라 인증샷도 찍어가며 천천히 전진한다. 결국 일행 모두가 남덕유에 오른 시간은 11시쯤이 되었다. 예상보다 1시간 정도 늦은 셈이다. 단체사진을 찍고 간식도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이제 점심식사를 위해 삿갓재 대피소를 향해 나아간다. 남덕유에서 삿갓재까지 약 4.2km. 최소 2시간 정도 걸릴텐데 우리들 컨디션으로 잘 도착할 지 모르겠다. 남덕유에서 월성치까지는 완만한 내리막이라 그리 힘들이지 않고 나아간다. 월성치에서 황점마을로 내려가는 하산길도 있다. 여기 월성계곡도 풍광이 좋다하니 나중에 한 번 와봐야겠다. 월성치를 지나 이제 삿갓봉을 향해 나아간다. 오르막길이 숨을 가쁘게한다. 12시가 넘어가니 배도 슬슬 고파진다. 다리도 팍팍하고 힘이 들 무렵 삿갓봉 삼거리에 도착한다. 우측 400미터에 삿갓봉 정상이다. 배낭을 풀어놓고 맨몸으로 빠르게 올라간다. 정상 근처에 있던 김권희 원장에게 인증샷을 찍어달라고 하고 바로 하산한다.(날개미떼가 점령한 정상에는 더 있을 수가 없었다) 다시 삼거리에 내려와보니 회장님 다리에 쥐가나서 일수 부대장과 천천히 이동중이라 한다. 예원장님은 점심식사 장소를 탐색하러 배낭을 놓고 앞으로 가셨다고 한다. 내가 그 배낭을 들고 뒤를 따른다. 그런데 한참을 가도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삿갓재대피소 쪽으로 전진한다. 대피소에 못 미쳐 약간 넓찍한 장소가 나온다. 뒤에 쳐진 사람들을 위해 여기서 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어야겠다. 전화를 해 보니 바로 뒤에 있다고 한다. 자리를 펴고 준비한 도시락과 막걸리를 꺼내놓고 홍어 안주상까지 근사하게 차려 놓는다. 바다엄마는 오징어덮밥을 준비해 오셨다. 자리가 다 펼쳐지고 막걸리가 한 순배 돌 무렵 회장님이 당도하신다. 다리에 쥐가나서 한참씩 쉬다 오느라 늦어졌다고 하신다. 평소 근력운동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한다.
한참 식사를 맛나게 하는데 한무리의 등산객들이 옆으로 지나가면서 한 마디 하신다. " 온 산에 홍어냄새가 진동하네요~" 그리 많이 삭힌 상태가 아닌데도 홍어는 역시 강력한 냄새를 풍긴다. 우리 전라도 사람들은 이 홍어를 정말 사랑한다. 오늘의 점심식사는 이렇게 홍어와 함께 풍성하였음을 불참하신 회원님들께 자랑삼아 보고드린다. ㅎㅎ
점심을 먹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자리를 정돈하고 이동한다. 그린포인트 모으자고 쓰레기도 재활용과 폐기용으로 잘 구분하여 봉투에 담는다.(결국 하산지점이 달라져 그린포인트 적립은 또 실패했다) 잠깐 이동하니 바로 삿갓재대피소가 나온다. 멋드러진 데크에 식탁까지 잘 차려진 벤치를 보니 방금 전 쪼그려 앉아서 먹었던 점심이 너무 아쉬웠다. 조금만 참고 더 전진했더라면 편안하고 우아한 자세로 식사를 했을 터~ 아무튼 우리는 모두 여기 대피소 앞에서 다시 휴식을 취한다. 쥐났던 다리 치료를 위해 회장님은 김권희 원장의 특진을 받는다. 등산스틱을 이용해 굳어있던 근육을 풀어드렸더니 나중에 하산시 편안하게 내려오셨다고 한다. 김권희 원장을 우리 산사모 대표원장으로 임명합니다.
여기서 원래는 동엽령으로 향했어야 한다. 동엽령까지 약 6km. 3시간 정도 거리다. 3시 이전에 이곳을 통과했어야 하는데 지금 시간이 3시가 조금 넘었다. 대피소에 안에 있던 공단직원이 나와서 다들 무조건 하산하셔야 한다고 안내해준다. 우리보다 약간 늦게 도착한 등산객들이 당황해 한다. 무룡산까지만 다녀오면 안되느냐고 애걸을 해보지만 공단 직원은 단호하게 "안됩니다" 하고 잘라 말한다. 우린 어차피 황점으로 하산할 예정이기에 이 장면을 웃으면서 쳐다보고 있었다. 이정표를 보니 황점마을까지 4.2km. 한시간 약간 넘게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하산을 시작한다. 내려오는 곳곳에 펼쳐진 계곡의 풍경은 너무 좋았다. 중간중간 작은 폭포도 있고 그 폭포수가 만들어 낸 작은 소들은 어서 와서 풍덩 담겨보라는 유혹의 물소리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하산해서 차를 가질러 다녀와야 하기에 맘이 급하다. 내려와 보니 개인택시 전화번호가 커다란 표지판에 잘 적혀 있다. 전화를 걸었더니 15분이면 도착하니 잠시 기다리라는 택시기사의 대답이다. 내 뒤를 바로 이어 김권희가 내려왔고 우리는 잠시뒤에 도착한 택시를 타고 영각사로 이동한다. 차를 찾아 다시 황점마을로 돌아오니 일행 모두가 무사히 내려와서 탁족까지 즐기고 있었다. 이렇게 우리의 남덕유 산행은 11km 거리의 이동으로 끝났다. 좀 더 기운내서 이동했더라면 목적했던 동엽령까지 가서 안성으로 하산했을테고, 그랬다면 산사모 공식산행으로 덕유산 완전종주를 마무리 했을텐데 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어쩌랴, 산행은 무리하기보다는 즐기고 안전하게 다니는 것이 제일이다. 아쉬움이 남아야 다음에 또 오고 싶지요, 안 그래요?
황점마을에서 전주팀과 광주팀 나누어 해산한다.
광주팀은 집으로 오는 도중, 순창에 들러 "옥천골 한정식"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여기 식사 무척 맛있다.(강추!) 1인당 1만3천원으로 가격도 저렴하고 나이 드신 어머님들이 음식도 하시고 서빙도 해주신다. 고추장불고기(돼지고기가 더 맛있음)가 기본 반찬으로 나오는데 별다른 안주 없이 밥상에 오른 반찬만으로 소주 각1병씩은 너끈하다. 이렇게 광주팀은 맛난 저녁까지 먹고 무사하게 귀가하였음을 보고드립니다.(사진은 김권희 홍보이사의 작품을 앨범에서 보시게 되실겁니다)
이상으로 63차 산행보고를 마칩니다.(등반대장 올림)
사진참고 - 트랭글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