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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24 MON. interviewer: 송정은 interviewee: 김승환
❏ 김승환, 시크한 매력의 그를 만나다.
며칠 전부터 그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 장난스러운 말투로 ‘사전검열’이 필요하다며 질문지를 보여 달라 했지만, 난 끝까지 보여주지 않았다. 내가 승리한 것이다. Hoot! 2011년, 폭설의 수준은 아니었지만, 꽤나 많은 양의 눈이 내린 다음날, 참여연대 앞은 눈 녹은 거리로 지저분했다. 이런 날 출근을 해야 하는 현실에 통감했지만, 김승환군과의 인터뷰가 있던 날이었기에 발걸음을 서둘러보려 애썼다. 아침, 뒤에서 누군가 날 툭치는 것이 아닌가. 돌아보니 아주 해맑은 웃음으로 “야!” 하고는 말없이 출근길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는 오늘까지도 사전검열을 요청했다. 1월 24일, 오후 2시 40분. 참여연대 건물 1층에 위치한 [카페통인]에서 우리는 만.났.다.
❀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너무 막연해요. 다 알잖아요.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 부끄러운 듯, 그리고 다소 귀찮은 듯) 생략하도록 해요.
❀ 참여연대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원래는 이번 겨울방학 때 인턴기자를 하려고 동아일보를 지원했는데 1차에서 떨어졌어요. 조금 낙담하고는 조선일보를 쓰려던 참에 참여연대 인턴을 알게 됐어요. 인턴기자를 하고자 했던 목적도 뜻 깊은 일을 하고 싶었기에 조선일보와 같이 지원하게 됐어요. 근데 참여연대 최종합격 전에 조선일보 1차 합격 발표가 났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연대 인턴을 지금이 아니면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자를 준비하는데 있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 선택하게 되었어요.
❀ 참여연대 인턴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자, 무엇을 얻고자 했는지? 다르게 생각하는 방법이요. 이를테면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배우고 싶었어요. 그리고 여기서 그러한 ‘다른 생각’을 느낄 수 있었어요. 아마 내가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 듯해요.
❀ 인턴에 대한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90점.
❀ 90점이면 10점이 가감되었다는 말인데, 가감 요인은? 음.. 보수가 좀 작은데요?(웃음)
❀ 담당간사님께 예쁨 받는 인턴으로 유명하다. 노하우가 있다면? 저는 딱히 느끼지 못하겠어요. 그냥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할 뿐인데..(마치 “저 교과서로만 공부했어요.”라고 말하는 학생 같았다.)
사적인 질문으로 들어가겠다고 하니 대뜸 들고 있던 원숭이 가면을 다시금 쓴다. 이런 귀여운 모습이 있는지 알고 계셔쎄요? *.*
❀ 그럼 이제 사적인 부분을 질문하겠다. 혈액형은? O형이에요. 전형적인 O형은 아닌 듯해요. 대체적으로 O형들은 활발하거나 대외적인 활동을 많이 하잖아요. 그렇진 않거든요. 근데 저는 혈액형이론 자체를 신뢰하진 않아요.
❀ 지금 한창 홀릭(Holic)되어 있는 거나 고민에 빠져 있는 것은? 미래에 대한 생각? 진로에 대한 생각이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잘하고 있는 건지 누군가 확신을 주는 게 아니니까요. 고등학교 때는 좋은 대학교 가는 게 목적이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이를테면 좋은 학점이나 대기업에 취직하는 게 그리 좋은 가치가 아니라 생각하기에 내가 무엇을 해야 행복할지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해요.
❀ 성향이 궁금하다.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는? 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두 가지가 있어요. 전지현이 나오는 영화.(웃음) 장르는 역사적인 것을 배경으로 하는 것을 좋아해요. 특히 기억에 남는 영화는 마지막 황제(The Last Emperor. 1987)나 쉰들러리스트(Schindler's List. 1993)예요. 그렇지만 영화를 많이 보지는 않아요. + 그럼 국사학과나 역사를 다루는 전공을 선택했을 법도 한데? 처음에 학교를 갈 때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전공을 선호했어요. 그래서 생각한 일반적인 학과가 경영학과예요. 처음에 전공을 정했을 때, 다양한 분야를 배울 수 있고, 그만큼의 선택의 폭 또한 넓을 것을 기대했는데, 적성에 맞는지는 모르겠어요. 오히려 이중전공인 불문과 수업이 더 재밌어요. 더 와 닿는다고 해야 할까? 경영학 수업은 학문적이라기보다 기계적이고 수학적인 부분이 많아서 학문으로써의 가치보다는 실용적인 면이 많아요. 그래서 저와는 그리 맞지 않아요. 그래도 다시 고3때로 돌아가 선택한다면 경영학과를 선택할 것 같아요. 관심이 없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는 게 경영학 부분에서도 좋아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에요. 겪어보니 경영학과 친구들은 나와 조금은 다른 시각과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부분이 좋은 것 같아요. 배울 수도 있고요.
❀ 자신과 코드가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들인가? 저와 친한 친구들 중에는 좀 활달한 성향의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요. 재미있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 좋아하는 음식은? 이유도 말해달라. 치킨. 프라이드치킨. 아, 그리고 생선초밥, 회 등... + 가리는 건 없는지. 많아요.(웃음) 순대, 들깨무국, 미역줄기... 편식이 좀 있는 것 같아요. 부모님은 다 식성이 고르신데, 저만 그래서 넌 어디서 왔냐고들 하세요. 입맛이 까다로운 편인 것 같아요.
❀ 취미가 뭐냐? 특기도 함께 말해주면 좋겠다. 취미가 딱히 있는 건 아니고, 한강에서 음악 들으며 자전거 타기? 한번은 목동에서 송파구 아산병원(편도 23km 정도의 거리)까지 간적이 있어요. 바람이 순풍이라 어느새 도착해보니 거기였어요. 놀랐죠. 근데 돌아올 땐 역풍이라 힘들었어요.(웃음) 거의 초죽음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있어요.
✰ 인터뷰 중간, 인턴 권소연양이 스키틀즈(Skittles. 난 처음 들어봤다. 설탕 코팅 속에 다양한 맛이 느껴지는 과자란다.)를 김승환군에게 건넸다. 어린이 미소를 지으며 “저 이거 완전 좋아해요. 거기 써주세요.”라고 요청한다. 그러고 한 알 집어먹더니 “아우 셔~”라며 이내 곧 인상을 찌푸린다.
❀ 시크함의 대명사이다. 학교에서도 시크한지, 학교생활을 좀 소개해달라.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에요. 경영학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생활 또한 좋아하진 않았어요. 학과생활도 개강 때 하는 행사 정도만 참석할 뿐이었어요. 학교에서는 조용한 아이인 것 같아요. + 동아리 활동은 안하는지. 우리학교에서만 할 수 있는 동아리 활동이 아닌 연합동아리를 찾아 활동했어요. 영어회화 동아리였는데, 여학생들도 많고, 그랬죠.(웃음) 거기서 만난 친구들과는 상당히 친해져서 나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편이예요. + 주로 그 동아리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1년에 한번 겨울에 영어연극을 하는데, 그 시기가 되면 가서 후배들을 격려해주거나 스피치 대회 심사위원, 아, 얼마 전엔 신입생 면접관으로 참석했었어요. + 오, 영어 잘하겠다. 좀 해요.(웃음) + 자신만의 영어 잘하는 비법을 좀 알려달라.(인터뷰 말미에 한 질문이지만 관련 내용이라 삽입한다.) 끊임없는 관심.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영어에 대해 항상 뭔가를 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부모님이 시켜서 한 적은 없어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부모님께 요구를 했고, 부모님은 지원을 해줬을 뿐이었죠. 한번은 영국식 영어를 배우고 싶어 영국문화원도 다닌 적이 있어요.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하게 된 계기는?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라는 책을 읽었는데, 인상 깊었어요. 당시 베스트셀러였어요.
❀ 그렇다면, 자신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은 누구인가? 인연이 있는 사람도 좋고, 없는 사람도 좋다. 개그우먼 조혜련. 뭔가 항상 도전하는 자세가 좋아요. 저는 도전의식이 부족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좀 있거든요. 근데 조혜련은 연예인으로써 외모적인 핸디캡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도전하는 것 같아요. 더구나 오락프로그램에서 예쁘게 보이려고 하기 보다는 웃기려는 ‘노력’이 많이 보여서 좋아요.
❀ 삶의 목표가 있다면?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인가? 책을 한번 내보고 싶어요. 자서전이든, 뭐든. 내 이름을 남기고 죽을 수 있는 일. 그런 것을 해보고 싶어요.
❀ 이것은 개인적으로 자문을 구하는 질문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조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신뢰. Trust.(좋은 발음으로 덧붙여줬다.) 상대방에게 믿음을 줄 수 없다면 아무리 똑똑하고 잘나도 그 사람에게 일을 맡기지 않을 것 같아요. 물론 능력도 중요하죠. + 본인은 신뢰를 주는 사람이라 생각하는지. 그럼요. 저는 적어도 남과 관련된 일에서는 피해를 주지말자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신뢰를 주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피해를 좀 보더라도 남에게 피해를 안 주는 게 나아요. 제가 좀 덜 가지고 남에게 더 주는 것이 마음이 편한 것 같아요.
❀ 앞으로 남은 2주 동안 바라는 인턴 생활이 있다면? 특별히 바라는 거 없어요. 크게 바라는 것도 없고.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이것만은 실어줬음 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없어요. 진짜 없어요. (아무리 종용해도 최후의 1분은 나오지 않았다.)
✰ 여기까지는 그와 진행했던 형식적인 인터뷰. 다음은 형식적인 인터뷰가 끝난 후 그와 아주 편하게 진행했던 인터뷰이다. 내용이 독특하다거나 자극적이진 않다. 그러나 사적 으로 궁금했던 것을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 마지막 연애와 마지막 키스는? 이런 질문을 해야 좀 재밌어. 하하(손에 쥐고 있던 원숭이 가면을 다시 쓰며..) 마지막 연애는.. 작년 8월이었고.. + 음 왜 헤어졌어? 내가 생각했던 그 사람이랑 달랐던 거 같아. 내가 차버렸어. + 마지막 키스는 노코멘트 해둘까? 응.
❀ 이상형은 뭐야? 전지현. 장윤주. + 그런 특정 인물 말고, 성향이나 특성을 얘기해줘 .도도한사람. 와 너도 도도한데 여자친구까지 도도하면 하늘 찌르겠다. 근데 나한테 잘해주는 건 안 좋아해. + 그럼 나쁜 여자? 아니, 나쁜 여자 그런 거 말구, 약간 무관심한 듯 한 여자가 좋아.
❀ 여행하고 싶은 나라는? 일본. 미국이나 유럽은 가봤는데, 일본은 가까운데도 못 가봤어. ‘가까우니까 나중에 가보지 뭐.’ 하다 보니 그런 거 같아. 일본의 료칸 같은데 가고 싶어. 기모노 입은 여자도 보고, 가이세키 요리도 먹고, 온천도 하고, 그러고 싶어. 대학교 1학년 때 배낭여행을 갔었는데 고생하면서 여행했던 게 힘들었거든. 짧게 가더라도 좋은 음식 먹고 좋은 데서 잠자야겠다고 생각했어. + 누구랑 갔었는데? 남자둘, 여자둘. + 오, 커플들끼리 간거야? 아니. 중학교 때부터 영어 과외 같이 하던 친구들이었어. 지금도 연락하는 친구들이야. + 같이 여행하다보면 우정에 흠도 갔을 것 같은데. 응. 그런 것도 있었어. 마음이 안 맞을 때도 있었고, 내가 가고 싶지 않은 곳을 가야하거나 그럴 때.
❀ 집에서는 주로 뭐하면서 시간을 보내? 신문 봐. 신문 보기도 벅차. + 몇 개나 받아보는데? 3개. 경향신문, 조선일보, 한국경제. 매일 보진 못해도 그렇게 하려고 해. + 스크랩도 해? 그것도 하려고 노력해. 혹은 나도 같은 생각을 했는데,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 이슈에 대해 신문을 읽고 공감했을 때, 그걸 내 아이디어 노트에 옮겨 적어두곤 해. + 좋아하는 기자는 누구야? 김주하 기자. + 왜? 예뻐서? 응. 진짜야. 예뻐서 좋아해.(웃음) + 어떤 분야의 기자가 되고 싶어? 사회부, 경제부, 정치부, 국제부 등등 정치부. 재밌을 것 같아.
❀ 스스로 생각하는 본인의 성격에서 장점과 단점. 장점은.. 착해.(웃음) 스스로 착하다고 생각해. 음.. 불쌍한 것에 대해 공감을 많이 해. 공감능력이 좋은 것 같아. 단점은.. 내 방을 잘 안 치워. + 넌 되게 잘 씻지 않아? 응. 나만 잘 씻어.(웃음) 아,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불편함을 느껴. + 마음을 쉽게 안 열고 쉽게 안 주는구나? 응. 그런 것 같아. + 친해지면 활짝 열구?(웃음) 응. 의리는 좀 있어. 친구들한테 세세한 걸 잘 챙겨줘. 감동한 적 되게 많아. + 어떤 이벤트에서 감동을 받든? 음...(한참 생각을 하고선 나오는 대답은..) 아, 소연이(권소연양) 생일 때 내가 케이크 사갔어.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말야.(웃음)
❀ 다음 인터뷰는 누구할거야? 고민 중이야.
그가 한 말 중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억지로 친해지려고 노력하지 않아. 친해질 인연이라면 어떻게든 친해져.”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라, 공감의 뜻으로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만난 김승환군은 역시나 시크하고 재미난 친구였다. 인터뷰 끝나고도 “뭐야, 싱거워~”라며 사전검열을 못하게 한 데에 대해 약간의 불만을 토로하는 듯 했다.
앞으로 그를 보게 될 시간은 2주. 우리 친해질 인연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