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의 등장 때문이기도 하고 좋은 재질의 문구가 나와서 대체재가 많아서 그럴 수도 있다.
과거 연습장을 따로 사기도 했지만 가공한 가격이 포함되다 보니 16절 갱지를 따로 표지에 묶어 가지고 다녔었다.
숙제로 깜지라는 걸 제출하기도 했고 고등학교 땐 매일 영어선생님이 8절의 깜지를 제출하도록 했는데 그렇게 죽어라 쓰고 익혀도 영어점수는 오르지 않았다.
지금은 수학포기자가 상당수인데 문법이 위주인 당시 영어는 영어포기자를 다수 만들었다.
숙제를 빨리 하기 위해 볼펜을 두개로 붙여 했다가 혼이 나기도 했었던 기억이나는데 갱지를 가득 채우던 야간자율학습시간을 생각하면 당시 소비한 시간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되묻곤 하는데...
군대를 갔을때 주보직은 사격지휘병인데 부대내 병기와 탄약을 관리하라는 지시가 떨어져 행정반과 병기고 탄약고를 다니며 확인을 했는데 당시에도 내손엔 검은표지의 재산대장과 관리대장등 여러가지 양식이 묶여진 서류들로 골머리를 아프게 했는데 무슨 사고만 나면 재산대장 관리대장 무슨 점검표를 점검하느라 밤을 보내고 ...
원래 대대급의 계원부터 전문행정병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 내가 근무하는 부대는 부대규모에 비해 보유장비와 탄약이 많아 병기탄약계원은 직접 상급부대의 감독을 받았고 다른 건 중대급인데 대대급 계원의 업무에 준하는 일을 했었다.
행정반엔 책상이 네개 있었는데 ... 한개는 행정서기병(1.2.4종업무 겸임) , 교육계원(주로 하는 일은 낮에 전화 받고 서류만들고 타자치는 업무 ), 병기탄약계원, 인사계책상이 있었다.
따로 사격지휘소가 포상옆에 배치하긴 했는데 주로 주특기교육할 때 가있고 밤엔 행정반 한쪽의 전화교환대에서 전화받고 무선대기하고 각 부대 상황실의 통화내용을 들어야 했다.
그래도 낮엔 훈련 작업, 밤엔 근무, 행정업무, 다양해서 좋았다.
그러나 이건 전초전에 불과 했다. 일병계급장을 달고 좀 되는가 싶더니 아예 전문 행정병으로 연대 군수과 탄약계원으로 총보다 펜을 잡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겐 케비넷 하나에 서류철이 가득이고 뭔 놈의 점검사항이 그리 많은지... 게을러 터진 성격과 일을 미루던 나에겐 참 어울리지 않던 보직이었다.
그일을 한 4개월 하다 보니 행정병 편하다는 이야기는 절대 할 수 없었다.
컴퓨터가 보급되기 전이라 타자와 먹지를 이용해 여러장의 문서를 만들고 볼펜과 자를 이용해 종일 표를 그리고 나면
' 볼펜심의 수은주는 아침에 영상을 가르치다 밤이되면 영하로 치달았다!' 그리스펜, 네임펜등 휴가나 외출때면 한보따리를 사왔는데... 당시 이 흑색 표지도 무척 많이 사날랐다.
연대본부에 있을 땐 지급되는 사무용구가 많았지만 다시 말단 부대 행정반에 갔을 땐 거의 개인 돈으로 동네 가게엘 가서 사무용구를 조달했었다.
나중엔 나오는 루트를 확인해 연대본부나 인사관련 계원에게 달려가 받아챙겨와서 쓰기도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이 많았었다.
서류에 매몰된 군대의 행정관행...개인의 사비를 가져다 쓰고 집에 있던 것도 가져다 쓰고 복사기가 있는 문구점을 찾아 수km를 걸어서 가던 시절도 있었다.
당시 변변한 가방이 없어 인사계가 급하게 구해준 미군의 잡낭을 휴대하고 긴 시간을 걸었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