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의 젖줄 왕피천의 속살이 빚은 굴구지마을을 아시나요"
굴구지마을의 행정명은 경북 울진군 근남면 구고동이다.
'굴구지'라는 마을 이름은 왕피천 하류에 자리 잡은 근남면 소재지에서 "아홉 고개를 넘어가야 만날 수 있는 마을"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도 시내버스조차 다니지 못하는 산골마을이다. 마주오는 승용차끼리 마주치면 한 쪽은 길 가장자리에 섰다가 다른 한 쪽이 지나가면 빠져나와야 하는 외줄기 산길이다.
그러나 굴구지마을 사람들이 넘나드는 산길을 따라 울진 금강소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트 향을 좇는 길은 가히 '천상으로 가는 길'이다.
예부터 선인들은 풍광이 좋고 인심이 넉넉하고 산자수명한 곳에 모둠살이를 틀고 "동천(洞天)"이라 이름했다.
천상의 동네라는 뜻이다.
울진지방에는 '단하동천(丹霞洞天)'을 비롯 '구고동천(九皐洞天)' 과 왕피리의 동천(洞天) 등 다수의 기록과 지명 발견된다.
단하동천은 신라천년 고찰 불영사를 오르는 초입의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불영계곡 언저리를 부르는 이름이다.
불영사로 오르는 초입의 고갯길에서 바라보는 "서편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이 빚는 풍광을 선인들은 "단하동천"으로 이름했다.
◆ 마을주민이 직접 연출하는 최고의 산촌생태 축제
구고동천은 왕피천 속살이 빚은 웅울한 산중마을이다.
이곳 구고동천을 가꾼 굴구지 마을 40여 가구 주민 70여명이 다음달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굴구지마을 피라미 축제’를 펼친다.
올해로 일곱 회 째이다.
굴구지마을 사람들은 거름과 퇴비만으로 벼ㆍ양파·감자·고추·마늘농사를 짓다가 일곱 해 전에 '왕피천 굴구지 마을 피라미 축제'를 기획했다.
순전히 마을 주민들이 머리를 맛 대고 마련한 '마을 축제'이다.
축제 프로그램도 도시의 그것과는 달리 옛 조상들이 고된 농사일을 마치고 한바탕 여울에서 펼치던 '천렵' 풍속을 그대로 재현했다.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 주머니를 털어 만든 축제가 2년 만인 지난 2010년부터 지금까지 3년 연속 농림수산식품부 농어촌축제에 선정돼 국비와 지방비 3000여만원을 지원 받는, 한국의 대표적인 '산촌 마을 생태축제'로 자리매김했다.
해 마다 6월 말이나 7월 초에 열리는 피라미 축제에는 경향각지에서 3000여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다.
일곱 해 전에 마을축제를 처음 기획한 후 지금까지 축제를 가꿔 온 남중학 이장(47)은 "일곱 해 째 마을축제를 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서울, 부산, 대전 등 대도시에서 굴구지를 찾는 피서객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며 "피라미 축제를 통해 마을 공동체 결속은 물론 농외 소득도 부쩍 늘었다"고 말한다.
다음달 5일과 6일 이틀 간 열리는 피라미 축제는 첫 날인 5일 오전 10시30분, 마을의 풍년과 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산신제를 올리면서 시작된다.
또 농악길놀이, 산골마을 음악회 등 공연과 대나무 피래미 낚시, 은어 잡기, 솟대 만들기, 천연염색, 촌두부ㆍ메밀묵 만들기 등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를 마련했다.
전통 술도가 막걸리, 쑥떡, 감자떡 등 산골마을의 별미도 맛 볼 수 잇다.
왕피천 생태탐방, 금강소나무 치유의 숲 체험 등 자연 경관을 활용한 힐링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왕피천 속살을 따라 걷는 트레킹도 일품이다.
낮에는 은빛구슬처럼 부서지는 여울에서 피라미를 잡고, 밤에는 폐교 마당에서 펼쳐지는 산골음악회의 선율에 젖다가 온 가족이 함께 별빛처럼 까무룩하게 잠드는 산골 마을 고샅길을 걷는 '밤마실 돌기'는 굴구지마을에서만 맛 볼 수 있는 희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