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는 일 사회사업, 사람과 사회를 이롭게 만드는 일입니다.
맡은 일이 무엇이든 그 일로써 더불어 살게 돕습니다.
관계를 돕되 더불어 살게 도와야 사회사업가답게 도왔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돕는 일에 정답은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사안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입니다.
같은 방법이라 할지라도 잘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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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박상빈 선생이 담당하는 황씨 아저씨,
초기면접을 박 선생과 함께 했고 그 이후로도 저와 연락할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아저씨는 박 선생 뿐만 아니라 저도 편한가 봅니다.
앞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신문 구독 영업일을 했던 경험으로
하루에 두 가정을 방문하여 도시락 배달도 하고 어르신과 이야기도 나누다 오십니다.
참 고마운 일입니다.
최근 도시락 배달을 마치면 사무실에 오셔서 점심을 같이 먹으러 가자는 횟수가 늘었습니다.
처음엔 몇 번 식사도 함께 했으나 너무 복지관 직원에게만 의지하시는 듯하여
요즘에는 의도적으로 거절도 하고 조금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아저씨께서 시각장애인 3급이신데,
재심의를 받고자 엊그제 전화하셔서 병원 차량 요청을 하셨습니다.
아저씨는 앞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병원 진료'라는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자원 활용이 필요했습니다.
1시간 거리의 병원을 이용하기 위한 교통수단(버스, 택시, 장애인콜택시),
앞이 잘 안 보이니 함께 동행 할 사람,
그리고 비용(5만 원 정도)에 대한 부담이 있습니다.
아저씨는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길 꺼려하십니다.
비용도 많이 들거니와 복지관 직원과 차를 타고 가면 편하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여러 번 같이 가주면 안 되냐고 부탁하셨습니다.
예전 같으면 벌써 복지관 차로 모시고 다녀왔겠지만,
사례관리 담당자의 정체성과 맞지 않게 도우면 또 다시 제자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아저씨가 자원을 찾아 활용하시도록 도와야 하는데..
당사자의 욕구는 직접 도와 달라 하시니 고민되었습니다.
아저씨의 욕구는 이러한데, 어쩌면 좋겠는지 박상빈 선생과 상의했습니다.
박상빈 선생은 힘들어도 직접 돕지 말자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습니다.
박선생이 평소 도움주시는 동네아저씨께 한 번 부탁드려 보겠다했고,
그날 저녁 두 분의 만남을 주선했습니다.
함께 병원 동행을 도와주실 박씨 아저씨와 황씨 아저씨가 사전에 인사 나누시게 했습니다.
황씨 아저씨 집에서 차도 한 잔하며 이야기 나누었는데,
사무실로 돌아온 박선생이 두 분만 가셔도 괜찮겠다고 했습니다.
제 생각은 황씨 아저씨 성격도 보통이 아닐뿐더러
관계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두 분의 관계를 돕기위해서라도 이번에는 셋이서 복지관 차를 타고
함께 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박선생은 그냥 두 분에게 맡기자 했습니다.
잘 안 되면 마을에 또 다른 분과 관계할 수 있도록 도우면 되지 않겠냐 했습니다.
박선생 말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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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두 분이 콜택시를 타고 군산의료원에 다녀오셨습니다.
걱정했던 게 무색할 만큼 두 분 다 표정이 밝았습니다.
황씨 아저씨께서 점심 식사를 박씨 아저씨랑 함께 가려하는데 저보고 함께 가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은 제가 약속이 있으니 두 분이 다녀오시고 다음 주에 제가 자리 한 번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저 멀리 두 분이 순대국밥 드시려 함께 가십니다.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함께 다녀와 주신 박씨 아저씨도 고맙고,
잘 다녀오신 황씨 아저씨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직접 돕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게 해 준 박선생이 고마웠습니다.
사례관리자는 대신해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당사자가 욕구를 해결해 가게 돕고 더불어 살게 돕는 사람입니다.
어렵고 힘들지라도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게 돕고,
부족할지라도 당사자가 할 수 있는 만큼 하시게 도와야 합니다.
사람을 돕는 일에 정답은 없습니다.
오늘 택한 방법이 내일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마땅함을 좇아 행하려 노력할 뿐입니다.
첫댓글 관계를 살리고 관계로써 이뤄가게 하며 더불어 살게 돕는 사회사업가.. 이제서야 아주 쪼금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번 연수를 다녀오면 지역사회복지관이 무엇을 하는 곳이며, 어디에 중점을 두고 도와야 하는지 보일 겁니다. 현실이 어렵다 할지라도 마땅함을 좇아 일하고 싶습니다.
황씨 아저씨에게 좋은 이웃들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에 주선했습니다. 사람이 친구를 만드는게 어디 쉬울까요. 안되면 다른 분 또 소개해드리고 그러다 보면 의지할 만한 이웃, 친구가 생겨날꺼라 기대합니다.
네, 박선생 말에 공감합니다. 우리의 본분을 잊지 않도록 얘기해주어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