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마음의 그림자다. 또한 인격의 척도가 된다. 말은 위대한 예술이나 철학의 원천이다. 사상의 옷이란 비유도 있다.
따라서 말의 수준은 곧 그 사회의 수준이다. 한국사회의 말은 어느 수준인가? 이미 적색등이 켜진지 오래다. 인터넷광장의 저급한 말들은 낯 뜨거운 정도이고 막말이나 욕설이 여과 없이 넘치고 있다.
막가파를 연상케 하는 무자비한 난도질이 예사롭게 행해지며 얼굴 없는 언어폭력이 도를 넘어 자살까지 한 연예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사회의 막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가장 심각한 것이 국가원수에 대한 적나라한 욕설이다.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욕설을 버젓이 하고 있다. 학생들조차 섬뜩한 욕설을 담은 피켓을 들고 다닌다.
노대통령의 분향소가 차려진 대한문 인근에는 학살정권, 살인마???은 물러가라는 검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국가원수에 대한 욕설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면 막가는 세상이 된 것이다.
자신과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욕설이나 협박을 퍼붓는 짓은 민주주의를 좀먹는 무서운 바이러스다. 더구나 입으로는 인권을 외치는 사람들이 생각이 다르다 해서 언어폭력을 일삼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나쁜 말들은 막장드라마가 온상이다. 베토벤바이러스에서 '니들은 그냥 개야, 난 주인이고 그러니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짖으라고' 공중파에서 이런 욕설이 튀어나온다. 아줌마연주자를 똥 덩어리로 비하하는 욕을 해대도 덤덤하게 지켜보는 것이 시청자들이다. 이런 막장 드라마들이 우리사회를 돌이킬 수 없는 '오물'덩어리로 만들고 있다.
정치판에는 거짓말이 넘치고 있다. 현 정부는 독재정권이 아니다. 그런데도 야당의 단골구호가 독재정권타도다. 메아리 없는 그들만의 잔치(?)일 뿐이다. 그런 구호를 외치는 것 자체로도 독재정권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무작정 정권퇴진을 외치는 것도 심각한 정신병적 증후군이다. 정권욕에 병든 정치인들이 조건반사적으로 내뱉는 주문(呪文)이다.
심지어 언어폭력을 앞세워 신성한 재판까지 좌우하려 들고 있다. 광고주협박사안을 재판했던 부장판사가 판결에 불만을 품은 자들이 지나친 욕설과 저주를 퍼붓자 '욕설과 저주가 시민운동이냐'고 되묻고 있다.
아프리카의 대표적 토속종교가 부두(Voodoo)교이다. 하이티 공화국은 국교로 인정하기도 했다. 소북의 리듬에 맞추어 광적인 춤을 추며 그들의 신인 Loa(精靈)를 숭상한다. 유명한 '부두의 저주'가 있다. 주술사가 '당신은 죽은 목숨이야'하는 순간부터 주위사람들은 그를 사자로 취급한다. 신기한 것은 한 달이 못가서 그 사람은 죽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면 '무엇이 사실이냐'보다 '무엇을 사실로 받아들이느냐'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말이 씨가 된다. 이처럼 말의 위력은 대단하다. 함부로 말을 해서도 안 되겠지만 그런 싹이 보이면 처음부터 도려내야 한다.
말은 돈에 비유되기도 한다. 과장된 말은 인플레이고 펑크를 내면 부도수표다. 의식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면 위조지폐이다. 이런 사회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 그중에도 정치인들의 말은 보증수표라야 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정치인들은 손바닥 뒤엎듯 말을 바꾸고 있다. 야당대변인이 노대통령의 혐의가 사실로 들어나자 '박연차 리스트에 연루된 자들을 한사람의 예외도 없이 철저히 수사하라'고 주문했다. 노대통령과는 선을 긋겠다는 의미였었고 검찰수사의 정당성도 인정했다.
노대통령의 추모열기가 뜨거워지자 민주당은 같은 사안을 두고 '정치보복이며 기획수사'라고 공격하고 있다. 말을 뒤집은 수치감도 없이 대통령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기억상실이거나 인격을 포기하는 자기기만이다. 더구나 정치인이라면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다.
거칠고 독살스런 말을 할수록 그만큼 근거가 희박하다는 뜻이다. 결국 그런 말들은 자기발등을 찍는 도끼가 된다. 정신 나간 정치인들의 각성을 바라는 바다. 국민들도 '무엇이 사실'인지를 바로 보아야 한다. 부두교의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