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선거구제가 답이다 (2013. 11. 21)
차기 총선을 겨냥해 충청권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급 확산되고 있다. 충청권이 인구 대비 의석수에서 불공평한 처우를 받고 있어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회자됐고 지난 5월을 기점으로 충청권 전체 인구수가 호남권을 앞지르며 본격화 되고 있다. 충청권 인구는 호남권보다 많은데 국회의원 정수는 무려 5석이나 적다는 데서 문제는 출발한다. 충청권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며 각종 토론회가 열리고 있고 수많은 칼럼과 기사가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현재의 국회의원 의석수 배정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는 내용의 헌법소원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냉정하게 정황을 파악해보면 당장 차기 선거에서 충청권이 주장하는 불합리한 현행 의원정수가 조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더욱이 충청권에서 생각하는 대로 충청권 전체 의석수를 호남권보다 많게 혹은 최소한 같게 조정한다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 그리 녹록한 문제가 아니다. 전체 국회의원 정원 299명을 유지하는 가운데 충청권 의석수를 늘리려면 특정 지역에서 그만큼 의원수를 줄여야 하는데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지역은 아무데도 없다. 인구수를 기준으로 선거구를 전면 재조정하면 수도권과 지방의 일부 대도시는 의석수가 대폭 늘어나게 될 것이고 나머지 지역은 모두 의석수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충청권도 현재의 의석수를 사수하기조차 어려워질 수가 있다.
농어촌지역은 하루가 다르게 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고령화가 극심해 향후 인구가 늘어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인구수만 놓고 의원정수를 재조정한다면 지방은 막심한 피해를 입게 된다. 현행 국회의원 지역구 배정 기준은 인구 하한선 11만 5000명, 상한선 31만 5000명으로 표의 등가성을 무시하면서까지 농어촌지역을 배려하고 있다. 인구를 절대 기준으로 삼는다면 농어촌지역의 국회의원 수는 절반 이하로 조정돼야 한다. 그러니 인구 문제만을 앞세워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을 주장한다면 자칫 도끼로 내 발등을 찍을 수도 있다. 대전, 청주, 천안, 아산 등 인구 팽창지역만 생각하면 선거구 조정은 당연한 과제이지만 그 나머지 농어촌 지역을 생각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중·대선거구제의 도입이다. 현 제도상 도출되는 많은 문제점을 가장 손쉽게 합리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대선거구제는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의 표심을 싹쓸이 하는 후진국형 선거문화에서 탈피할 수 있는 길이고, 아까운 지역의 인재가 애석하게 배지를 포기해야 하는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바람’을 타고 검증되지 않은 의외의 인물이 배지를 다는 어처구니없는 일, 동일 선거구 내에서 상대적으로 세가 열악한 지역은 국회의원을 배출할 수 없는 모순도 극복할 수 있는 제도이다. 또 대전 서구나 청주·천안시처럼 기초자치단체장 1명에 국회의원이 2명인 상식 밖의 선거구나 대전 동·중·유성·대덕구, 세종·아산·당진·공주·충주시 등과 같이 기초자치단체장 선거구와 국회의원 선거구가 일치하는 불합리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단 1석의 양보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영남이나 호남을 상대로 그들을 설득해 의석수를 빼앗아 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더구나 그들은 현 정국의 헤게모니를 갖고 있는 패권세력이 아닌가. 정면대결에서 얻을 것이 없다면 우회하는 길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중·대선거구제 시행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통해 지역구 조정의 돌파구를 찾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지역구도 선거가 계속된다면 소선거구제는 정치문화 후퇴의 주범일 수밖에 없다.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현 제도상 나타나는 각종 문제점을 해결하고 새로운 정치문화를 개척하려는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역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국민 모두가 진중하게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