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들꽃 피는 학교에서 놀자 - 안순억 교사와 남한산학교 이야기 ㅣ 희망을 여는 사람들 7 강벼리. 조선혜 지음. 희망제작소 기획 / 푸른나무 / 2010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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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8년 동안 남한산 초등학교에 있으면서 현재의 모습을 만들어낸 안순억 선생님에 관한 인터뷰 형식의 글이다. 읽는 내내 정말 감동스러웠다. 안순억 선생님의 험난했던 성장기, 학교와 아이들에 대한 애정, 교육열을 읽으며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세상에 이런 선생님도 계셨구나, 내 아이들이 단 한 번만이라도 이런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남한산 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26명밖에 되지 않아 폐교 위기에 처한 작은 시골 학교였지만 10년 만에 많은 학부모들이 선망하는 학교로 변신했다. 나도 언론을 통해 남한산 초등학교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속으로 우리 아이들도 저런 학교에 다녔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이사갈 생각까지는 못했는데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라면 맹모가 되는 부모가 많았는지 지금은 더이상 아이들을 받을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지금의 남한산 초등학교는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 뒤에는 학부모와 선생님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노력이 있었다. 성남 동화읽는어른모임에서 '남한산성 역사 이야기'라는 주제로 캠프를 하면서 남한산 초등학교의 폐교 위기가 학부모들에게 알려졌고, 첫 교장으로 부임한 정연탁 교장샘의 애정으로 인해 학교 살리기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때 잡은 교육 방향은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생활하면서 인격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작고 친밀한 학교를 만들자였다고 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전교조에서 일한 안순억 선생님을모셔왔다. 안순억 선생님은 아이들과 교사가 학교의 중심이 되고 존중받는 교육 문화를 만들기 위해 몸과 행동으로 실천해 오신 분인데, 남한산 초등학교를 그동안 꿈꿔왔던 학교로 만들려고 애썼다. 일반 초등학교랑 똑같은 교육 과정 안에서 종일제 체험 학습, 계절학교, 숲속학교, 양질의 특기 적성 교육 등을 함으로써 아이들이 행복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보내고 싶어하는 학교로 변신해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고, 언론의 집중을 받으며 공교육의 희망이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남한산 초등학교는 진보 교육감들이 공약으로 내세운 혁신 학교의 모델이기도 하다. 지금 안순억 선생님은 경기도 교육청에서 김상곤 교육감과 함께 더 많은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공교육을 위해 일하고 계신다고 한다.
"도시의 학부모들 대다수가 맞벌이를 하고, 다들 먹고사는 문제에 지치고 힘들겠지만, 정말 아이들의 교육을 생각한다면 좋은 학교로 전학시키려고 애쓰는 것의 10분의 1만큼씩만 지금 있는 자리에서 노력하면 좋겠어요. 학교 운영에 관심을 갖고 노력을 한다면 좋은 학교들이 많이 생길 것이고, 그런 물줄기들이 모여 교육의 변화도 한층 빨리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학교의 존립 기반이나 존재 가치가 나만 잘 살겠다. 내 아이만 잘되면 된다는 식의 이기심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는 걸 많은 분들이 알아주면 좋겠어요." ( 본문 174~175쪽 안순억 선생님의 말씀 중에서 )
얼마 전 6학년 딸아이의 교실에 공부 기계가 되자는 문구를 붙여놓았다고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내가 써놓자고 한 것도 아닌데 딸아이에게 부끄럽고 미안했다. 한참 놀아야 할 아이들에게 공부 기계가 되라니 얼마나 끔찍한가? 이게 다 학교간의 경쟁, 아이들간의 경쟁 때문에 생긴 말이니 학교도 변하고 교육도 변했으면 좋겠다. 나 같은 보통의 학부모도 원할 정도라면 이젠 정말 학교가 변할 때가 된 것이다.
세상도 변하고 학부모들의 의식도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데 공교육 제도가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에 대안학교가 생겨나고 교육 여건이 좋은 나라로 유학을 보내고 그러는 게 아닐까 싶다. 대안 교육이 공교육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남한산 초등학교 이야기... 아이들의 올바른 교육을 생각하는 선생님과 학부모들이라면 꼭 읽어야 할 것 같다.
전교조, 창의성, 선진국 교육, 학원산업, ......하지만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대안학교, 조기유학, 현실순응 세개 정도임을 알고 나면 허탈한 심정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런데 생긴지 5년도 안된 학교가 여태까지 한국교육계를 지배해온 상식들을 생긴지 단 몇년만에 깨버렸습니다. 많은 돈이 들어간 것도 아닙니다. 무슨 유별난 이데올로기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더욱 더 놀라운 것은 이 학교가 대안학교나 사립학교가 아니라 공립학교라는 점입니다. 어디까지나 공교육 테두리 안에서 여러 선생님들과 부모들의 노력 속에서 태어난 학교입니다.
결국 교육개혁은 전문가 집단, 사교육 주체, 학부모, 학생, 압력단체가 아닌 공교육 주체, 그중에서도 공립학교 교사가 주도적으로 이끌 때 가장 큰 효과를 거둘 듯 싶습니다. 아울러 영어교육이 결코 교육개혁의 본질이 아님이 이 남한산 초등학교 기사에서 더욱 명백해졌습니다.
시험, 조회, 주번이 없는 학교 남한산초등학교 “비가 새도 좋다, 반지하도 좋다, 우리 아이를 이 곳에 보낼 수만 있다면!”
자녀교육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학부모들이 떠날 채비에 분주하다. 행선지가 어딜까. 서울 강남 8학군? 아니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경기도 광주시 중부면 산성리에 자리한 남한산초등학교. 2001년 폐교 위기에 처했지만, ‘우리만의 학교를 만들어 보자’는 교사와 학부모들이 몰려들었다. 7년이 지난 오늘, 이 작은 학교는 전국 각지는 물론 해외에서 벤치마킹 행렬이 끊이지 않는 ‘21세기 공교육의 싹’으로 성장했다. 못 들어가서 난리, 떠나기 싫다고 아우성. 꼬불꼬불 산길 끝 시골학교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남한산성 유원지 매표소를 지나 얼마쯤 달리자 하늘에 닿을 듯 꼬불꼬불한 산길이 이어졌다. 경기도 광주시 중부면 산성리 남한산초등학교로 가는 길. 차창 오른편으로 깎아지를 듯한 가파른 낭떠러지가 아찔한 현기증을 일으켰다.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학교 홈페이지에서 발견한 글들을 떠올렸다.
“슬프다, 벌써 졸업이네. 남한산을 떠나서 어디로 갈까? 졸업하고 남한산에 자주 와야겠다. 졸업하기 싫다.”
“남한산에서 보낸 5년의 세월, 아이들이 성장해서 힘들고 지칠 때 쉼표가 될 수 있는 힘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곳 생활이 정말 힘들었지만 그만큼 행복했고 후회 없는 삶이라 자부합니다. 이제 큰아이의 졸업으로 이곳을 떠나 아파트로 갑니다. 가슴이 답답하지만 남한산의 추억이 있기에 웃으며 떠납니다.”
폐교 위기를 넘긴 작은 시골학교가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아이도 학부모도 떠남을 아쉬워할까. 궁금증이 꼬리를 무는 사이, 눈앞에 불쑥 학교가 나타났다. 산꼭대기를 병풍처럼 두른 아담하고 소박한 단층 교사(校舍). 신발을 벗고 교사 현관에 들어서자 몇 개의 테이블과 의자가 눈에 띈다. 가정집 거실 분위기다. 복도와 교실 등 건물 전체를 온돌방으로 꾸민 실내에서 아이들은 맨발로 와르르 뛰어다니고 뒹굴며 깔깔댔다. 여느 학교와 다름없던 바닥을 온돌방으로 바꾼 데는 한창 활발하게 몸을 움직일 시기의 아이들이 옷 버릴 걱정 없이 맘껏 뛰어놀라는, 교사와 학부모들의 세심한 배려가 있다.
남한산성 안 산꼭대기 부근에 터를 잡은 전교생 130여 명의 작은 학교. 이곳을 둘러싼 한적한 시골동네가 졸업과 입학 시즌만 되면 ‘이사 소동’으로 몸살을 앓는다. 전세금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그나마 구할 집이 없어 학부모들이 발을 동동 구른다. 학교 홈페이지 ‘학부모사랑방’도 조용할 날이 없다.
“큰아이를 2학년으로 전학시키고 싶은데 집이 없어 안타깝네요. 아는 사람이 없어 부동산을 통해야 한다니 답답해요. 현지에 사시는 분들이 집 소식을 더 잘 알지 않을까 해서 글을 올립니다. 학부모님들 연락 기다립니다. 도와주세요.”
“4개월 만에 방 세 칸짜리 집을 구했다. 온 동네 문 두드리고 다녀 얻은 집이다. 그런데 옆집 공사로 빗물 배수가 우리 집을 향했다. 3년 동안 남의 집 빗물 퍼내며 살았다. 지금은 힘들었던 모든 것이 용서된다.”
“이혼 도장 찍고 남한산 가라”
지난 3월3일 초빙제로 새로 부임한 최웅집 교장에 따르면 산성 내에 위치한 학교 주변이 신·증축 불가 지역으로 묶여 있다. 그나마 상가지역이라 음식점이나 찻집 외에 일반 주택은 거의 없다. 최 교장은 “대개 상가 반지하방, 도심으로 떠난 사람들이 남겨놓은 빈집, 무허가 집에 세를 드는데 그나마 물량이 많지 않아 학부모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다. 정말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입소문을 듣고 전국에서 입학, 전학을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쳐 학교는 산성리를 포함해 주변 세 개 리(里)에 거주하는 학생들만 받고 있다. 가족 전체가 이 지역에 실제 거주해야 하고 부모의 전출로 이사를 가게 되면 아이도 가차 없이 전학 보내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붙었지만, 전교생 가운데 외지 아이들이 70%에 달할 만큼 학부모들은 전·입학에 필사적이다. 교무부장이자 나무마을(2학년) 담임으로 9년째 근무 중인 안순억 교사의 말이다.
“학부모들이 학교 주변 음식점 지하방 곳곳에 이사 와서 살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에서 살다가 다 쓰러져가는 빈집에 방 한 칸을 얻어 화장실도 없이 요강을 쓰며 사는 분도 있지요. 천장에서 빗물이 새는 곳도 있고요. 우리 학교가 뭐 대단한 학교라고 그러나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나라 학교가 얼마나 부실하면 저럴까 싶어 씁쓸하기도 합니다.”
남한산초등학교는 모든 교과 학습을 몸으로 배우고 익히게 한다. 그래야 입체적 사고를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강남 8학군 명문학교와 대치동 학원가에 아이를 보내야 부모 노릇 제대로 하는 것으로 여기는 게 요즘 세태다. 그런데 왜 불편함을 감수하며 산골 작은 학교에 자녀를 보내려 기를 쓰는 것일까.
“처음 장만한 아파트 입주를 몇 개월 남겨놓고 남한산으로 이사하기 위해 1960년대 판자촌을 연상케 하는 빈집을 얻었습니다. 전입신고 하러 면사무소로 가는데 남편의 전화를 했어요. ‘이혼 도장 찍고 남한산 가라’고. 하지만 아이들이 추억도 없이 죽어라 공부만 하는 초등학교 시절을 겪게 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고 공교육만으로 아이를 잘 키우고 싶기도 했고요.”
‘산성 생활’ 5년째인 학부모가 홈페이지에 남긴 글이다.
남한산초등학교는 국가 교육정책이 그대로 반영되는 공립학교로 7차 교육과정을 따라야 한다. 국가가 정한 교과목을 국정 교과서로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학교 운영방식은 정해진 틀에서 자유로운 대안학교를 떠올리게 한다. ‘함께 꿈꾸고 성장하는 교육공동체’라는 슬로건 아래 자율성을 길러주며, 아이들에게 즐겁고 행복한 학교, 학부모가 적극 참여하는 학교, 교사의 자율적 교육활동을 존중하는 학교를 지향한다. 최 교장은 “초등생 시기 아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온몸으로 배우고 익힌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과학습과 방과 후 특기적성수업 등을 모두 체험학습 형식으로 진행한다.
첫 일과는 ‘숲속 산책’
아이들이 학습에 흥미를 느끼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 교육과정이 독창적이고 다양하다. 매일 아침 수업을 여는 시작은 교사와 아이들의 숲속 산책이다. 아이들은 나무 냄새를 맡고 식물이 물을 빨아들이는 소리를 들으며 나무와 교감한다. “겨울 숲속에서 살아 있는 것들을 찾아보라”는 교사의 말에 한 아이는 “바람이 나를 약간 춥게 하고 기운이 펄펄 나게 만들고 열도 조금 나게 해서 살아 있는 것 같다”고 답한다.
숲속 산책에 이은 본격 수업은 ‘80분 수업 30분 휴식’의 블록수업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 과목 수업을 교사가 설명하고 아이들이 받아 적는 여느 학교의 단순반복 수업 대신이다. 교사 강의, 그룹별 토론과 발표 등 아이들이 수업에 흥미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면 최소한 80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수업 후 ‘쉬는 시간 10분’ 대신 ‘노는 시간 30분’으로 정한 휴식시간에는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거나 뒷동산에 매어놓은 그네를 타며 논다.
여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 7~10일간 열리는 계절학교는 교과과목 대신 목공예, 도예, 퀼트, 연극, 춤 등 아이들이 관심 있는 과목을 선택해 오로지 그것에만 집중하고 몰두할 수 있도록 한다. 생활공예와 예술을 온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체험하는 과정이다. 여름방학 일주일을 앞두고 열리는 숲속·바다학교는 자연에서 야영하며 자연친화적, 생태적 사고를 기르게 한다.
독특하고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은 교사와 학부모들이 각종 모임과 회의, 공개수업을 통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머리를 맞댄 끝에 만들어졌다. 학교 교육의 실질적 의결기구는 교장을 포함해 교사 전원이 참석하는 주례회의다. 이 자리에서 토론을 거쳐 결정된 사안에 대해선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한다. 학교 운영에 관한 한 교장은 교사들에게 100% 자율권을 부여한다. 민주적인 학사운영과 교사들의 자발성이 아이들 중심의 재미있고 즐거운 교육과정을 만들어냈다.
안순억 교사는 “우리 학교는 틀이 완성된 학교가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유기체다. 학부모와 교사, 아이들, 지역사회가 함께 좋은 학교 만들기를 책임져야 한다는 공동체의식을 갖고 움직인다. 이 작은 학교에 학부모와 교사 모임, 학부모끼리의 모임, 아카데미와 강좌, 교사 워크숍 등 크고 작은 모임이 수도 없이 많다”고 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학교가…”
교육청의 ‘2001년 폐교 확정’ 위기를 넘기고 ‘공교육 혁명’으로 불리는 지금의 학교로 거듭나기까지 교사와 지역 시민단체의 힘이 컸다. 2000년 전교생이 26명이던 학교는 이듬해 9명의 졸업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입학이 예정된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이때 경기도 성남지역 ‘동화 읽는 어른 모임’의 여름캠프에 학교 운동장을 빌려줬다.
그들 사이에 “이렇게 아름다운 학교가 없어진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우리 아이 몇을 보내면 폐교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얘기들이 오갔다. 얼마 뒤 이 모임 회원들을 주축으로 성남지역 시민단체와 더불어 ‘전·입학추진위원회’가 결성됐다. 당시 곤지암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안순억 교사는 공교육에 절망해 해외 출국을 고민하던 중 위원회로부터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최웅집 남한산초등학교 교장 “느리게 가도 되는 학교 만들 겁니다”
▼ 주례회의에서 학교에 관한 제반사항이 결정되는 방식이라 일반학교 교장보다 운신의 폭이 좁을 것 같습니다. 불편한 점은 없습니까. “예전에 이곳에서 3년 동안 교감을 했기 때문에 학교 운영방식에 익숙합니다. 저는 교육 수혜의 주체를 교사로 봅니다. 교육의 모든 방법을 풀어내는 사람이 교사이기 때문이지요. 교장은 교사의 전문성을 뒷받침하고 지원하는 기능, 구성원 간의 문제와 갈등을 조정하는 기능을 합니다. 이런 게 교장이 최종 결정권을 가진 일반학교와 다른 점이지요. 결국은 자기철학의 문제라고 봅니다.”
▼ 공립학교면서 특별한 운영방식을 고집하면 지자체 교육청과 마찰을 빚기도 하겠군요. “우리 학교의 운영방식이 널리 알려져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습니다. 다만 시청(경기도 광주시청)에 가면 공무원들이 ‘남한산초등학교는 우리 지자체의 지원대상이 아닌 외부 아이들을 데려다 교육한다’는 불만을 털어놓곤 하죠. 그러면 저는 ‘학교가 좋으니까 외부에서 서로 오려고 하는 것 아닌가. 결국 광주시 교육이 다른 곳보다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얘기니까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게 옳지 않냐’고 말합니다.”
▼ 학교에 대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라면. “학부모의 요구가 다양한데 100% 수용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오로지 아이들 교육을 위해 도시생활을 포기하고 이사 온 분들이라 이들을 어떻게 이해시키고 의견을 잘 조정할 수 있을까 하는 게 가장 큰 고민거리입니다.”
▼ 앞으로 학교를 어떤 모습으로 발전시킬 계획입니까. “이제 막 부임한 터라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진 못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우리 학교를 자연주의 이론에 접목시켜보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연친화적 환경과 아이들의 자연적 성장과정,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예컨대 학습에 빠른 아이들이 있고 느린 아이들이 있습니다. 아이들 각각의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에 맞춰 좀 느리게 가도 되는, 그런 교육을 지향합니다.”
▼ 지금의 학교 운영방식에서 보완할 점은 없습니까.
“현재 공교육 과정이 과목별로 지나치게 세분되어 있습니다. 교과로 나뉘고 교과마다 또 단원이 나뉘어 ‘교육과정’이라는 이름 아래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프로그램입니다. 주제 또는 시기별로 내용을 묶어서 자연스럽게 익혀나갈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 현재 진행하는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교육과정과 밀접하게 연관시키되, 우리 학교만의 색깔을 살려내는 쪽으로 보완할 생각입니다. 좋은 수업을 위해 교사들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노력도 기울일 생각입니다.”
남한산초등학교는 1912년 설립됐다. 해공 신익희 선생이 이 학교 1회 졸업생이다. 96년 장구한 역사를 지닌 학교의 공식 설립일이 좀더 앞당겨질지도 모른다. 최근 학교 측이 대한제국 의정부 관보에서 1901년에 교사발령을 낸 기록을 찾았기 때문이다. 올해 안으로 교육청에 학교역사 정정신청을 할 예정이다.
“학교를 살리는 유일한 방법은 학생 수를 늘리는 것인데 어떻게 할 것인가, 뜻있는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이 아이를 전학시키는 건 좋지만 왜 우리가 그곳으로 가야하는가…. 이런 문제를 놓고 수십 차례 토론을 벌였습니다. 마침내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생활하면서 인격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작고 친밀한 학교를 만들자’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거대학교, 과밀학급, 인간성을 잃은 교육에 진저리치는 학부모가 워낙 많다 보니 지금과 같은 학교 운영방식의 큰 줄기가 잡힌 겁니다.”
학교 운동장에서 설명회를 열자 성남지역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왔다. 2001년 새 학기는 재학생 17명을 포함한 전교생 103명과 7명의 교사로 출발했고, 불과 두세 달 만에 폐교 결정이 취소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2001년 1, 2월 두 달 동안 7명의 교사는 휴가도 없이 ‘막일꾼’을 자청했다.
안 교사는 “의욕에 넘쳐 학교에 왔더니 전교생 50명 미만으로 20여 년간 방치되다시피 한 학교엔 제대로 된 칠판과 분필도 없었고,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귀곡산장이 따로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단지 ‘폐교 위기를 넘겼다’고 표현하면 수동적으로 들린다. ‘뜻있는 교사들이 일부러 작은 학교를 찾아내서 새로운 학교를 만들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0년 부임한 정연탁 전임 교장과 교사들이 이름 붙인 ‘우리들의 드림스쿨’은 기존 학교의 주입식 교육과 수월성 경쟁구도를 걷어내는 것에서 시작됐다. 가장 먼저 한 일은 교육이념을 담은 현관 위 현판과 학급교훈이 적힌 액자, 운동장 조회대를 없앤 것. 운동장조회, 주번조회, 시험도 없앴다. 핀란드는 초등학교에서 시험 보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욕설, 폭력, 왕따 없는 학교
교육과정은 학부모와 교사의 의견을 모아 만들어진다. 체험 위주로 자연친화적, 생태적 사고를 기르도록 한다. “핀란드는 초등학교에서 시험 보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할 정도입니다. 시험 자체가 나쁜 게 아니에요. 교사가 수업 역량을 반성하는 자료, 아이들이 모자라는 부분을 체크하는 자료로 활용되면 문제가 없는데 지금의 시험은 등수를 매겨 줄을 세우는 방식이라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통제와 지시, 경쟁이 지배하는 학교를 아이들 중심의 즐겁고 행복한 학교로 만들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폐교 위기를 넘긴 초기의 전·입학생 중에는 기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가 10명 중 2명꼴이었다. 그 무렵 아이들 사이에 만연하던 욕설과 폭력은 사라진 지 오래다. 어쩌다 아이들끼리 가벼운 주먹다짐이라도 벌이면 두고두고 화제가 될 정도다. ‘왕따’도 찾아보기 어렵다.
취재 도중 교실 문이 살며시 열리며 한 아이가 고개를 빠끔히 디밀고 안 교사에게 엽서 한 장을 건넸다. 도서부 저학년 아이들이 동화책을 읽고 주인공한테 편지를 써서 학교 우편함에 넣어두면 6학년 선배가 동화 속 주인공이 돼서 답장을 한다. 엽서를 아이 책상서랍에 넣어둔 안 교사는 “우리 아이들, 참 귀엽죠?” 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남한산초등학교는 전교생이 138명으로 한 학년이 한 반으로 돼 있다. 한 반 학생 수는 평균 23명. 여기에 병설유치원이 있다. 반은 숫자 대신 ‘꽃마을’ ‘나무마을’ 같은 우리말 이름으로 나눈다. 교사는 각 학년 담임 6명과 교과담당교사 1명, 원어민 영어교사 1명 등 8명. 교장과 교감, 행정실 직원과 유치원 교사를 포함해도 모두 15명의 교직원이 근무하는 단출한 학교다. 하지만 그동안 거둔 성과는 크다. 지난해 고교 1학년이 된 졸업생 17명을 모니터링한 결과 80% 이상이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교사와 아이들, 학부모가 수시로 만나 소통하며 학교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쌓아왔지만 좋은 결실만 있었던 건 아니다. 폭력적인 아이가 학교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떠난 사례가 있고, 다양한 의견을 내놓으며 토론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 합의에 이르는 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학교를 떠난 교사도 있다. 물론 지금도 학부모와 교사, 교사와 교사 사이에 크고 작은 갈등이 불거진다. 하지만 그때마다 대화를 통해 합의하는 방식을 알기에 더 이상 학교를 떠나는 극단적 사례는 생겨나지 않았다.
줄잇는 벤치마킹
남한산초등학교는 우리나라 공교육의 틀 안에서 학교가 어떻게 다양화, 개성화하고 변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다. 그간 국내 초등학교와 지방 시·도 교육청은 물론 독일, 덴마크, 스리랑카, 대만 등 외국 교육 관계자들이 ‘남한산 방식’을 배우기 위해 이 시골학교를 찾았다. 남한산 방식을 벤치마킹한 초등학교도 적지 않다. 2005년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가 펴낸 정책연구집에는 ‘학교혁신 사례’로 소개됐다. 서울대와 대구교대는 남한산초등학교를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안순억 교사는 “몇몇 교사와 지역 학부모들이 머리를 맞대고 소박하게 출발했는데, 이제 해외에서 찾아올 정도로 관심이 집중되니까 앞으로 학교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뿌리내릴 것인지 고민이 더 커졌다”고 털어놨다. “학교는 교사의 존재를 설명하는 터”라고 말하는 그는 “일반적 교육관점에서 보면 우리 학교는 정말 더디게 가는 학교, 꼴통학교, 말도 안되는 학교다. 하지만 수월성 중심의 특목고도 필요하고 대안학교도 필요하고 우리 같은 공립학교도 필요하다.
대한민국 모든 학교와 학부모가 우리처럼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
김상곤 교육감의 혁신학교 200개 목표
Q 혹시 혁신학교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혁신학교는 다른 보통학교보다 다른점이 있다고 합니다.
과연 어떤 점이 다르고 특별할까요? 저희는 혁신학교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최창의 경기도 교육위원을 만나보았습니다.
Q. 혁신학교를 세우게 된 이유와 목적은 무엇인가요?
A. 보통 김상곤 교육감 께서 혁신학교를 세웠다고 생각하는데 혁신학교는 세운것이 아니라 지정을 한 것이에요. 즐거운 학교 행복한 학교를 만들고 싶어하시는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졌어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대표적인 학교는 남한산 초등학교가 있어요. 이 학교는 학생수가 적어서 폐교가 될 뻔 했는데 선생님들께서 연구를 해서 혁신학교가 되었답니다.
Q. 왜 이름을 '혁신학교" 라고 지었나요?
A. '혁신' 은 한자로 가죽 혁에 새로울 신 이에요. 이것은 가죽으로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뜻인데 즉 혁신학교란 기존의 학교를 새롭게 만든다는 뜻이에요.
Q. 혁신학교는 다른 보통학교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우선 보통학교는 40분 공부하고 10분을 쉬는데 혁신학교는 90분 공부하고 쉬는 시간이 30분정도 있답니다. 그래서 수업시간에는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토론도 많이 하며 아이들이 발표도 많이 할 수 있답니다. 또 교과서 위주로만 수업하지 않고 체험학습을 해서 깨닳음도 있게 한답니다. 또 다른점은 보통학교는 서로 경쟁을 많이 한다면 혁신학교는 대회나 상주는 것을 적게 해서 팀별로 협력, 협동심을 키운답니다.
Q. 경기도에 혁신학교가 몇 곳 있나요?
A. 약 30개의 혁신학교가 있습니다. 현재 1년에 2차례 정도 혁신학교를 초, 중, 고 골고루 지정한답니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고양시에 서정초, 덕양중, 고양중, 일산중이 있고 파주시에는 한빛초, 해솔중 그리고 이번에 새로 생긴 동패중이 있습니다. 현재 김상곤 교육감께서는 3년에 걸쳐 약 200개의 혁신학교를 만들것이라고 합니다.
Q. 혁신학교를 다녔을 때 보통학교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던지 이런 장점이 있나요?
A. 체험학습을 통해 실제 삶과 생활 공부를 하면서 생활에 도움되는 것을 깨닳을 수 있게 하고, 경쟁보다는 협력정신을 심어 줍니다. 그리고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기를 수 있고 제 이름처럼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릅니다.
Q. 이제 혁신학교를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 것인가요?
A. 혁신학교가 모델할교가 되어서 다른학교에 장점을 전파해야 합니다. 그래서 보통학교와 혁신학교가 구별이 없도록 모든 학교를 혁신학교로 되야합니다.
Q. 앞으로 아이들에게 시키고 싶은 교육은 어떤 교육인가요?
A. 공부(배움)가 즐거운 학교, 친구와 더불어 협력하는 공부, 아이들의 숨겨진 재능을 마음껏 꽃피울 수 있는 학교,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주인이 되는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주인이 되는 학교란 아이들이 요구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말하고 학교에 반영하는 학교를 말합니다. 이런 학교를 어른들은 '교육의 본래 목적을 회복하는 학교'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교육을 통틀어서 한마디로 말한다면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이라고 합니다.
TIP : 사전에서의 '혁신'은 묵은 조직을 바꿔 새롭게 함, 구습을 버리고 새롭게 함
특성화고교와 특수목적고, 공영형 혁신학교(개방형 자율학교)
특성화고교 : 기존 실업계 고교의 대안적인 학교모형으로 만화와 애니메이션, 요리, 영상 제작, 관광, 통역, 금은 보석 세공, 인터넷, 멀티미디어, 원예, 골프, 공예, 디자인, 도예, 승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과 소질이 있는 학생들에게 맡는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입니다
특수목적고 : 특정 분야에 소질이 있는 학생을 선발해 특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고등학교를 말합니다.
특수목적고의 종류는 공업, 농업, 수산, 해양, 과학, 외국어, 예술, 체육 국제 등 9가지로 분류가 되나 일반사람들은 외국어고, 과학고, 예술고, 체육고, 국제고 정도를 특목고로 생각하고 있으며, 대입에서도 그렇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위의 9가지 부분 중 공업, 농업, 수산, 해양 분야는 사실상 실업계고로 분류가 되어 실질적인 특목고는 진하게 표시한 5가지 정도입니다)
개방형 자율학교(공영형 혁신학교) : 정부와 지방 자치단체가 학교운영비를 부담하고 학교운영은 민간에게 전면 개방해 자율권을 보장하는 학교입니다.
교육부는 학교 운영을 민간에 전면 개방하면 토론 학습이나 학생 수준에 맞는 무학년제 운영 등 자립형 사립고와 같은 교육을 공립고등학교 정도의 수업료만 내고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개방형 자율학교는 학생모집과 교원인사, 교육과정 등을 비교적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KTV 국정와이드, 06.6.21, "공영형 혁신학교 시범운영")
개방형 자율학교는 새로 생기는 학교이기 때문에 적절한 예를 찾기는 어렵습니다만 유사한 개념을 가진 학교로는 자립형 사립고 정도 들 수 있습니다. 민족사관고 등의 자립형 사립고를 보면 학교운영을 민간으로 운영중이며, 수업 역시 일반고와 다르게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세 학교를 간단하게 살펴보면 특성화고교는 사실상 업그레이드 된 실업계고교라 볼 수 있으며,
특수목적고는 기존에 존재하는 과학고, 외국어고, 예술고 정도로 생각하면 될겁니다.
개방형 자율학교는 민족사관고와 성격이 유사하지만 정부에서 돈을 대는 공립고 정도 됩니다.
특성화고교는 진학보다는 취업에 중점을 둔 고교이며,
특수목적고와 개방형 자율학교는 사실상 국내외대학 진학을 염두해둔 고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졸업 이후 진출방향에 대해 살펴보면
특성화고교는 실업계 특별전형 혹은 특성화고교 전형을 의지하여 국내 대학 위주로 지원하게 될 것이며... 일부는 취업전선에 뛰어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가 적성 + 대입에 목적을 두고 있지요
특수목적고의 경우 예술고, 체육고는 각각 해당분야에 맞는 대학/과에 진학합니다.
과학고의 경우 고2때 카이스트에 조기입학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국내외 대학 중 이공계열, 의학계열로 지원하는 편입니다.
외국어고는 일반고 학생들과 비슷하게 지원하거나 유학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취업과 진학의 갈림길에 있다면 특성화고교가 좋은 선택일 수 있으며, 국내외 유명 대학 진학(유학 포함)을 고려하고 있다면 특수목적고나 자립형 사립고, 개방형 자율학교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어차피 우리나라 고교는 대부분이 대학 진학을 목표로 삼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고교때부터 인맥을 잘 다져놓고 더 좋은 환경에서 배우고 싶은지...(특목고, 자립형사립고, 개방형 자율학교)
아니면 고교때 미리 적성에 맞는 과에서 배우고 특별전형을 활용해서 대학 진학을 고려하고 있는지(특성화고교)...
첫댓글 좋은 자료네요.^^ 퍼 나르겠습니다,,훈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