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란 내 ‘무의식의 본색’이라고 보는 학설이 있다면 동의합니다. 간밤에 옛 청년
들과 만나 성경묵상 강의를 했는데 너무 행복했습니다. 내 ‘삶의 목적이며 의미‘ 라고
믿었던 성경묵상을 간과하고 살았습니다. 에스겔이 말씀한 ‘새 성전 만들기’ 말입니다.
당장, 똑바로 살라는 하늘의 음성을 허투루 듣지 말아야겠습니다. 이른 시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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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지 서해안 고속도로가 뻥뻥 뚫렸고 수잔 잭슨이 부르는 ‘Evergreen’이 신경세포를
차분히 가라앉힙니다. 내 늙은 적토마는 30만을 뛰었는데도 힘이 어디서 생기는지
아직도 180k는 껌입니다. 정안 휴게소와 정안대군은 아무런 상관이 없을 테지요?
여기는 백제 땅이니까요. 빈속을 채우려고 내려서 큰 놈, 작은 놈 다 해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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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 샷 한판 찍었어요. 영광 법성 포까지 논스톱으로 2시간 반이 걸리네요. 40년
세월이 지났고 딱 한번 가본 곳인데도 낯이 익습니다. 우리 어머니 지인 중 판 복이
아저씨가 아직도 두유리에 살까요? 고1때 서해안 가마미 해수욕장에 가서 텐트 잡고
장마 비랑 밤새 사투를 벌이던 생각도 납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았더니 얼추 이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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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것 같습니다. 소년은 할배가 되었는데 땅은 하나도 늙지 않았네요. 물때가 썰물이라
사각거리는 모래를 밟으면서 성큼성큼 걸어가는 느낌도 괜찮습니다. 완전 좋습니다.
20대? 고삐리? 씨름 선수인가? 골프인가? 해변에서는 족구, 배구만 하는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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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하나 딸랑 그어놓고 퍼팅연습을 하네요. 공 주워 올 필요도 없고 아이언과 우드
하나면 아주 딱 입니다. 저놈들 오늘 쿼터가 손모가지 피날때까지 해야 끝날 것입니다.
어린이 날인데도 해변에 사람들이 몇 명 없는 것은 코로나 때문일까요?
80년 7월에 아마 용준, 원규랑 갔던 첫 바다 여행이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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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자욱 위에 또 다시 밀려오며 가녀린 숨결로서 목 놓아 울부 짖는 내 작은 소망처럼
머리를 헤쳐 풀고 포말로 부서지며 자꾸만 밀려오나 자꾸만 밀려가는 그 물결은 썰물 동여매는
가슴 속을 풀어 뒹굴며 노래 해 뒹굴며 노래해 부딪혀 노래해 부딪혀 노래해 가슴속으로
밀려와 비었던 가슴 속을 채우려 하네. 채우려 하네. 밀려오는 그 파도소리에 밤잠을 깨우고
돌아누웠나? 못 다한 꿈을 다시 피우려 다시 올 파도와 같이 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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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직업은 나를 만들지만 취미는 삶을 즐기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일도 중요하지만
삶의 질은 일하지 않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낚시, 영화, 여행, 그림,
음악 같은 취미 생활에서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으니 하는 말입니다. 물론 취미는
본업이 있을 때 반짝거리지요. 백수는 의미가 없다는 뜻입니다. 컨디션이 괜찮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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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초소 바로 앞 돌산까지 올라갔다왔어요. 방파제는 해안경계초소라 접근하면 발포
할까봐서 멈췄습니다. 실은 내일이 제 생일이라 ‘Happy birthday do me‘하려고 이곳에
왔습니다. 한 번도 내 맘에 든 생일을 새본 기억이 없지만, 가장 좋은 생일은 새끼들과
밥 한 끼 먹는 생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도 생일상 받기는 글러먹은 것 같아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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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당겼습니다. 연병, 지도를 가져온 줄 알았는데 놓고 왔습니다. 거제, 통영, 남해, 여수,
고흥, 해남, 완도, 진도 모두 땅 끝 마을입니다. 목포, 진도는 다음 파스로 남겨놓았어요.
생일도 있고 해서 법성 굴비 맛 좀 보려고 들어갔는데 밥 한 끼에 5만원입니다.
그것도 1인분은 안 판답니다. 에라, 제가 누굽니까 편법으로 굴비 4마리에 15,000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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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 당을 쳤습니다. 씨알이 좀 작긴 해도 옛날에 먹던 그 맛이 나더이다. 다음에는 꼭
누굴 데리고 가서 제대로 된 굴비 정식을 먹을 것입니다. 굴비를 보니 선친 생각이 납니다.
울 아버지는 갈치, 굴비, 전어를 끝내주게 굽는 재주가 있었어요.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서
'영암 월출산'을 찍었더니 시간 반밖에 안 걸립니다. 고고싱! 법성포를 빠져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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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를 경유하더라고요. 나주는 제 여친이 속을 썩여, 깡 소주 한 병을 까고 물 한바가지랑
들이키고 갔다가 동광면 버스 정유 장 어딘가에서 구역질을 한 후 뻗어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녀의 이름이 현아일 것입니다. 고2때 만나서 학력고사 볼 무렵 함께 귀경을 했을 것입니다.
그녀는 편지를 꼭 ‘하늘아래 현아가‘라고 썼던 것 같아요. 지금쯤 할머니가 되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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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월출산이네요. 비가 오려고 하는지 5월 하늘이 회색입니다.
국립공원인데 주차비를 받지 않았습니다. 웬 떡인가 하고 입산 가장 가까운 곳에 파킹을
했어요. 아차, 등산화는 가져왔는데 또 양말을 뺐습니다. 건방 증도 치매의 전조 현상일
것입니다. 슬리퍼 신고 트래킹을 하기로 했어요. 걸어다닐 수 있을 때 부지런히 댕겨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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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를 채셨겠지만 저는 '추억의 신'입니다. 평생 추억만 먹고 살아도 될만큼 많아요,
물론 월출산의 추억도 있습니다. 그해 가마미 다녀오고 바로 고일 2학기니까 제 나이가
17살 10개월 이었어요. 학교 친구4-5명이 1박2일 코스로 녹음 카세트를 들고서 야영을
갔던 걸로 기억합니다. 월출산은 산이 좀 험하긴 하지만 내장산 보다 더 경관이 좋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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싶은데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까 동의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라이트브라운 반 폴-라에
보라색 바지, 거기다 베레모로 한껏 멋을 냈지만 지금 생각하면 영락없는 촌놈이 아닙니까?
불빛하나 없는 이런 풍경은 낯설고 어째 으스스 합니다. 땅거미가 시작될 무렵 우리는
서둘러 야영을 준비했습니다. 가지고간 휴대용 라디오엔 보니 엠의 Rivers Of Baby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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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참 흥을 돋우고 있을 무렵 사고가 터졌습니다. 친구 중에 한 놈이 다른 일행과
시비가 붙은 모양입니다. “비켜라 아들아!” 키 175Cm, 몸무게50k g. 중 딩 같은 고삐리가
바지 깊숙이 양손을 찌르고 오만상을 썼더니 웬 이 봉걸 같은 청년들이 나와서 웃습니다.
"에고, 잘못 건드렸나봐"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집히는 대로 잡아서 던지고 닥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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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로 부셨어도 상황이 좀처럼 끝나질 않습니다. 낮선 곳에선 선방이 최고라고 배웠는데
선방도 안 먹히고 오버 액션도 안 먹히고 에라, 모르겠다. 이럴 땐 36계 닷,
산 넘고 물 건너 산등성을 어떻게 내려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도망 내려오면서 필시 나는
타잔 아니면 빨치산의 후예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작정 내려와 지서로 들어왔는데 어린
나이에도 쪽팔렸는지 자칫했으면 간첩신고 할 뻔 했습니다. 제발 뜰 뜨지 말라고 안 했냐?
(계속)
2020.5.5.tue.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