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회 부산어린이글잔치 운문부 심사평>
더 상상해도 좋아
심사위원장 홍정화
두근두근! 어린이들의 작품을 만나러 가는 이 맘 때면 가슴에서 기분 좋은 신호가 옵니다.
어머나! 올해는 무려 이천 편 남짓한 동시가 모였습니다. 역대 어린이 글잔치 중 최고 기록입니다.
눈이 뱅글뱅글 돌아가고 입꼬리가 한없이 올라갑니다. 어린이들이 자신의 생각과 일상을 시로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반가운지요. 시 속에서 어린이들은 저마다의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글이 춤이 되고 영상이 되는 마법입니다.
올해도 어린이들의 우선순위는 한결같이 가족이었고, 친구였고, 내 주위의 작은 것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일상생활을 이야기하듯 쓴 시도 많았고, 자기만의 생각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작품들도 보였습니다. 상상 친구에게 털어놓듯 속마음이 잘 드러난 작품을 볼 때는 흐뭇했습니다.
봄 햇살에 이리저리 작품을 비춰보며 유난히 반짝이는 동시를 찾아냈습니다.
올해 금상은 ‘부처님’이 받으셨네요.
부처님은 좋겠다/ 몸이 많아서/ 불국사에 가도 있고/ 장안사에 가도 있다/
나도 부처님처럼 몸이 많았으면 좋겠다/ 축구도 하고/ 학원도 가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해야 할 것은 더 많은 요즘 어린이들의 마음이 담백하게 담겨있습니다.
머리카락을 뽑아 후 ~ 불어보라고 손오공의 분신술을 알려주고 싶기도 합니다.
엄마 미소에 부처님 미소를 더해 모든 어린이를 응원합니다.
어린이들의 작품 안에는 코로나로 세상과의 소통하지 못했던 텅 빈 시간도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그래서인지 예년에 비해 눈에 띄는 작품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어린이들의 행동반경이 교실, 학원, 집 등 실내에 집중돼 사고력과 상상력의 공간 또한 좁아졌음이 느껴졌습니다.
“더 상상해도 좋겠습니다. 더 많이 뛰어올라도 멋질 겁니다.”
올해는 기존의 시를 따라 쓴 작품이 많이 줄었습니다. 간혹 어른의 도움을 받은 작품은 눈에 잘 보이니 언제나 그렇듯이 응원만 해주시면 됩니다. 올해도 어린이들의 시를 보며 많이 웃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응모한 모든 친구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와 응원을 보냅니다.
세상에 없던 동시를 이천 편이나 만났던 2024년 봄날이 오래오래 기억날 것 같습니다.
심사위원 : 랄라, 임은자, 전자윤, 홍정화
첫댓글 홍작가, 수고 많았습니다 ☆
심사하느라 수고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