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고추장의 시원지 만일사
전라북도 순창은 지형이 양(羊)의 형상으로 순박하고 창성한다는 뜻이 깃든 유서 깊은 고추장의 고장이다. 1800년대 이규경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에 순창과 천안의 고추장이 유명하다고 적고 있다.
사람들은 우수개 소리로 인디언 추장보다 높은 것은 고추장, 고추장보다 높은 것은 초고추장, 초고추장 보다 높은 것은 태양초고추장이라고 한다. 순창의 태양초 고추장이 맛이 좋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생각된다.
대한항공 기내식 비빔밥은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비빔밥에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고추장이다. 고추장은 예로부터 우리 밥상의 중앙에 놓여 대접을 받아왔다. 외국으로 여행을 갈 때에도 꼭 챙겨가는 기호식품이기도 하다. 고추장이 양념으로 들어가야 모든 음식이 제 맛을 낸다.
예부터 화목한 가정은 장맛이 좋다는 말이 있다. 화목한 가정에서는 메주에 효모균이 잘 자라 장맛이 좋고, 언쟁이 많은 가정에서는 효모균이 자라지 못해 장맛이 없다고 한다. 효모균이 있는 곳에 화를 내면 효모균이 자라지 못하는 것이 실험으로 증명된 바 있다.
고려 말 무학대사는 이성계를 임금의 자리에 오르게 하기위해 전라북도 순창군 구림면 안정리에서 1만 일 동안 만일사(萬日寺)에서 불공을 드렸다고 한다. 그래서 절 이름도 만일사라고 한다. 이성계는 감사한 마음으로 스승인 무학대사를 만나러 가던 길에 어는 농가에서 고추장을 곁들여 점심을 먹고 그 맛을 잊지 못해 진상하도록 했다고 한다. 지금도 만일사 대웅전 오른쪽에 순창고추장 시원지 전시관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영조 때 이표가 쓴 수문사설(松聞事說) 1740년에 순창고추장 담금법으로 전복· 큰 새우· 홍합· 생강 등을 첨가하여 다른 지방과 특이한 방법으로 담가 영양이 우수하다고 하였고,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1861년 중 삼월령에도 고추장을 담그도록 일깨워 주고 있다.
고추가 전래되기 전에는 매운맛을 내는 산초(山椒), 천초(川椒), 호초(胡椒) 등을 초장(椒醬)이라 하고 그 후 고추가 일본에서 들어와 고추장이라고 하였다. 임진왜란 때 우리 민족을 독살시키기 위해 가져왔으나 우리 민족의 체질에 맞아 즐겨 먹었다는 기록도 있다. 이렇듯 고추장은 임진왜란을 전후로 일본에서 고추가 전래되기 시작한 16세기 이후에 개발된 장류로서 식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순창 고추장은 다른 지역에 비해 맛이 있다. 민속 마을 고추장 제조자들은 10년 이상 경험이 있다. 발효음식에서 경험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섬진강 상류의 깨끗한 지하 암반수를 사용하고, 순창의 태양초와 콩 등 농가와 계약하여 공급받고 있다. 다른 지역과 달리 늦여름에 메주를 띄우고 겨울에 고추장을 담근다. 여름에 습기가 많아 메주가 잘 뜨고 겨울에 고추장을 담그니 서서히 숙성돼 깊은 단맛이 난다. 순창은 분지여서 사계절 습기가 많아 고추장의 발효균이 잘 자라서 맛이 깊다고 한다.
순창 고추장 명성이 높아지자 공장 고추장이 순창 고추장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게 되었다. 그래서 군에서는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순창 고추장 제조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1997년 순창 고추장 민속 마을을 조성하였다. 이 마을 고추장이 아니면 순창 고추장이라고 하더라도 순종이 아니다.
고추장은 최소한 8개월 이상 발효 기간을 거쳐야 제 맛이 난다. 공장 고추장은 비용 때문에 전통방식으로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숙성 없이 속성으로 만들어진다. 순종 고추장은 공장 고추장에 비해 그 맛이 많은 차이를 보인다.
순창군은 임금에게 진상한 순창 고추장의 유래를 바탕으로 매년 가을 축제가 열린다. 임금님 진상 행렬은 순창 장류 축제의 개막을 알리는 행사이자 순창 장류 축제의 절정이다. 3일 내내 순창읍 시가지와 순창 전통 고추장 민속 마을에서 재현된다. 군민들은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대외적으로 홍보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고추장이 담긴 장독 10개를 우마차에 싣고 장군의 지휘 하에 호위 무사가 장군의 뒤를 따른다. 농악대와 장류 캐릭터, 주민과 관광객들은 진상 행렬에 동참하여 축제의 멋과 볼거리를 풍성하게 만든다. 진상 행렬단은 광주광역시,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에서 순창 장류 축제 홍보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임진왜란 때 우리 민족을 독살시키기 위해 가져온 고추장이 우리의 체질에 맞아 즐겨 먹었다니 일본인은 얼마나 강인한 민족이라고 당황했을까 생각만해도 웃음이 난다.
고추장이 들어가야 모든 음식이 제 맛을 낸다. 그래서 고추장은 예로부터 우리 밥상에서 대접을 받아왔다. 고추장이 들어간 우리의 고유한 음식을 개발하여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으면 좋겠다. 점심에 먹은 고추장 호박찌개가 순창을 오래도록 기억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