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열 한 살인 창제(화곡동 신정초등학교 4년)는 학교에서 인기 짱이다. 의사가 꿈인 창제는 공부도 잘하거니와 아이들이 모르는 신기한 섬 얘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바다낚시 전문꾼인 아빠를 따라 다닌 창제는 어른들도 가보지 못한 거문도며, 청산도 같은 유명한 섬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해준다. 아빠 문영관씨가 신발도매업을 하다 손해를 많이 보았을 때 가세가 기울고 생활고에 시달리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화곡동에서 가구업(SS갤러리)으로 사업을 바꾼 지 2년 만에 아빠 는 멋지게 재기에 성공하였고, 창제 가족은 널찍한 곳으로 이사도 했다. 옛날처럼 바다로 낚시를 갈 수 있어 창제는 제일 행복했다.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는 아홉 살 동생 창성이는 아직 어려 낚시는 서툴다. 그러나 언제라도 낚시를 따라 나서고 싶어한다. 서해안에 초여름이 와서 군산 앞바다에 한창 감성돔 어신이 무르익을 무렵이면 문영관씨는 감성돔낚시도 즐기지만 가족과 함께 연도를 찾아 학공치 낚는 것을 더 좋아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창제 가족은 연도로 낚시여행을 떠났다.
자, 군산으로 출발이다!
“자, 출발이다.” 6월 2일 밤12시, 문영관씨는 아내 신수영(43)씨와 창제, 창성이를 승합차에 태우고 서울을 빠져나왔다. “군산까지는 한참 가야 하니까 푹 자둬.” 차는 서울외곽순환도로에서 막 빠져나와 서해안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문씨 가족의 차는 9인승이다. 승용차는 야외로 놀러 다니기에 불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차 안에는 아무 때나 떠날 수 있도록 모든 준비가 돼 있다. 낚싯대는 물론 칼과 도마, 쿨러까지…. 부식만 준비하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도록 해두었다. 6월에 접어들자 서늘했던 밤공기도 훈훈해졌다. 3시간 여 달려 군산나들목을 빠져나와 군산 시내로 접어들었다. 단골집인 인동낚시점에 들러 미끼와 채비, 밑밥을 챙겼다. 첫배가 뜨는 7시 30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다. 해장국으로 아침 식사를 마친 뒤 드디어 소룡동 여객선터미널로 향했다. 선유도행에 이어 연도-어청도 행 매표구에 여직원이 문을 연다. “가족들과 낚시하러 가시나 봐요.” 상량한 여직원의 인사를 받으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뉴어청훼리호로 발길을 옮겼다. 이 커다란 카페리는 140명 정원으로 군산에서 연도와 어청도를 하루 한 차례(주말에는 두 차례) 왕복한다. 오랜만에 바라보는 망망대해. 다행히 날씨가 좋아 저 멀리 파란 수평선이 맑게 보인다. 여객선 갑판 2층에 올라가 바다를 바라보며 기념사진도 찍었다. 어느덧 수평선에 연도가 보인다. 8시 30분에 연도항에 도착했다. 감성돔 입질이 물이 올라서일까? 갯바위보다 방파제에 많은 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요즘 갯바위보담 이 방파제서 감생이가 잘 낚여 낚시객이 몰리고 있슈.” 지나가던 현지민이 묻는다. “댁두 감생이 낚으러 오셨수?” “아뇨, 우리는 학공치 잡으러 왔는데요.” “어허~ 요즘 냉수대 때문에 학공치를 못 본지가 꽤 됐는디 어짜쓰꺼나, 숭어는 잘 낚이니 숭어낚시나 하다 가시구랴?” 이를 어쩐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바께스로 퍼 담았다’고 들었는데….
“감생이 잡으러 오셨수?”
우선 연도민박(대표 나기운)에 짐을 풀고 간단하게 장비를 챙겨 해안도로를 따라 낚시할 멸치막 쪽으로 향했다. 멸치막이 있는 해안도로는 채석장까지 이어져 있으며 주간에는 감성돔, 학공치가 잘 낚이고 밤에는 농어도 곧잘 붙는 곳이다. 이날도 감성돔시즌을 맞아 전문꾼들이 포인트마다 진을 치고 있었다. 문영관씨는 우선 감성돔과 숭어를 노려보기로 하고 채비를 했다. 오전 10시경 중썰물로 감성돔을 낚기에는 조금 늦은 시각이다. 이맘때면 숭어도 회를 떠 놓으면 먹을 만해 숭어를 잡을 요량으로 밑밥부터 뿌려 주었다. 30분 정도 낚시하고 있을 무렵 아이들이 부사해졌다. “학공치다. 학공치야!” 아빠가 급히 밑밥을 뿌렸다. “빨리 학공치 채비로 바꾸자!” 꾸준하게 밑밥이 투여되자 녀석들이 냄새를 맡았는지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빠 나도 채비해줘!” 창제의 말에 “일단 엄마에게 민장대 채비부터 해주고 바로 해줄게.” 이렇게 해서 문영관씨는 선수 겸 감독관, 창제와 창성이, 엄마는 선수로서 학공치와 정면 대결에 나섰다. 손이 빠른 아빠가 두세 마리를 잡을 동안 민장대를 들고 있던 엄마도 한 마리를 낚아 올렸다. “여보, 웬 학공치가 이렇게 커요, 이건 꽁치 수준이야!” 막내 창성이는 아직 낚싯대를 만지기에는 미숙하지만 형 창제는 낚싯대를 휘두르는 솜씨가 제법이다. 마침내 창성이도 굵은 학공치를 걸어냈다. “아빠 저도 잡았어요” “야~, 우리 아들이 최고네 최고.” 아빠의 기세가 등등해졌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학공치 스무나믄 마리를 올릴 수 있었다. 가냘픈 학공치 채비에 굵은 숭어가 걸려들어 쩔쩔매기도 했다. 결국 60cm 숭어 두 마리도 무사히 낚아 올렸다. 이날 옆에서 문씨 가족을 지켜보던 감성돔 낚시인들도 이들이 부러웠던지 감성돔 채비를 학공치 채비로 바꾸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한두 마리 잡는 감성돔보다 한두 시간이면 쿨러를 쉽게 채울 수 있는 학공치 쪽이 훨씬 실속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슬슬 회맛 좀 볼까?
연도 학공치 씨알이 얼마나 굵던지 5마리를 썰자 큰 접시가 작아보였다. “이걸 누가 다 먹어라고 이렇게 많이 떴어?” “걱정허들 말구 드시기나 하시죠. 사모님! 더 썰어 달라는 말씀만은 하지 마세요.” 초고추장에 학공치 포를 찍어 들깻잎에 싸서 먹으니 세상 어느 요리도 부럽지 않다.
●연도는 전북 군산시 옥도면 연도리가 행정구역. 1개 마을 80여 가구에 200여 명이 살고 있다. 면적 0.64㎢, 동서 길이 약 1km. 군산항에서 여객선으로 한 시간 정도 소요되며 낚싯배는 군산과 서천 홍원항에서 탈 수 있다.
●교통편 군산 여객선터미널에서 계림해운의 뉴어청훼리호(121톤)가 평일에는 하루 한 차례(군산 09:00→연도 10:00, 연도 14:00→15:00 군산) 운항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두 차례(군산출발 07:30, 13:30, 연도출발 11:50, 17:30) 운항하고 있다. 요금(편도)은 성인 11,100, 소아 5,600원. ☎계림해운 063-467-6000, 군산여객선터미널 063-472-2727
●맛집
연도식당의 무공해 매운탕
연도가 고향인 나가운씨가 12년 전 개업했다. 섬에서 나는 1급수의 물을 사용하고 철따라 직접 잡은 싱싱한 물고기(광어, 우럭, 아구, 쥐노래미)를 재료로 쓰기 때문에 언제 가도 싱싱한 맛을 볼 수 있다. 안주인 송희자(50)씨는 직접 키운 무공해 야채와 싱싱한 해산물로 10여 가지의 반찬을 만들어낸다. 철따라 광어, 갑오징어, 우럭, 도미로 만들어 내는 회도 자랑거리. 값도 저렴해 1kg당 2만~3만원으로 어른 3~4명이 4만~5만원이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매운탕 8천원(2인분). 민박도 가능. 4인 기준 1실 3만원. 문의☎063-461-0388, 011-9437-2560
여객선에서 바라본 연도.
군산여객선터미널 앞에서.
연도에 도착하여 손수레로 짐을 옮기고 있는 문영관씨 가족.
맏이 창제가 굵은 학공치를 낚아 올리자 아빠 문영관씨가 더 좋아하고 있다.
연도를 오가는 뉴어청훼리호에서.
“정말 재밌어요” 창제, 창성이와 엄마 신수영씨가 함께 학공치낚시 재미에 흠뻑 빠졌다.
채석장과 멸치막에 이르는 해안도로는 경치가 좋아 데이트 코스로도 일품이다.
연도에는 학공치를 낚으러 오는 낚시관광객들이 많다.
아빠가 낚은 숭어를 엄마 신수영씨가 뜰채로 떠 보였다.
우리가 도착한 날 인천 정창범씨(인천LD낚시 가이드)씨가 등대 밑에서 낚은 57cm 감성돔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