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랑고 산군이 시야에 가까이 들어오자 우린 정신줄을 놓고 말았다. 수많은 암산 거벽들이 마치 제2의 신들의 정원처럼 나열되어 있는... 차라리 날씨가 흐려서 트랑고 산군을 휘휘 둘러치고 있는 운무들의 향연까지 더해져 꿈속을 헤메고 있는듯한 착각속에 빠뜨렸다.
어디 암산과 운무들의 향연 뿐이던가~ 그 앞으로 끝없이 펼쳐져 있는 검은 빙하는 트랑고 산군을 더욱 위압적으로 만들었고, 그 앞으로 형성된 커다란 빙하호수는 트랑고 산군을 더욱 매혹적으로 만들었다.
트랑고 산군은 발토로 빙하를 벗어난 트랑고 빙하위에 있는 산군으로 거벽 등반의 메카라고 할 수 있다. 트랑고 빙하 등반사의 시작은 1937년 에릭 쉽튼(Eric Shipton)이 이끄는 영국 탐험대로부터 비롯되었다. 이후 40년이나 지난 후 이 거대한 화강암 침봉 군에 대한 서구 여러 나라들의 도전이 시작되었다. 에릭쉽튼이 내다본 다음 세대의 등반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74년 프랑스대의 올리비아호 타워 동벽등반, 76년 영국대의 트랑고 네임리스 타워(Nameless tower, 6239m) 서벽 초등, 77년 그레이트 트랑고 타워(Great trango Tower,6286m)초등 등.. 현대 거벽에서의 직등주의, 신 루트 등반, 단독등반, 고산에서의 자유등반 등 높은 가치의 벽 등반이 이 작은 빙하에서 시작되었다. 올리비아호 타워 동벽(East face of Uli Biaho Tower, 6109m,올리비아호(6527m)와 구별) , 그레이트 트랑고 북서벽(Northwest face of Great trango Tower,6286m), 트랑고 네임리스타워 서벽(West Face of Trango Nameless Tower,6239m)
<참고/ 다음까페:고산거벽등산학교,임성묵>
그러니 아스꼴리로 들어오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K2를 향하여 가는 것은 아니다. 우리처럼 일반 트래커들은 대부분 4개의 8,000m 급 좌의 베이스캠프를 가기 위해 오지만, 수많은 전문 산악인들은 눈앞에 보이는 트랑고 산군의 거벽들을 등반하러 오는것을 비롯하여 발토르 빙하를 중심으로 거대한 암산 사이로 지류가 뻗어있는 수많은 빙하 탐험과 8,000m급 고봉 4개 이외에도 수많은 7,000m급 침봉들을 등반하기 위해 들어오는 것이다.
우리는 4명의 일정을 맞추느라 K2여정에서의 시간이 모자라서 트랑고 타워 BC를 가지 않는다. 이곳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을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막상 거대한 트랑고 산군을 눈앞에서 보니 '여기까지 와서...'하는 안타까운 맘이 인다.
그래도 이만한게 어디냐고... 4명이 기적처럼 모아져서 K2 여정을 시작한 것이...
다시금 맘을 추스르며 발길을 뗀다.
거대한 검은 모레인 빙하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그 모습이 바람에 넘실대며 형성된 광활한 사막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 그렇지. 장장 62km... 지구상에서 극지방을 제외한 3번째로 큰 단일 빙하잖아~
시간이 흘러 점점 더 빙하의 깊은 속살로 들어가니 그제서야 마치 제 본색을 드러내는 듯 모양새가 더없이 거칠다. 검은 돌사막 처럼 보였던 굽이치던 고운 모습 옆으로 쫙 쫙 벌어진 거대한 얼음덩이들이 흩어져 있기도 하고... 커다란 빙하호수를 품고 있기도 하고... 우리가 걸어가는 그 순간에도 곁에선 굉음을 떨치며 수없이 많은 얼음덩이를 떨궈내고 있고...
두렵다기 보다는 여전히 그 모습에 반해서 카메라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가파른 돌 사면 길이 또 시야를 막고 있다. 겉은 돌길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 사이로 허연 얼음덩이기 보이는 정말 위험한 길이 아닐수 없다. 비단 얼음 위가 아니더라도 흡사 발이 자갈돌에 미끄러져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는 길이건만 얼음을 덮고 있는 돌길이라니.... 그래서 힘을 비축하고자 포터들이 모두 쉬고 있는건 아닐까....
잠시 빙하위를 벗어나 산군 아래로 난 길로 간다. 그러나 험하기로는 수직벽의 낙석지대로 더 위험하다. 잠시 쉬고 싶어도 이 낙석지구를 피해서 쉬어야 한다.
와아~ 세상에나~꽃이야! 이 험준한 빙하 돌길에서도 꽃을 이렇게 피워내다니....
나는 뜻밖에 나타난 꽃에 흥분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강인한 꽃인것만 같아서...
7,000m급 거대한 암산을 배경으로 빙하 곁의 척박한 돌사이에 피어있는 꽃들이기에 더욱 귀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모두들 쉬고 있었지만, 나는 이 귀한 꽃을 암산을 배경으로 찍기위해 조리개를 열었다 닫았다 하며 사진찍기에 몰두했다.
얼마나 시간이 흐른걸까.... 새벽까지 비가 와서 종일 또 오지 않을까...걱정했는데, 해가 강렬한 햇볕을 반사하며 중천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행한 일이지만, 또 더위에 지쳐 힘들어 질까...걸음걸이가 빨라진다.
다시 빙하위로 들어섰다. 왜 길이 수시로 없어진다고 했는 지 이제서야 이해가 간다. 강렬한 햇볕에 녹아 계곡이 되어 흐르고... 저리 커다란 얼음덩이를 제 몸에서 떨궈내고 있느니... 한 순간에도 풍광이 바뀌어 버린다는게 맞는 말이다.
5m만 오르막이어도 숨이 차오르고 발걸음이 천근으로 무거워져 입에서 '에고 에고' '에고 힘들어~' 소리가 종일 터졌다.
문득 빠유에서 안치영 대장에게 한 말이 떠올라서.... 임티아스가 첫날 우리에게 독백처럼 내뱉은 말이 떠올라서....
우린 또 박장대소를 하며 다시 힘을 내었다.
겨우 아스꼴리에서 빠유까지 오면서 힘들어 죽을뻔했다고...앞으로 여정이 더 힘드냐고 물었을때 난감해 하던 안치영 대장의 표정... 아스꼴리에서 졸라로 가던 날, 힘들어 하던 우리를 향해 1-day 라고 조그맣게 내뱉던 임티아스... ㅋㅋ
그려~ 이까짓거 힘들긴 뭐가 힘들어~ K2...발토르 빙하... 죽음의 트래킹 코스인거 알고 왔잖아~ 꽃도 피어있고,구름이 햇살도 가려주고....이만하면 아직은 비단길인겨~
간간히 에너지 음료도 마시고, 파워 에너지 젤과 사탕도 나누어 먹으면서 힘을 돋구었다. 사실, 입에선 그리 힘들단 소리가 쏟아져 나왔어도 장엄한 경치에 매료되어 시간의 흐름도 잊은 채 걸었다.
파키스탄의 트랑고 타워 산군(Trango Towers in Pakistan) 트랑고 타워(Trango Tower, 6,239 m . 중앙) 트랑고 몽크(Trango Monk, 6,150 m 왼쪽) 트랑고 리(Trango Ri, 6,363 m. 왼쪽 먼곳) 그레이트 트랑고(Great Trango. 6,286 m. 오른쪽)http://www.answers.com/topic/trango-towers
트랑고 타워(일명, 네임레스 타워 Nameless Tower 6,239 m)
그레이트 트랑고(Great Trango Tower, 6,286m)
네임리스 타워(Nameless Tower, 6,239m)
트랑고 몽크(Trango Monk, 6,150m)
트랑고 리(Trango Ri, 6,363m)
트랑고 펄핏(Trango Pulpit, 6,050m)
트랑고 캐슬(Trango Castle, 5,753m)
트랑고 타워(Trango Towers)는 파키스탄의 발토로 빙하 북부에 위치한 암봉의 무리이다. 가장 높은 봉우리 그레이트 트랑고 타워의 높이는 6,286m 이다.
Symphony No.2 in D major, Op.43 |
출처: 아름다운 날들 원문보기 글쓴이: 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