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위기 시대, 철학부재의 시대 │ 김윤숭

■ 이 詩, 나는 이렇게 썼다■            인문학의 위기 시대, 철학부재의 시대                                                                                                                  김윤숭 (시인)         얼마 전에는 이공계의 위기 시대라고 방송에서 특집으로 다루더니 요즈 음은 인문학의 위기 시대라고 한다. 그래서 정부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 하여 인문학 진흥을 위하여 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학에선 안정된 직장을 위하여 고시공부와 공무원 시험에만 열중하고 법대와 의대가 최고의 경쟁 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무도 가지 않는 학과, 아무도 하지 않는 공무원이라 면 상대적으로 다른 수많은 학과의 강의실이 가득가득 차지 않을까, 대학 에서 강의하는 사람들의 꿈이기도 할 것이다.   2009년 6월 13일 서울대학교에서 한국철학회 춘계학술대회와 정기총회 가 개최되었다. 주제는 “시장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었는데 발표 중에 “인 문학의 위기, 그 실체와 현상- 인문학은 진정 위기인가?”-이승종(연세대) 도 있었지만 많은 발언의 핵심은 각 대학에서 철학과의 존폐여부가 문제라 는 것이다.   먼저 취업이 잘 안되어 인기가 없는 한문학과와 철학과가 폐과되고 사회 인기에 맞는 명칭의 학과로 개편되고 있다. 호서대 철학과 폐과사태에 대 해, 한 지방대학의 인문학 살해사건이라고 극언하고 있다. 전국에 철학과 가 설치돼 있는 대학은 55곳. 지난 1990년대 중·후반 학부제를 도입한 이 후 2009년 최근 10년 동안 철학과가 폐과된 대학은 모두 8곳으로 나타났 다고 한다.   다시 한국철학회 현장으로 가서 정기총회에서 차기회장 선거가 있었는 데, 필자가 객원교수로 있는 대전대학교 철학과 주임인 송인창 교수가 회 장에 출마하여 다른 2명의 경쟁자와 중원의 사슴 사냥을 하게 되었다. 필자 가 선거참모로서 제의한 철학과 폐과문제로 교수들의 투표감성을 자극해 야 한다는 전략으로 임하여 회장 후보 정견 발표에서 철학과 폐과 문제에 대해 호소하여 당시 현장의 교수들의 적극적 호응을 얻어 무난히 당선되었 다. 그만큼 철학과 폐과문제는 철학과 교수들의 학문만이 아닌 생존의 문 제로 피부에 와닿는 절실한 문제였던 것이다.     2009년 6월 13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철학회 정기총회 차기 회장 선거 기호 2번 송인창 교수가 정견발표를 하는데 첫째 한국동양철학회장 출신으로 동서철학의 화합을 도모하겠다 둘째 대전대학교 철학과 폐과가 문제인데 총장이 한국철학회장을 높이 평가하여 당신이 회장이 되면 폐과는 고려해보겠다더라 동료 교수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오늘 귀가 아프게 들은 논의가 철학과 통폐합의 문제였다 압도적으로 당선되었다 그만큼 인문학의 위기 시대 철학과 폐과문제가 공감을 얻음이고 주제발표도 우연히 시의적절하니 천시와 인화가 뒷받침된 것이라                  -「 한국철학회장 선거」전문       오전 발표가 끝나고 교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메뉴가 고등어구이라 서 먹으면서 철학과 교수들이 실상 고등 인간들인데 고등어를 먹으니 유사 성의 시상이 떠올라 철학과의 폐과를 고등어의 죽음에 빗대어 고등어의 희 생을(물론 자발적인 것은 아니지만) 조문하면서 한편으론 위문하면서 아래 시를 지었다.     2009년 6월 13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철학회에 참석하고 중식으로 제공된 고등어구이를 먹었다   어족 중에서 고등 족속이라고 고등어라지 그 이름에 걸맞게 여기 모인 고등 인간들 철학하는 사람들에게 헌신하였지   사득기소라 죽음에 제자리를 얻었다 고등 인간들에게 끼니를 때우며 맛과 영양을 공급하고 뇌건강을 활성화시켜 고등한 생각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게 하니 고등어야 오늘 여기서 네 고등한 임무를 완수하였구나                            -「 고등어」전문         오후 발표가 끝나고 자유 토론 시간에 어느 철학과 교수가, 철학관 때문 에 철학과가 품위 손상되니 의사들이 치료란 용어 아무나 사용 못하게 하 듯이 철학관도 사용 못하도록 회장 성명 발표하라고 하였으나 모두들 반응 이 없었다. 성명을 발표한다고 못 쓰거나 안 쓸 사람들이 아니다. 강제성이 없는 성명서 한 장 발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치료란 용어를 못 쓰는 것이 아니라 치료행위는 의사의 고유권한이라서 의료법에 의해 처벌 받을까봐 못 쓰는 것이다. 강제적 처벌 규정이 없는 사항은 상대방이 안 들 으면 그만인 것이다. 차라리 철학진흥특별법을 만들어 철학과 출신 아니면 철학관을 사용 못하게 하고 어기면 처벌하게 하면 수십만 점술가들 다 철 학과 입학하느라 오늘의 심각한 주제였던 철학과 폐과는커녕 미어터질 것 이라고 생각하고 한마디 하려다가 실현가능성 없는 얘기라서 그만두었다.   인문학의 위기 시대라지만 문학이 그런지는 의문이다. 각종 문예지로 등 단하는 시인도 한 달에 수십 명씩 배출되고 시인이 독자가 되고 독자가 시 인이 되는 시인공화국 시대에 문학의 위기는 어디에 있는가. 현대는 지방 자치 시대라서 각 지자체마다 자기 고을 출신이나 유관인사의 현창 사업, 캐릭터 사업에 열을 내고 있다. 그리하여 전국에 문학인의 현창 사업과 문 학관 건립 사업이 풍성하다. 필자도 전국 40여 곳의 문학관을 답사하고 사 진 찍고 한시로 읊어『지리산문학관33』이란 한시집을 낸 적도 있다.   이병주, 박경리, 김성동, 김정한, 김동리, 조정래, 최명희, 채만식, 이동 희, 김유정, 이효석, 황순원, 한무숙 소설가와 유치환, 김춘수, 박재삼, 문 덕수, 김달진, 박목월, 구상, 이육사, 조지훈, 조태일, 서정주, 정지용, 오장 환, 한용운, 조병화 시인과 이은상, 정완영, 이태극 시조시인과 김삿갓 한 시시인과 이주홍, 이원수 아동문학가, 피천득, 조경희 수필가의 문학관이 건립되어 문학인을 기리고 그 문학을 소개하여 문학의 붐을 조성하고 있 다. 시인 시대를 이끌고 있는 것도 문학관 건립 붐이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그에 반하여 이 땅에는 기념할 만한 문학인만 있고 다른 사학자나 철학 자는 없는가? 그들의 관련 유적이나 자료는 사라져도 좋고 그들의 학문은 기념하여 널리 알리는 사업을 전개하지 않아도 좋은가. 그것은 아닐 것이 다. 문학인 못지않게 기념할 만한 대중적으로 저명한 철학자들도 많이 있 다. 박종홍, 배종호, 김충렬, 유승국, 원효박사 이기영 등 현대철학자와 원 효, 지눌, 퇴계, 남명, 율곡, 다산 등 훌륭한 철학자가 많이 있는데 다산, 남 명, 율곡 등은 기념관이 있고 관련 서원이 있어 소개하는 역할을 하나 철학 을 집중 소개하는 철학관은 없다.   철학관이라니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문학관은 이상하지 않은데 철학관 은 이상한 것은 선입관이 귀를 어지럽혔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한 사람들 이 철학관을 그릇 끼고 있어 일어난 일로 더 이상 엉뚱한 사람들이 오용하 지 말고 철학자에게 철학관을 돌려주어 철학관이 제 역할을 찾도록 해야 하며 각 지자체는 자기 고장의 훌륭한 철학자들을 기념하는 철학관 건립에 적극 임할 것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다음의 시를 지었다.     과학관은 과학의 꿈을 영글게 하고 문학관은 문학의 꿈을 영글게 하고 철학관은 철학의 꿈을 영 글러지게 한다   과학관과 문학관에서 과학자와 문학자를 만나고 과학과 문학을 보고 배울 수 있다 철학관에선?   철학관은 철학과 영 상관없는 철학을 참칭한 영업장일 뿐이다   철학이 아까운지고   그들은 철학이 아니고 역술이며 역학이니 왜 당당히 홀로서기 못하고 철학에 빌붙으려고 하는가 철학이 고상하기 때문인가 철학의 신분이 고귀하여 구한말 해방노비들이 주인의 성을 따르듯 철학의 고귀한 신분에 투탁하려는 것인가 역학 그 자체도 고귀한 신분이니 굳이 남의 신분을 부러워할 일이 아니다 철학이 강압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역학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스스로 정체성을 확립하고 떳떳이 철학에서 독립하라   이육사와 조지훈 같은 위대한 문학인을 위한 문학관이 곳곳에 세워져 문학도를 이끈다   위대한 철학자가 동서양에 얼마나 많은가 한국의 철학자들을 만나고 보고 배울 수 있는 참다운 철학관이 필요하다     원효철학관 보조철학관 퇴계철학관 남명철학관(남명기념관 개칭) 율곡철학관 박종홍철학관 배종호철학관 이기영철학관 유승국철학관 김충렬철학관   언뜻 생소할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결과라 철학관의 참칭을 철학자에게 환원하라   그때가 되면 그날이 오면 철학관은 명실상부할 것이고 관람객들은 철학관에서 철학자를 만나고 철학을 보고 배울 것이다                      -「 철학관」전문              김윤숭 시인 * 2010년 시집《지리산문학인 반백음》으로 작품 활동. * 한시집으로《함양구경》《지리산문학관33》   《인산사계》가 있음. * 함양예술인상, 시예술상, 북한강문학상 수상. * 현재 지리산문학관 관장. 대전대학교 철학과 객원교수 * <A href="mailto:insansi@hanmail.net">insansi@hanmail.ne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