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무를 기르고 농사를 짓듯 정성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 사람을 만나본다. 느린 걸음으로 참교육의 희망을 노래하는 최은숙(46·정산중학교 국어담당) 교사다. 그는 최근 교육 현장의 이야기들을 책으로 펴냈다. ‘성깔 있는 나무들’이라는 제목의 산문집이다. 또 앞서 학생들의 첫 수업에서 들려주고픈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그래, 지금은 조금 흔들려도 괜찮아’에 공동저자로도 참여했다. 학생들과 함께하며 진솔한 이야기들을 글로서도 전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시골을 동경하던 학원강사 그를 만난 건 지난 월요일, 수업이 끝난 빈 교실에서였다. 의자를 건네면서 그는 “아이들 의자라 조금 낮지만, 옛날 생각하면서 앉아보세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대학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했지만 졸업 후 바로 교사가 된 것은 아니었다. 4년여 동안 기자로 또 학원 강사로 세상을 경험했었다. 우선 그는 대학생 때부터 기자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껴 졸업 전 이미 대전의 한 신문사에 입사 했고 졸업 후 한동안 그 소임을 다 했다. 하지만 근무하던 신문사가 문을 닫았고 결국 일자리를 잃은 그는 서울로 가게 됐다. “지인의 소개로 서울의 학원에서 영어강사를 한 적 있어요. 국어 전공인데 영어를 가르치려니 어려웠지만, 정말 열심히 영어공부 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쳤죠.” 그는 당시 노래와 퀴즈를 활용해 영어 수업을 했고, 이는 학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덕분에 학원 교무부장까지 맡는 등 인정을 받았지만 그에게 서울은 정이 가지 않는 곳이었다. 도심 한 귀퉁이 삐죽 머리를 쳐든 잡풀만 봐도 시골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다. “시골 갈 날만 기다리며 살았어요. 교사가 된다면 작은 마을에 살며 학생들과 함께 걸어서 학교를 오갈 수 있는 곳, 그런 곳에서 살고 싶었죠. 결국 강사로 2년간 지내다 임용고시를 봤고, 서산중학교로 첫 발령을 받으면서 꿈을 이뤘습니다.”
‘주인공이 나’였던 신규 교사 1993년 서산중학교로 첫 발령을 받은 그는 당시를 기억하며 ‘모든 것이 내 뜻대로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의욕만 앞섰던 신규 교사였다’고 전한다. “시골로 왔다는 것에 우선은 무척 좋았어요. 하지만 부임 첫 해 정말 많이 힘들더군요. 학생들이 주인공이어야 하는 데 저를 주인공으로 모든 일을 하려 했었거든요. 당시는 잘 몰랐던 저의 잘못된 생각이었고, 이로 인해 학생들과 갈등이 생기고 그렇다보니 출근도 하기 싫고 그랬었죠. 꼬박 1년 동안 고생했고,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었어요.” 당시 최 교사의 잘못된 생각을 고쳐주는 데에는 서산중 평교사들의 모임, 또 외지로 나갔다 돌아온 젊은이들을 주축으로 한 소모임 구성원들이 큰 힘이 됐다. 그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구나 하는 것을 알았던 것. “이후에는 학생들과 즐겁게 생활할 수 있었어요. 나중에 들으니 다른 신규교사들도 겪는 일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런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고, 청양으로는 6년 전 왔습니다.”
옛날 영화 세트장 같던 청양 “청양중 발령을 받고 미리 집을 얻으러 왔었어요. 그런데 청양의 첫 느낌이 옛날 영화를 찍는 세트장 같더군요. 좁은 골목과 옹기종기 모여 있던 작은 집 등 정말 정다워 보였죠. 그리고 순간 이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양 구석구석을 돌아보면서 그는 동경했던 시골 모습을 봤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살 집을 찾지 못했고, 때문에 어쩔 수없이 공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청양으로 출퇴근 할 수 있는 것만도 너무 좋더라고 전한다. “청양중에서 1학년 담임부터 시작했는데 학생들이 어찌나 예쁘던지 하루하루가 즐거웠죠. 특히 고전읽기모임, 교사들과의 책모임 등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 외의 만남들도 너무 소중했고 생활의 활력을 줬습니다. 그렇게 생활하다보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더군요. 엊그제 같은데 청양 생활이 벌써 6년째고, 지금은 정산중으로 자리도 옮겼고요.” 그는 이야기 중간 중간 청양이 좋다고 반복한다. 아직 여건이 안 돼 공주에서 오가지만 언젠가는 청양에 예쁜 집을 짓고 살면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꿈을 꾼다고 말한다. 이 때문일까. 옛날부터 동료교사들은 그를 ‘청양댁’이라고 부른다. 청양에 눌러 살 사람이라는 뜻이다.
교육현장의 생생함 책으로 엮다 18년째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는 그는 세권의 책을 펴냈다. 근무했던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한 추억들을 각각 한권의 책에 담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서 네가 제일 멋있다고 말해주자’에는 서산중학교 학생들과의 추억이, ‘미안, 네가 천사인줄 몰랐어’에는 목천중학교에서의 이야기를, 그리고 최근 펴낸 ‘성깔 있는 나무들’에는 지난 5년간 근무한 청양중학교 학생들과의 즐거움이 담겨있다. “교육현장의 이야기를 써달라는 원고 청탁을 가끔 받았고, 그 원고들을 모아 책으로 엮었습니다. 책을 보며 학생들도 자신들이 주인공이라며 즐거워하고, 또 동료 교사들도 격려 해 주셨어요. 힘이 됐고, 앞으로도 우리 학생들의 소중한 이야기들을 책에 담고 싶습니다.” 최 교사는 또 학생들에게는 자기만의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전한다. 때문에 학부모들도 교사들도 학생들만의 공간을 보장해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새 학기가 되면 가정방문을 다녀요. 하지만 간혹 교사가 집에 오지 않았으면 하는 학생이 있어요. 새 담임을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됐다는 뜻이고 이럴 때는 기다려줘야 해요. ‘계획에 있으니까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안돼요. ‘강제로 하는 것 중 배울 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강요하지 않는 교사가 됐으면 좋겠어요.” 최 교사는 대학시절부터 소모임 활동을 통해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그 연계선상으로 교사가 되고서도 교사들과는 물론 학생들과의 소모임을 통해 진솔한 교육을 펼쳐가고 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만난 최은숙 교사는 현재 충남작가회의 부회장, 충남 교사문학회와 책모임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