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상설 영화관, 을지로 입구의 경성고등연예관 (1)
경성고등연예관(京城高等演藝館)은 1910년 2월 18일에 개관한 조선 최초의 상설영화관이다. 현재의 을지로2가,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 옆 자리인 을지로(황금정) 63통 7호에 자리 잡았다.
이에 앞서 협률사(1902년), 광무대(1907년), 단성사(1907년), 원각사(1908년) 등에서도 영화를 상영했지만 순수 영화 전용극장은 경성고등연예관이 최초였다.
당시 경성고등연예관을 소유하고 있던 사람은 영화배급사였던 K다이아몬드사와 관련 있던 가네하라 긴조(金原金藏)였다.
경성고등연예관 내부는 이른바 ‘기석’(奇席)이라는 일본식이었고, 2층은 다다미, 아래층 객석은 긴 의자로 배치하였다. 수용인원은 600여명이 입장할 수 있는 목조 2층 양식건물로 건물의 외관이나 내부 설비를 현대적으로 구비하였다.
또한 ‘요시자와(吉澤)상점’에서 활동하고 있던 일본 영사기사를 영화 상영을 위해 고정배치 하였고, 프랑스 ‘파테회사’의 영사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현대적 시설을 갖춘 탓에 경성고등연예관의 입장료는 이전의 다른 극장들에 비해 큰 폭으로 인상되어 특등석은 1원을 받았다. 이 요금은 극장 입장료로서는 가장 비싼 것이었다. 그러나 이같이 비싼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경성고등연예관의 영화 상영은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경성고등연예관의 대중적 인기가 높아지고 사회적으로 관심거리가 되자 고종황제가 이들을 궁궐로 초대해 정부관리와 황실 인사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극장주 와다나베에게 하사금을 주어 격려하기도 했다.
황제가 일반극장의 영사시설을 궁내로 불러들여 영화를 관람하고, 극장 주인에게 하사금까지 주었다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경성고등연예관은 당시 서울에서 관심의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