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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黑風令 제2권 제15장 雜草의 忿怒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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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듯이 금문세가 본가의 삼층 밀실로 뛰어드는 순간, 환우령은
상처 입은 늑대처럼 고통에 찬 신음성을 들었다.
"으으……"
의자에 묶인 채 바닥에 뒹굴고 있는 사람은 너무나도 낯이 익었
다. 아니 그 사람이 죽어 뼈만 남았다 해도 금세 그가 누구란 것
을 알 정도다.
황보, 바로 그였다.
황보의 몰골은 너무나도 처참하고 끔찍했다. 또한 본래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운 황보의 육신은 만신창이가 아니라 한덩어리 육괴
같았다.
환우령은 그의 곁으로 성큼 다가서기가 어려웠다.
이 순간 석상처럼 굳어 있는 환우령의 전신으로 소름이 쫙 돋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많은 고문을 당했으면 사람의 육신이 걸레조각보다
더 처참한 몰골로 변한단 말인가!
환우령은 방금 전에 거쳐 온 금화정에서 세상의 처참한 모습을 모
두 보았다고 믿었다.
허나, 지금 그의 눈 앞에 펼쳐져있는 황보의 참혹한 몰골에 비하
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뭉턱 뜯겨져 나간 앞가슴하며 시뻘건 인두로 지졌는지 검게 타서
쪼글쪼글하게 오그라들은 양 허벅지와 겨드랑이를 보는 순간 환우
령은 전신에 오한이 스쳤다.
(으…… 저 여리디 여린 겨드랑이 살갗을 시뻘건 인두로 지질 때
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눈동자가 있던 자리는 도굴당한 무덤처럼 휑하게 뚫려 있었다.
인간의 머리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했다.
허나, 그 무엇보다도 고약한 것은 황보가 아직도 살아있으며 의식
도 잃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크르……"
콧구멍에서 피거품이 솟아 올라오고 있었으며, 그치지 않는 신음
소리는 환우령의 가슴을 예리한 송곳으로 도려내는 것 같았다.
누군가?
천하에 그 어떤 냉혈(冷血)의 고문자가 있어 죽지도 않은 사람을
저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단 말인가?
한순간, 환우령은 황보의 곁에서 서서히 무릎을 꿇었다.
"황보…… 제가 누구인지 알아 보시겠어요?"
환우령의 음성은 심하게 떨려 나오고 있었다.
이때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뭉그러진 황보의 입술이 조
금씩 움직였다.
"녀석…… 언제나처럼…… 아비를 위해서 와 주었구나."
환우령이 비록 못생긴 청년으로 변장하고 있었으나 음성만 듣고도
황보는 알 수 있었다. 으스러지도록 두 주먹을 움켜쥔 환우령의
전신이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켰다.
"그래요…… 제가 왔어요, 황보."
미소일까?
황보의 얼굴 근육이 기묘하게 꿈틀거렸다.
"녀석…… 혼자 두고 떠나기에는 아직 어린데……"
"그래요, 황보…… 어서 기운을 내세요. 저는 황보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아시잖아요."
말과 함께 황보의 신형을 일으키려고 하자 황보의 일그러진 입술
을 비집고 흐르는 가래 끓는 듯 고통스러운 음성이 그를 만류했
다.
"우령아…… 아비의 심장에는 지금…… 크륵…… 깊숙이 장검(長
劍)이 박혀 있다…… 움직이면 고통만 더할 뿐…… 이다."
그의 말대로 황보의 가슴에는 지금 예리한 검 끝이 한 치 가량 튀
어 올라와 있었다.
문득 환우령의 입에서 상처입은 늑대처럼 툴툴 메마른 음성이 흘
렀다.
"황보, 대체 누구죠? 황보를 이 지경으로 만든 사람들이 누구고,
또 바닥에서 암습을 가한 그 놈은 누구입니까!"
허나, 당사자인 황보 자신도 그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자신이 정체불명의 인물
들로부터 극심한 고문을 당하고 있는 사이에 누군가가 이층 천정
속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황보가 바닥에 쓰러지는 순간 느닷없이
장검을 들이댔다는 사실 뿐이었다.
그러다가 일순 황보의 입술이 미미하게 달싹거렸다.
"아비의 고통을 덜어준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 인물
은 분명 아비를 고문하던 정체불명의 괴인들의 금강신묘정을 찾는
것을 방해하려고 아비를 암습한 것이 분명하다."
잠시 숨을 몰아 쉬다가 그는 말했다.
"아비를 고문하던 인물들은…… 우령이 네가 도착하기…… 바로
직전에…… 그 암습자를 잡기 위해 나갔단다."
"……"
"잠시 후에는 그들이…… 돌아 올 테니까 속히…… 떠나도록 해
라."
바로 그때였다. 환우령은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 미소를 지었
다.
"황보, 제가 언제 황보를 남겨두고 홀로 도망간 적이 있었습니까
……"
"녀석아…… 아비는 이제 가망이 없다니까……"
순간 환우령은 황보의 상체를 일으켜 장검을 뽑았다.
"염려 마세, 황보. 제가 반드시 살려 낼 테니까요."
그러나 황보는 이미 반 송장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환우령도 잘 알
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우령은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만약 황보가 이대로 숨을 거둔다면 이 세상에서 황보의 자리를 대
신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다.
환우령은 황보를 들쳐업었다.
"가요,황보. 이 세상 어디엔가 황보를 살려낼 수 있는 의원(醫員)
이 반드시 있을 거예요."
죽어가는 아버지를 등에 업고 계단을 내려서는 환우령은 그 말 이
외에 달리 황보를 위로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제 보니까…… 황보는 무지무지한 바보예요."
"이 녀석이 아직도……"
환우령은 바닥에 뒹굴고 있는 금강신묘정의 보석함을 집어들며 말
했다.
"사실이 그렇잖아요. 그들에게 제가 금강신묘정을 훔친 장본인이
라고 말해줬으면 이토록 극심한 고통은 겪지 않았을 텐데……"
"녀석아…… 세상에 부모(父母)를 버리는 자식은 있어도…… 자식
을 배반하는 부모는 없는…… 게야……"
희미한 너털웃음을 끝으로 황보의 육신이 갑자기 축 늘어졌다.
환우령은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을 수가 없었다.
황보의 호흡이 이미 끊어진 것이다.
(황보…… 편안히 잠드세요!)
환우령은 말없이 한 계단 밟아 내려갔다.
그의 두 뺨에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갑자기 온 세상이 캄캄한 암흑으로 변한 것 같았다. 마치 온 세상
를 통틀어 살아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자신 혼자 뿐인 것처럼 고독
(孤獨)했다.
그는 살아 있는 사람을 대하듯 중얼거렸다.
"황보…… 수란 누이의 말대로…… 오늘은 몹시 추운 날이군요."
황보…… 아버지…… 황보…… 아버지…… 아버지……
헌데, 환우령이 막 전각(殿閣) 밖으로 걸음을 내딛을 때였다.
"크흐흐…… 네 놈이 천세야황의 아들이냐?"
고막을 쇳조각으로 후벼 파는 듯 잔혹(殘酷)한 음성과 함께 인기
척이 일어났다.
스스슷……
어느새 유령처럼 나타난 십여 명의 회색 인영이 환우령의 사방을
에워싸고 나타났다.
하나같이 음악잔혹한 얼굴에 등에는 끝이 갈고리처럼 휘어진 괴형
장검(怪形長劍)을 메고 있는 그들의 전신에서는 시체조차 몸서리
칠 정도로 가공할 살기가 뿜어지고 있었다.
죽음처럼 다가온 그림자는 열 여덟 개였다.
그들은 하남(河南) 일대에서 흉명이 자자한 잔혹십팔검흉(殘酷十
八劍凶)들이었다.
일순 우측 뺨에 길게 검상(劍傷)이 그어진 회색인이 나직한 잔소
(殘笑)를 흘렸다.
"애송아, 너의 품 속에 지니고 있는 금강신묘정만 내놓는다면 고
통없이 죽여주마."
그렇다. 상대를 고통없이 죽여주는 것만이 잔혼십팔검흉(殘魂十八
劍兇)들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최대의 관용이었다.
조금 전 무심코 품 안에 집어 넣었던 가짜 보석함으로 인해 환우
령의 왼쪽 가슴이 불룩 솟아 있었으나, 그는 그것을 의식하지 못
했다.
환우령의 굳게 닫혀 있던 입술이 무겁게 떨어졌다.
"내 앞을 막지 마시오."
극도로 무심한 음성과 함께 환우령은 황보를 등에 업고 느릿하게
걸음을 옮겼다.
환우령은 지금 인간의 탈을 쓰고 있는 자라면 어느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황보를 등에 업고 한 없이 걷고만 싶었다.
"클클클…… 대가리에 피도 안마른 애송이가 제법 뼈대는 영글었
군."
환우령은 망연히 밤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는 지금 자신의 앞에 철벽처럼 버티고 서 있는 잔혼십팔검흉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
공포라든가, 분노 따위를 느끼기에는 황보를 잃은 슬픔이 너무나
도 컸기 때문이었다.
"제발 비켜주시오. 지금은 아무하고도 말하고 싶지 않소."
"찢어 죽일 놈."
그들의 희멀건 눈동자에 일제히 살기(殺氣)가 돋아남과 동시에환
우령의 전방에 서 있던 회색인영 한 사람이 번뜩 신형을 움직이더
니 일장(一掌)을 뻗어 환우령의 가슴을 후려쳤다.
천근 위력이 실린 장력이 환우령의 앞 가슴을 무자비하게 강타했
다.
시종일관 하늘만을 쳐다보고 있던 환우령은 회색인의 장력(掌力)
을 고스란히 가슴에 맞고 한 모금의 선혈을 토해내며 뒤로 비틀거
리며 세 걸음이나 물러서서 간신히 신형을 바로잡았다.
그 장력의 여파에 못이겨 황보의 상처에서 또 다시 검붉은 핏물이
흘러 나와 환우령의 목덜미를 끈적끈적하게 적셨다.
일순 입가에 흘러내린 선혈을 닦아내는 환우령의 얼굴 표정이 극
도의 고뇌(苦惱)로 얼룩졌다.
"황보, 저는 두려워요."
"……"
황보는 말이 없었다. 아니 그가 대답할 것이라 생각조차 환우령은
갖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치 살아있는 황보에게 말
하듯 입을 열었다.
"왠지 아세요? 지금 무공을 쓰게 되면 너무 잔인(殘忍)한 인간으
로 변해버릴 것 같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 때였다.
"클클…… 본인은 네놈의 그 헛소리 같은 넋두리를 듣고 있을 정
도로 아량이 넓지가 못해."
냉막한 음성과 동시에 파공성이 일었다.
ㅆ우욱!
느닷없이 시체처럼 앙상하게 뼈만 남은 손 하나가 환우령의 목덜
미를 낚아채 왔다. 금시라도 환우령의 목덜미를 움켜쥘 것 같았
다.
그러나 환우령의 신형이 연기처럼 미끄러지며 그의 공격 범위에
아슬아슬하게 빠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환우령은 뒤이어 황보의 시신을 내려 커다란 나무둥치 밑에 기대
어 앉혀 놓았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황보……"
헌데, 느릿하게 돌아서는 환우령의 두 눈에는 악마의 혈안(血眼)
보다 섬뜩한 핏빛 멍울이 지고 있었다.
그것은 환우령이 최초로 품은 살심(殺心)이었다.
어이없게 공격에 실패한 회의인은 두 눈이 찢어질 정도로 날카롭
게 치뜨고 더욱 가공할 속도로 쌍장을 밀어냈다.
꽈우우우우……
그런데 환우령은 오히려 신형을 돌려 그의 가슴팍으로 파고드는
것이 아닌가?
(이 애송이가 죽으려고 환장을 했구나!)
가혹한 흉소를 베어물며 양 손에 공력을 돋구는 바로 그 순간이었
다. 환우령이 예상을 뒤엎고 쌍장을 정면으로 맞부딪쳐 오고 있었
다.
"크흐흐흐……"
나직한 괴소가 그의 입가에 흘렀다. 조소인 것이다.
콰과과쾅!
두 줄기 장력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애송이, 적어도 양 팔이 으스러졌겠군!)
나머지 잔혼십팔검흉들은 팔짱을 낀 채 느긋하게 관망하고 있었
다. 그 와중에 누군가의 입에서 폐부를 도려내는 듯 처절한 비명
이 터지며 한 인영이 실끊어진 연처럼 허공을 가르며 퉁겨져 날아
갔다.
"카아악!"
찰나, 그들의 두 눈이 찢어질 듯이 부릅떠졌다.
피화살을 뿜으며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회색 옷을 입은 사람은
자신들의 동료가 아닌가?
"이럴 수가…… 십육검 당치(唐値)가 단 일장에 죽다니……"
"제법 한가닥 재주를 지니고 있었구나!"
얼음조각을 씹어 뱉듯 차가운 음성과 함께 그들은 일제히 섬뜩한
살광(殺光)을 발산하는 괴형장검을 뽑아들고 환우령을 향해 서서
히 좁혀들었다.
환우령은 이 순간 전신을 쇠사슬처럼 옥조여 오는 살기로 인해 머
리털이 쭈뼛할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백혈군마성에서 이십여 가지에 달하는 천기영약(天氣靈藥)들을 훔
쳐 먹은 후 벌모세수에 탈태환골까지 거친 환우령이었으나, 아직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돌연 잔혹하게 흐르는 외마디 폭갈에 정신이 번쩍 들었
다.
"죽엇!"
스파앗----
쌔애애애액!
십여 개의 괴형장검이 엄청난 살기(殺氣)를 동반한 채 전후 좌우
하늘에서 환우령의 전신 사혈(死穴)을 노리며 짓쳐들었다.
인간이 피할 수 있는 모든 방위(方位)를 차단한 공세!
수천, 수만 개의 검영(劍影)이 삽시간에 하늘을 뒤덮었다.
합격술(合擊術)의 극치!
환우령의 신형은 찰나간에 검광(劍光)에 휩싸여 보이지도 않았다.
허나, 환우령의 무공은 예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황보에게 전수 받은 표형분광신법을 극한으로 펼치자 갑자기 환우
령의 모습이 아홉 개로 늘어나고 있었다.
스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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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감!
잘 보고갑니다..~~
ㅈㄱ~~~~~~~````````````````````````
고맙게 잘보고 있어요~~~
즐감~~^*^
즐독~
넘 재밌네요^^
즐감,,,
즐감요
즐감합니다
즐감
ㄳㄳ
, 항상 감사드리면서 ,독,하고 있읍니다 싸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ㅈ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