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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회]
다음 차례는 백용후였다.
비록 충격적으로 무당의 서문수가 당했지만 정작 군웅들이 기대하는 싸움은 백용후와 서도문의 싸움이었다.
주먹질 한방으로 상대를 처참하게 짓뭉개 버린 백용후, 그리고 편강을 자유자래로 구사하는 서도문. 그들의 싸움은 이번 대회에서 최고로 관심을 받았다.
무림맹에 들어온 명숙들조차 그들의 싸움에 관심을 가졌을 정도니, 그들의 받는 기대치가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저 친구가 마교의 교주야?"
"그래!"
"강한 것 같네."
"강해!"
신원의 말에 대답을 하며 신황은 비무대에 오른 백용후를 바라봤다. 신황의 단호한 대답에 신원은 다시 한 번 백용후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전혀 물러섬이 없는 강권(强拳)을 익힌 자, 명왕권과 비슷한 부류의 무공을 익힌 것 같군.'
그는 문득 호승심이 드는것을 느꼈다.
자신과 자신의 형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무공을 익혔다. 때문에 비교를 하는 것 자체가 힘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과 비슷한 종류의 무공을 익힌 자라면?
그때 신황이 신원의 생각을 읽었는지 먼저 입을 열었다.
"포기해! 그는 내 친구다."
"후후! 확실히 그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군. 그에게는 손을 대지 않을게. 약속해."
신원은 백용후를 인정했다. 그리고 확실히 신황의 친구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아쉽지만 그는 자신의 몫이 아니었다.
"누가 이길까요?"
그때 무이가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이미 백용후와 인연을 가졌던 무이다. 무이에게 백용후의 인상은 무척 좋게 남아 있었다.
그는 신황하고 같이 여행을 하던 시기에 아무 대가없이 호의를 베풀었던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무이는 마음속으로 백용후를 응원하고 있었다.
신황은 미소를 지으며 무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백형은 걱정할 것 없다. 그는 강한 사람이다."
"아저씨가 이기겠죠?"
"그는 절대 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네!"
무이가 대답을 하고 다시 뚫어지게 비무대 위를 바라봤다. 그러나 앞에 앉은 사람들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자 자꾸 까치발을 하며 키를 세웠다.
무이가 안타까운 얼굴을 하다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웃음을 짓고 있는 신황과 신원의 모습이 보였다.
덥썩!
그 순간 신원이 순박한 웃음을 지으며 무이를 안아 자신의 어깨 위에 앉혔다.
그렇지 않아도 거구인 신원의 어깨 위에 앉자 순식간에 다른 사람들의 머리가 눈 아래로 보이며 시원한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숙부님, 고맙습니다."
"별말을!"
신황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신원도 무척이나 낯가림이 심한 편인데 무이하고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니 흐뭇한 것이다.
"젠장... 앞이 안 보이는데 또......"
신원의 덩치만으로도 앞이 보이지 않는데 거기에 무이의 조그만 몸까지 더해져 전혀 보이지 않게 되자 누군가 투덜거렸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혼잣말뿐이었다. 신황이 어떤 존재인지 잘 알기에 그 이상은 말하지 못한 것이다.
신황과 신원 형제는 등 뒤에서 들리는 작은 투덜거림은 무시하고 앞만 주시했다.
홍염화는 신황의 옆에 앉아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정말 대단한 형제야."
단지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웃음이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왔다. 덕분에 그녀는 웃음을 참느라 무척이나 애를 써야했다.
그냥 옆에만 있어도 좋은 걸 어떡하란 말인가. 아무래도 눈에 콩깍지가 씌어도 단단히 쓰인 모양이다.
백용후는 눈앞의 상대를 무심히 바라보았다. 홍염화를 상대로 서도문이 펼친 무공을 똑똑히 견식했다.
편강을 펼칠 줄 안다면 이미 그의 무위가 절정을 넘어섰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검강이나 도강보다 더 어려운 것이 바로 편강이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백용후가 겁을 집어먹었다거나 위축된 것은 아니다. 마교에만 하더라도 그 정도의 고수는 꽤 있었으니까.
문제는 서도문의 눈이 그가 엊그제 상대했던 냉한수와 똑같이 닮아 있다는 데 있었다.
웃고 있지만 전혀 감정이라곤 담겨 있지 않은 차가운 눈동자, 그리고 그를 도발하는 듯한 태도. 겉모습만 바뀌었지 그 모든 것이 그의 손에 죽었던 냉한수와 똑같았다.
'같은 녀석들인가?'
그의 입가가 비틀려 올라갔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이것은 마치 나의 존재를 처음부터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그는 눈앞의 상대가 겁이 나는 게 아니라 자신을 둘러싸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것이 궁금했다.
"빨리 끝내자. 내 기분이 좋지 않으니까."
"흐흐흐! 나 역시 마찬가지야. 오늘 이 순간을 위해 너무 많이 기다렸거든."
"너도냐?"
백용후가 살기를 피워 올리며 말했다.
전에 상대했던 냉한수도 이와 같은 말을 했다. 비록 그때나 지금이나 의미 없이 흘려보내고 있지만 기분이 찜찜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때문에 그는 빨리 눈앞의 상대를 치워버리고 싶었다. 영원히 보이지 않는 곳으로 말이다.
뿌드득!
그의 주먹에서 뼈마디가 요란하게 소리를 냈다. 그가 살심을 품었다는 증거였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내뱉는군."
쿠웅!
그가 한 발 앞으로 내딛었다.
예의 진각이다. 그의 진각에 비무대가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요란하게 흔들렸다.
비무대의 진동에 몸을 맡기며 서도문이 채찍을 꺼내 들었다.
교룡의 심줄을 꼬아 만든 그의 채찍에 내력이 실린다면 부수지 못할 것이 없고, 죽이지 못할 사람이 없다. 그는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상대는 백용후다. 이미 그의 대결을 보았기에 그의 실력이 어떠한지 짐작을 할 수 있었다.
때문에 이번만큼은 승리를 자신할 수 없었다. 그리고 설혹 승리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의 몫은 아니었다.
'나는 사석(死石), 나는 죽어야 한다.'
서도문은 스스로에게 거는 최면처럼 그렇게 중얼거리며 채찍에 자신의 내력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그의 채찍이 마치 창처럼 꼿꼿이 섰다.
동시에 그의 눈에 섬뜩한 빛이 떠올랐다. 그것은 오직 죽음을 각오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눈빛이었다.
백용후는 그 모습을 보며 숙부인 서종도에게 전음을 날렸다.
'이 녀석들에 대해 자세히 조사해 보세요.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것인지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파ㅡ앗!
그 순간 서도문이 움직였다. 그는 채찍을 마치 창처럼 휘두르며 백용후를 향해 달려들었다.
부ㅡ웅!
채찍이 백용후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며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그와 함께 따가운 바람이 백용후의 얼굴에 몰아쳤다.
그러나 백용후는 굳은살이 잔뜩 박인 주먹을 들어 바람을 막았다.
웅ㅡ웅!
그의 주먹에서 마치 벌들이 날갯짓 하는 듯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과도한 공력이 주먹에 집중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쿠ㅡ웅!
백용후가 거칠게 진각을 내딛으면서 들었던 오른 주먹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그러자 무형의 기운이 거칠게 서도문을 향해 밀려갔다.
콰아아ㅡ!
거칠게 밀려오는 기운이 심상치 않게 느꼈는지 서도문이 채찍을 회수하며 예의 편강을 날렸다. 그러자 백용후의 기운과 편강이 부딪치며 폭발을 일으켰다.
콰콰콰콰ㅡ!
폭발을 일으키는 백용후와 서도문 사이의 공간.
폭발의 여파로 두 사람의 옷이 격렬하게 펄럭였다. 그러나 서도문은 그에 굴하지 않고 격렬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쉬쉬쉭!
서도문의 채찍에서 연이어 편강이 터져 나왔다.
공간을 가득 채우며 날아오는 푸른 빛 무리를 보면서도 백용후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마치 바닥에 뿌리를 내린 거목처럼 웅장한 자세로 서 있었다.
그의 망막에 편강과 함께 날아오는 서도문의 모습이 마치 정지된 그림이 서서히 움직이는 것처럼 들어왔다.
물론 그것은 현실이 아니었다.
분명 서도문은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백용후의 가공할 만한 안력이 그 모습을 잡아냈을 뿐이다.
"훗!"
백용후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단지 입가를 미미하게 움직였을 뿐이지만 그의 살기가 고스란히 배어 있는 웃음이었다.
서도문 역시 백용후의 미소를 보았다. 이상하게도 그런 백용후의 모습이 두 눈에 똑똑히 들어왔다.
순간 서도문은 그가 알고 있는 하나의 심법을 운용했다. 먼저 죽은 냉한수도 자신처럼 행동했을 것이다.
찰나의 시간. 그리고 교차되는 수많은 상념들.
순간 백용후의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콰아아ㅡ!
콰콰콰콰콰!
백용후의 주먹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기의 소용돌이, 그것은 나선을 이루며 서도문과 편강을 향해 몰려갔다.
그에 따라 단단한 청석으로 만들어져 있던 비무대의 상판이 모조리 먼지가 되어 부서졌다. 패천권의 두 번째 초식인 지중뢰(地中雷)의 엄청난 위력이었다.
콰ㅡ아ㅡ앙!
이어 터져 나오는 엄청난 폭음.
백용후의 주먹에서 일어난 엄청난 기운은 서도문이 만든 편강과 부딪치면 폭발을 일으켰다. 그리고 서도문은 엄청난 폭발에 그만 휩쓸리고 말았다.
순간 서도문의 입가에 웃음이 떠올랐다.
'나는 죽지만......'
그 순간 서도문의 상념이 끊겼다. 그리고 그가 외우던 심법도 완성이 되었다.
푸확!
이어 마치 폭죽처럼 서도문의 몸이 폭발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의 몸에 있던 피가 백용후를 향해 쏟아졌다.
"또 녹색의 피... 무슨 도깨비놀음이지?"
백용후는 자신의 몸을 뒤덮는 녹색의 피 냄새를 맡으며 중얼거렸다.
준경승에까지 올랐던 무인이 또 다시 처참하게 죽었다. 그러나 군웅들 중 그 누구도 백용후가 손을 과하게 썼다고 탓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도 백용후가 뒤집어 쓴 녹색의 피를 보며 무언가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안력이 좋은 몇몇 무인들은 저번에도 백용후의 상대가 녹색의 피를 뿌렸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때문에 이번 일도 그와 관련이 있다고 짐작했다.
스스스~!
백용후의 몸을 뒤덮었던 녹색의 피는 순식간에 증발하며 곧 흔적을 감추었다.
순간 백용후는 단상 위에 앉아 있는 백무광을 바라봤다.
쏘아지는 그의 강렬한 시건, 그러나 백용후의 시선에도 백무광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때 제갈문이 단상 위로 올라왔다.
"자...자 이번 비무는 보다시피 백용후 대협의 승리입니다.
아까 승자가 된 하무위 대협도 마찬가지지만 백용후 대협 또한 그다지 상처를 입지 않았기에 두 시진 가량 쉰 뒤,
다시 대회 결승을 진행하겠습니다. 그때까지 편하게 시간을 보내십시오."
제갈문은 서도문의 죽음에 대해 어떤 단어도 꺼내지 않고 바로 백용후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것이 군웅들의 의문을 증폭시켰으나 당사자인 백용후는 제갈문을 한 번 쳐다본 후 바로 비무대 밑으로 내려갔다.
제갈문의 승리 선언에도 불구하고 군웅들은 환성을 터트리지 않았다. 무턱대고 환호를 하기에는 비무대 위에 널브러져 있는 서도문의 시신이 너무나 끔찍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무대 위에 참극을 연출한 당사자인 백용후는 그런 적막따위에는 신경을 쓰지도 않고 있었다.
'무슨 짓을 꾸미는지 잠시 후면 알게 되겠지.'
결승이 치러지면 이 도깨비놀음의 실체가 전면에 드러날 것이다. 두 시진만 참으면 되는데 굳이 지금 말썽을 일으킬 필요는 없었다.
백무광은 비무대 밑으로 내려가는 백용후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의미를 지닌 미소를 지엇다.
'...혼대덥(魂大法), 이제 한 단계만 남았군. 나머지는......'
아무한테도 들리지 않는 그 혼자만의 목소리였다.
비무대 주위에 몰려 있던 사람들은 어느새 모두 흩어지고 없었다.
조금 전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모두 두 시진 후에 있을 대결을 고대하며 객잔으로 술집으로 제각기 흩어졌다.
신황과 신원 역시 무이와 홍염화를 데리고 객잔으로 향했다.
신원은 넓고 두툼한 어깨 위에 무이를 태우고 있었고, 신황의 옆에는 홍염화가 바짝 붙어 있었다.
홍염화가 너무 바짝 붙어 있는 것이 좀 신경이 쓰이기는 했지만 신황은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그에 용기를 얻은 홍염화가 조금 더 신황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보며 신원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둘이 꽤 잘 어울려 보이는군요. 두 사람 식은 언제 올릴 생각입니까?"
"예?"
순간 홍염화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새빨개졌다.
신원은 그냥 농담조로 한 이야기였지만 당사자인 홍염화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녀는 신원의 말에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허둥지둥 신황을 바라봤다. 그러나 신황의 얼굴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에 홍염화는 더욱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자신만 혼자 우스운 꼴을 보이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 홍염화를 보며 신원이 미소를 지었다.
"후후... 내 형이긴 하지만 정말 멋대가리 없는 사람입니다. 앞을 바라보면 절대 옆을 돌아보지 않기 때문에 무심하기까지 합니다. 때문에 형을 좋아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아......"
"그냥 옆에 계세요. 그럼 언젠가 마음을 열 테니까. 형 같은 목석에게는 그게 최곱니다. 그러면 모든 것이 잘될 겁니다. 그건 제가 보증합니다."
신원은 뜻밖의 말에 당황해하는 홍염화에게 미소를 지어준 후 자신의 어깨에 앉아 있는 무이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러자 재밌는듯이 웃음을 짓고 있는 무이의 얼굴이 보였다.
무이도 홍염화의 신황에 대한 마음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그리고 무이 개인적으로도 홍염화가 좋았다.
하지만 신황의 생각을 모르겠기에 말을 참고 있었는데, 신원이 이리 말해주자 기분이 좋은 것이다. 또한 한편으로는 당황해하는 홍염화의 모습이 재밌기도 했다.
"헤헤!"
무이가 홍염화를 보며 웃었다. 그러자 홍염화의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
"왜...뭘?"
당황한 홍염화가 말을 더듬거렸다. 그러자 무이가 천연덕스럽게 말을 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음!"
그때 짓궂은 표정을 짓는 무이의 머리를 신원이 쓰다듬으며 말했다.
"배고프다. 우리 뭐 먹을까?"
"음... 염화 언니의 몸도 안 좋은 것 같은데... 몸보신 할 수 있는 거 먹어요. 봐요. 얼굴 빨간 것. 아무래도 몸이 안 좋아 보여요."
"그런가? 그럼 보양식이나 먹으러 가자."
"네!"
만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벌써부터 죽이 잘 맞는 두 사람이었다. 그 모습에 홍염화는 약 올라 하면서도 곁눈질로 신황을 살폈다.
그러나 그 순간 신황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을 반쯤 감고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녹색의 피... 무언가 녹색의 피를 이용해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미는 건가?'
아까부터 백용후가 뒤집어썼던 녹색의 피가 마음에 걸리는 신황이었다.
덕분에 신원이 했던 이야기는 듣지도 못했다. 한 번 집중하면 절대 외부의 잡음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그의 집중력 덕분이었다.
그의 상념을 깨운 것은 앞에서 일어난 작은 소동이었다.
턱!
"뭐야?"
짜증이 물씬 묻어나는 누군가의 목소리, 신황이 고개를 들자 신원의 앞에 일단의 무리가 보였다.
무이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던 신원의 가슴팍에 누군가 부딪친 것 같았다.
"아!"
순간 홍염화의 입에서 탄성이 나왔다. 누구인지 상대를 알아봤기 때문이다.
"분명히 전에 나와 대결했던......"
청성파의 제자라는 소만호였다. 그는 신원의 가슴 어림에서 제법 사나운 눈빛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정말 기분도 안 좋은데 별게 다 신경을 거슬리네. 한번 해보겠다는 거야?"
도발적으로 툭툭 내뱉는 말투, 그것은 그가 일부러 시비를 걸고 있다는 것을 뜻했다.
홍염화에게도 졌던 그가 이렇게 도발적으로 시비를 거는 것은 그의 등 뒤에 버티고 서있는 일단의 무리를 믿는 것 같았다.
점창파와 청성파, 그리고 종남파의 일대제자들로 구성된 무리.그들은 비무 대회를 관람한 후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뭉쳤다.
어차피 무림맹과 같은 배를 탔기에 젊은 사람들끼리 뭉치도록 위에서도 용납을 한 것이다.
원래 소만호는 신황을 보면서도 그냥 지나치려 했다. 어차피 홍염화에게도 졌고, 명왕이라고까지 불리는 신황을 감당할 자신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염화의 모습을 보는 순간 패배한 그날의 자신의 모습이 생각나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때문에 가장 만만해 보이는 신원을 향해 시비를 건 것이다.
비록 신원의 덩치가 산만큼 큰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무식하게 외공만 익혔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소만호가 도발적으로 신황을 보며 말했다.
"설마 신 대협 쯤 되시는 분이 젊은 사람들끼리의 시비에 관여하지는 않겠지요?"
"훗!"
그 순간 신황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이죽거리고 있는 소만호와 그의 등 뒤에서 기세등등하게 살벌한 기운을 풍기고 있는 각 문파의 제자들을 보자 절로 모르게 웃음이 나온 것이다.
덕분에 이제까지 심각하게 머리를 쓰던 것들이 모두 절로 잊혀졌다.
그는 무이에게 말했다.
"이리 오너라."
이어 신원에게서 무이를 받아 자신의 어깨에 앉혔다. 그리고 신원을 지나치며 말했다.
"죽이지는 마라."
홍염화가 신황의 뒤를 따르며 소만호에게 말했다.
"명복을 빌어요."
"뭐?"
소만호의 얼굴에 의문부호가 떠올랐다.
그는 알까? 자신이 어떤 인간을 건드렸는지.
신원의 입가에 불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런 신원의 미소를 보며 소만호는 일순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지만,
이내 자신의 등 뒤에 병풍처럼 둘러선 동료들을 상기하고 이내 자신감을 찾았다.
"뭐야? 정말 해보겠다는 거야?"
"나름대로 귀엽긴 하군."
"뭐?"
홍염화는 등 뒤로 들리는 소만호와 신원의 굵직한 목소리를 한귀로 흘려보내며 중얼거렸다.
"바보들!"
소만호와 그 외 떨거지들은 알까? 그들이 건드린 사람이 누구라는 것을.
그 순간 그녀의 등 뒤로 누군가의 처참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꾸에에엑!"
퍼버버벅!
"으아악!"
이어 가죽 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처절한 절규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자리를 잡고 음식을 시킨 지 얼마 안 되어 신원이 객잔으로 들어왔다.
신원의 몸에는 그 어떤 상처도, 싸움의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비록 소만호와 그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점창과 청성파, 그리고 종남파의 촉망받는 후기지수라 할지라도 신원을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음식은?"
"충분히 시켜놓았다."
신원의 말에 신황이 간단히 대답했다. 그에 신원이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얼마나 시켜놓았는지 아세요?"
무이가 신원을 보며 말했다.
조금 전에 신황이 들어와서 시킨 음식의 양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했다.
만약 무이가 신원의 모습을 직접 보고 덩치를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다면 절대 그 많은 음식이 한 사람의 배로 들어갈 거라고 믿지 않았을 것이다.
신원은 무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가 좀 많이 먹어서... 형이 알아서 시켰을 테지."
"음식이 다 나오면 이 탁자가 그야말로 넘칠 거예요."
"그 정도는 돼야 어느 정도 먹었다고 할 수 있을 거다.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남기는 음식은 없을 테니... 음식 남기면 벌 받는다."
신원이 자신의 배를 두드리며 약간 과장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무이가 활짝 웃음을 지었다.
크릉!
그때 설아가 무이의 품에서 빠져나와 신황의 어깨 위로 올라갔다. 신원은 그런 설아를 보며 말했다.
"크기는 주먹만 한데, 살기는 보통이 아니네. 아버지가 키우고 있는 호아와 비슷할 정도의 살기라니. 이거 정말 덩치로 보면 호아가 이 녀석한테 부그러워해야겠는걸."
"호아는 뭐냐?"
"몇 년 전부터인가 아버지를 졸졸 따라다니는 장백산의 백호야. 크기가 한 이 장이 조금 넘나? 하여간 덩치도 산 만한 녀석이 어찌나 애교가 심한지 몰라."
"후후, 그래?"
사실 신권영이나 신원 정도의 덩치가 되니 애교라고 부르는 것이지 일반사람들이 호아의 애교세례를 받는다면 아마 호아의 덩치에 짓눌려 질식사하고 말 것이다.
"정말요? 정말 그렇게 큰 호랑이가 애교가 있어요?"
신원의 말에 무이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자 신원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나중에 너한테도 보여주마. 너도 보면 좋아할 거다."
"무섭지 않아요?"
"별로...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예!"
무이가 활짝 웃는 얼굴로 대답을 했다. 상상만 해도 신이 나는 모양이다.
캬우웅!
그와는 반대로 설아는 기분 나쁘다는 듯이 울음을 터트렸다. 아무래도 다른 영물과 비교를 당하니 기분이 나쁜 모양이다.
신황은 그런 설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후후~, 아무리 호아란 호랑이가 대단하더라도 나에겐 네가 제일이다. 그러니 질투하지 말거라."
갸릉~!
설아가 신황의 뺨에 자신의 얼굴을 비볐다. 신황의 말로 기분이 풀린 모양이었다.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고양이의 모습이었다.
신황은 미소를 지으며 설아의 턱을 쓰다듬어주었다.
"그런데 형, 아까 비무대에서 벌어졌던 광경말이야. 그 녹색의 피... 그게 뭔지 짐작이 가는 게 있어?"
"나도 아직 떠오르는 게 없다. 분명 백무광이 무슨 짓을 꾸미는 게 틀림없는데."
"형 친구라는 마교 교주에게 경고를 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러다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는데."
신원의 말에 신황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백형은 강한 사람이다. 그 역시 무언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스스로 알아서 할 사람에게 굳이 말해줄 필요 없다."
"뭐, 형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신원이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주방에서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육향장과 농어 찜, 그리고 곰의 혀로 만든 정체불명의 요리와 그 외 몇 가지 요리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린 돼지를 통째로 구운 통돼지 구이가 나왔다.
금세 탁자가 요리로 가득 찼다.
그 모습에 주위 사람들이 질렸다는 듯이 바라봤다. 그러나 당사자인 신원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손을 비볐다.
"자, 이제 슬슬 먹어볼까나."
쭈욱!
이어 돼지 뒷다리를 통째로 뜯었다. 그리고는 입에 우적우적 집어넣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가공할 속도로 탁자 위의 음식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신황이 무이와 염화에게 웃으며 말했다.
"서둘러 먹는 게 좋을 거야. 저 녀석이 한 번 먹으면 탁자 위의 음식을 끝장내기 전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테니."
그와 함께 그도 자신의 앞에 놓인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무이와 홍염화도 서둘러 음식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원이 음식을 먹는 속도는 그야말로 가공해 벌써 탁자 위에 놓인 음식 중 절반이 그의 뱃속으로 사라진 후였다.
신원의 속도에 맞추다보니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그러나 그 기분도 과히 나쁘지 않기에 그들은 연신 웃음을 터트리며 음식을 먹었다.
그렇게 그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신황과 일행이 앉은 탁자가 내려다보이는 객잔의 이층. 그곳에서 신황을 내려다보는 일단의 무리들이 있었다.
그들은 탁자 위에 놓인 음식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들의 시선은 오직 신황 형제에게만 집중되어 있었다.
흰 백발에 인자한 인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까마귀처럼 음산한 목소리의 노인이 신황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저자이오? 화근이될 존재라는 명왕이....."
"그렇소!"
대답을 하는 이는 가슴에 반쪽이 난 검을 품고 있는 서동도였다. 그는 신황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었다.
"교주께서는 저자를 친구로 생각하고 있소. 하지만 난 저자가 우리의 일에 걸림돌이 될 거라고 생각하오."
"흐흐, 우사가 그리 생각했다면 그렇겠지."
마교에서 서종도의 위치는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니다. 교주인 백용후를 보필하는 좌우 양팔 중 하나인 우사가 그의 지위였으니까.
그의 지위는 마교의 십대장로를 능가하는 지고무상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서종도를 제외하고 마교의 십대장로 중 넷이 한자리에 있었다.
마교의 십대장로에 서열은 의미가 없다. 그들은 실력으로 서로의 우열을 정하게 아니기에. 단지 마교라는 동질감으로 모여 나이순으로 서열을 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했다. 그들 개개인이 결코 대륙십강에 뒤지지 않을 거라고.
만일 대륙십강의 서열이 정해지던 시대에 그들이 세상에 나왔다면 그 서열은 크게 달라졌을 거라 자신했다. 그만큼 그들은 자신들의 무력에 자신이 있었다.
도패(刀覇) 마장소를 비롯해 생사여수(生死如手) 감여몽, 철포화상(鐵袍和尙) 맹도륜, 마지막으로 혈선자(血仙子) 사요령,
한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은 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실로 컸다.
그들 네 명의 눈은 모두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 신황을 향해 집중이 되어 있었다.
문득 혈선자 사요령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명왕의 앞에 앉아있는 저 덩치 큰 사내는 누구지? 교주보다도 덩치가 더 크다니... 실로 튼튼하게 생겼군."
그녀의 눈이 유난히 반짝였다.
그녀는 이제 이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요염한 얼굴, 그리고 어떤 남자들이라 할지라도 순식간에 넋을 빼앗고 말 정도로 육감적인 몸매를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습일 뿐, 실제로 그녀는 칠십을 넘긴 노파였다. 이제껏 그녀의 요염한 얼굴에 속아 몸을 빼앗긴 젊은 남자가 어느 정도인지 알려진 바는 없다.
하지만 강호에서 활동하는 후기지수 중 원인을 알 수 없이 실종된 사람 중 대부분이 그녀의 치마폭에서 원기를 모두 빼았기고 죽었다는 것은 마교에서 떠돌고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철포화상 맹도륜이 그런 사요령을 보며 음소를 터트렸다.
"흐흐, 저놈을 보니 아홉째가 흥이 돋는 모양이구나."
"호호호! 저자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저자는 내 몫이에요. 그러니 아무도 손을 댈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크크~ . 여부가 있겠나? 네가 알아서 하거라."
"고마워요, 오라버니!"
맹도륜의 말에 사요령이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서종도가 끼어들었다.
"그는 명왕의 동생이오. 아직 그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없으나, 명왕의 동생이라면 결코 녹록치 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오. 그러니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오."
"명왕이든, 명왕의 동생이든 상관없네. 우리 중 둘이 모인다면 교주와도 승패를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네. 그런데 강호에 허명만 날리고 있는 저런 자 따위야."
서종도의 말에 반박을 한 사람은 생사여수 감여몽이었다. 그는 두 손으로 그야말고 생사를 좌우한다고 알려져 있는 인물이었는데,
특히 마교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때문에 대륙십강의 인원을 자신들의 발밑으로 내려다보는 경향이 컸다.
그 순간 서종도의 눈이 가늘어졌다.
"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명왕은 결코 우습게볼 사람이 아니오. 만약 그 정도의 인물이었다면 내가 교주님 몰래 당신들을 움직일 이유도 없었소.
자칫 방심하면 당신들의 목이 나가떨어질 것이라는 것을 내가 장담하지. 그리고 명왕의 동생도 마찬가지요. 명왕의 핏줄이라면 결코 범상한 실력의 소유자가 아닐 터, 최선을 다하시오."
"흐흐흐! 알겠네. 내 최선을 다하지."
"호교마장(護敎魔將) 중 여유가 있는 다섯과 흑우 세 개 조를 붙여주겠소. 기필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저들의 숨통을 확실하게 끊으시오. 그렇지 못할 시 여러분의 목숨은 내가 거두지."
서종도의 눈가에 싸늘한 기운이 떠올랐다.
그제야 음소를 터트리던 장로들이 입을 다물었다.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그의 부러진 반검이 뽑히면 얼마나 처참한 참극이 벌어지는지 말이다.
실력으로만 따지면 그들이 결코 꿀릴 일이 없겠지만 서종도라는 사내에게는 그 이상의 무언가 꺼려지는 기운이 있었다. 때문에 그들도 서종도에게는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그때 도패 마장소가 입을 열었다.
"내 한 가지만 묻겠네. 교주도 자네가 명왕을 노리는지 알고 계시는가?"
"그분은 오늘의 일을 모르실 것이오. 영원히!"
"그렇군. 알겠네!"
서종도의 말에 마장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장소는 당금 마교의 교주인 백용후를 좋아했다.
그것은 순수한 무인으로서의 그의 기상 때문이다. 음모를 좋아하지 않고, 단지 자신의 힘을 믿는 백용후의 모습은 부하들이 따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마교와 같은 거대한 단체를 이끌려면 단지 순수한 무인의 모습만으로는 곤란했다.
때로는 음모도 필요하고, 뒷공작도 쓸 때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것은 부하들이 해야 할 일이었다.
서종도가 그리 결정했다면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럼 언제쯤 행동하면 좋겠는가?"
"오늘 교주님이 결승을 치른 후, 밤에 움직이시오. 비록 명왕을 감시하는 자들이 있으나 그들은 흑우가 따돌릴 테니까."
"알겠네!"
마장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황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유난히 반짝였다. 그것은 상대에 대한 호승심이었다.
비무대회 결승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 한 번의 대결로 혈영신도(血靈神刀)라는 희대의 신병의 주인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관람을 하지 않던 사람들까지 마지막 비무대회를 보기위해 몰려들어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때문에 사람들은 몸싸움을 하며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 다투었다.
그런 사정은 관람대 위도 마찬가지였다.
이제까지 여유가 있었던 이곳에도 여러 문파의 사람들이 몰리다보니 자연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른 곳과 달리, 신황 형제가 있는 곳은 자리가 많이 남았다.
원래 그 주위는 점창파와, 청성파, 종남파의 자리였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젊은 제자들이 신황과 신원 주위에 앉기를 겁내한 까닭이었다.
씨익!
신원의 입가에 만족스런 웃음이 걸렸다. 덕분에 충분히 넓은 자리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백용후와 하무위가 비무대 위에 올라왔다.
단지 두 사람이 올라왔을 뿐인데도 비무대 위는 꽉 차 보였다.
그만큼 두 사람의 존재감은 군웅들에게 뚜렷이 각인됐다.
그때 제갈문이 비무대 위로 올라왔다.
"자... 여러분들도 이제까지 지켜봐서 알겠지만 두 사람 모두 이번 대회에 처음 얼굴을 알리며 명성을 날린 신진고수들입니다.
이제 이 두 사람 중 승자가 신병쟁탈전의 최고수가 될 겁니다. 아울러 희대의 신기인 혈영신도의 주인이 될 겁니다.
여러분, 박수로 이 두 사람을 응원해 주십시오. 그럼 이제부터 결승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
"우와아ㅡ!"
드넓은 비무대 주위 광장에 사람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사람들의 환호성 가운데 두 사람이 마주섰다.
문득 백용후의 입이 열렸다.
"너도냐?"
"후후!"
백용후의 말에 하무위가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에 백용후의 눈에 또다시 살기가 떠올랐다.
서종도를 통해 무림맹의 의도를 파헤치려고 했지만 단지 두 시진 만에 알아내기란 어림도 없었다. 때문에 아직 그는 백무광과 제갈문의 의도를 알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때 하무위가 입을 열었다.
"다른 사람들과 난 좀 틀릴 것이오."
"네가 저들의 우두머리였느냐?"
"그건 아니지만 그들보다 내가 강한 것은 사실이지."
하무위의 입가에 힘 있는 웃음이 떠올랐다. 그것은 자신의 능력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에 백용후의 입가에도 웃음이 떠올랐다.
"훗! 이제야 제대로 몸을 풀게 생겼군."
그동안 제대로 힘을 써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그다. 비무대회에 비록 많은 사람이 나왔지만 그의 적수가 될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 심심하지는 않을 거야. 난 그 정도의 자격이 충분히 되니까."
"기대하지."
백용후가 말과 함께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하무위가 예의 발도자세를 잡았다.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는 자세.
하지만 그 자세에는 넘치는 박력과 함께 숨길 수 없는 폭발력이 느껴졌다.
서문수를 상대할 때와 달리 처음부터 자신의 절기를 선보이는 하무위, 그것은 그만큼 백용후란 상대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콰아아ㅡ!
백용후의 눈에는 하무위의 몸 주위로 무섭게 주변의 기가 빨려드는 모습이 보였다.
'제법이군!'
그 모습을 보며 백용후가 중얼거렸다.
하무위의 검 끝에 몰리는 기운이 한눈에 보기에도 심상치 않아보였다. 백용후는 그를 보며 자신 역시 패천권의 초식을 운용했다.
뚜두둑!
주먹을 하무위를 향해 내밀자 요란하게 뼈마디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패천권의 첫 번째 초식인 붕산멸을 펼칠 때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우선 이 한수로 상대의 역량을 가늠해보려는 생각이었다.
"화려하게 생을 마감해 보자구. 이야아!"
순간 하무위가 크게 외치며 몸을 전력으로 비틀면서 검을 출수했다.
번쩍!
찰나의 순간 섬전처럼 빛나는 허무위의 검.
그때 백용후의 주먹이 일직선으로 쭉 내밀어졌다.
콰르르!
그의 주먹에서 패도적인 기운이 발출됐다.
고오오!
대기를 왜곡시키는 거대한 기운이 하무위의 검을 향해 밀려들었다. 비록 하무위의 검이 재빠르고 날카롭다 할지라도 백용후의 거력에 비하면 많이 부족해보였다.
사람들의 눈에는 허무위가 순식간에 백용후의 힘에 삼켜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순간 그들의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상황이 벌어졌다.
스스스ㅡ!
하무위의 몸이 분열을 하며 환영을 만들어냈다.
도합 여덟 개의 환영이 백용후를 에워쌌다. 이어 똑같은 자세로 백용후를 향해 검강을 날렸다.
'환술(幻術)인가?'
환술을 부릴 줄 아는 무인이 있다니 뜻밖이었다. 중원에서 환술은 보잘 것 없는 잡기로 치부 되어 이미 잊혀진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눈에 쉽게 진짜를 구별할 수 없는 것이 하무위가 펼치는 환술은 범상치 않은 것이었다.
"구별할 수 없다면 모조리 부셔주지."
휘휘휙!
순간 백용후의 몸이 회전을 하며 사방으로 거칠게 주먹을 뻗어대기 시작했다.
퍼버버버벅!
공기가 가죽 북처럼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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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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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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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잘 읽었어요
고맙게 잘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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ㄳㄳ
잘봅니다
즐독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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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술인가?????????????????????
즐감하고 갑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 하고 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