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USTAV MAHLER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케이트 로열, 소프라노
막달레나 코제나, 메조소프라노
사이먼 래틀, 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EMI 50999 6 47363 2 7
말러 교향곡 2번 때문에 지휘봉을 잡게 된 인물이 적어도 둘 있다. 길버트 카플란과 사이먼 래틀이 그들이다. 열두 살 때 ‘부활’을 듣고 지휘자가 되기로 결심한 래틀은 버밍엄 시 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있던 1986년에 불과 서른한 살의 나이로 이 곡을 EMI에서 녹음해 엄청난 찬사를 받았다. 그리고 이제, 지휘자로서 경력의 정상에 오른 그가 24년 만에 다시 이 곡으로 돌아왔다. 이 길지 않은 세월 동안, 래틀의 해석은 얼마나 변화했을까?
일단 연주시간 자체는 전 악장이 이전과 거의 동일하지만, 세부적인 템포 운용은 달라진 대목도 적지 않다. 1악장을 여는 더블베이스의 1주제에서 템포를 늦췄다가 아첼레란도를 적용했던 독특한 루바토는 상당히 순화되었다. 2주제부 후반에 템포가 이완된 것이나 비브라토가 상당히 구사된 것도 역시 전보다 조금 완화되었다. 발전부 첫머리나 잉글리시 호른의 목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래틀은 상대적으로 미려한 베를린 필의 음색을 활용하는 데 인색하지 않다(아쉽게도 발전부 전반을 마무리하는 플루트의 2주제는 이번 녹음이 약간 덜 매끄럽지만). 다만, 발전부 후반의 강력한 총주에서는 예의 리타르단도와 다이내믹 진폭이 이전보다 훨씬 더 과장되었고, 이를 호의적으로 볼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다행인지 아닌지 코다는 템포가 잡아 늘려진 것도, 울렁증을 느끼게 하는 정도도 이전과 같은 수준이다.
두 번째 장을 여는 2악장은 괄목할 만한 향상을 보인다. 우선 별 특징이 없던 주부 주제의 표정이 한결 생생해졌고, 현의 앙상블도 한층 두텁고 풍요롭다. 두 번째 주부에서 첼로가 연주하는 칸타빌레 선율 역시 더 유려해졌다. 일부 대목에서 레가토가 더 심해져 느끼해진 면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전보다 더 단단해진 팀파니 타격으로 시작하는 3악장에서는 래틀이 세부적인 다이내믹과 악센트에 더 변화를 주고 리듬 처리를 한층 엄밀히 함으로써 청각적인 즐거움을 증폭하고 있다. 한층 더 부드럽고 낭랑해진 금관 팡파르도 여기에 일조하며, 2트리오에서 트럼펫이 노래하는 목가는 그야말로 꿈을 꾸듯 달콤하다. 말러가 ‘분노의 절규’라 일컬은 강렬한 총주는 전에 비해 덜 직선적이고 더 웅대하다.
4악장 ‘원광’에서 이전 녹음에 등장했던 재닛 베이커는 해석은 훌륭했지만 노쇠 때문에(녹음 당시 53세였다) 비브라토와 후음이 다소 심해 아쉬움을 남겼다. 47세의 나이로 이번 녹음에 참여한 코제나의 가창은 풍부하기는 하나 비브라토와 후음은 (아주) 약간 덜한 정도이다. 대단히 은은해진 트럼펫 코랄은 래틀이 그녀를 얼마나 배려하고 있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피날레는 이전과 대동소이하게 진행된다. 래틀은 여전히 이 악장을 일종의 오라토리오로 보고 있으며, 최후의 종지음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 쌓아올리듯 연주하는 것도 전과 같다. 악단의 기량 덕에 더 투명하고 깔끔해지긴 했지만 말이다(행진곡 이후에 등장하는 무대 뒤 밴드는 내 생각에는 지나치게 멀게 들린다). 케이트 로열은 이전 녹음의 알린 오거에 비해 음색이 덜 낭랑하고 소릿결이 약간 두텁지만, 적어도 동료를 압도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극적으로 강조된 오르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웅장한 합창은 예나 지금이나 장엄하고 성대하다.
전반적으로 보아 이번 ‘부활’ 신보는 래틀의 이전 녹음에 박피수술을 행한 격이라 할 수 있다. 수술 자체는 성공적이어서 이전보다 훨씬 매끄럽고 듣기 좋아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원판 자체는 변하지 않았고, 따라서 이 녹음에서 뭔가 새롭거나 달라진 것을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어쨌든 이번 신보는, 이 곡에 관한 래틀의 관점이 이전부터 얼마나 확고했던가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아주 없지는 않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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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너무 부정적으로 본 건지 뭔지...
다른 이들의 의견은 대부분 '와 연주 좋고 음질 좋네! 해석? 그게 뭐?'라는 식이어서.
저로선 좀 어이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음반 역시 좋아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첫댓글 래틀의 팬이지만 구반은 별로 마음에 안 들었던 1인...근데 이 연주는 그래도 기대할만하네요. 베를린 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