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오리 같지만 사실은 '개량한 야생 기러기'… 긴 솜털로 따스함 유지해요
거 위
최근 전국에 영하 10도 가까이 내려가는 맹추위가 이어지고 있어요. 이럴 때 우리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옷으로 '거위 솜털(구스다운·goose down) 방한복'이 있지요. 우리나라는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때 '구스다운 롱패딩' 열풍이 불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거위는 어떤 동물이기에 혹한을 견뎌낼 수 있는 따스함을 선사하는 걸까요?
언뜻 '큰 오리'처럼 보이는 거위는 사실 식육용(食肉用·먹기 위한 용도)으로 개량한 야생 기러기예요. 몸길이가 약 90㎝에 몸무게가 5~6㎏로 오리의 두 배 이상 크고 몸무게는 4배나 돼요. 알도 닭이 낳은 달걀보다 3배나 무거운데 특히 노른자위가 많아요.
추위와 더위에 모두 강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지역에서 가축화해 길러요. 덩치가 큰 데다 낯선 사람을 보면 시끄럽게 울어대고 큰 날개를 편 채 부리로 마구 쪼아대는 성격 때문에 농촌에선 집 지키는 역할도 많이 맡았어요. 잡식성이지만 야생 기러기처럼 풀도 잘 뜯어먹어 잡초를 없애주는 데 도움이 많이 되지요.
보통 하얀 거위가 많은데 회색이나 밤색을 띤 거위도 있어요. 부리는 주황색이고 목이 길지요. 몸 뒷부분에 달린 짧은 다리로 뒤뚱뒤뚱 걷지만 물갈퀴가 있어 헤엄을 잘 쳐요. 기러기는 대개 하나의 짝만 갖는 데 반해 거위는 수컷이 여러 암컷과 짝을 지어요. 연간 50~60개 정도 알을 낳는데, 매일 알을 낳다시피하는 닭보다는 훨씬 적게 낳는 편이에요. 먹는 양이나 몸집에 비해 생산되는 고기나 알이 적은 편이기 때문에 농촌에선 거위보다 닭이나 오리를 더 많이 키우는 거예요.
3년이면 번식할 수 있고 수명은 20~25년이에요. 거위는 가슴에 모여난 솜털을 부리로 뽑아 둥지 바닥에 깐 뒤 알을 품는데요. 거위 솜털로 깔린 둥지에선 알이 굴러도 잘 깨지지 않지요. 온도도 따뜻해서 부화에 안성맞춤이에요. 바로 이 가슴 솜털이 구스다운 방한복을 만드는 재료랍니다. 거위는 오리에 비해 훨씬 몸집이 크기 때문에 피부를 덮은 솜털 길이도 긴데, 보온성과 탄력성이 좋고 가벼워서 오리털(덕다운)보다 비싼 소재로 인기가 좋아요. 솜털 사이사이에 공기를 머금어 몸을 따뜻하게 감싸주지요.
프랑스에서 최고급 요리로 치는 푸아그라는 거위의 간을 억지로 부풀려 만든 거예요. 거위를 가둔 채 100일 정도 키운 뒤 십수일간 식도에 관을 꽂아 옥수수를 들이부어 원래 크기의 열 배나 부풀린 거위 간을 만들어요. 워낙 잔혹한 방식이기 때문에 지금은 푸아그라를 못 팔게 하는 나라도 많아요. 사람의 욕심이 만들어낸 동물 학대이기 때문이지요.
사실 모피(毛皮)를 비롯해 거위털·오리털 옷도 동물 보호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답니다. 실제로 거위털이 없었다면 우리가 추운 겨울을 견뎌내는 일도 그만큼 힘들었을 거예요. 우리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거위털 방한복을 입을 때는 한번쯤 동물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떠올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