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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
인과응보因果應報
김 성 렬
새해가 밝아왔다. 성남은 어느덧 나이 팔십 중반에 접어들었다는게 좀처럼 믿어지지가 않는다. 전쟁때, 이불 보따리를 걸머지고 피난을 다니던 일이 어그제 같은데 벌써 나이가 그렇게나 되었다. 인류문명은 우주정거장까지 만들면서도 세월의 속도만큼은 어찌하지를 못하는 것 같다.
성남은 지난날들을 되돌아본다. 옛날 같으면 증손주를 보고도 남을 나이인데도 아들 딸 자식이라고 있지만, 시집, 장가를 가지 않고 늙은이들이 다되어간다.
명절때만 되면 손주와 손녀들을 데리고 고향을 찾는 이들을 보게된다. 그러나 성남의 사정은 그와는 정반대이다. 자신이 선대로부터 이어오던 가문의 대가 여기서 끝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해진다. 조상님들께 소임을 다하지 못한데 대한 죄책감에 빠져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학교다닐 때 국사시간이었다. 나라의 건국과 흥망 성쇄의 대해 배운적이 있다. 개인의 가문도 그와 다를 바가 없다. 가문의 멸망을 초래한 장본인이다. 야생의 禽獸(금수) 만도 못한 것이 아닌가. 한 가문이 문을 닫으면 나아가 사회가,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국가의 존폐가 달린 중차대한 문제가 아닌가?
성남은 육남매중 막내로 태어났다.
전쟁시기였지만, 단칸방에서 육남매나 되는 식구들이 지지고 볶고 툭탁거리며 얻어맞고 질질 짜면서도 아무탈없이 건강하게 성장하여, 그의 형제들은 국방의 의무를 다했다. 먹을 것도 없던 시절이라 보리겨나 밀기울에 보리쌀 알갱이가 어쩌다 섞인 시래게죽도 배불리 먹지를 못했다. 말그대로 초근목피로 연명을 하다시피했다.
곧지 들리지 않겠지만, 지금의 소나 돼지 들이 먹는 가축사료들도 그당시 사람들에게는 없어서 못먹었던 시절이었다. 세월은 흐르고 시대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오늘날 모두가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들은 하기 좋은 말로,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라고들 항변들을 하지만, 그러면 그때사람들은 머리에 뿔이라도 났다는 것인가? 할말을 잃게한다.
여의도에 있는 입법기관 에서는 일년내내 쌈박질들이다. 까마귀 싸우는곳에 백로야 가지 말라는 옛 시조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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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汝矣島가 아니라 이제부터는 여오도 汝烏島로바꿔 불러야겠다.
세치도 안되는 혀끝으로 민생을 외쳐대지만, 진실은 그어디에도 없고 당리당략에만 목소리들이 높다. 지금, 여오도에서는 만나기만 하면 까마귀떼처럼 짖어댄다. 민주주의가 변질이되어도 아주 고약하게도 변질이되었다. 6,25 한국전쟁때, 떼놈들의 사용한 인해전술을 여오도에서 고대로 복사를 하여 사용하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말아먹으려 기들을 쓰고 있다. 다수가 소수를 지배하려는 것이 민주주의란다. 그것은 의회민주주의에 독재요, 폭거다. 결국은 터질것이 터졌다. 하는 꼴들을 보고는 평양의 최고인민회의와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을 한다. 애국가 가사대로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이나라가 영원하려면, 인구 감소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그런데도 정치판에서는 내일 당장 지구가 멸망을 한다해도, 그들은 한그루의 사과나물 심는것이아니고, 오직 자신들만의 이익과 정권잡기에 눈이 벌겋다. 피와 가라지들이 논과밭을 잠식하려든다. 자고 일어나면 우리네 민생과는 아무런 상관도없는 무슨 특검법, 무슨특검법을 들고나와 장구치고 북치고, 지네들끼리 신바람이나 연일 특검법을위한 앵콜송이 방방곡곡 메아리치고 있다.
성남은 비교적 남들보다 서둘러 장가를 갔다. 그가 가진것이라고는 건강한 젊음뿐이 었다. 그런 산골 총각이 대처 색시에게 장가를 갔다. 대처의 색시는 보기보다 영악했다. 그는 시집온지 얼마되지 않아서 시골에서는 살수가 없다며 식음을 전폐하고 시위에 돌입했다. 감히 누구도 상상을 하지 못한일이다. 넓은 초원에서 양때를 방목하며 낙농을 꿈꿔왔던 성남은 돌연 비장한 각오로 중동 건설현장에 투입을 자처했다.
대처에서 시집온 새색시는 체구는 작지만 야무지고 억척스러웠다. 피땀으로 얼룩진 성남의 육채적인 노동도 있지만, 그의 아내도 상상을 초월할정도다. 한증막과도 같은 열기와 숨이 탁탁 막히는 모래바람속에서도 성남은 내일을 위한 개척자 정신으로 도전에 도전을 거듭했다면, 그의 아내역시 열사의 나라 사막에서 부쳐오는 월금을 조금도 축 내지 않고 전액 저축을 했다. 그러한 모든것들이 그시대 사람들의 강인한 정신력과 정서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데 하나의 작은 디딤돌이되어 많은 이들가슴에 귀감이되기도했다.
뼈를 깎는 듯한 그들의 삶과 애환, 그리고 그 궤적의 무게는 현재 인간이 만든 장비로는 도져히 계량 計量할 수 조차 없다. 아마도 지구의 무게만큼은 되지 안을까, 대충 짐작을 하기도 했다. 성남은 중동에서 근무를 마치고 귀국후에여 알게 되었지만 아내의 일상생활은 모두가 가난을 극복하려는 몸부림이였다.
아내가 외출하고 없을 때 그는 우연히 아내의 손때가 묻은 가계부를 보게 되었다. -2-
깨알처럼 써내려간 그 가계부에는 학교가는 아이들의 도시락 반찬외에는 콩나물과 두부 그릭고 라면이 전부였다. 그것도 하루에 한끼아니면 두끼가 고작이다. 그것이 다가 아니다. 그는 잠시도 쉬지않고 돈이되는 일이라면 이것 저것 가리지 않았다. 성남은 자신의 무능함에 가슴이 울컥하고 눈물이 핑돈다.
어쩌다 시골에서 장모님이 올라오시면 당신 따님의 대한 이야기를 자주하신다. 어찌들으면 당신 따님의대한 칭찬같지만 한편으로는 이세상에 두째가라면 서러워할정도로 구두쇠라고 까지하신다.
“말도말게나, 아무리 내가 난 딸이지만, 어느때에는 내눈에서도 눈물이 날지경이라네, 그러면서도 뭐라하는 지 사위는 모를거야, 그뜨거운 중동 모래사막에서 일하는 아범을 생각하면 목이메어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다는 거야, 돈을 쓰지 않은 것이 돈을 버는것이라는 거야, 그러면서 먹을 것 다먹고, 입을 것 다입고 하면 집장만은 언제 하냐는 거야, 딸의 말이 백번, 천번 옳치, 그러는 딸이 대견하면서도 보기에 마음이 짠해서 그러는 말일세, 다른 뜻은 없네, 그러니 고깝게 듣지는 말게나!”
어쩌면 성남은 그 뜨거운 열사熱沙의 땅 중동에서 일하고 돌아온 자신보다는 아내의 마음 고생이 더할지도 모른다. 아이들 키우랴, 없는 살림꾸려나가랴,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그토록 몸부림을 친 것을 생각하면 미안한마음 금할수가 없다. 중동에서 성남 이 흘린땀이 소금이 되었다면, 그의 아내는 그소금을 정제하려 더많은 고생을 했다. 그런 아내에게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성남이 귀국하고 몇주일이 지나서야 새로 장만한 조그만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박성남] 이라는 이름에 돌로된 문패도 달았다. 아내는 꿈만같다며 가랑머리 소녀처럼 기뻐했다. 서울사는 딸이 집을 장만했다고 시골 처가 식구들이 올라오셨다. 장모님도, 장인어른도, 큰처남 내외분도 함께 올라오셨다. 그자리에서 두루두루 건강하고 부자되라는 덕담들도 아끼지를 않으셨다. 새집으로 이사온 아내는 모처럼 친정 식구들에게 대접을 해드리고 싶었던게다. 중국집으로 전화를 하더니 자장면과 탕수육, 팔보채와 양장피, 장인어른께서 제일 좋아하시는 배갈술도 몇병 주문하는 것 같았다. 옆에서 전화내용을 다 들으신 장모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며 따님을 향해 농담조를 말씀 을하신다.
“얘! 그러다가는 사위등골빠지겠다.”
그날 오후 늦어서야 통금시간되기전에 가야한다며 신촌역 기차시간 맞춰 서둘러 내려들 가셨다. 잔칫집같았던 집안은 텅빈듯 조용했다. 아내도, 약주가 거나하신 아버지가 모처럼 기분좋아하신다며 그도 싱글벙글이다. 순간, 성남은 기회는 이때라 뒤에서 아내를 살포시 안으며 속삭였다.
“내집도 장만했으니, 우리 아들하나만 더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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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말을 들은 아내는 이부자리를 피다말고 뒤돌아서서 정색을 하고 쳐다보는 그의 눈빛은 매섭도록 차가웠다.
“당신 지금 뭐라했어요, 당신이 제정신이야, 뭐야? 아이들을 둘씩이나 낳아주었으면됐지, 하나를 더 낳으라고, 흥, 아이들을 무슨 무밭에서 무뽑듯 아는거야 뭐야, 내가 무슨 아이 낳는 공장이야, 공장이냐고요, 어디 대답좀 해보라고 요?!”
화날때면 표독스러운 아내의 성질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마치 추운겨울 북극에서 형성된 한랭항 고기압 전선이다.
“미안, 미안, 한번 그냥 해본소리가지고 그러네!”
‘한번 해본소리라고요,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기르자라는 정부시책도 몰라요, 아무리 부부지간이라해도 할농담 안할놈담 가려서 해야되는 것 아녜요, 정 아이를 더낳고 싶으면 지금부터는 열이고 스물이고 당신이 낳으면 될 것 아녜요
성남은 후회를 했다 괜한 말한바디 섣불리 했다가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격이다. 그렇개 아웅다웅 하면서도 그들을 마냥 행복했다. 돌아오는 가을에는 결혼 기념으로 제주도 여행날자도 잡아놓았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그렇던 아내가 갑자기 세상을 떴다. 성남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모든 꿈이 그대로 무너졌다. 집장만하고 좀 살만해지자 아내는 夭折(요절) 을 했다. 그런 아내가 생각하면 할수록 너무나도 억울하고 가여웠다. 성남은 한동안 식음을 전폐했다. 그렇게도 살아보겠다고 앞만보고 달려오던 그를 神(신)은 도대체 자신과 무슨 억하심정이 있다고 사랑하는 아내를 그리도 모질게 빼앗아 가셨을까?
성남이 귀국하자 아내는 소화가 잘안된다고 몹시 괴로워 했다 그러면서도 아내는 문밖에만 나가면 그흔한 약방에는 한번도 가지 않고, 오래전에 시골에서 얻어온 소다를 자주복용했다. 소다는 빵을 반죽할 때 잘 부푸르라고 쓰는 재료였다. 그러면 아내는 언제 아팠냐는 듯 멀쩡했다. 사실 그때는 그것을 가정상비약처럼 시골에서는 많이들 사용했다. 그런데 그횟수가 점점 잦아졌다. 옆에서 보다못한 성남이 걱정스럽게 말을 했다.
“병원에라도 가야 되는 것 아냐?”
“뭘, 이까짓것가지고 거창하게 병원엘 다니고 그래요, 내몸은 내가 알아요, 그러니 자기는 아무걱정 마세요!”
아내는 늘 같은 말로 대답을 했다. 그러나 아내의 증상은 점점 심해져 가는 것 같았다. 성남은 이대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들어 강제로 아내를 병원으로 끌고가혀고 까지 했다. 그러나 아내의 그 황소 같은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
“당신 그러다가 몸에 병만 키우는 것 아닌지 모르겠네?!”
“그러는 자기가 더 신경쓰게 만드는 거라고요, 다시한번 말하지만 내일은 내가 알아서 한다고요, 그러니 당신은 제발 내걱정은 말라고요, 아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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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음성이 높아졌다. 성남도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성남이 퇴근을 하여 돌아오니 아내는 거실박닥에 쓰러져 배를 웅켜잡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아내가 그러는 모습을 성남은 처음보았다.
‘여보! 나 이상해, 아무래도 나 죽으려나봐요, 배를 송곳으로 미꾸 찔러대는 것같아, 숨도 제대로 쉴수가 없다고요, 나좀 어떻게 살 수있는 방법이 없을까? 나죽으면 그어린 아이들이 불쌍해서 어떡하지?!”
성남은 겁이 덜컹났다.
“당신 바보처럼 왜그래? 죽기는 당신이 왜죽는다고 그래,?!”
그러는 아내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두눈에서는 눈물이 맺혀 흐른다.
성남은 서둘러 119로 전화를 했다. 구급차가 달려와 아내를 싣고 갔다. 서두르는 의사들의 눈빛들이 심각해보였다. 아내는 아무런 의식도 없이 중환자실로 실려 들어갔다. 그리고 그누구도 드리지를 말라는 관계자의 경고이다. 한시간도 채 안되어 의사기 나오면서 말을 한다. 성남은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같았다.
‘보호자 분되시나요, 왜 이토록 환자를 내버려 두셨어요? 위암 말기입니다. 손을 쓸수가 없습니다.그러니 준비를 서두르십시오!”
그말을 들은 성남은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눈앞이 깜깜했다. 이모든것이 성남 자신의 책임이다. 자신이 중동을 가지만 않았어도, 그리고 아내를 조금만더 보살폈어도 오늘 이런 끔찍한 일은 없었을 것이다. 끼니를 거르고 불규칙한 식사생활로 아내 의 위장병이 생긴것이다. 소화불량이 위염과 위계양이되고, 그 위계양이 위암으로 까지 된것이다. 이모든것이 성남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 가슴이 터질듯 하다.
그러고 보니 짚이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아내가 갑자기 새상을 뜨기 며칠전부터 아내의 행동이 이상했다. 하루는 김치를 담그고 있었다. 평소에는 조금씩 담그던 김치를 그날은 가을에 김장김치 담그듯 커다란 양은 다라에 김치꺼리를 절이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성남이 물었다.
“당신! 무슨김치를 그리 많이 담그는 거야?!”
‘무슨남자가 여자가 하는일, 그런가 가보다 하지 좁쌀영감처럼 김치담그는 것 까지 참견이야, 참견을, 당신은 몰라도 돼, 며칠내로 우리집에 손님들이 많이들 오실지도 몰라요, 그러니 그리아셰요,”
그뿐이 나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녀와서 신발도 벗기전에 달려가 양말부터 벗으라고 보채대던 적도 있었다. 세탁기도 없던 시절 이었다. 아내는 자신이 떠날때를 이미 예상이라도 하였던 것 같았다. 그래서 김치도많이 담그고 아이들 빨래도 걱정으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가많히 되돌아보면 아내는 일부러 정을 떼려고 그토록 차갑게 대했는지도 모른다. 성남은 가슴이 메어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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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께서 귀띰이라도 해주셨다면 어떻게던 아내는 이렇게 까지는 돼지는 않았을것이다. 가슴속에서 피눈물이 솟구치는듯 아팠다. 사랑하는 그사람이 자신의곁을 떠났다는 것이 믿어지기가 않았다. 요절한 그가 미칠듯 가엽고 억울하고 분했다. 1980년대, 중반에 일이다.
성남은 오랜만에 어린시절에 살았던 고향엘 들렸다. 전쟁이 할퀴고간지 얼마돼지 않은 고향은 미친개처럼 달려드는 가난과 보릿고개로 사람들을 헐떡 헐떡 숨 차게 만들었다. 그래도 밤이면 사랑방에서는 남녀 노소 할것없이 모여들었다. 낫놓고 기억자도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다. 그래서 마을 청년들은 낮에는 일을 하고 밤이면 문맹퇴치운동에 앞장섰다. 그들은 누가 시키지않아도 부지런했다. 일본인들이 버리고간 적산가옥을 수리를 하고, 버려진 황무지도 논을 풀고 밭을 일궈 낟알 한톨이라도 더거두려고 노력들을 기울였다.
아침이면 학교가는 이이들로 동구밖은 부산했고. 아이들의 노래소리가 언제나 시끌 벅적했다. 반달, 고드름, 오빠생각, 그중에서도 아이들이 자주부르던 노래가 있었다.
“새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잠꾸러기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그리고 좀더큰 형또래들은 그런 동요보다는 군가를 곧잘불렀다.
“전우에 시체를 넘고 너머/앞으로 앞으로/낙동강 아 잘있거라/우리는 전진한다/달빛어린 고개에서/마지막 나누어 먹던/화랑담배 연기속에/사라진 전우야!”
아이들은 그노래를 부를 때엔 언제나 큰소리로 불렀고 제법 발을 맞추기도 했다. 하나, 둘, 셋, 넷, 그러는 아이들의 모습들이 마치 병사들의 행렬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렇던 고향이 지금은 집들이 텅텅 다 비어 담벼락은 비바람에 허물어지고 잡초에 묻혀있다. 그많턴 조무라기 아이들은 다어디로 가고, 허리굽은 노인들과 바둑이들이 어슬렁거리며 그나마 마을을 지키고 있었다. 폐허처럼 변한 고향을 이미 오십여년전에 노래한 “구름도 울고넘는/ 울고가넘는 저산아래/ 그옛날 내가 살던/ 고향이 있었것만,….”
오기택의 [고향 무정]이 떠오른다.
성남은 어제밤 늦게 걸려운 아들의 전화가 다시금 떠오른다. 아들이 대학을나와 교사로 발령을 받게되자, 친척들을 초대하여 조촐한 잔치도 벌였다. 그런 아들한테서 전화가 온것이다.
“아버지! 저 아들이에요 아들! 저 이번에 짤렸어요.”
그말을 들은 성남은 가슴이 덜컹했다. 아들은 시골 조그만 초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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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렸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아직 정년이 될려면 멀어잖아, 그런데 갑자기 잘렸다니?!”
“아버지! 그게 아니고요, 그러니까 지난해 말로 저희 학교가 문을 닫았어요, 이것은 통폐합이 아니고, 아예 문을 닫은 거에요, 해당 교육청에서도 별방법이 없데요, 새로 입학하는 이이들이 몇 년전부터 아예 끊어졌다는 거에요, 큰일은 큰일이죠, 벌써 우리 군에서만 하더라도 다섯번짼가 여섯번째로 학교가문을 닫는 거래요, 그래서 말씀인데요, 짐싸가지고 집으로 들어가려고요, 마침 잘됐죠, 뭐, 아버지랑 같이 살면 되죠.!”
“너지금 아들이 돼가지고 애비한테 말이라고 하는 거냐? 내, 그러길래 평소에 뭐라고 했냐? 늙으막에 꼴 좋다, 애비가 장가가라 그리도 일렀것만, 이제는 아예 집으로 들어온다고? 집에들어오면 뭐 뾰죽한 해결책이라도 있다더냐? 네말대로 한다고 치자, 그러면 두늙이 들이 집에 들어 앉아 서 뭘할건데, 그것도 하나는 팔십이 넘은 홀아비영감에, 또하나는 육십이거의 다돼가 도록 장가를 가지않은 애늙은이가, 그러길래 우주의 섭리를 거스르면 안됀다고 했지, 때되면 장가들어 아들 딸들을 낳아야 하는데, 그러니 꼴도보기 싫다. 정히 나하고 같이 살려거든 며느리도 함께 데리고 들어온다면 또 모를까?!”
“아버지 그런 억지가 이디있어요 지금 제나이가 며친데요, 또 올여자도 없고요, 아이는 언제 낳고, 또 언제 길러요?!”.
“너! 그래도 뭘잘했다고 애비한테 꼬박 꼬박 말대꾸냐 말 대꾸를, 누구를 탓할일이 아니다. 네가 이놈아 장가안들고 자식을 생산을 하지 않으니 학교가 문을 닫는 것 당연한 것 아니냐, 오히려 문을 닫지않는 다는 것이 이상하지?”
“참 우리 아버지 못말리신다. 나하나 장가를 가서 아이를 낳는 다고 해결할 문제가 않이 잖아요?”
“너, 참 말잘한다. 나하나쯤이야 그렇게 생각하는 그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야, 그런 사고방식들이 사회를 망가뜨리고 나라를 좀먹어 병들게 하는 것이야, 이애비 나이가 이쯤 되었으면 응당 할아버지 라고 부르는 손주녀석들이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 전화 끝는다.”
이거야 말로 청천 벽력이 안인가?
아들을 심하게도 몰아세우기는 했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 아들놈들 문제많은 아니다. 성남은 중동생활을 접고 보험화사를 다니게되었다. 개인적인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여 직원들은 유난히 미인들이 많았다. 대부분 삼십대, 사십대 초반 들이다. 그중에는 미혼여성들도 괘많았다.
말그대로 그들은 여성으로 써의 매력이 철철 넘쳐흘러 보는 사내들로 하여금, 심장을 들끓게 하고도 남았다. 그러나 일부이긴 하지만 그들에게는 불치병인 공주병들이 만연했다. 그것도 초기가 아닌, 삼기, 사기에 이미 접어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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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공주병에 도취된 불치병 중독자들이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그들에게는 젊음이 개인의 독과점품목으로 영구적으로 사유화하려 여긴 것 같다. 그것이 끝이 아니다. 자신들 사전에는 결혼이라는 단어는 없다고 외쳐댔다. 결혼은 행복이란 가면을쓴 덫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사내들 보기를 돌같아 여겼다. 결혼하고 아이낳고 생각만해도 끔찍해 진저리가 쳐진다고도 했다. 자기들이 무슨, 금강산에 소나무라도 된 것처럼 평생 독야 청청하리라 믿었나보다.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는 말처럼, 알고보면 산부인과를 뻔질라게 드나든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양심을 속이면서까지 그런 그들이 지금와서 세월앞에, 아무리 손이 발이되로록 빌어대며 발버둥을 쳐보지만 얄자없이 칩십 고개들을 넘고있다.
고목古木에는 새도 날아들지 않는 다고 했다. 그러니 흘러간 물이 다시금 되돌어 올리가 없고 지금와서 찌그렁 바가지에게 어느누가 눈길이라도 주겠는 가. 간간히 들리는 소문으로는 나이가 드니 외로음을 느낀다고 한다. 옆구리와 등어리가 시려워 지난날들이 후회가 된다고 했다. [이솝]우화에 개미와 배짱이가 떠오른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을 이제야 깨달은 것 같았다. 그것은 자신의 양심을 기만하는 사기와 사치의 대가이다. 자신도 속고 남도 속이려 들었던, 그 또한 인과응보가 아니던가. 제도끼의 발등찍힌 격이다.
평생 자신들이 공주라고 자신의 양심을 우롱하며 억지 춘향이 행세를 하던 그들은 지금 처녀 할머니들이 되어 백발을 바람결에 맡긴체 낙조를 바라보며 지난날을 후회한들 무슨 무슨 소용이 있을까? 황혼을 재촉하는 저녁바람이 틀니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게 이토록 시려울지 예전에는 미쳐 몰랐을 것이다. 지금에와서 등허리가 가렵고 옆구리가 시려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 밤하늘에 유성도 사라지면 그만이다. 지지고 볶으면서도 아들낳고 딸낳고 했으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 손녀들이 지금 재롱 들을 부리고 있을것이다. 그보다 더귀한 선물이 어디 또 있을까? 인생노년기의 최고의 행운을 그들은 스스로 뿌리쳤다. 손자 손녀들의 재롱으로 하여금 옆구리가 시리고 외로워할 시간도 없을 것이다. 봄에 씨를 뿌리지 않았으니 가을이 되어도 거두어 드릴곡식 한톨 없는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그러던 어느날, 성남은 지하철역으로 부진런히 걸어가다가 새파랗게 젊은 새댁으로보이는 여인이 아기를 안고 가는 것을 보았다. 남의 일이기는 하지만 얼마나 반가운지 몰랐다. 얼마만에 보는 그애기엄마가 위대하면서도 거룩해 보였다. 보기만해도 앤돌핀이 솟으며 십년은 젊어지는 기분이다. 진정한 애국자를 만났다는 생각에 성남은 부리나케 다가가 자신도 모르게 그를 반겼다.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애국자 이십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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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순간이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남은 경악했다.
그의 품에 안긴 아이는 성남이생각했던 그런 아기가 아니고 털북숭이 강아지였다. 지나던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으로쏠렸다. 그일뿐이 아니다. 길거리에 다니다보면 인형을 애기처럼 안고 다니는 젊은 여인들을 자주보게된다.
그렇게 애기가 귀엽고 가지고 싶으면 시집가서 애기를 낳고하면 되는 것을, 그러는 그들의 심보는 배아파 애기는 죽어도 낳기 싫고, 그동물을 통해서 대리 만족을 하겠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그것은 동물을 이용한 이기주의가 아닌가,
하기는 지금 반려동물들의 병원과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가게들이 우루죽순처럼 들어선다. 동물들도 예쁘게 보이려고 분장을 시키는가 하면 개와 야옹이들이 죽으면 처리하는 화장터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지를 않는 다. 제사도 지내준다. 제물도 과일에 소고기도 올려놓는다. 그러나 그러는 그들도 이상한게 있다. 동물들은 그토록 사랑하고 귀여워하면서도 그들을 처리할 화장장이 자기 마을에 들어올 기미라도 보이면, 혐오 시설이라며 머리를 싸매고 결사 반대를 한다.
성남은 외출할때면 으레, 지하철을 이용한다.
1974년, 우리나라 최초로 지하철이 개통되면서부터 지끔까지 무려 반세기가 지나도록 경로석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 성남은 군대시절 부산에서 근무를 했다. 어쩌다 휴가라도 오게되면 군용열차를 이용했다. 부산진역에서 출발하여 용산역까지 밤이 새도록 달려와야만 했다. 장장 열두시간을 짐짝처럼 꼼짝 않고 서서 온적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지하철을타고 한두시간쯤 서서가는 것은 성남에게는 매우 흔한 일이다. 하지만 지하철 경로석의 구조를 이제는 바꿔야 될 것 같다. 개통할때 만들어진 그 구조는 현실적으로는 맞지가 않다. 객실한칸에 경로석이 양쪽 다합해 겨우 열두석 뿐이다. 건강 백세 시대에 경로석 열두개로는 어림도 없다. 오전 열시쯤이면 종로통과 청량리 방면 지하철이용객은 거의가 칠십 팔십 노장들이다. 부르는데도 없고 갈데도 없는 그들이지만, 그래도 그들은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데 주인공들이 아니시던가. 무임승차라 하지만 그래도 집에만 누어 있지 않고 활동을 하니 그들은 건강한 노인사회로 국가에 보답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보고 그냥 지나칠일이 아닌 것이 또 있다.
객실안 좌석 맨 끄트머리 모서리에 지정되어있는 임산부석이다.
임산부석이니 비워 두라는 안내방송을 들으면서도 그자리에는 늘 엉뚱한 사람이 앉아있다. 미안해하지 도 않는 다. 문제는 그좌석에 원래 주인공이 없다는 것이다. 결혼들을 하지 않으니 그자리는 무용지물로 영원히 빈좌석으로 덩그러니 남이 있을 것이다. 그토록 축하객들이 바글바글하던 결혼 예식장들이 하나둘 문을 닫기시작한지가 이미오래전 일이다. 저출산인데다 고령화사회의 결과이다. 믿고싶지않지만 믿어야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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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들 기저귀보다 노인들의 기저귀 판매량이 앞선다는 어느보고서다.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의 충돌이 가는데 마다 벌어진다. 활동하다 보면 보고서도 못본체 할일이 종종있다. 새파란 젊은 여성들이 담배를 입에 물고 뻐끔 뻐끔 연기를 토해낸다. 그래도 양심있는 이들은 남의 눈을 의식하는 이들도 어쩌다 있다. 그럴때 성남은 못본척 시선을 돌리기에 바쁘다. 여성들이라고 반드시 금연을 하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것이라면 한번쯤 생각을 해볼문제다. 아직 우리나라의 흡연 문화는 며느리가 담배를 피운다거나 엄마가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흔한일이 아니다. 옛날에는 어쩌다 여인들도 담배를 먹었다. 횟배가 아플때는 숨어서 담배를 피웠다. 그러면 횟배는 거짖말처럼 낳았다.
그리고 보면 오늘날, 담배를 피우는 여인들은 일지감치 결혼을 포기하고 아이들 생산을 아예 접었는지도 모른다. 그 옛날 우리들의 어머니의 어머니의 또 어머니들은 참으로 위대했다. 여성들은 시집가서 애기가 생기면 생기는대로 생산을했다. 하늘이 노하여 천벌을 내린다고 아이를 지운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다 옛 선현들은 자식이 태어나면 자기가 먹을 것은 가지고 태어난다고 믿었다. 그것은 위로의 말일까 아니면 다산을 부추기는 의미였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랬다. 일곱이고 여덟이고, 그들이 장성하여 어른들이 되면 태산도 두렵지 않을 정도로 제몫을 다했다. 그리고 자손들도 번창을 했다. 그런데 기름진 문전 옥답을 묵정 밭이되도록 내버려 두있으니, 이제와 인구 감소의 대한 어떤 핑게라도 동의 할 수가 없다.
성남은 가끔씩. 엉뚱한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인구 증산을 하려면 법을 뜯어 고쳐서라도 의무화하여야 한다. 이것만큼은 어떤 법이라도 국민들은 감내하여야 한다. 몇살 까지는 결혼을 반드시 하여야만 하고, 몇살까지는 아이를 둘이상을 반드시 생산을 하여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만들어 야한다. 지금처럼 얼쩡대다가는 호미로 막을일, 가래로도 막을 수가 없다.
정관수술이나 낙태수술 또는 가임 여성들의 임신중절을 반드시 금해야 하고, 임신을 가로 막는 피임 도구나 피임약 판매를 일체 금지하는 법제정을 서둘려야 한다. 어디선가는 일부다처제 제도가 있는 나라도 있다던데, 너무나 잔인한 방법일까 이렇게말하면 아마도 도끼를 들고 달려들지도 모른다. 정관수술, 피임수술, 그것은 미완성 생명들에게는 전쟁보다도 더 잔인한 대학살이다.
어느 대통령 후보가 결혼할때 얼마, 아이를 생산할때마다 얼마씩 수당을 지급한다고 했다. 이에 다른 정당에서는 구름잡는 허풍장이로 매도를 해오다, 지금은 여당이고 야당이고 은근 슬적 그제도를 서로 도입하려고 경쟁들을 벌인다. 그러나 성남은 문제만큼은 절대 반대다. 그것을 세금으로 지급을 한다면 밑돌뽑아 윗돌 고이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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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생명을 무슨 상품처럼 여기는 비윤리적인 행태이다. 나라에서 조건부로 생산장려금 또는 수당을 지급하여 아이들을 낳게 한다면, 국가가 여성들을 상대로하는 위탁 사업이 아닌가, 그러면 그들은 아이들 공작소에 대리모가 되는 성격으로 오해받기십상이다. 어째건아 지금은 그때보다 살기들이 얼마나 편리한가. 손으로 틀기만하면 뜨거운물, 차가운 물이 사시 사철 콸콸거리며 쏟아지고, 밥도. 빨래도, 심지어는 청소까지도 기계가 알아서 척척 다해주는 세상이다. 인간의 욕망은 한도 끝도 없다. 알아서 척척 해주는 문명속에서 사람들의 불평불만은 갈수록태산이다. 결혼도 하지 않는 다. 아이들도 낳지를 않겠다. 신이 하사한 궁궐을 문도 열어보지 못하고 폐쇄를 시킨다. 나하나쯤이야 하는 안일한 태도들이 도미노 현상으로 변하면서 사회가 점점 무너져간다. 여기저기서 성문에 빗장을 치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게다가 머지않은 미래에 인공지능 AI 가 인간을 지배할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성남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데 무음으로 해놓은 전화기가 부루르 떨어댄다.
성남은 전화기를 들었다. 사촌 누이동생 기숙이다.
“오빠 글쎄, 오빠가~ 오빠가, 지금막 운명을 하셨어요.”
사촌 누이동생은 훌쩍이고 있었다. 그 사촌형님은 올해 여든 아홉이시다. 돌봐드릴 자식들이 없어 요양원으로 모셨다고 하더니 기어코 세상을 뜨셨다. 사촌 형님은 그나이 되도록 결혼을 하지 않고 허송세월을 하더니 결국엔 핏줄하나 남겨 두지 않고 그렇게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사촌형은 대학까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지방공무원 생활도 했다. 어머니나 아버지의 결혼 재촉을 들은 체도 안했다. 징병 검사에도 갑종을 받아 최전방 수색대에서 근무도 했다. 그러나 왠지 결혼은 하지 않았다.
성남의 집안에는 그 사촌 형님 말고도 조카벌되는 서너명이나 불명에스럽게도 총각의 딱지를 떼지못하고 그대로 지키고 있다. 그 중에는 시골에서 대농을 하는 조카도 있고, 서울 어느 고등학교의 체육교사도 있다. 더큰 문제는 시집을 안가는 건지 못가는 건지 나이 육십 노처녀가 집안에 있다는 것이다. 그의 주변에는 그와비슷한 이야기가 또하나 더있다.
1970년대 초반에 일이다.
쌀 서말 달랑 걸머지고 야반 도주하디시피 가출하여 무작정 상경을 했다. 서울역에서 내리기는 했으나 앞길이 막막했다. 그때부터 그는 인생 맨 밑바닥부터 기기 시작하여 지금은 지하철 역세권에 제법큰 건물도 소유하고 있다고 했다. 매월받는 임대료 수입도 꽤된다는 소문이다. 딸둘에 아들이 형제라고 했다. 큰딸은 서울에있는 명문대를 나와 제법큰 약국을 경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나이 오십이 다되록 결혼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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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딸이 맨앞에서 길을 길을 막고 있으니 두살씩 터울의 아들 형제들도, 막내딸도, 어찌하지를 못하고 있다. 이유를 물으면, 그 냥이라고만 대답들을 한다고 했다. 옛말에 남이 장에간다고 하니까 시래기 타래미들고간다더니, 남이 그러니 나도 그래야한다. 부모네들 심정이 야 오죽하겠는 가. 하지만 성남이 오지랖도 넓게 남의 걱정할 처지가 아니다. 옛날 어른들은 사내가 사모관대를 쓰지 않는다거나 여자로 태어나서 족두리를 머리에 올리지 않으면 평생토록 어른이 아닌, 아이취급을 받았다.
인구감소의 원인이되는 이야기는 그것말고도 비일비재하다.
아웅다웅 살아오면서 밥술이라도 먹을만 하니까, 시집, 장가갈 생각은 하지않고 집안에서 처박혀 같이 늙어가는 자식들 걱정이 이만 저만이 이니라고 끌탕들이다. 마음대로 못하는 게 자식들이라며 이건 자식이아니고 상전이라고도 했다.
어째건아 성남은 팔십 중반에 노구를 이끌고 사촌 형님의 빈소가 마련된 병원 영안실로 달려갔다. 이미 예상은 했지만 마치 겨울 바람부는 황량한 벌판만큼이나 썰렁했다. 고인의 영정사진만 덩그러니 자리를하고 지난날을 회고하듯 내려다보고 있다. 누구하나 슬퍼하는 사람도 없다. 가물에 콩나듯 어쩌다 가끔씩 한두사람이 와서는 영정사진을 바라보다가는 국화꽃 한송이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들을 하고 있다. 그들은 순간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아마도 고인의 평생 삶에 대해 속으로 한마디씩 하지를 않았을까?
성남이 그런 저런 일들을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책상위에서 전화기가 울린다. 딸이였다.
“그래! 어디냐?”
“아빠! 오늘은 새해 첫날이라 아무데도 안가시고 집에만 계실거죠?”
“그건 왜물어?”
“참, 아빠도, 딸이 아빠한테 새해 세배드리려는데 당연한 것 아녜요, 민망하게…”
“너혼자 단독 면회는 사절이다.”
“아빠 새해 벽두부터 또 성화시다. 그일이 냉수마시듯 그리 쉬운일이 않이 잖아요, 저도 나름대로 노력을 한다고 하는 데도 안되는 걸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요, 시대가 그런걸,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 일이냐고요, 당사자인 이딸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오죽 하겠어요, 아빠, 그래도 이 딸 아직 미래와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딸정해는 올해 나이 예순이 다되어간다. 지금도 그애만 생각하면 성남은 가슴이 찢어질듯 아파온다. 정해가 중학교에 다닐 무렴 제엄마는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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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고생하다가 그나마 겨우 살만해지자 새파란 젊은 나이에 요절을 하였기 때문이다. 사춘기에 막 접어든 딸정해는 막내라는 특혜로 응석도 부리고 이유없이 반항할 나이에 엄마를 잃었다. 그래도 그 상처를 가슴에 안고서도 아무탈없이 잘도 자라주어 성남은 아비로서 늘 고마웠다.
그러던 어느날 딸정해는 느닷없이 자신의 미래에대한 진로를 이야기를 한다“아빠! 나대학 졸업하면 산부인과 병원을 차리려고요.”
“허구많은 직업중에 왜 하필이면 산부인과병원이냐, 물론 네일은 네가 알아서 하겠지만, 그건 매일같이 핏덩이를 받아내는 일이 아니냐?!”
“아빠! 어차피 의사란 칼을 잡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잖아요, 그 위대하면서도거룩한 새생명을 받아낸다는 것, 그것 아무나 하지 못해요, 아빠! 보기에는 하나의 작은 핏덩이지만, 인류라는 사회를 건설하는 아주중요한 하나의 생명이요, 조직원이라고요, 그들은 하나같이 인류가 생존하기 위한 먹을 것, 입을 것을 연구 개발하는 역꾼 들이라고요, 단 하루만이라도 그 일을 멈춘다면 인류는 댐박에 멸망할지도 몰라요.”
그렇게 말을하는 딸 정해가 한없이 기특했다. 그리고 딸 정해는 대학을 졸업하고 겁도 없이 몫좋은곳에다 산부인과 병원을 차렸다. 병원이름은 아빠가 지어 야한다며 딸이 어찌나 조르는 지, 딸의 이름을 따서 [정해산부인과병원]으로 지었다. 수정처럼 맑은 바다라는 뜻이다.
병원이 문을 열자 처음부터 손님들이 문전 성시를이루었다.
“아들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기르자.”
처음에는 그랬다. 그러던것이 얼마후에는 또다시 바뀌었다.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기르자.”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한참 젊은청년들에게 생명의 씨앗의 통로를 막아버렸다. 이름하여 정관 수술이다. 산부인과 병원도 할일이 많았다. 단순하게 아이를 받아내는 것많이 아니다. 젊은 가임여성들의 임신 중절 수술을 종용했고, 임신 3개월된 한생명체를 강제로 들어내는 일이 다반사였다.
한쪽에서는 생명의 씨앗이 발아도 되기전에 목을 조르고 고무주머니에담아 질식시키고, 어느 한쪽에서는 인간의 생명이 완성되기도 전에 칼로 도려내기도했다. 그러면 엄격하게 말해 살인인가? 아니면 간접 살인인 가?!”
정부시책의 오류이다. 시류의 흐름이라 어쩔수 없다고 항변을 하는 딸을, 성남은 이해가 되면서도, 한쪽으로는 그러는 딸이 안타깝기만했다. 딸 정해의 병원은 눈코뜰새없이 바빴다. 그러는 사이에 그에게도 세월은 흘러 나이 사십이 넘으면서 간혹 들어오던 중매도 지금은 아예 끊기였다. 첫사랑하던 남자기 있었는데 그는 운동 선수였다. 그러던 그가 아프리카 친선경기 순회중 교통사고로 사망을 하게되자, 한동안 슬픔으로 시간을 보냈다, -13-
결국엔 그 트라우마로 아예 결혼을 포기를 하게 된것이다. 그런딸이 온다고 한다. 한때는 그리 잘되던 병원이 필경 병원문을 닫을 모양이다. 병원문을 닫어야할 것 같다는 것을 딸 정해는 이미 예상을 했다. 그런 딸이 전화를 받을때마다 성남은 먼저간 아내생각이 떠오른다.
제엄마만 살아 있어도 어떻게던 딸 정해만큼은 시집을 가도록 하였을지도 모른다. 아들녀석도 오늘 온다고 사흘전에 전화 연락이 왔다. 저희들끼리 약속을 했는 지 남매가 동시에 들어왔다.
“아빠! 저희들 왔어요.”
아들이 앞장서 들어오고, 그뒤를 이어 딸이 들어왔다. 아들딸 모두가 육십 이쪽 저쪽이다. 옛날 같으면 모두가 상늙은 이들이다. 그러니 반가워할 성남이 아니다.
아빠의 안색이 편치않은 것을 보고는 눈치 빠른 딸 정해가 술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주방에서 고기도 굽고 하는 일은 아들의 담당이다. 아들의 주방일은 능숙했다. 성남은 그러는 아들이 영 못마땅했다. 나이 환갑이 다된 애늙은이가 주방에서 얼씬 거리는 것이 애비된 마음이 편할리가 없다.
아들은 대학 시절에 사귀던 여성이 있었는 데, 갑자기 외국으로 이민을 갔다. 첫사랑이 실패하면서 그도 결혼을 미루다가 여기까지 오고야 말았다.
“사랑하는 우리 아빠! 제가 약주한잔 따라 올릴께요!”
딸 정해는 원앙의 문양이 새겨진 하얀 사기종발에 찰랑 찰랑 하도록 술을 가득채웠다.
“아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그리고 오빠와 약속을 했어요!”
그말을 들은 성남은 귀가 솔깃 했다.
“그래 그약속이 무엇인데, 이제야 너희들이 철이들은 게야, 시집가고 장가가겠다는 그말이지, 그래 마음만 먹으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 옛날에는 환갑때도 아이들을 생산을 했지, 그에 비하면 지금 너희들은 청년이야, 청년! 그러니 아무걱정할것 없다.”
,…..”
“아빠도 참! 그게 아니고요, 아빠 놀라지 마세요, 우리들이 아빠집으로 다함께 들어오기로요, 아빠 연세도 점점 높아가시는 데 지금부터라도 아빠 곁에서 모시려고요.”
그말을 들은 성남은 갈수록 태산이다. 하 어이가 없었다. 순간 그는 귀를 의심했다. 쟤네들이 지금 무슨말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말이 뭣말인지 이애비는 듣지 않은 것으로 하겠다. 그리고 너! 정해는 병원일은 어찌 하고,….?”
‘아빠! 참, 병원문은 작년말로 폐업 신고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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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의논을 드린다는 게 오히려 아빠의 심기를 불편해드릴 것 같아 저혼자 결정을 내렸어요, 어쩔수가 없었었요, 오죽하면 아빠의 딸이 그런 결정을 하겠어요, 왠지아세요, 환자들보다 의사와 종업원들의 숫자가 훨씬 더많았어요, 이제 이해가 되시죠?’
그말을 들은 성남은 할말을 잃었다. 누구를 탓할수많은 없다.
유행처럼 전국적으로 번진 남자들의 정관수술, 그리고 가임여성들의 임신 중절 수술, 어디 그 뿐 인 가. 어린생명 낙태수술, 그영향이 이제부터 나타나기 시작한것이다.
딸이 경영하던 산부인과 병원이 문을 닫고, 초등학교마저 문을 닫는바람에 천직으로 믿었던 아들과 딸이 갈데가 없어 집으로 들어오겠다고 한다. 성남은 지금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일로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아빠! 아무튼 죄송해요,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데, 그일은 그일이고 술잔 식겠어요, 어서 약주부터 드세요, 무슨 좋은 방법이 있겠지요,”
“야! 이 녀석들아 술을 딸으면 그술이 이애비 목구멍으로 넘어갈 것 같으냐? 지금도 이애비는 너희들에게 거는 기대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제는 명절도 예전명절이 아니고, 이애비에게는 잔인한 명절이되었다. 다른 이들은 명절이 돌아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손주 손녀 세뱃돈 준다고 자랑을 해대던데, 이애비는 이게 뭐냐! 지금와서 고작한다는 말이 애비혼자 적적할 테니 집으로 들어와 함께 살겠다, 그리고 효도한번 하겠다. 고양이 쥐생각하는것도 아니고, 눈물겹도록 감동하겠다, 에이! 이 못난 녀석들 같으니라고, 내 다시 묻겠다. 그러면 셋씩이나 되는 늙은이들이 모여산다면, 이것이 양로원이냐, 그도 아니면 경로당이냐, 누가 대담좀 해 보라고,…”
“아빠! 그래서 말인데 저는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여기거든요, 국제 변호사 시험에 도전해보려고요, 까짓것, 마음만 먹으면 안되는 것 있으려고요, 절간에 들어가 일년만 머리 싸매고 하면 설마, 그정도 국제 변호사쯤이야 안돼려고요, 그리고 아빠! 이 아빠딸 영리한 것 아빠도 인정하시잖아요, 우리니라 인구는 줄어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사건 사고들이 차고 넘치는 것, 아빠도 잘 아시잖아요?
듣다못한 성남이 나서서 말을 한다.
“야, 인석아 요즈음 세상 발에 채이는 것이 검판사들이고 변호사들이지만, 그래도 하늘의 별따기인데 할수 있겠어?!”
아빠! 그래도 아직은 변호사들의 영역은 건강하다고요, 물론 자기 능력이 뒤따라야 되지만요. 아버지 그리고 이처럼 우리나라가 인구 절벽시대에 외국인 이민 정책을 양성화하는 거에요, 그리고 내국인과 똑같이 그들에게도 혜택을 주는 거에요, -15-
정부가 아무리 그들을 잘 보살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소홀한 부분들이 있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그들을 위하여 훌륭한 법률가가 될려고요, 아빠! 그래서 말씀인데, 놀라지 마세요, 이딸, 변호사시험 일차는 이미 합격한 상태예요!?”
오래간만에 반색을 하는 성남의 얼굴 표정이다.
“그래 그래, 아직 꿈과 희망이 살아있다 그말이지? 그나마 다행이구나. 딸 정해는 그렇다치고 아들 너는 어쩔 셈이냐?”
그는 고개를 들어 아들을 쳐다보았다.
갑작스 런 아버지의 질문에 아들은 당황해하는 얼굴로 어쩔줄을 모른다.
…..“
음,… 아버지! 저는요, 글을 한번 써보려고요, 사실 직장 생활은 제 적성에 맞지 않는 다는 것은 아버지도 잘알고 계셨잖아요, 오히려 이번일이 저에게는 잘된일이지도 몰라요 전화위복이라고나 할까요, 학교다닐때 백일장에 나가기만 하면 장원은 휩쓸다시피한 것 아버지도 인정하시잖아요, 지구상에 전쟁이 없는 인류의 자유와 평화를 위한 그런 글을요, 그리고 글을 쓴다는 것은 정년이 없잖아요, 그 또한 매력이라면 매력이라 할까요, 게다가 저에게는 지금껏 겪어온 모는 일들이 글쓰는 데 좋은 자산이기도 하고요, 아버지를 주인공으로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요, 아버지, 이 아들 믿아주세요, 아버지 우리 속담도 있잖아요, 나중난 뿔이 우뚝하다고요!”
“말들은 그럴듯하게 잘들한다. 이 늙은 애비 아주 살살 녹이려 드는 구나!”
그말을 들은 성남은 아직도 희망을 잊지 않고 있는 아들과 딸이 그리도 대견스러울 수가 없다. 그제야 그는 술잔을 들었다.
“갑자기 이애비가 검판사의 애비가 되고, 작가를 아들로 두게되어 늙으막에 호사를 하는 구나, 그래서 말인데, 인생 백살은 너무짧은 것 같다. 안그러냐?!”
세 부자녀가 모처럼 한바탕 웃었다.
“자! 술잔을 모두 높이 들어라, 내가 건배제의를 하마. 건배는 삼창으로 한다.
이모두가 탁상 공론이 아니기를 바란다, 바란다.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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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경기 파주출생; 1984, 86년 현대그룹 창사기념 현상공모 최우수작품 당선; 1997년 [포스트모던]신인상; 한국문인협회. 국제펜 한국본부. 한국소설가협회. 한국 수필가협회. 파주문협회 회원; 강서문인협회장 역임. 저서내용; 수필집. [가깝고도 먼그곳]외 3권 소설집[그 여자의 마지막 겨울] 수상; 파주문학상. 강서문학상, 제29회 한국 수필 문학상. 현재; 국방 전우신문; [한강의 기적, 그리고 그영웅들]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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