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제목: 보바리 부인
2.저자: 귀스타브 플로베르
3.역자: 박동혁(동의대 불문과 교수)
4.출판사: 하서출판사 1999년판
5.독서기간: 2006.12.1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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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그 곳이 서양이건 동양이건, 현재이건 과거이건 모두 한결같은 공통점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펼쳐 들었다. 타임머신을 탄 듯 실제 체험해보지 못한 시공간 속으로 들어가 지금 처해진 환경과는 현격하게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생활들에 대한 새로움을 신선하게 느껴 보고, 작품 속의 면면들에서 발견되어지는 오늘날과 유사하거나 여전한 점들에 대해 흥미와 호기심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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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1800년대 후반의 프랑스가 그 배경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그 인근의 변두리가 이 작품 속에서 빈번하게 펼쳐지는 보바리 부인, 즉 에마의 애정 행각의 주 무대가 된다. 모파상이 쓴 '여자의 일생'이 한 평범한 여자의 불우한 일생을 그린 것이라면, 플로베르의 작품 '보바리 부인'은 평범한 여인들이 지루하게 이어지는 삶의 일상에서 일탈을 한 번쯤 진지하게 고려해 볼 때 벌어질 수 있는 사건들을 엮어 놓은 것이다.
작품 속의 에마(보바리 부인)는 그 태생이 지극히 서민적이고 자라온 환경도 별다른 특별한 부분이 없어 일반적인 여자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보아도 별 문제는 없다. 결혼 후 애를 낳고 평범하게 살아가지만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온 연애감정에 휩싸여 그만 일상적인 생활의 끈을 놓고 연인을 찾아 한없이 애를 태우며 사는 격정의 삶을 선택한다.
사랑하는 행위에 있어서 남녀의 태도는 너무나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그야말로 사랑은 여인에게 있어 모두를 버리고 모두를 걸만큼 진지한 것이라면, 남자들은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결정적인 순간에 모두 한 발 물러서는 소극적인 행위를 보인다. 사랑에 있어서 여자가 감성적이고 적극적이라면 남자들은 다소 이지적이고 논리적인 모습을 보인다.
에마는 결국 자신의 애욕에 빠져 많은 빚만 걸머진 채 주위 사람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다 독약을 먹고 자살하고 만다. 매사에 우유부단하고 일 밖에 몰랐던 에마의 남편도 그녀가 죽은 후 곧바로 죽고 만다. 그러나 세상은 그들의 죽음과 아랑곳없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유유히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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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베르의 이 소설에서는 사건 중심으로 시간의 속도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고 자연의 변화에 따른 정해진 속도를 따라 전개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에마가 들어 전개되는 사건들은 결코 소소한 것들은 아니다. 당시의 마을 단위로 생활이 이루어지던 울타리를 가정해본다면 그녀가 연애행각을 위해서 돌아다닌 영역은 마을을 벗어나 파리까지 이어진 것으로 결코 조그만 연애사건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사건을 중심으로 거창하게 진행되며 전개되는 속도가 빨라지는 요즘의 소설과는 달리 다소 밋밋한 듯한 줄거리의 흐름이 느껴지는 것은 사건을 핵심으로 하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변화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균형된 감각을 시종일관 견지하고 있는 작가의 자세 때문이다.
이것은 오늘날 개인주의의 성향이 강하여 자신을 중심으로 놓고 주변의 일들을 판단하려는 경향이 강한 반면에 보다는 자신과 주변의 세계를 일체로 놓고 조화와 통일된 관점에서 자신의 일과 주변의 일을 균형되게 판단하는, 즉 자신을 지나치게 내세우는 것에 대해 엄격했던 당시와 오늘의 달라진 세상을 여실히 보여 주는 한 측면이 되기도 한다.
이 소설을 통해서 보바리 부인이라는 한 여성의 허영과 애욕의 정도를 들여다보는 것만이 아닌 플로베르의 세계관도 그의 줄거리 진행방식을 통해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줄거리를 전개하며 자연의 변화에 대한 묘사를 결코 빠뜨리는 일이 없었으며 그 변화에 맞추어 당시의 사회와 가정이 갖추고 있는 삶의 근간을 노출시키고, 그러나 시대를 넘어선 인간의 변하지 않는 욕망과 그 본성에 대해서 빈틈없는 시각으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끝-(2006.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