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검색하면서 놀랐던 사실이 하나 있다. 그림을 그린 분이자 책의 저자인 전용석님이 내가 예~~전에 가입했던 한 자기계발 카페의 주인장(카페지기)이라는 것이다. 어느새 십 년도 훨씬 지났구나. 대학생이 되고 '자기계발'이라는 화두에 빠지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나를 성장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며 인터넷을 통해 관련 정보들을 찾기 시작했고, 좋은 글들이 많은 다음daum 카페를 하나 알게 되었다. 그 당시 내가 탐닉하던 자기계발서들에서 핵심이 되거나 울림을 주는 글들을 모아둔 느낌이었다. 그런 글들을 보며 다시 한 번 '파이팅'을 외치기도, '성공'을 꿈꾸기도 했다. 어느새 이것도 다 추억이다.
궁금한 마음에 책을 구입했다. 사실 다른 책에 비하면 가격이 나간다고 볼 수 있다. 500페이지 정도에 3만 5천원. 양장본인 것도 아니다(양장본일 필요는 없지만). 시세라고 표현하기도 뭐하지만 일반적인 시세는 아니다. 허나 내용을 읽어보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우선 애초에 대중서의 목적으로 쓰진 않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적 에너지 장에 직접 접촉해 얻은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했다는 사실 자체가 대중적이지 않다. 읽을 사람만 읽을 책이다. 단, 그 읽을 사람들에게는 소장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 한 권을 쓰기까지 저자가 얼마나 많은 연구를 하고 체험하며 시행착오를 겪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중학생이 되던 해(1985)부터 호흡 공부를 통해 명상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들을 세상과 나누고자 아봐타, NLP, 최면, 오라소마, 레이키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섭렵하고 공부했다고 한다. 책을 보면 참 표현하기도 애매한 마음, 정신, 에너지를 이야기하기 위해 자연과학, 심리학 등의 학문적 배경을 활용하기도, 자신의 공부 결과를 도식화하기도 한다. 관련 분야에 대한 산재된 공부를 스스로 정리하고 개념화시키고자 하는 분들께는 꽤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 내가 공부한 분야에 대해 내 경험+철학+연구자료를 최대한 도식화해서 알기 쉽게 정리하고픈 욕심이 있다. <비움과 치유의 근원 에너지>를 읽으며 이에 대한 욕심에 기름을 부어졌고 영감도 얻었다.)
다만 '개념'에 대해서는 만족스러운 책인데 그래서 무엇을 '실천'해야 되는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치유'와 '성장'을 하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솔루션은 '기명상'인데, 이에 대한 개념들은 다루고 있지만 그래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지 않다. 이를 원하는 독자는 워크샵에 참여해 지도를 받아야 한다. 당연히 아쉽다. 그것까지 알고 싶은 게 나처럼 호기심 많은 사람들의 욕심이니까.
그럼에도 책에 만족한다. 나 스스로 '욕심'이라 표현할 만큼 저자가 책에 많은 힘을 썼다는 느낌을 받아서다. 어설프게 살짝 언급만 해두고 각종 후기로 가득 채운 채 그래서 결국 우리 교육에 참가하라는 '교육 홍보책자'같은 책들과는 달랐다. 좋은 아이디어를 몇 개 얻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