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貴 年 大韓私立中高 校長會 會長
1. 현실의 問題 [前提] 얼마 전, 知友(지우)로부터 들은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었다. 知友는 모처럼 여가를 마련하여 한적한 休養地(휴양지)에서 가족 모임을 가진 후 손수 운전으로 귀경길에 올랐다. 짧은 일정이지만 家長(가장)으로서의 체면 유지는 물론 가족간의 情感(정감)을 나누었던 즐겁고 뜻 있는 시간이었다.
언제나 돌아오는 길은 혼잡했고, 그날따라 교통 체증은 말이 아니었다. 짜증으로 시작된 것이 분노로, 다시 체념으로 이어지다가 오히려 그러리라는 當然之事(당연지사)로 마음 먹었단다. 서울이 인접한 곳에서 검문이 있었다. 젊은 전경이 주민등록증을 보여달라고 했다. 주민등록증을 제시한 후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기에 주민등록증을 제시하였으니 보면 되지 않느냐 했더니 戰警은 다시 이름이 누구냐고 재차 요구했단다. “젊은 사람이 실없이 농담하느냐, 주민등록증에 적혀있지 않느냐”라고 핀잔을 주었더니 전경은 “그게 아니라…”하며 몇 번 주민등록증을 다시 살펴본 후 계면쩍다는 표정으로 검문을 끝냈단다.
귀경길의 바쁘고 늦은 시간의 일이라 몹시 언짢기는 했지만, 집에 도착한 후 그 일을 곰곰 생각했단다. 답은 이러했다. 주민등록증에 적힌 자신의 이름 漢字를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젊은 전경의 답답했던 처지를 생각하니 오히려 미안함이 앞섰다고 知友(지우)는 이야기 했다.
현대판 文盲(문맹)이 아닌가! 한글로 표기하면 되지 않느냐의 反駁(반박)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름은 하나밖에 없는 고유명사로 가족의 뜻과 정성이 담긴 깊은 의미가 있는 것이기에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한글 이름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의 國民情緖(국민 정서)와 共感帶(공감대)는 漢字 이름인 것이다. 〈餘滴 : 新規 발급된 주민등록증에는 한글, 漢字 이름이 倂記됨〉
2. 漢字 敎育의 必要 [本言]
말은 문명의 발전과 함께 생겨나기도 하고(生成) 사라지기도 한다(消滅). 이것이 바로 언어의 역사성이며 자연적으로 이루어 지는 것이다. 힘이 약해 쓰이지 않으면 사라지는 경우를 우리는 고유의 순수어(고유어)에서 찾을 수 있다.
漢字·漢文이 우리나라에 유입된 시기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6세기에 漢字·漢文이 토착화된 것을 볼 때 上古時代(상고시대)로 추정된다. 삼국시대에는 王名(왕명)과 행정구역명, 법률과 제도의 制定(제정)에 중국식 한자어를 사용하였고, 국사 편찬과 문학작품 등이 한문으로 이루어졌다. 한문은 고유어 체계 속으로 침투하여 한자어 생성을 촉진하였다. 고려시대 또한 한자어의 급속한 증가로 고유어는 한자어에 밀려 그 일부가 한자어로 代替(대체)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訓民正音 반포 이후에도 한문 崇拜(숭배)의 사상은 高揚(고양)되기만 하였고, 이러한 사상과 사회환경 속에서 한자어는 크게 증가하였다. 近代(근대)와 開化時期(개화시기)에 서양에서 많은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수많은 용어들이 한자어로 飜譯(번역)되었고, 중국이나 일본에서 한자어로 번역된 용어가 流入(유입)되었다. 그리하여 현대에도 한자의 功過(공과)가 논란되는 가운데에서도 한자어의 수는 늘기만 하였다. 이렇게 되자 한자나 한문 교육은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한자사용의 功過가 논의되기에 이르렀으며 한자를 廢止(폐지)하고 한글을 專用(전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어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한자를 완전히 폐지하자는 의견과 제한된 한자를 사용하고 교육하자는 의견이 대립되어 있다. 더구나 한자어마저도 순수한 우리말로 바꾸자는 주장까지 있어 언어 사용의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그러나 한자를 완전 폐지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도 周知(주지)의 사실인 것이다. 지금까지 한자 사용의 흐름을 通時的(통시적) 으로 略敍(약서)해 보았다.
한자는 한문만이 아니라 한자어의 이해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므로 한문교육의 필요성이 감소된 뒤에도 한자교육의 중요성은 없어지지 않았다. 언어는 經濟性(경제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바르고 빠르게 그리고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고 이해하기 위해서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며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말의 槪念語 語彙(개념어 어휘)의 부족이다.
抽象的(추상적)이고 槪念的(개념적)인 의미 분야, 특히 高度(고도)의 문화가 배경인 사고나 행동을 나타내는 말은 한자어에 대한 依存度(의존도)가 크다. 이에 비하여 일상적이고 기본적인 생활과 관련된 사물이나 운동·상태 등을 지시하는 것은 고유어가 많다.
한자어 중 가장 많은 것이 명사, 동사, 형용사임을 볼 때, 개념어의 바른 사용과 이해를 위해서도 한자교육의 필요성이 증대되는 것이다. 더구나 學問(학문)과 科學(과학)의 振興(진흥)은 개념어의 활용에 있기에 한자교육은 그 의의가 더 크다 할 것이다.
둘째, 한자의 造語力(조어력)이다. 요즈음 새로 생겨난 단어의 경우를 살펴보자. 物流費, 無公害, 不法滯留, 假象空間, 浸出水, 逆歸性, 電子新聞, 高解像度, 不渡率, 代案學校, 遂行評價, 脫北人, 從量制, 附加價値 등의 어휘는 한자어의 결합에 의한 것이며 先拂카드, 미시族, 携帶폰, 미란다原則, 極細로봇, 디지털化, 리필製品, 看板스타 등은 한자어와 서구어의 결합이다. 또한, 순우리말과 한자어의 경우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오빠部隊(부대), 자투리時間(시간), 登攀(등반)길, 拍手(박수)꾼, 괘씸罪(죄), 돈洗濯(세탁), 족집게課外(과외) 등이다.
이처럼 풍부한 造語力(조어력)을 활용, 고유어만으로 표현될 수 없는 여러 가지 觀念(관념)이나 事物(사물) 情緖(정서) 등을 나타낼 수 있으므로 국어의 어휘를 더욱 풍부하게 해 주는 이점이 있다.
셋째, 表意力(표의력)의 뛰어남이다. 한자는 事物(사물)의 形狀(형상)을 바탕으로 視角(시각)에 의하여 의미를 전달하는 문자이기에 표음 문자와는 달리 壓縮的(압축적)이고 含蓄的(함축적)인 意味(의미)의 표현과 전달에 큰 效用(효용)이 있다.
어느 정도의 한자교육을 받은 사람은 신문, 잡지, 방송 등의 글과 말을 빠르고 정확하게 소화할 수 있으며, 기타 분야의 용어나 개념을 이해함에 있어서도 신속한 適應力(적응력)을 발휘할 수가 있는 것이다.
3. 맺음말 [提言]
말은 文明(문명)의 발전과 함께 생겨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 純理(순리)인 것이다. 더구나, 오늘날과 같은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多樣化(다양화)·異質化(이질화) 된 사회에서는 생겨날 말이 많을 것이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21세기는 기술, 문명, 사상 등의 유입이 더욱 加速化(가속화) 될 것이다.
언어와 문자 생활은 편리함과 올바름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우리말은 우리 민족의 중요한 文化 遺産(문화 유산)이다.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인류의 소중한 문화 유산이기에 한자어로 되었다 하여도 그것은 우리말인 것이다. 우리 역사와 문화 전통이 한자 및 한문으로 담겨 있기에 값진 유산 및 얼을 온전하게 보존하여 후손에게 물려 주기 위해서도 한자교육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없이 현재와 미래가 存在(존재)하거나 繼承(계승)될 수는 없다. 21세기는 尖端技術(첨단기술)과 創意力(창의력)이 민족과 국가의 앞날을 좌우하기에 더욱 이론, 원리, 법칙, 응용 등을 배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어휘와 개념의 빠르고 정확한 이해와 표현이 필요하다. 학교에서의 한자교육이 이에 강조되는 것이다. 한자어도 우리말이라는 包容力(포용력)과 融通性(융통성)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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