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소설이다.
이틀간 두 권의 소설책을 읽어버렸다.. .
두 권다 이미 어느정도 줄거리를 알고 있는 상태이고 책을 드는 순간 마지막으로 미친듯이 내달린 기분이다.
홀가분하다.
작가의 처녀작이라는 것은 첫 신기를 받은 무당처럼 영험하면서 맑아 그 깊이를 빤히 드러다 볼 수 있을 정도로
투명하나 실제 발을 들이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는 그런 빠져듬이 있다고 할 수 있다. . .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두 화자는 모두 어린 시절 저항불가한 인간들로 부터 정서적 육체적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으며
한 사람은 불안정한 정서를 가지고 있느나 화가가 되고 다른이는 이들을 돕는 심리상담사로 살아간다. . .
경험했기로 감히 말하자면 자신의 내면에 치유되지 않은 깊은 상처가 없는 사람은 굳이 타인의 마음에 관심이 없다.
아니 마음이라기 보다 상처라는 표현이 더 좋겠다. 알 수 없는 끌림이란 다 이유가 있다. . .
이 책은 다 읽고나면 "어,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는 이 책이 보여주는 시점대로 이야기를 받아들이면 앞뒤가 맞지 않고 혼란스럽다.
아마도 이러한 것을 염두에 두고, 아님 계산하고 이야기를 구성한 것이 아닌가 싶다.
심리상담가 테오, 그리고 남편을 살해하고 스스로 침묵속에 자신을 가둔 미모의 화가 엘리샤. .
그리고 남편 대신 죽음을 선택한 신화 속 아내 알케스티스. . . .
우리는 사랑을 어디까지 믿을 것인가? 과연 내가 아닌 타인을 믿는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정신과 진단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인가?
우리 개개인은 자신을 정신병리적으로 Normal 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누가 비정상이고 누가 정상인가?
이를 어떻게 가려낼 수 있을까?
사실 관련된 공부를 한 나지만 나의 결론은 누구에게나 신경증적 병리는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상황이다. 좋지 않은 상황이 아주 특별하거나 연속적으로 전개된다면
우리 모두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영위하는데 어려움을. . . 아니 어려워진다.
좀 더 강인하고 좀더 유연할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생각한다.
테오는 자신의 아내 캐시가 바람을 피우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뒤를 밟아 그 상대를 파악하고 그의 집과 가족의 주변을 맴돌며 분노를 키워간다.
엘리샤는 화가로서 남편이 헌신적 사랑을 의심하지 않으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으며
남편 가브리엘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신뢰를 가지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테오는 이들의 집에 침입하고 엘리샤가 보는 앞에서 가브리엘의 사랑이 위선이었음을 밝히게 하고
그 집을 떠났지만 남편에게서 두 번째(첫번은 아버지로부터. . .) 사형선고를 받은 엘리샤는 격분하여
테오가 두고 간 총으로 남편을 살해한다. . . 그리고 그녀는 오랜 침묵을 선택한다.
이후 재판과정에서 엘리샤는 정신병원에 치료감호를 받는 초처가 취해지고
테오는 이 병원으로 자원 입사하여 엘리샤의 침묵을. . . 치료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엘리샤는 테오가 남편이 죽던 날 자신의 집에 침입했던 얼굴없는 침입자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입을 열게 되자 테오는 그녀의 입을 다시 막아야될 상황에 이르게 되고 엘리샤에게 강한 약물을 투여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
그리고 그는 자신이 매우 신뢰할 수준의 완전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지만
엘리샤는 이러한 사실을 일기에 적어 숨겨두었고 이는 사건을 맡은 형사에게 전달된다.
테오는 사람은 어떻게 살인을 저질를 수 있을까에 대해 이렇게 말을 하고 싶어한다.
어린시절 학대경험은 두려움을 넘어 분노로 당사자에게 내재되어 있다가 특정 상황에서 트리거가 당겨지면
실행에 옮겨질 수 있는 깊고 강한 힘으로 새겨진다고. . . .
일단 이름을 붙이면 그 대상 전체를 보지 못하고 왜 중요하지도 모르게 된다.
극히 작은 부분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말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 . p12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고 대화를 시작하는 법이 전혀 없다면 사람들이 잊어버리는 존재가 되고 만다.
엘리샤는 빠른 속도로 배경에 녹아들었고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 . . p61
살의에 도달하는 분노나 누군가를 죽이게 되는 분노는 현재 시점에서 생겨나지 않는다.
그런 감정은 기억보다 이전에 속하는 곳,
아주 어린 유년기 세상에서 학대와 혹사를 당하는 가운데 오랜 세월에 걸쳐 생겨나고 결국에는 폭발한다. . . p62
모든 곳에 고통이 존재했지만 우린 그저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 모두가 두려워한다는 것이 진실이다. 우리는 서로를 두려워하고 있다. . . . .
행동은 말보다 더 크게 말한다고 하지 않는가?. . .p90~91
정신분석학자 W. R. 비온은 아기의 고통을 부살펴주는 어머니의 능력을 담아주기(Containment)라고 정의. .
아기 시절이 행복한 시간이 아니라는 것 기억해야한다. 오히려 공포의 시간이다. . . . .
어머니가 우리의 괴로움을 달래주고 우리 경험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어머니가 그렇게 해줌으로써 우리는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상황을 관리하는 방법을 천천히 배운다.. .
스스로 담아내는 법을 한 번도 배우지 못한 사람은 살아가는 내내 불안한 감정으로 홍역을 치르게 된다.
비온은 그런 감정을 이름 모를 두려움이라고 적절하게 명명. . .
그런 사람은 이런 채울 수 없는 담아내기를 외부에서 공급받을 방법을 찾게된다.
이런 식의 끝없는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서 술이나 마리화나를 칠요하게 되는 것. . . .p118~119
이 곳에서 인생의 첫 18년을 보냈다. 이 담장 안에서 그녀의 인격이 형성되었다.
어른이 된 이후 생활의 뿌리와 모든 이유, 그에 따른 선택들이 이곳에 묻혀 있었다. . .
위니컷은 "아기는 어머니가 먼저 아기를 미워하지 않는 한 어머니를 미워할 수 없다"고 말했다. . . p178~179
예술의 핵심은 미스터리에 있습니다.
엘리샤의 침묵은 그녀의 비밀이자 종교적 의미에서 그녀의 미스터리입니다. . . p202
경계성 환자는 매력적이지. . . .p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