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배낭을 챙기고 있는데 산악회 회원 한 분이 연락이 왔다.
전화번호를 보니 회사인데…. 내일 갑자기 비상 근무란다. 아직도 퇴근을 못하고 근무를 한단다. 이번에는 동료 한 분과 같이 산제 참석을 하려 했는데 두분 모두 참석이 어렵다며 총무님에게 미안해서 대신 전해 달란다. 회사일이 우선이니.....
모처럼 아들과 같이 산행을 하기로 하고 지난주에 참석 의사를 전하고 매일 기상 시간을 보니 이 친구 당일 날 힘들어 할 것 같다. 아침마다 제시간에 일어나질 안으니…. 하기사 몇 날 며칠을(365일) 새벽에나 잠시 자고 학교에 다녔으니. 고생했지…
잠자기 전에 5시 일어나기로 약속했지만 역시 30여분을 더 자고 일어나서 서둘러 배낭 챙겨 강변 역으로.
이번 산행은 우리 산악회의 제8회 산제가 있는 날이다.
산제에 대하여는 잘은 모르지만 나의 견해로는 개인 사정 등으로 산행에 자주 참석하지 못한 회원들도 이날만큼은 모두 참석하여 단합할 수 있는 자리가 되고 1년을 새로 시작하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올 한해 산행의 무사 안일을 기원하는 자리이지 않나 싶다.
강변 역에 도착하니 임원들의 바삐 움직이는 모습들이 여기 저기 보인다. 차량이 두 대이기 때문에 좌석 배치표를 확인 승차하니 모두들 반긴다.
출발이 조금 지연, 20분에 강변 역을 빠져 나와 중부 고속도로로….
좌석을 보니 생각보다 많이 비어 있다. 회사 일로 참석이 어렵다는 전화가 몇 몇 분에게서 왔다고 한다. 1년에 한번 인데….
내가 탐승한 차량은 2호 차이며 부회장님의 진행으로 오늘 일정 설명 후 휴식, 차내에는 오랜만에 오신 분들과 서로 지난 이야기들로 꽃을 피운다. 주말이라 그런지 조금씩 속도가 줄지만 계획된 시간에 죽암휴게소에 잠시 휴식, 1호 차 탑승 회원 중 못 본 분들에게도 인사,
아침 식사를 못한 분들이 있어 출발 시간이 약간 지연. 대진 고속도로를 경유 금산으로 나와 시내에 들여 산제 제물을 예약해 놓아 잠시 정차 후 산행 출발지인 석동초등학교 앞 주차장에 도착하니 계획보다 30여분 지체.
10시20분에 산행 시작, 산제 준비를 위해 몇 분은 산행을 못하고 뒤에 남는다.
지난주 답사했던 분들에 의하면 산행에는 그리 힘들지가 않다고 했지만 나는 모처럼 아니 한번도 이런 경험을 안 해 본 아들과 같이 행동을 해야 되기에 후미에서 출발
감사님이 올라오면서 이번에는 나도 후미로 갈란다 하며 지난번 산행 때 선두에 서서 너무 빨라 후미가 고생했다고 누가 미워했단다.^^
10여분 오르니 1,080년이나 되었다는 은행나무가 있다 가을에 오면 은행나무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겠다 싶다, 지금은 앙상한 가지로만 있어 한겨울을 잘 버티고 있다
이제 얼마 있으면 파릇파릇한 싱싱한 잎을 자랑하면서 웅장한 모습으로 변하겠지.
낙엽송이 가을에 잎을 떨구어내는 것도 자기들이 한겨울을 지내기 위한 수단이라고 하던데…. 겨울잠을 자는 생물들과 같은 이치라 하겠다. 영양을 공급하기 힘든 계절이니. 자연의 법칙이란 그냥 그대로가 좋을 듯 싶다 인간이 무엇인데 자연 앞에 으뜸으로 행세 할여하는지....
크게 나있는 도로를 걸으면서 주변의 낙엽송을 보며 가을의 단풍이 이곳에도 만만치가 않겠다 싶다. 옆에 계시던 회장님의 말씀에 의하면 가을에는 반대로 하산하면 운치가 더 있다고 귀띔을 해주신다.
영천암을 우측으로 등산로가 나있으며 조금씩 얼음이 얼어 있다. 모두들 추위를 대비해 두꺼운 옷들을 입고와 중간에 잠시 쉬면서 상의들을 벗기 시작한다. 오르면서 응달에는 어름이 제법 미끄러움을 느끼게 만든다. 아들은 역시 서툴다 이렇게 해서 이렇게 와라 하는데도 조심이 최고라고 점점 산행 시간이 길어진다.
오름도 가파라지고 자꾸 뒤만 바라다 보이고 나도 헉헉거리기 시작한다. 그나마 눈이 없어 다행이다 이런 길이 눈과 얼음으로 덮여있으면 더 고생이다 싶다.
출발후 한 시간여 만에 도구통바위에 도착 아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앞을 보니 신석범님과 이창연과장님이 기다리고 있다. 두 분은 전에 같은 지사에서 근무를 해 서로 잘 알고 있어 동행을 한다. 특히 이창연과장님은 2004년 울릉도 산행 시 나에게 고생한다고 더덕을 선물 그 선물로 나물 해먹고 몇 뿌리는 술을 담았는데 담아 놓고 2년이나 방치했다 ㅋㅋㅋ 작년에는 바쁜 일이 많아서 한번도 우리 산악회 산행에 참석을 못해 아쉬웠지만 올해는 당일 산행이 토요일로 바뀌면서 1월 산행부터 참석하기 시작했다. 전날 참석한다는 쪽지가 나에게 왔고 무척 반가워하며 이번에 더덕주의 맛을 보여 줘야겠다 싶어 더덕 2뿌리를 넣고 담근 더덕주를 지하 창고에서 꺼내 보니 잘 우러나와 제 맛이 나겠다 싶어 한잔 살짝 할까 하다 배낭에 챙기니 배낭이 꽉 찬 기분이다. 오르면서 정상에서 한잔 해야 되겠다 싶은데 자꾸 그분들과 거리가 멀어진다. 정상의 전위 봉인 737봉을 거진 도착하니 위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올려다 보니 박상태 전 환경부장님의 손짓 얼굴을 들랜다. 사진 촬영을 위해…. 올라와 배낭을 내려놓고 알아보니 뒤에 부회장님과 몇 분이 더 있다고 한다. 다행이다 싶다.
더덕주 애기를 하니 아까 같이 동행하신 두 분이 껴내서 한잔하고 출발하잰다.
한잔을 하니 맛이 괜찮다 하면서 결국은 한잔씩 더 하고 출발, 나중에는 내려가면서 두 잔의 효력을 톡톡히 받았지. 엉덩방아 한번씩……
좀 있으니 후미가 올라온다. 그분들에게 휴식 자리를 내주고 우린 정상을 향하여 다시 출발 아들에게 아이젠을 채워 미끄럼 방지를 하니 한결 수월하다 하지만 30여 미터를 가니 아이젠이 필요 없고 간간이 전망 좋은 시야가 탁 트인 등산로로 되어 있어 즐기면서 산행할 수 있어 좋다. 건너편 산에는 눈이 아직 녹질 않아 그런대로 겨울산을 느끼게 하며 오른쪽 산 아래 성곡리 방향으로 저수지와 농한기의 한가로운 농촌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앞선 두 분이 사진 촬영을 요구 멋진 배경 삼아 두어 컷 찰칵. 737봉에서 지도상으로는 40여분 걸리는 정상이 왜이리 멀게만 느껴질까 하면서 뒤에서 투덜댄다. 아빠 땜에 5년은 생명 단축됐단다. 난 이곳 공기 좋고 경치 좋아 내가 생각하기에는 10년 더 생명을 연장 할거다 그러니 5년을 빼면 5년 더 연장됐으니 나에게 보답해라 등등 응수…. 737봉에서 출발 한지 한 시간 정도 걸어 정상에 오르니 회장님께서 반겨주신다. 후미가 도착 바로 기념 촬영 후 하산 다시 아들에게 아이젠을 착용, 가파른 내리막 길을 조심조심 하산하는데 건너편 산 아래에는 산제 장소에 주차되어 있는 대형 버스가 보이고 앞쪽으로는 원효암으로 내려가는 몇 분이 보인다. 우리도 저기로 내려가냐고 지래 겁 먹는다. 처음 산행 계획서에는 수리너미재로 해서 산행을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산행 시간이 좀 길어 시간 단축을 위해 원효암 쪽으로 수정했다 한다. 정상에서 10여분 내려오니 왼쪽으로는 원효암으로, 직진하면 수리너미재 방향으로 의 이정표가 있다 원효암 쪽으로는 굵은 로프가 가파르게 경사진 바위 면에 설치되어 있다. 내려오는 요령을 갈 켜주니 이제는 제법 잘 내려온다 오랜만에 등산화를 신어보니 하산 길에는 발이 좀 무리가 간단다 통증이 조금씩 온다고…. 계속 가파른 산행길에도 주변 산자락에 열려있는 대형 고드름을 보며(응달에는 눈이 녹으면서 줄줄이 고드름이 얼어 진풍경을 이루고 있음), 힘들다고 투덜대던 모습은 어디 가고 뒤에서는 흥겨운 노랫소리가 들린다. 히히 모처럼의 동행에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집사람이 하루 빨리 정상으로 회복, 올 중간쯤에는 같이 다닐 수 있도록 노력 해야 되겠다 싶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다 보니 지붕이 보인다 그곳이 바로 원효암이다. 내려서 대웅전에 들려 삼배 올리고 나오니 뒤에 오시던 분들도 도착 산행시간이 너무 걸린 것 같아 서둘러 내려가야겠다. 계단을 내려서는데 맞은편에서 돌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바라보니 맞은편 절벽에 얼어 있던 얼음이 녹으면서 떨어지는 소리다. 이제 봄이 오려나 보다 하기사 내일이 우수이니 봄은 왔다고 해야지. 내려가는 길은 가파른 포장도로로 되어 있어 힘들다 제 시간 보다 1시간 정도 늦은 오후 2시에 산제 장소에 도착, 여성부장이 준비한 김치찌개 냄새가 내 코에 진동한다. 얼른 먹고 참석해야지 했는데 시간이 지체 먹으면서 산제 참석, 사무국장의 식순에 의한 산제가 순조롭게 진행된다. 국민의례 및 회장님 인사 그리고 서울에서 근무하다 지방으로 옮기신 직원 분 인사에 이어 올해의 모범회원 공로패 시상, 공로패를 받은 이는 예상대로 작년에 무지 열심이던 여성부장 차지이다. 그리고 등반대장의 경과 보고서 낭독 등 우리 산악회가 지금까지 해온 산제는 항상 정석 그대로이다. 회원들의 올 한해 무사 산행을 위해 참석자들의 헌작 및 마지막으로 만세 삼창으로 올 산제의 막을 내린다. 음복 주 한잔씩 마신 뒤에 임원진 및 우리 산악회의 발전을 위해 협조해주신 분들의 경품 추첨을 한다. 우리 부자는 올 해 복이 터진 것 같다. ㅋ ㅋ ㅋ. 두 장 모두 경품에 당첨되었으니 말이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회원들 상호간에 단결을 다짐하는 모습들이 여기 저기 볼 수 있어 좋아 보인다. 작년 초에 참석을 잘 하던 한 회원 분이 서울에서 승용차로 직접 달려와 축하도 해주니 이보다 더 감격적인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올 해도 우리 산악회의 깨지지 않은 전통인 산행시에 비 내림 방지(?)을 위해 헌신하시는 회장님이하 모든 임원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산행시간표
강변역출발(07:20)-죽암휴게소(09:00~20)-금산시내(10:00)-석촌초등학교앞주차장(10:20)-은행나무앞(10:30)-영천암(10:45)-도구통바위(11:25)-737봉(11:45)-진락산 정상(12:45)-원효암(13:30)-산제 장소(13:50)-산제(14:00~15:10)-현지 출발(15:35)-신탄진휴게소(16:25)-음성휴게소(17:20)-강변 역 도착(1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