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걸어야 할 길
김광훈 목사
“범사에 여러분에게 모본을 보여 준 바와 같이 수고하여 약한 사람들을 돕고 또 주 예수께서 친히 말씀하신 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하심을 기억하여야 할지니라”(행 20:35)
봉사에 대한 신약성서의 헬라어 ‘디아코니아’(diakonia)는 ‘식탁에서 시중을 들다’ 또는 ‘식사를 관장하다’ ; ‘섬김을 수행하다’ ; ‘공동체 내에서 어떤 특정한 의무를 수행하다’ ; ‘헌금을 드리다’ 등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즉 디아코니아는 종의 자리에서 이웃을 위해 최상으로 최선을 다하여 섬기는 것을 말합니다.
예수께서 가르치고 선포한 ‘하나님 나라’가 참으로 기쁜 소식(good News)이 되고 복음(Gospel)이 되기 위해서는 예수께서 보여주신 종의 모습으로 전파되어야 합니다. 말씀과 행위가 연결되고 입으로 전해지는 그리스도의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천되어야 합니다. 이제 우리 주위에는 예수에 대하여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예수에 대하여 소문으로만 들었을 뿐, 예수의 사랑을 실제로 깨닫지 못하고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고 복음을 바르게 전할 수 있는 길이 바로 디아코니아, 즉 기독교 사회봉사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하면서 우리 사회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여 왔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학교와 병원을 세워 민족을 깨우치고 돌보았으며, 민족의 독립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개발독재시대에는 독재에 항거하고 힘없는 민중의 편에 서서 인권과 정의와 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해 노력하였고, 나아가서 민족의 통일과 평화를 세우는 일에 헌신하였습니다.
이러한 헌신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는 대형주의와 물량주의, 교파분열과 연합정신의 결여 등 나누는 일과 섬기는 일의 실패로 인하여 그 동안의 헌신과 수고가 빛을 바래고 말았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교회는 하나님과 이웃을 향한 섬김의 자세를 통하여 양적 성장에 걸맞는 질적 성숙과 연합정신을 회복해야 할 것입니다.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 1877∼1962)의 “어거스터스(Augustus)”라고 하는 작품 속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떤 부부가 오랫동안 자식을 낳지 못해 몹시 애타게 자식을 기다렸는데 드디어 바라던 아들을 낳게 되었습니다. 온 집안이 기뻐했습니다.
그날 밤에 신비한 노인이 이 산모에게 나타났습니다. 그리고는 말했습니다. 이 아이를 위해서 한 가지 소원을 말하라, 그 한 가지 소원은 내가 꼭 들어주마. 산모는 귀하게 얻은 자식을 위한 많은 소원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 가지 소원만 말해야 하기 때문에 오래 오래 생각하다 드디어 그 소원을 말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아이가 되도록 해주십시오.
신비한 그 노인은 그래, 네 소원을 들어 주마 대답하고는 사라졌습니다. 그 소원대로 아이는 자라면서 부모님의 사랑, 형제의 사랑, 선생님의 사랑을 받았고 이웃의 사랑까지도 독차지하며 많은 칭찬을 받으며 자라 갔습니다. 그러나 그는 사랑을 받기만 할 뿐 남을 사랑할 줄 모르는 교만한 사람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그리하여 그의 노년은 비참하고 쓸쓸할 뿐이었습니다.
그때 노인이 다시 어거스터스에게 나타나 말했습니다.
“어거스터스, 너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았지. 그대는 진정 행복하냐?”
어거스터스는 대답했습니다. “아닙니다. 내 마음은 너무 허전합니다. 공허합니다. 외롭습니다. 할 수만 있으면 새롭게 축복해 주십시오. 섬김을 받으며 살지 않고 섬기며 살 수 있도록, 그리고 도움만 받지 않고 남을 도와주며 살 수 있도록, 대접받기 보다는 대접하며 살 수 있도록 해 주십시요”
그렇습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사랑이란 바로 주는 것이며 예수님께서는 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우리를 위해 다 쏟아 부으시며 사랑하셨습니다. 그리고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서로 사랑하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믿음의 선배들의 헌신의 열매로 축복받은 우리교회는 나누며 섬기는 교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난 12월 7일(?) 충청남도 태안 앞바다에서 유조선과 해상 크레인선의 충돌로 인하여 발생한 원유유출사고는 또 한 번 인재로 인한 환경재앙의 심각함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번 사고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서해안의 생태계가 복원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년 이상은 걸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바다를 배경으로 생계를 유지해 온 주민들은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교단 사회봉사부(부장 윤의근, 총무 김종생)에서는 사건발생 후 현지를 답사하고 12월 10일 1차로 긴급구호 기금 2천 만원을 피해 지역의 교회들에게 전달하고, 관계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한편 충남노회 관계자들을 만나 지원대책을 논의하고, 만리포교회(유성상 목사)에 재해구호본부를 설치하고 피해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전개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14일 김형태 총회장님과 임원 그리고 전국노회장님을 비롯한 사회봉사부원, 환경보전전문위원, 특히 이날 행사에는 평소에 도움을 받으며 살았던 희망의 쉼터 노숙인들과 총회 농아인선교회 회원들이 우리도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며 참여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1월 11일에는 서해안 살리기 한국교회봉사단(대표 김삼환 목사, 단장 오정현 목사) 출범식이 있던날 새벽부터 폭설이 내려 곳곳에 빙판이 지고 길이 막혔지만 서해안을 살려야 한다는 의지 하나로 모여 한국교회의 힘을 모으기로 하였습니다. 보수교단과 진보교단의 지도자들과 성도들이 한 마음으로 손을 잡았습니다.
봉사단은 부활절까지 100만 명의 자원봉사자를, 6월까지는 300만 명을 파견해 기름띠로 얼룩진 바다를 맑고 깨끗하게 씻어내자고 다짐했습니다. 환경부와 행정자치부는 한국교회와 연대하여 생태마을과 전시관을 만들어 생태교육의 산실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렇게 한국교회가 기름폭탄을 맞고 신음하는 서해안을 살리는 일에 하나되어 섬기고, 섬김으로 하나가 되는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그동안 국내외에서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각종 지원에 동참하여왔지만 이번처럼 대대적으로 손을 잡고 나서는 것은 처음이라 생각됩니다.
아무쪼록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의 말씀처럼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한 환경재앙을 한국교회가 하나로 손을 잡는 계기가 되게 하셨습니다.
우리 주님은 바울사도를 통하여 오늘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범사에 여러분에게 모본을 보여 준 바와 같이 수고하여 약한 사람들을 돕고 또 주 예수께서 친히 말씀하신 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하심을 기억하여야 할지니라”(행 20:35)
- 3월 첫째주 사회봉사주일에 전국교회에 보낼 설교문 / 총회 사회봉사부의 원고청탁을 받고 -
첫댓글 목사님의 글 감동 깊게 읽었습니다. ^^
안녕하세요!! 섬기미(김광훈)님 !! 직업이 목사님 이셨군요. 좋은 게시글 감사합니다. 목사님의 교회에서 사회 봉사 활동 등 좋은 일을 많이 하시고 계시는군요. 목사님께서 원하신다면 종교방을 별도로 하나 만들겠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신지요? 목사님께서 종교방 게시판지기를 하시면서 선교활동도 하시고 찬송가도 올려주시고 종교에 관한 모든 게시글을 올려주시면 더더욱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죄송합니다. 요즈음 한국교회가 하도 욕을 많이 먹어서 드러내기가 좀.... 그래서 목사라는 것을 밝히지 않으려고 했는데....
저는 목사님을 존경합니다. 한국교회가 국민들에게 욕을 많이 먹을 만큼 잘못을 하였다면 지금부터라도 바른길로 선교해야 되지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시간 나시면 자주 방문하시여 주님의 좋은 말씀 들려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