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이르러 전통적인 가치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되면서 민화에 대한 일반적인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덩달아 민화를 그리는 미술인구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민화는 작업의 특징상 그 기초를 다지는 일에도 적지 않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기초기술을 익힌 후에는 전통적인 습속을 그대로 따를 것인지, 또는 현대적으로 해석할 것인지 갈등을 겪게 된다. 이는 전통성과 현대성의 충돌에서 오는 작가적인 선택의 문제이다. 현대를 살고 있는 작가로서의 자의식과 창의성의 발현이라는 요구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인 것이다. 이용애는 민화의 현대적인 해석이라는 문제와 관련해 슬기롭게 극복해 가고 있다. 전통을 견지하는 가운데 부분적으로 현대적이고도 창의적인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민화만의 특이한 조형어법을 기반으로 하되 부분적으로 현대적인 이미지를 도입함으로써 시대감각을 반영하고 있다. 현대라는 시제에 일치하는 이미지 또는 기존의 이미지를 변형하는 등 일련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민화가 가야할 방향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물론 그는 기존의 민화를 그대로 재현하는 임모방식에 여전히 순응한다. 독자적인 조형세계를 관철할 수 있는 기초적인 역량을 충분히 닦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민화를 답습하는 것은 민화 자체가 목적화로서의 성격을 외면할 수 없는 까닭이다. 즉, 보이는 사실 또는 심미세계를 표현하는 일반적인 회화와 달리 인간 삶의 길흉화복과 관련한 상징성이 그림의 내용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내용과 관련해 새로운 점을 보태고 빼낼 것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민화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 및 기법을 숙지하고 있는 그가 기존의 민화를 임모하는 것은 민화가 가지고 있는 내용을 그대로 수용한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이미 기존의 민화가 완성해 놓은 형식적인 면과 상징적인 메시지는 현대인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기에 그렇다. 그는 기존의 작품을 형식면에서나 내용에서 완전히 이해하고 습득함으로써 창의적인 조형어법을 모색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듯싶다.
그는 기존의 민화가 가지고 있는 오랜 시간의 흔적 또는 그 맛을 내기 위해 치자나 커피 따위를 이용하여 소지에 물을 들이는 등 나름대로의 방법을 강구한다. 어쩌면 기존의 민화에 보다 더 가까이 밀착함으로써 옛 사람들의 정서에 동화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그의 작업은 기법적인 완성도는 물론이려니와 시간의 흔적 그리고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 민화의 고태에 근접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그는 최근 여기에서 한 걸음 진전하여 독자적인 시각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민화가 가지고 있는 형식적인 질서 및 조형어법은 그대로 가지고 가되 구성적인 변화를 모색하게 된 것이다. 소재를 배열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어 기존의 견고한 형식적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조형미를 확보하려는 의도임을 알 수 있다. 전통적인 형식미를 숙지하지 못한 눈으로는 그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할 만큼 미미한 것일 수도 있으나, 그 조그만 변화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담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니금기법으로 장식성을 강화하기도 한다. 금분을 이용하여 기존의 민화에 없는 이미지를 첨가하는 등 그 자신만의 형식을 도모하는 것이다. 민화에 'HAPPY'라는 영어 단어를 끼워 넣는가 하면, 쌍몽룡도에 기존의 민화에 없는 모란을 배치하기도 한다. 또한 모란을 열십자 형태로 구성한 뒤 그 중간에 나비를 배치하는 등 새로운 조형적인 해석을 시도한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은 최근의 작업에서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가령 기존의 호랑이 또는 표범의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하되 거기에 모란을 도입하는 재구성을 통해 전혀 새로운 감흥을 이끌어내고 있다. 모란 위에 호랑이를 배치하는 작품에서는 호랑이가 마치 모란 형상의 구름을 타고 가는 형국이다. 뿐더러 모란 한 가운데 호랑이를 끌어들이는 반전을 통해 민화의 현대적인 해석이라는 관점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실험적인 작업은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민화의 재해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파격적인 변화인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의표를 찌르는 새로운 조형적인 실험이 결코 어색하다거나 억지스럽지 않다. 오히려 민화의 표현영역의 확장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견고한 형식미를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민화의 소재 및 제재 그리고 형석적인 질서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민화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을 은유하는 방식으로 전개하는 그의 새로운 작업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작가로서의 책무를 인식한 결과이다. 이는 창의적이면서도 시대를 앞서 가는 열린 작가의식의 소산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글 : 이용애 작가노트
우리의 삶과 함께 해온 민화
민화는 우리의 삶과 항상 함께 해온 그림이다. 민화는 우리 삶을 해학과 풍자로 표현하며 우리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일상생활 곳곳에 놓여 우리의 삶과 항상 함께 해왔다. 하지만 아직도 민화에 대한 연구는 많이 부족한 편이다. 상징성과 해학성을 갖고 있는 민화는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화면구성과 채색으로 생활화로서의 장식적인 면이 강한 그림이다. 혼인식과 회갑연에는 모란병풍으로 장식해 신랑 신부의 백년해로와 부귀영화를 기원하고, 신부의 꽃가마에는 호피도로 횡액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했다. 선비의 방에는 과거급제를 위한 약리도나 책가도를 걸었다. 그리고 매년 정월 초하루에는 대문이나 집안에 호랑이 그림을 붙여 액을 막고 용그림을 붙여 복을 불러 들였다. 민화는 그렇게 우리의 삶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림속에서 기다림의 미학을 배운다.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를 구상한 후 장지위에 먹으로 디자인한다. 그리고 아교와 치자, 백반으로 염색을 한 후 채색을 한다. 이때 수간분채와 아교를 손으로 직접 개어서 채색할 색을 만든다. 여러 가지의 채색을 위해서는 마른 후 다시 채색해야 하는 과정을 거친다. 장지의 질감이나 색감에 따라서 채색과정은 달라진다. 이렇게 채색이 끝나면 배접을 하고 마지막으로 선을 쳐 마무리 한다. 하나하나의 작업은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 채색이 마르기를 기다리며 그림을 느끼고, 완성 후의 모습을 상상함도 큰 즐거움이다. 어떤 작품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리기를 그만 두고 싶을 때도 있다. 이럴 땐 잠시 그 그림을 멈추고 작업실 한쪽에 걸어 놓는다. 오고 가며 그 그림을 살피면서 천천히 완성하다 보면 다른 작품보다 그 그림이 더 애착이 가기도 한다. 왜 일까? 생각해보면 두고두고 생각하고 천천히 채색을 해서 인 것 같다. 그리고 난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기다림의 미학과 여유를 배우기도 한다.
민화에 들어 있는 상징성, 해학성, 은은한 향과 같은 소박함이 너무 좋다.
민화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 다산을 상징하는 석류와 와 포도, 물고기, 곧은 선비의 정신을 나타내거나 장수를 뜻하는 소나무와 바위, 장수를 뜻하는 거북과 국화, 천도복숭아 등 사물하나하나에 뜻하는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까치와 호랑이가 나오는 호작도를 살펴보면 좋은 소식을 불러온다는 까치와 액을 막아주는 호랑이는 벽사의 의미로 상징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소나무에 앉은 까치는 일반백성을 상징하고 호랑이는 부패하고 무능력한 탐관오리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민화에서 호랑이는 벽사의 상징인 동시에 신분차별을 해학적으로 묘사하는 풍자의 의미도 담아내고 있다. 민화는 너무 화려하거나 세련되지 않지만 자연의 모습을 작가의 눈높이에서 그대로 보여 주려한다. 우리가 법당에서 향을 올리고 기도를 하다 보면 내 몸에서 향내가 남을 느낀다. 나도 모르게 향이 내 옷에 훈습되었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릴 때 한번 한 채색과 두 번한 채색은 다르다. 붓질을 몇 번 하는가에 따라 그림의 색감은 순수해질 수도 강렬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중 어느 하나 만이 올바른 채색은 아닌 것이다. 그림에서 순수함과 강한 표현을 위해 채색을 더 할 수도 덜 할 수도 있듯이 생활에서도 비울 줄 알고 채울 줄도 아는 겸허한 마음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민화는 내게 있어 기도이고 행복이다.
사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내게 있어 민화는 종교적 의미도 가지고 있다. 법당이 2층에 있지만 하루에 한 번도 올라가지 않을 때가 많다. 나를 위해 기도하거나 남을 위해 우리는 기도를 한다. 옛 어르신들은 정안수 앞에서 “그저, 그저”라고 하시며 기도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저, 그저” 라는 말속에는 많은 말들이 내포되어 있다. 자식에 대한 소망, 수명장수, 부귀영화 등 많은 소원을 담고 있다. 민화 역시 많은 상징성을 갖고 있다. 그림을 그리기 전 많은 생각과 내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를 생각하고 도안한다. 현실에서는 힘들지만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이상세계가 그 속에는 있다. 모든 염원을 담아 기도하듯이 민화 속에서 상상의 나래로 그림을 통해 모든 사람이 행복함을 느꼈으면 한다.
자유로운 꿈을 향해 날아간다.
그림이 너무나도 좋았고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잡념도 사라지고 행복함을 느낀다. 그렇게 좋아서 시작한 민화와의 만남은 나에게 많은 변화를 주었다.
우선은 내가 가장하고 싶었던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하지만 민화를 그릴수록 의문이 들었다. 현대에 맞는 민화는 어떤 것일까?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하나?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그 생각은 공부에 대한 열정을 가질 수 있었다. 민화의 가장 큰 장점을 나는 상징성에서 찾았다. 민화에서 말하는 사물들의 상징성은 우리 모두가 소원하는 바람이다. 그림에서 나는 자유롭게 날수도 있고 모든 것을 가질 수도 있다. 나만의 공간이고 나만의 꿈과 희망을 표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잠시라도 내 작품을 통해 행복했으면 하는 것이 작가로서의 꿈이다. 이번 개인전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호랑이와 모란을 주인공으로 그린 그림이다. 호랑이는 벽사의 의미와 우리 가족 구성원을 상징하기도 했으며 모란은 부귀영화를 상징해서 사용했다. 민화는 누구나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즐기며 그 속에서 작가가 뜻하는 상징성을 찾거나 스스로 상상의 날개를 펼쳐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도 가능하다. 그림속에서 나는 자유로운 상상을 하고 그 꿈을 그린다. 그리고 행복하다. 앞으로도 나만의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펴고 열심히 날아오를 것이다. 물질적으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할 수는 없지만 작품으로 만나고 느끼는 세계는 평등하다. 내가 꿈꾸는 세계와 모든 이들이 추구하는 세계는 같을 거라고 생각하며 잠시라도 모든 걸 잊고 행복한 상상을 했으면 하는 작가의 바램이다. 오늘도 열심히 생각하고 그림을 그리며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민화를 통해 행복한 마음이 가득해지길 기도하며…
모란도 35x70cm 2012
해피
까치호랑이
넌,누구니
동행
무슨 소식이야
7.어디서 왔니
행복하소서
호랑이와모란
호피도
승만 이용애 勝鬘 李庸愛
현재
동국대학교대학원 미술학과 박사과정 수료 (불교미술전공)
범패박물관 부관장, 중구문화원 이사
사) 범패와작법무보존회 이사, 한국불교미술협회 회원
인천 남구 미술인회 회원
수상
2006. 제21회 대한민국 전통미술대전 입선 및 특선
2006. 제22회 대한민국 전통미술대전 특선
2008. 인천광역시장상 수상 외 다수
개인전 및 아트페어
2011. 2월 민화전, 반갑다 호랑아! (인천, 범패박물관)
2012. 아시아 탑 갤러리 호텔 아트페어 (AHAF HK2012 홍콩, 만다린호텔)
2012. 제12회 한국현대미술제(KCAF) (서울,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2012. 아시아 탑 갤러리 호텔 아트페어 (AHAF SEOUL2012 서울, 조선호텔)
2012. 한국·베트남 수교 20주년 기념
“한·베현대미술 국제아트페어 새로운 조망”전(호치민시 티엔 손 프라자)
2012. 10월 승만 이용애 개인전 (서울, 장은선 갤러리)
단체전(2002~2012) 외다수
2009. 제17회 인천남구미술협회전(인천 신세계갤러리)
2009. 제2회 사)우리민화협회 초대전(서울 클럽)
2009. 제2회 사)우리민화협회 초대전(주중 북경 한국문화원)
2010. 제18회 인천남구미술협회전(인천 혜원갤러리)
2010. 제20회 한국불교미술협회기획전 즐거운 행 (서울/갤러리 라메르)
2011. 한국현대미술연구소 기획 ‘일본대지진자선모금전시’
(서울/낙원SC제일은행갤러리)
2011. 제19회 인천남구미술협회전(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2011. 한국미술 200인 작은 그림 초대전(서울/하나아트갤러리)
2011. 미국 LACMA Museum 초청공연 무대미술(해외)
2012. 2012년 福사세요(서울/에뽀끄 갤러리)
2012. 1.5 EBS 문화공감 “새해엔 龍꿈 꾸세요”작가 인터뷰
2012. 설명이 있는 佛華展 (서울/갤러리 M)
2012. 제20회 남구미술협회전(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작품소장
동국대학교, 사) 규방다례 보존회, 인천시 남구청
범패박물관, 개인소장
E-mail lya238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