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오스카 와일드/열린책들
책장을 펼치자마자, 글들의 향연에 마음이 흡족하다.
거의 한 페이지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었다.
수많은 밑줄이, 그만큼 감동의 순간이다. 문학을 읽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려본 순간들이다.
초상화는 타인이 자신을 그려준 그림인데,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현실적인 모습 뿐 만 아니라, 거기에 화가의 이상과 상상과 희망을 섞어서 그린 것이 아닐까?
도리언, 바질, 헨리가 주축을 이루어 글을 끌고 가고 있다.
헨리의 말, 말, 말들이 역설과 아이러니와 반전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사람이 인생을 예술적으로 다루다 보면 자기 뇌가 바로 심장이 되는 걸세.” 라며 도리언에게 헨리가 하는 말이다.
어쩌면 도리언이나 작가 오스카 와이드의 심리를 나타낸 말이 아닐까?
“생(生)을 향한 거침없는 욕망, 인간의 온갖 욕구 가운데 가장 무서운 욕망인 그 생을 향한 욕망이 모든 신경과 조직을 살아 꿈틀거리게 만들었다. 추함, 한때 사물을 현실적인 것으로 만든다고 그가 그토록 증오했던 그 추함이 바로 그런 이유로 이제는 그에게 아주 소중한 것으로 다가왔다. 추함이 단 하나의 현실이었다.”
도리언이 깨달은 것도 바로 그 현실일까?
“그를 파멸시킨 것이 바로 그의 아름다움이었다.”는 말처럼, 도리언 그레이의 <아름다운 왕자님>이라는 별칭은 그를 파멸시킨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자각하고 영혼과 젊음을 바꾼 순간부터, 그의 삶은 나락으로 점점 빠져 들어갔으니 말이다.
결국, 초상화를 그린 바질도 죽고, 초상화의 당사자인 도리언도 죽고, 말을 잘하고 말로 모든 것들을 재단하고 표현한 헨리 경만 살아남는다.
“그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살아 있으면서 죽은 그 자신의 영혼이었다.”는 말처럼, 도리언은 결국 자연의 순리를 거스른 댓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우리 모두 마음속에 한 번쯤 품어 본, 밑바탕의 심리를 겉으로 끄집어내어 관찰하게 함으로써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려고, 이 글을 오스카 와일드가 쓴 것처 느껴지기도 한다.
아일랜드의 대표작가인 오스카 와일드, 그곳에 가게 되면 제임스 조이스와 함께 그의 흔적도 찾아보고 싶다.
첫댓글 읽고 가요~
언니의 감동이 느껴져요~